[재진이야기] 음란한 동거 - 6부
▒▒ 음란한 동거 ▒▒그 날 이후로 지은이의 집에서 매일같이 육체의 향연이 이루어졌다. 시간은 누나가 출근한 오전을 이용했고 도저히 빠질 수 없는 수업이라 시간을 내지 못하게 되면 인적이 끊어지는 새벽시간에 상가 건물이나 모텔 혹은 제 3의 장소를 찾기도 했다. 그 때문에 지은이와의 섹스는 늘 외줄 타기하는 기분으로 스릴이 넘쳤다. 아마도 서로의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던 그 일말의 불안감이 서로를 더욱 자극적인 상황으로 몰고 갔고 타오르게 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요소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와의 속 궁합이 맞지 않았다면 그 모든 것이 의미가 있었을까? 아니, 실행조차도 되지 않았겠지! 그만큼 지은이와 나의 속 궁합, 호흡, 반응들은 조화로웠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육체를 끊임없이 탐했고, 늘 섹스를 위해, 섹스만을 생각하면서 하루를 살고 다음 하루를 계획하게 되었던 것이다.육체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에 미쳐있다 보니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기말고사도 끝이 났고 방학도 했고, 태호는 지은이와 아무런 일없이 군에 입대했다. 방학이 되자 지은이와 나의 무대는 서울로 옮겨졌다.몇 십 년 만에 찾아왔다는 한파에 세찬바람까지 불었던 12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 아침 나절부터 지은이를 만났다. 처음엔 영화도 보고 서점도 들리려고 했으나 그 매서웠던 추위 때문에 결국 우리가 향한 곳은 어느 모텔이었다.“같이 씻자고 해놓고 무슨 전화를 그렇게 오래해?”전화를 끊자마자 지은이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아 올리고 욕실에서 나왔다.“알바 때문에.”“언제부터 나오래?”“내일부터.”“그럼 이제 낮에는 못 만나겠네?”“어차피 너도 다음주부턴 학원 다닐 거잖아.”“어. 그러네.”“자,,, 그럼 이제 나 씻는다.”“응.”샤워 꼭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물이 얼어붙은 혈관을 녹이는 듯 했다. 떠오르지 않는 그러나 엄마 배속에서 유영하던 기억, 그 느낌이었을까? 아늑하고 은은한 기분에 눈이 감겼다.“이런 거 좋아해?”“그냥.”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며 나오자 금발에 글래머러스한 서양여인 둘이서 진한 애정행위를 펼치고 있는 장면이 TV모니터 위에 펼쳐지고 있었다.“여자끼리 하는 거 여자가 보면 어때?”“오빤 남자끼리 하는 거 보면 어때?”“안 봐. 생각만해도 짜증나!”“히힛. 나도 그랬어.”“왜 과거형으로 말해? 지금은 안 그렇다는 거야?”“음…… 지금은 짜증나는 정도는 아니고, 호기심?”머리를 말리느라 헤어드라이어를 켰을 때도 지은인 여전히 그 장면에 몰두하고 있었다.“오빠?”“왜?”“오빤 여자끼리 하는 건 어떻게 보여?”“음, 그건 상관없어. 남자끼리만 아니면.”“상관없다는 건 별로 자극적이지도 않단 뜻이야?”“아니, 그런 걸 볼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여자끼리 하는 건 생각만해도 자극적이긴 해.”“그럼 오빤 레즈 커플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별다르게 생각하진 않는데. 어차피 레즈들은 남자한텐 관심 없을 거 아냐.”“그럼 양성애 여자들은?”“뭐, 상관없어. 음,,, 간혹 친구들끼리 이성이랑 몇 번 잠자리했냐를 가지고 이야기 할 때가 있는데, 거기 빗대서 예를 들자면 여자끼리 관계한 건 성관계 횟수에 카운트 되진 않는다고 표현하면 되려나? 그러니까 여자들끼리 아무리 많이 했어도 남자랑 안 했다면 숫처녀나 다름없다는 거지. 근데,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야. 네가 물어보니까 갑자기 든 생각, 전엔 이런 거 이야기 해 본적도 없거든.”“아.”“근데,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혹시 너?”“하하, 난 아니야.”지은이의 시선이 다시 TV모니터로 향하는 사이 드라이어를 끄고 그녀의 옆에 다가가 앉았다.“오빠.”“응?”“나 사실 한번 해본 적 있어.”“뭘?”“저거.”“동성애?”“응.”“진짜?”놀랬다. 사실 동성애는 포르노에나 있고, 외국에서만 존재하는 일 일거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지은이가 섹스를 밝히는 편이긴 했지만 그건 이제 섹스를 알아가는 사람으로써 당연한 반응 정도였지 특별한 취향을 보인 것도 아니기에 더더욱 의외였다. 그런데 언제, 누구와, 어떻게 하게 된 건지 묘한 호기심이 일었다.“누구랑?”“수진이 언니.”대답을 듣자 순간적으로나마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랐을까, 그 상대가 수진이 누나였다니. 겉으로는 약간은 도도한 엘리트 이미지가 있지만 알고 보면 착실하고 친절하고 따뜻한, 색과는 관련이 없을 듯한 이미지가 전부였는데…… 하지만 그런 이유로 누나에 대한 인간적인 실망감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호기심에 불이 붙을 뿐이었다. 나는 지은이가 TV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놀란 내 표정을 봤다면 더 이상 이야기를 끌고 가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짐짓 무관심한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둘이 사랑하는 감정이 있는 건 아니잖아?”“아이, 오빠는. 사랑은 무슨.”“그러니까. 근데 어떻게?”“2학기 시작하고 얼마 안됐을 거야. 언니가 포르노 테이프 하나 얻어 온 게 있었는데 안보고 있다가 언니 생일날 둘이 술에 취한 김에 재미 삼아서 보게 됐어. 근데 한참 보고 있는데 레즈 커플 내용이 나오는 거야. 남자랑 여자랑 하는 걸 보다가 여자끼리 하는 걸 보니까 애무하는 것도 비교되고, 과연 여자끼리 하면 진짜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게다가 언니랑 취중에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호기심이 생겨서 거기까지 간 거지.”“거기까지면 어디까지를 말하는 거야? 뭐, 삽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닐 테고.”“음, 첨엔 키스 테크닉 이야기를 해서 키스하다가 그 다음엔 젖꼭지 애무로……”“젖꼭지에서 끝?”“뭘 그렇게 자세히 알라 그래.”“이야기가 나왔으니까 궁금하잖아. 재미 없는 이야기도 중간에 끊기면 짜증나는데.”“알았어. 솔직히 난 키스도 젖꼭지도 별로 느낌이 없었어.”“왜? 누나가 잘 못했어?”“아니, 하긴 잘하는 것 같은데, 술도 제법 취했고…… 음…… 여자가 해서 그랬나? 아무튼 언니는 닳아 오르더라고. 그래서 그만하자고 할 수가 없었어.”“그럼 클리 애무까지?”“응. 손가락도 넣고.”“누나 오르가즘 느꼈겠네?”“응.”“넌?”“난 느끼는 척만 하고 끝냈어.” “그럼 그 이후엔?”“말했잖아. 한번이라고.”“누나는 그 이후론 다시 하자고 안 하데?”“응, 서로 그 이야기 꺼내지도 않았어. 술 김에 벌어진 일이다 보니까 맨 정신엔 서로 좀 뻘쭘해지더라고.”벌거벗은 두 여체가 뒤섞여 서로의 음문을 빨고 핥았다는 생각을 하니 무척이나 자극적이었다. 그것도 내가 잘 아는 여자들이어서 그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너무도 쉬웠고 그만큼 현실적이기도 했다. 이미 페니스는 주체할 수 없는 상태로 발기해 있었지만 한가지 더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그나저나 누나 의외의 모습이 있었네.”“겉으로 보는 이미지랑은 틀리지?”“응.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 쪽으론 많이 오픈 되어있는 건가?”“이건 다른 얘긴데, 언닌 한 남자만 알다 죽는 게 억울하데.”“그건 또 무슨 소리야?”“그러니까 결혼한 이후라면 모를까 결혼 전엔 연애를 좀 해보고 싶다고.”“누난 남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미지가 아니라서, 그렇다고 누나가 적극적인 것도 아니고. 친해지면야 모르겠지만 하여튼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니까 힘들 지 않을까? 근데, 누나 남자친구 없어?”“결혼할 사람 있는데, 몰랐어?”“진짜? 그런 이야기 한 적 없어서.”“엄청 부잣집 아들인가 봐, 지금은 미국 지사에 근무하면서 MBA과정 밟고 있다던데 그 거 마치는 대로 한국 들어와서 결혼할거래.”“결혼할 사람도 있으면서 왠 연애?”“그 아저씨 사귀면서 연애하고 싶은 남자, 결혼하고 싶은 남자 따로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하더라고.”“그럼 그 아저씨는 결혼하고 싶은 타입이었다는 거네.”“응.”“그래서 그 전에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보고 싶다는 거고?”“아마도.”“그럼 바람 피겠다는 거잖아.”“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게 쉽겠어. 주위엔 전부 교수님들이랑 학생들뿐이니. 그리고 언니 중학교 2학년 때 유학간 거라 한국에 친구도 거의 없어.”“근데, 누난 성경험 많을까?”“남자 두 번 사귄 게 다라는데 많겠어?”“하하하 그럼 그런 생각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게 아니라 소녀의 꿈 같은 바람인 거네.”“원래 언니같이 타이트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그 스트레스 때문에 일탈을 더 많이 꿈꾼다잖아. 그나저나 오빠, 말 나온 김에 이번 주말에 언니한테 놀러 가자.”“가는 건 문제가 안 되는데 우리 사이 눈치채지 않을까?”“아냐, 언니가 저번에도 오빠랑 같이 한 번 놀러 오라고 했었어.”“그럼 그렇게 하지 뭐.”그렇게 해서 그 주 토요일 저녁, 지은이와 수진이 누나 집으로 내려갔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늦게 출발한 탓으로 10시가 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겨우 2주정도 만에 다시 만나는 것이었지만 혼자 지내기엔 길었던 시간이었는지 수진이 누나는 마중까지 나와서 우리를 반겼다.먼저 터미널 근처에서 삼겹살에 소주로 분위기를 띄우고 2차로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다시 수진이 누나 집으로 가서 맥주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새벽 2시를 넘어가자 피곤함과 취기가 뒤섞여 드디어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재진이 피곤한가 보네.”“오빠, 자꾸 졸아!”“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잤거든.”“그럼 재진이는 지은이 방에서 자. 지은인 내 방에서 재울 테니까.”“언니, 난 좀 더 마시고 싶은데……”“그래 그럼. 지은인 언니랑 좀 더 마시다 자자.”“그럼 저 먼저 잘게요.”졸린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지은이 방으로 들어섰다. 혈관을 타고 도는 알코올 탓인지 몸에서 열이 났다. 티 셔츠도 벗고, 바지도 벗고, 양말마저 벗었다. 여름도 아닌데 그저 팬티 한 장 달랑 입은 채로 지은이 침대에 엎어지자마자 잠이 들어버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 본 적도 없는 여자와 뒤엉켜있는 꿈을 꾸니 기분이 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간혹 꿈을 꾸면서 이건 꿈이라는 것을 인지할 때가 있고, 때론 너무나 생생한 기분에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을 못할 때가 있는데 이번엔 그 생생한 느낌은 현실 같았으나 꿈이란 것 또한 알 수 있어, 이러다 몽정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가위에 눌린 것과는 다르게 깨어나지 못하는 육체! 그 때 귓가에서 나지막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오빠.”완전히 잠에서 깨지 못한 채 힘겹게 실눈을 떴다.“지은이?”“쉿!”어두컴컴한 그래서 실루엣으로만 보이는 지은이의 육체, 지은이는 내 위에서 내 입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왜 무슨 일 있어?”난 여전히 비몽사몽 한 상태로 나지막이 말했다.“오빠, 나 하고 싶어.”지은이는 내 한 손을 잡아 자신의 질 입구로 가져갔다.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었지만 손바닥을 적실 정도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누나 깨면 어쩌라고?”“자는 거 확인하고 왔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은이는 내 페니스를 자신의 질 속으로 삼켜버렸다. 말리고 싶지도 않았지만 말릴 사이도 없었다.“으~~음.”“아~~~~~~아.”두 개의 다른 신음이 동시에 새어 나왔다. 그 미약한 신음의 끝에서 지은이는 엉덩이를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삽입할 때마다 살 부딪히는 소리, 애 액으로 쩌꺽 거리는 소리, 신음소리, 매트리스 튕기는 소리까지 고요한 밤공기에 미세한 파동을 만들어 냈다.“오빠 좋아?”“응.. 아~”“아~ 보지에서 물이 막 흘러. 어떻게~~”역시 지은이는 스릴이 수반되는 섹스에 더 민감한 것 같았다. 나에게 그 스릴이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지만 그 때문에 상대가 더욱 흥분할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상대가 어떤 때 흥분하는 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흥분하느냐가 내겐 더 중요했던 것이다. 나는 지은이를 더욱 흥분시켜 보고 싶었다. 그것은 곧 내가 더 흥분하고 싶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지은이 보지가 오빠 자지 먹고 싶어서 그런 거야.”“그럼 내 보지가 침 흘리는 거네?”“응, 침을 질질 흘리는 거지!”“아~~ 오빠 말 너무 자극적이야!”“오빠 자지 먹어보니까 어때? 보지가 맛있다고 해?”“으~~응. 지은이 보지가 오빠 자지 맛있대. 오빠 자지만 먹을 거래.”“자~~ 지은이 보지로 오빠 자지 씹어봐!”평소 같으면 입에 오르내리지도 않을 단어들과 표현들이 난무했다. 하지만 어떠랴! 맨 정신이고선 섹스가 무슨 재미란 말인가! 이제 난 이 상황을 지은이가 원하는 대로 가져갈 수 있도록 몸을 맡겼다. 내가 하는 것이라곤 아래에서 그녀를 올려다보며 그녀의 클리를 요령껏 만져주는 것뿐이었다. 지은이 역시도 자신이 그렇게 리드하는 것에 완전히 몰입을 한 것 같았다.깊이 삽입한 상태에서 골반을 흔들던 지은이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내 몸 위에서 뒤로 미끄러져와서는 내 페니스를 입으로 물었다. 그것은 또한, 자연히 내 얼굴 앞에 질퍽하게 젖어있는 지은이의 질 입구가 벌어진 채로 있게 했다. 나는 지은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지은이가 내 페니스를 빠는 사이 나는 지은이의 클리와 질을 핥았다.“오빠~ 지은이 보지 맛 어때?”“맛있어. 달콤해!”“정말?”“응. 자 엉덩이 살랑살랑 흔들어봐.”“이렇게?”“응.”“지은이 오빠 앞에서만 이렇게 흔드는 거야~ , 아~~~”혀를 질 속으로 집어넣자 지은이는 페니스 빠는 것을 멈추고 엉덩이를 아래 위로 움직여갔다. 그것은 마치 내 혀를 내 페니스 대신으로 생각하고 삽입을 진행하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성에 찰 리가 있겠는가? 지은이는 다시 내 몸 위를 미끄러져 내려가 내 페니스를 자신에 질 속으로 삼켜버렸다. 그리고 상체를 앞으로 숙여 내 양 발목을 잡고선 골반을 마구 뒤틀기 시작했다.“아~~ 지은아!!”그 때였다. 갑자기 주체 못할 기분이 엄습하며 사정이 임박했음을 느꼈다. 일단 지은이를 멈춰야 했다.“지은아 오빠 쌀 것 같애.”“아~~ 오빠,, 싸!! 그냥 안에다 싸!!”“으읏!!!!”“읍!!!!!!!!”지은이와 나는 순식간에 돌처럼 굳어져 버렸다.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지은이 질 속에서 정액을 내뿜는 내 페니스뿐이었다.그렇게 모든 욕정이 사그라지자 지은이는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고 미세하게 흔들렸던 밤공기도 차분히 가라앉았다. 마치 야한 꿈 한 편을 꾸었고 그 때문에 몽정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난 그렇게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누나네 갔다 온 이후론 지은이나 나나 하루하루가 정신 없이 바빴다. 그렇게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해도 보름이 지나갈 무렵 평소와 다른, 심란한 표정의 얼굴을 한 지은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오빠!”“왜, 무슨 일 있어? 아까부터 계속 창 밖만 쳐다보고.”“아빠가 나 유학 가라는데.”“편입 준비하는 건 어쩌고 갑자기 유학이라니?”“편입 쉬운 거 아니잖아. 그리고 이번에 동생 대학 떨어졌거든. 아빠가 재수해서 별볼일 없는데 갈 바엔 차라리 유학 가라면서, 가는 김에 나도 같이 가라고.”“오히려 잘 된 일 아니야?”“그러긴 한데.”“그럼 고민할 게 뭐 있어? 니네 아버지 말씀대로 지방대 나와봐야 별 볼일 없잖아. 남들은 유학 가고 싶어도 못 가는 판에.”“그래도 오빠가 그렇게 말하니까 섭섭해.”지은이가 섭섭해 하는 이유를 모르는 것도,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지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포장해서 하긴 싫었다.“니 맘 모르진 않아. 하지만 지은이 니가 나였어도 똑같이 말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지은이는 한 동안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물끄러미 커피잔을 내려다 볼 뿐이었다.“오빠……그럼 우린 헤어지게 되겠지?”“그렇겠지.”“그게 싫어.”“난 네 인생에서 걸림돌 되는 게 싫어.”“오빠, 절대 걸림돌 아니야.”“지금은 아니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되어버릴 수도 있어.”“오빤 나랑 헤어지는 게 아무렇지도 않아?”“지은아, 나도 사람이야!”“??”“네가 슬픈 것만큼 나도 그래. 하지만 감정 하나로 세상을 살 수는 없잖아.”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라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아니, 마음 속으론 “설마?” 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날 이후 지은이의 유학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마음에 준비를 할 틈도 없이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오빠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인연이라면.”“나중에 길에서 오빠 봤을 때 옆에 여자 있으면 어떡하지?”“너야 말로.”“내 첫사랑이, 내 첫 남자가 오빠였음 더 좋았을 텐데. 내가 미워져!”“처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좋아했냐 가 중요한 거지. 넌 어떤지 몰라도 난 그래. 그래서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충분히 행복해.”“오빠, 담에 꼭 다시 보자!”2월 초 지은이는 떠났다. 그녀를 알게 된지 불과 4개월, 미움이란 단어조차 느껴보지도 못한 짧은 시간이, 인연이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버린 것이다.새 학기가 시작되고 어느덧 학생이란 타이틀로 살아가는 마지막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3년간의 여유로웠던 대학생활은 그야말로 과거일 뿐이었다. 적어도 학기 초반만큼은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만 왠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하루하루가 무기력해 졌고 절실한 무언가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여보세요?”“재진이 핸드폰 아닌가요?”“맞는데, 누구세요?”“그 새 목소리도 잊어버렸나 보네. 나 수진이 누나야!”“앗, 누나! 진짜 오랜만이에요.”“반갑긴 한 거야?”“그럼요. 그걸 말이라고.”“으이구, 그렇게 반가우면 먼저 전화하지 그랬어.”“누나 귀찮아 할까봐 연락 못했죠.”“둘러 되긴!”그 말을 웃음으로 받아넘겼지만 정말 그런 생각 때문에 누나에게 먼저 연락하지 못했다. 누나와의 매개체였던 태호도 지은이도 없는 마당에 연락을 했다가 반기지 않는, 아니 오히려 부담스러워 하는 느낌이라도 받는다면…… 그건 정말이지 생각하기 싫었다.“누난 요즘 어떻게 지내요?”“일상은 똑같은데, 있던 사람이 없어져서 좀 그래.”“지은이 대신 같이 사는 사람은 없어요?”“아무나 룸메이트로 들일 순 없잖아.”“하긴.”“넌 이제 4학년이니까 바쁘겠네!”“그래야 하는데…… 모르겠어요. 나사 풀린 것처럼 의욕도 없고 긴장감도 없고 그러네요.”“왜? 무슨 일 있어?”“특별한 일은 없는데, 왜 그런지 저도 모르겠어요.”“큰 일이네. 어쩌니?”“금방 나아지겠죠, 뭐!”“밥은 잘 먹어? 요즘은 어디서 지내?”“그냥 학교 근처에서 하숙 해요.”“그럼 우리 집에서 멀지도 않겠네?”“멀지는 않은데 반대방향이라서요.”“출근할 때마다 한번쯤 마주칠 줄 알았는데, 그래서 길에서도 못 본거 구나!”“네.”“시간 내서 한 번 들려. 밥이라도 같이 먹자!”“그럴게요.”“말로만 하지 말고.”“네, 문전박대나 하지 마세요.”“그래, 알았어 그럼 나중에 보자!”“네, 가기 전에 전화드릴께요.”12월 말에 지은이랑 함께 내려와서 본 게 마지막이었으니 꼬박 4개월이 흐른 것이었다. 몇 번 전화를 하려다 말은 적은 있었지만 이제는 그 존재마저 희미해지려던 찰나였는데, 타이밍이 좋았다.<다음편으로~~>........................................................................................................................................................바빠서 글을 못 쓸 때도 있고, 때론 필력의 문제로 글이 더뎌질 때도 있습니다.이번엔 전자의 이유도 있었지만 후자의 이유가 더 컸네요.아무튼 읽으셔서 아시겠지만 이번 6부의 내용은 스토리의 전환이 되는 부분이라,스피디하게 진행이 되었습니다.아마, 다음 내용 대략적으로 그려지실 겁니다. 하지만 예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을 테니, 계속해서 관심 부탁드릴께요.날씨 더워지니 다들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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