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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학생활 - 12부



토토군의 어른들의 야설 야썰 단편 성경험 이야기





그의 대학생활 - 12부

 


#22. 스티커 사진 

철하는 문득 핸드폰을 보다 어느새 10월 달이 되었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대학교에서 새내기라 부를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지난 것이다. 

이슬이의 생일 이후 철하와 이슬이의 관계는 조금 나아졌지만 그래도 예전만큼 웃고 떠들며 지내는 정도는 아니었다. 이슬이도 철하가 생일축하를 해주었는데 쌀쌀맞게 대하기 미안했는지 어느 정도 웃으며 대해주었다. 그러나 철하는 아직도 이슬이 생일 때의 일이 떠올라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괜스레 자기 때문인 것 같다는 죄책감이 들어, 오히려 이슬이를 제대로 대하기가 힘들었다. 

“오빠!” 

“어, 어?” 

“무슨 생각하고 있어?” 

철하의 옆에서 걷던 효린이 이상스레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냐….” 

“흐음….” 

효린은 이상스레 철하를 바라봤다. 요새 들어 부쩍 말이 없어지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웃으며 말도 많이 하고 자기와 있을 때 다른 생각은 하지도 않던 사람이었는데…. 저번에 그 이슬이라는 사람의 생일파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효린은 구태여 묻지 않았다. 자기도 자유롭게 놀았던 만큼 남자친구도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효린의 연애관이었기 때문이다. 

어둑어둑해진 밤거리를 팔짱을 끼고 걷던 도중에 효린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나야. 응? 그래. 알았어. 오빠도 데려갈게.” 

효린은 친구와 통화하는 듯하더니, 전화를 끊고 철하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 

“어? 뭐야? 어디가? 나를 데려가다니?” 

철하가 당황하며 말하자 효린은 웃으며 말했다. 

“히히. 친구들 모여서 술 마시고 있데. 거기 가는거야.” 

“뭐? 거길 내가 왜가.” 

철하는 말을 하다가 문뜩 데자뷰를 느꼈다. 분명히 이와 똑같은 상황이 예전에도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효린과 처음 데이트를 할 때 무작정 자기를 친구들이 있는 술집으로 끌고 가려 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효린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왜 가긴 왜가. 내 남자친구니까 가는거지. 걱정마 여자애들 밖에 없어.” 

여자애들 밖에 없는 것이 왜 걱정거리가 안 된단 말인가. 철하에겐 오히려 더 걱정거리였다. 그러나 그때는 남자친구가 아니어서 안갈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남자친구인데다 데려간다고 말했으니 안갈 수가 없었다. 

철하는 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곤 순순히 효린을 따라 걸었다. 

철하는 효린의 손에 이끌려 조그만 빌딩의 4층에 있는 호프집에 들어가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고등학생들에게도 술을 파는 곳이 있는 것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척 보기에도 어려보이는 효린이었지만 호프집에 들어가는 동안 그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호프집에 들어가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가자 진한 화장을 한 여학생 네 명이서 담배를 피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 왔다!” 

효린이 여학생들을 보며 반갑다는 듯 자리에 앉았다. 

“아, 안녕하세요….” 

철하는 테이블 옆에 서서 여학생들을 향해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네 명의 여학생은 킥킥 웃더니 말을 놓으라며 서슴없이 오빠라고 불렀다. 

철하도 어색하게 웃으며 효린의 옆자리에 앉았다. 여학생들을 보자 두 명은 전에 자기 집에 왔던 여학생이었다. 네 명의 여고생은 하나 같이 진하고 두꺼운 화장을 한 채 담배를 물고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전에 봤던 기억이 있는 여학생이 철하에게 웃으며 얘기했다. 

“오빠! 나 기억하지? 오빠네서 잠도 같이 잤는데. 그때 효린이한테 관심 있더니 결국 사귀는 거야? 축하해!” 

여학생은 얘기한 뒤 친구들끼리 까르르 웃었다. 철하는 그녀를 보자 자신이 예전에 팬티 속에 살짝 손을 집어넣어 보지털을 만진 기억이 있는 여학생이었다. 그런 기억이 떠오르자 순간 얼굴이 빨개졌으나 그냥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야. 효린아. 너 말대로 진짜 순진하다.” 

처음 보는 여학생이 말하자, 여학생들은 다시 자기들끼리 까르르 웃기 시작한다. 철하는 그저 어색하게 웃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여학생들과의 어색한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철하 입장에서 보면 어린 여학생들이었지만 소주를 마시는데 거침이 없었다. 오히려 철하보다 더 잘 마시는 것 같았다. 철하도 그저 여학생들이 따라주는 술잔을 조용히 홀짝 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술자리는 대부분 효린을 포함한 여학생 다섯 명의 이야기로 흘러갔다. 서로 큰소리로 웃으면서 학교 얘기, 선생님 얘기, 집안 얘기, 친구 얘기, 남자애들 얘기 등…. 끊임없이 흘러갔다. 

그때 화살이 철하에게 돌아왔다. 한참을 떠들던 도중에 한 여학생이 술이 약한지 약간 혀가 꼬인 목소리로 철하에게 물었다. 

“오빠. 오빠는 효린이 어디가 좋아요?” 

“어, 어?” 

철하는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으나 모든 이의 시선이 자기에게로 쏠린 걸 보고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착하고 귀엽고 얼굴도 예쁘고 나를 너무 좋아하고…. 음…. 너무 많아서 다 못 말하겠다.” 

“우!” 

철하가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닭살스러운 말을 내뱉자 여학생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효린은 마냥 좋은지 생글거리며 웃고 있었다. 

혀가 꼬인 여학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섹스도 잘해주죠?” 

“뭐, 뭐?” 

철하는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했다. 여학생이 이런 걸 물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야!” 

옆에 있던 효린이 웃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자기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는 철하를 향해 혀가 꼬인 여학생이 계속해서 말했다. 

“솔직히 효린이랑 빡쳐 봤잖아요. 안했을 리가 없는데…. 해봤죠? 해봤죠?” 

집요하게 묻는 여학생의 질문에 철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혀 꼬인 여학생은 웃으며 말했다. 

“푸하. 그럴 줄 알았다니까. 솔직히 효린이 얘 무지하게 밝히는 년이잖아요. 그거 알고 사귀는 거예요?” 

철하는 여학생이 조금 취했다고 생각했다. 그저 아무 말 없이 테이블 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효린도 여학생이 점점 말이 심하게 나오는 것 같아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야! 그만해!” 

효린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여학생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효린이 얘 남자애들한테 존나 인기 많거든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끝내주는 것도 있지만 잘 대주고 허리도 잘 돌리니까. 너 저번에 하루에 몇 명이랑 해봤지? 최고기록 있잖아.” 

“야! 씨발년아 그만 안해?” 

혀 꼬인 여학생의 이야기를 듣던 효린이 드디어 욕을 하며 벌떡 일어났다. 혀 꼬인 여학생도 지지 않고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놀란 다른 두 명의 여학생이 일어나 둘을 말렸다. 

“아 이년들이 왜 이래? 김윤미 니 말이 심했어. 이년아!” 

철하도 너무 놀라서 벌떡 일어나 효린의 허리를 잡았다. 효린은 철하에게 허리를 잡힌 뒤 분한 표정으로 윤미라는 여학생을 노려봤다. 잠시간을 그렇게 노려보던 효린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눈물을 펑펑 쏟기 시작했다. 

“흑…. 씨발 존나 쪽팔려….” 

효린은 오른손 등으로 입을 가린 채 서럽게 울다가 술집에서 뛰어나갔다. 윤미라는 여학생도 갑자기 효린이 울음을 터트리자 술이 깼는지 놀란 표정이었다. 철하는 급하게 여학생들을 향해 인사를 한 뒤 효린을 따라 쫓아나갔다. 

호프집 문을 열고 나가자 효린이 엘리베이터를 막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4층밖에 되지 않는지라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기로 했다. 1층에 도착하자 빌딩 입구에 효린이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었다. 짧은 치마를 입었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효린의 다리를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철하는 효린의 다리를 쳐다보는 남자들을 노려본 뒤 효린을 일으켜 세웠다. 

“으앙!” 

효린은 크게 울음을 터트리며 철하에게 안겼다. 철하는 괜찮다고 효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위로했다. 철하의 가슴팍에서 한참을 서럽게 울던 효린이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효린의 맑은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 있었다. 

“흑, 흑…. 오빠 미안해….” 

“뭐가 미안해…. 괜찮아.” 

“흑, 흑…. 나 진짜…. 나도 과거 지울 수 있으면 지워버리고 싶어. 이제 오빠만 있으면 되니까. 오빠가 제일 좋으니까…. 과거에 있었던 여러 가지 안 좋은 일들 다 없었던 일로 하고 오빠에게 있어 최고의 여자친구가 되고 싶은데…. 지금은 정말 오빠밖에 없는데…. 흑, 흑…. 으앙…. 미안해!” 

효린은 다시 크게 울음을 터트리며 철하를 꽉 안았다. 철하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자기처럼 평범한 사람이 어디가 좋다고 이렇게까지 좋아해주는지…. 아니 마음이 착잡하기보다 뭉클해졌다고 하는 것이 옳으리라…. 

철하는 효린을 안고 말없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한참을 그렇게 부둥켜안고 있던 도중에 효린의 핸드폰이 울렸다. 효린이 훌쩍 거리며 핸드폰을 꺼내보자 아까 그녀와 싸운 윤미라는 여학생이었다. 

“씨이…. 뭐야.” 

효린은 핸드폰을 열어 전화를 받았다. 

“어. 어. 됐어…. 너 다음부터 그러지마. 또 그러면 진짜 죽을 줄 알어. 알았어. 그래. 재밌게 놀아.” 

철하는 대충 효린의 말을 들어보니 둘이 화해했음을 알 수 있었다. 전화를 끊은 효린은 철하에게 씨익 웃어 보이며 화해했다고 말했다. 

이윽고 효린은 앞장서서 걸으며 자신의 볼을 두들기며 말했다. 

“아. 빨리 눈물자국이 말라야 하는데….” 

“왜?” 

“히히. 쪽팔리잖아! 쪽팔리게 울고….” 

효린은 어느새 철하의 팔짱을 끼고 신나게 걷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걷자 갑자기 효린이 철하에게 휙 돌아섰다. 

“오빠! 우리 스티커사진 찍으러가자!” 

철하의 고등학교 때부터 스티커 사진이 유행해서 학교 앞에 기계 한 대가 있었지만 한 번도 찍어보진 않았다. 

“스티커 사진? 한 번도 안 찍어 봤는데….” 

한 번도 안 찍어 봤다는 철하의 말에 효린이 팔짝 뛰며 좋아했다. 

“아싸. 또 나랑 처음 하는 거네? 가자! 가자!” 

효린은 철하를 끌고 스티커 사진 샵이 있는 곳으로 갔다. 

“언니!” 

효린은 샵 안으로 들어가며 카운터에 서 있던 여자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 효린이 왔구나! 응? 남자친구야?” 

여자의 말에 효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효린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서 있는 철하를 데리고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야?” 

기계 안에서 철하가 묻자 고등학교 선배라고 했다. 여기서 아르바이트하는데 철하랑 동갑이란다. 이리저리 기계를 조작하던 효린은 이제 찍자며 철하에게 카메라를 보라고 했다. 효린은 철하를 안기도하고, 볼에 뽀뽀도 하고, 철하에게 서로 입 맞추는 것도 찍자고 했다. 

몇 번 정도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꾸미자 기계 안에서 스티커 사진이 프린팅 되어 나왔다. 철하는 효린의 얼굴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하얗던 얼굴이 더욱더 뽀얗게 나왔는데 울었던 눈이라 그런지 여우같던 눈이 무척 청순하게 나온 것이었다. 

“우와. 효린아. 이거 봐. 진짜 예쁘게 나왔다.” 

그러나 효린은 혀를 살짝 내밀며 말했다. 

“흥. 원래 예뻐.” 

철하는 웃으며 사진을 좀 더 살펴봤다. 둘이 입 맞추는 사진은 영화처럼 멋있게 나왔다. 이리저리 신기한 듯 사진을 바라보는 철하를 본 효린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철하를 기계 밖으로 밀어냈다. 

“어? 왜 그래?” 

“응. 잠깐 밖에서 기다려봐.” 

효린에 의해 얼떨결에 기계 밖으로 밀려낸 철하는 천 너머로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를 효린을 바라봤다. 밖에서 보기에 사진을 다시 찍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효린이 천을 걷고 스티커 사진 한 장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철하가 들고 있던 스티커 사진을 받아 카운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여자에게로 갔다. 

“언니. 이거 두 개 코팅해줘.” 

“응.” 

여자는 효린이 받은 두 개의 사진을 보다가 한 장의 사진을 보더니 묘한 미소를 지었다. 

“효린이 너어….” 

“히히. 빨리 해줘.” 

여자는 알았다는 듯 웃으며 철하를 한번 슬쩍 봤다. 철하는 여자가 왜 자기를 쳐다보는지 몰라서 그저 가만히 있었다. 잠시 후 코팅되고 잘린 스티커 사진들을 받은 효린은 철하를 끌고 샵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몇 장의 사진을 골라 철하에게 건네주었다. 

철하는 효린이 건네준 사진 몇 장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엇! 이게 뭐야?” 

철하는 놀라며 효린을 바라봤으나 그저 생글거리며 웃고만 있었다. 철하가 받은 사진 중 효린과 같이 찍은 사진 외에도, 효린이 혼자 들어가서 찍은 사진은 철하에게 놀라움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4장으로 나뉘어 진 사진에는 효린이 검은색의 티셔츠와 붉은 스커트를 걷어 올려 다양한 포즈를 취한 사진들이었다. 게다가 한 장에는 검은색의 티셔츠와 함께 브래지어도 들어 올려 효린의 탐스럽고 뽀얀 동그란 가슴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효, 효린아….” 

“어때? 죽이지?” 

철하는 당황스러웠으나 솔직히 너무 섹시하면서도 예쁘게 나온 사진들이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보니 철하는 아까 여자가 왜 자신을 쳐다보며 웃었는지 알 것 같았다. 

말없이 사진을 바라보는 철하에게 효린이 물었다. 

“왜? 맘에 안 들어?” 

“안 들 리가 없잖아. 너무 예쁘다.” 

철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히히.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오늘 울어서 너무 미안해…. 앞으로 다시는 안 울거야.” 

“그래….” 

철하는 효린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꼬옥 안아주었다. 

#23. 연합엠티 

철하는 집에서 인터넷을 하던 도중 입영날짜를 선택할 수 있는 병무청 서비스가 생긴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슬슬 군대문제를 결정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집안에서도 1학년 마치고 가라고 하니 미리 신청을 해둬야 할 것 같았다. 달력을 보니 내일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이라 병무청에 가서 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날 철하는 병무청에 도착하니 자기 또래의 많은 남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이 모두 군대가는 것 때문에 와있다는 생각을 하니 군대 가는 것이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나저나 언제쯤 갈까…. 후우. 고민이네. 2년 2개월이니까 최소한 1월달에 가면 3월달에 복학할 수 있겠지….’ 

1월달에 신청하기로 마음먹은 철하는 서류를 작성하고 사진을 붙이고 신청을 하니 담당하는 직원이 철하에게 말을 했다. 

“요즘 입영날짜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생긴 다음에 신청자가 부쩍 늘어 아마 원하는 날짜에서 뒤로 밀릴 수도 있습니다.” 

“예, 예.” 

철하는 얼떨결에 대답을 하고 병무청을 빠져 나왔다. 저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십중팔구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었다. 그럼 원하는 날짜에 못 간다는 말이었다. 

‘쳇…. 뭐야. 그럼 신경쓸 필요도 없잖아. 그럼 아직 애들한테 말하지 말아야지. 뭐 게다가 군대가는 것이 대수도 아니잖아.’ 

철하는 입영날짜 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언제가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아으…. 하나도 모르겠다.’ 

2학기 중간고사 시험지를 부여잡고 있는 철하는 단 두 문제뿐이지만 아는 문제가 하나도 없었다. 벌써 세 번째 시험이지만 대학교의 서술형 문제는 도통 적응이 안 되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진원이와 지희는 그런대로 잘 써내려가고 있었다. 이슬이도 이번에는 공부 좀 했는지 척척 써내려 가고 있었다. 1학기 때는 철하랑 놀기만 하던 이슬이었지만 2학기 때는 철하와 별로 놀지 않아서인지 잘 쓰고 있었다. 

‘후우…. 다음부터 잘하면 되지….’ 

철하는 잔뜩 한숨을 내쉬고는 교수님에게 죄송하다는 장문의 편지를 쓰고는 제출했다. 

철하는 시험을 마치고 휴게실에서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자 진원이와 지희가 시험을 끝냈는지 휴게실로 들어왔다. 진원이는 철하를 보자마자 대뜸 물었다. 

“야! 너 이번에는 꽤 쓰는 것 같더라? 공부 좀 했냐?” 

철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교수님께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그러자 진원이와 지희는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슬이도 다 썼는지 휴게실로 들어왔다. 이번에 꽤 잘 봤는지 웃음기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넷이서 시험에 관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도중 진원이가 화제를 돌렸다. 

“아. 맞다. 다음 주에 연합엠티 가는거 철하랑 이슬이도 갈꺼지?” 

“연합엠티? 그게 뭐야?” 

철하가 처음 듣는 다는 듯 묻자 진원이가 설명해주었다. 

“우리과 전 학년 다 가고 교수님도 가고 졸업한 선배들도 오고…. 뭐 그렇데. 안 갈꺼냐?” 

놀기 좋아하는 철하는 뭐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당연히 간다고 했고 이슬이도 간다고 했다. 

“그래. 잘됐다. 사람들 많이 가니까 재밌을 거야. 그럼 남은 시험들 잘 보자.” 

진원이의 말에 철하는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뭐? 엠티에 간다고?] 

“응…. 왜?” 

철하는 연합엠티를 가기 삼 일전 쯤, 효린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엠티에 간다는 철하의 말에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한참 생각하더니 엠티가기 전날 저녁에 철하네 집에 온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 그 전날이 오늘이었다. 

방에서 할 일 없이 인터넷을 하고 있던 철하는 방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보자 효린이 서 있었다. 

“으…. 이젠 그냥 막 들어오냐?” 

“히히. 뭐 어때!” 

어떠냐고 말을 하는 효린은 아직 교복 차림이었다. 하얀색의 긴팔 셔츠에 검은색의 조끼와 검은색 치마…. 철하가 효린의 교복 중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춘추복이었다. 아직 동복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보는 춘추복은 굉장히 세련된 이미지를 풍기는 철하의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이었다. 

“근데 왜 아직도 교복 차림이야?” 

“응. 집에 아직 안 들어갔다 왔어. 아. 그게 아니지 오빠 일로 와봐.” 

효린은 철하의 손을 잡고 철하네 화장실로 끌고 들어갔다. 양변기와 수도꼭지 하나씩만 있는 단순한 구조의 화장실이었다. 

효린은 철하를 화장실로 끌고 들어가 다짜고짜 양변기의 뚜껑을 내리고 그 위에 앉혔다. 

“뭐, 뭐하는 거야?” 

당황한 철하는 효린에게 물었지만 효린은 웃으며 철하의 트레이닝 바지를 내리고 있었다. 트레이닝 바지와 팬티를 벗기자 아직 커지지 않은 철하의 자지가 드러났다. 

“어? 아직 안 커졌네?” 

“야! 뭐하냐니까?” 

“응. 오빠 내일 엠티 가잖아. 내가 친구들한테 들어보니까 대학교 엠티는 장난 아니라며? 가서 여자애들이랑 섹스 막 하고 장난 아니라는데….” 

“뭐?” 

철하는 어이가 없었다. 그런 학교가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자기의 학교는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린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히히. 그래서 내가 오빠 낼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게 오늘 싸게 해주려고…. 섹스하면 힘들어서 내일 제대로 못 놀지도 모르니까 내가 입으로 싸게 해줄게….” 

효린은 말을 마친 뒤 철하의 아직 커지지 않은 자지를 혀로 핥았다. 철하의 자지는 갑작스레 느껴지는 강렬한 자극에 미친 듯이 발기하기 시작했다. 

“금방 커지네….” 

효린은 웃으며 철하의 자지를 입안으로 물었다. 

“으….” 

철하는 자지에 느껴지는 강렬한 쾌감에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효린은 본격적으로 철하의 자지를 빨기 시작했다. 입 안 가득 머금고 쪽쪽 빨기도 하고 혀를 사용해 귀두 부분을 정성스레 핥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손은 계속해서 철하의 자지를 위아래로 훑고 있었다. 

“으…. 효린아…. 근데 왜 하필 화장실이야?” 

“읍…. 응 나 화장실에서 하는거 좋아해. 춥! 아쉽지만 섹스는 다음에 해야지.” 

이제 철하는 효린의 머리를 잡고 거부할 수 없는 쾌감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효린은 입안에 철하의 귀두부분을 넣고, 손으로는 철하의 자지를 빠른 속도로 훑었다. 

조용한 화장실에는 교복을 입은 효린이 변기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철하의 자지를 빠는 추룹거리는 음란한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그러던 도중 철하는 사정을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효, 효린아! 나 올 것 같아!” 

“읍…. 오빠 괜찮아 그대로 싸.” 

철하가 나올 것 같다고 하자 철하의 자지를 훑는 효린의 손길은 더욱더 빨라졌다. 

“으!” 

철하가 외마디 신음소리와 함께 사정을 하자 효린은 철하의 자지를 입 안 가득 머금고 철하의 정액을 꿀꺽꿀꺽 삼켰다. 철하의 정액을 한참동안 받아 마신 뒤에도 뿌리 끝부분에 남아있는 정액을 쪽쪽 빨아 먹은 효린은 이윽고 몸을 일으켰다. 

“헤엑…. 팔 아프다. 히히.” 

효린은 오른팔이 아픈지 왼팔로 오른팔을 주물렀다. 철하는 사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효린의 혀와 침으로 인해 깨끗해진 자신의 자지를 보곤 놀랐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바지를 올렸다. 바지를 올리는 철하에게 효린이 웃으며 물었다. 

“오빠 좋았지?” 

철하는 생글거리며 웃는 효린을 꼬옥 안아주며 말했다. 

“정말…. 너무 좋았다.” 

“히히. 내일 한눈팔지 말고 재밌게 놀아.” 

효린은 철하 품에 안긴 채 싱글벙글 웃었다. 철하는 그런 효린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아! 이게 뭐냐….’ 

당연하게도 중간고사를 망치고 연합엠티에서라도 즐겁게 놀자는 생각을 했던 철하는 엠티 장소로 가는 버스에서부터 즐겁지가 못했다. 오티를 갈 때는 진원이와 지희가 사귀는 상태가 아니라 진원이와 함께 앉아서 지희, 이슬이와 얘기를 하며 갔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원이와 지희는 커플이기 때문에 당연히 같이 앉고, 문제는 철하와 이슬이었다. 버스에 올라탈 때 먼저 들어간 철하는 아무자리에나 가서 털썩 앉았다. 조금 있다 들어온 진원이와 지희는 또 아무 자리에나 골라 두 명이 같이 앉고, 맨 마지막에 들어온 이슬이는 철하를 한번 슬쩍 보더니 다른 자리에 혼자 앉는 것이 아닌가. 

철하는 순간 당황했으나 이슬이에게 이리로 오라고 말 걸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결국 철하 옆에는 같은 과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남자 선배가 앉았고, 이슬이의 옆에도 처음 보는 남자 선배가 앉게 되었다. 

옆 좌석 두 칸 앞에 있는 진원이와 지희는 재미있게 얘기하며 갔지만 철하는 처음보는 선배인지라 처음에 인사만 했을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선배도 붙임성이 적은지 철하에게 특별히 말을 걸지 않았다. 대각선으로 뒤쪽에 앉은 이슬이를 슬쩍 보니 처음 보는 남자선배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얘기를 하며 가고 있었다. 그러나 철하는 이슬이의 복장이 걱정이 되었다. 1박 2일 일정이라 옷도 싸가지고 오지 않았을 텐데 짧은 청치마를 입고 왔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칫…. 내 옆에 앉지도 않더니. 알아서 하겠지.’ 

철하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눈을 감으며 잠을 청했다. 

연합엠티 장소는 꽤 큰 이층집이었다. 일층은 커다란 방 하나로 이루어져있어서 다 같이 모여서 놀 수 있었고 2층은 조그만 방이 여러 개가 있어서 잠을 잘 수 있는 구조였다. 

도착해서 과에서 제공해주는 도시락을 먹은 뒤 본격적인 연합엠티가 시작되었다. 많은 인원을 조별로 짜서 행동하고 같이 게임하고 노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철하, 진원, 지희, 이슬은 모두 다른 조로 흩어졌다. 철하는 오티 때는 새내기인지라 열심히 참여했지만 왠지 지금은 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과내에서 보면 막내와 같은 존재인지라 선배들보다도 열심히 참여하려 노력했다. 

여러 가지 놀이를 한 뒤 저녁시간이 다가왔다. 조별로 준비해온 재료들로 저녁을 만들고 일층에서 다 같이 모여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술자리 시간. 어떤 사람들은 1박 2일의 일정인지라 모두들 잠을 안자고 밤새도록 술을 먹자는 등의 호언을 하였다. 

술자리가 시작되자 졸업한 고학번 선배들도 하나둘씩 찾아오게 되었다. 처음에 같은 조 끼리 마시던 술자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술자리로 변하고 있었다. 철하도 이런 분위기가 되기 시작하자 진원이와 지희, 이슬이를 찾았다. 둘러보니 진원이와 지희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어느 팀에 섞여서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슬이의 모습은 잘 보이질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구석에서 처음 보는 남자 선배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철하로서는 모두 처음보는 고학번 선배들이었다. 

이슬이는 술이 센 고 학번 남자선배들 틈에서 술을 꽤 많이 마셨는지 조금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뜩이나 짧은 청치마라 앉기도 불편 할 텐데 술까지 취하니 하얗고 매끈한 허벅지가 굉장히 많이 드러난 상태였다. 이슬이의 모습이 이러하니 남자 선배들이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연갈색 긴팔 티셔츠를 입어 둥그스름한 윤곽이 드러난 가슴 라인과 섹시한 느낌이 드는 가느다란 허리라인을 정신없이 훑어보고 있었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 철하는 자기도 저 술자리에 합류하기로 했다.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02학번 김철하라고 합니다.” 

철하는 자신의 술잔을 내려놓으며 이슬이의 옆에 앉았다. 갑작스런 철하의 등장이 탐탁 할리 없는 남자 선배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남자선배들을 이슬이가 도와주었다. 이슬이는 꽤 취했는지 혀가 약간 꼬인 목소리였다. 

“아! 너 뭐야?” 

웬만큼 마셔도 혀는 잘 꼬이지 않는 이슬이었는데 남자선배들이 마구 먹인 것이 분명했다. 철하는 이슬이가 갑자기 자기에게 이러자 당황도 했지만 남자선배들이 많이 먹인 것을 알고 나자 화도 나기 시작했다. 

“이슬아. 나야 철하. 왜 그래?” 

철하는 애써 웃으며 말했지만 이슬이는 듣지 않았다. 

“아! 진짜 너 보기 싫거든. 좀 다른데로 가줄래?” 

“야…. 왜 그래? 나야 철하….” 

철하는 이슬이가 점점 자신을 몰아붙이자 당황하며 말했지만 이슬이는 듣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철하에게 짜증을 내며 가라고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남자선배중 하나가 철하에게 말했다. 

“야. 쟤가 싫다잖아. 다른 데로 가봐.” 

남자선배의 고압적인 말에 철하는 이슬이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이슬이는 또 소주잔을 들어 마시고 있었다. 

철하는 할 수 없이 술잔을 들고 일어서야 했다. 하지만 다른 자리로 가면서도 걱정이 되는 철하인지라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이슬이를 살펴보기로 했다. 

철하가 가자 이슬이와 남자선배들은 다시 좋아라 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느 정도 마셨을까 이슬이는 점점 더 취하는지 모으고 앉아있던 다리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다리가 벌어지면서 허벅지에 달라붙는 치마도 자연스럽게 올라가 이슬이의 하얀 팬티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남자 선배의 행동이 가관이었다. 이슬이에게 여자는 다리를 모으고 앉아야 한다며 허벅지를 손으로 문지르며 모아주고 있었다. 

이슬이는 술김에도 손을 뻗어 거부를 했지만 워낙 많이 취한지라 제대로 남자선배의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때 남자선배들이 서로 무언가 얘기를 하더니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야. 2층에 가서 한잔 더 하자.” 

“그래. 오늘 밤새도록 마시자!” 

한 선배는 이슬이에게 말을 걸며 이슬이의 가슴 부근을 만지며 일으키고 있었다. 

“이슬아. 너도 가자.” 

그러나 이슬이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남자 선배 둘이서 억지로 질질 끌고 나가다시피 했다. 하지만 워낙 넓고 시끄러운 방안이라 철하이외엔 아무도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이 이슬이를 데리고 방을 나간 뒤 철하도 잠시 뒤에 그들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그들이 정말 술을 마시면 상관없지만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슬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자신이 지켜줘야만 했다. 

2층으로 올라가자 사람들이 없는지라 작은 방들은 거의 방문이 열려 있었다. 철하는 닫혀있는 몇 개의 방을 지나던 도중에 한 방에서 사람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방문에 귀를 바짝 대고 들어보자 대화내용이 어느 정도 들릴 수 있었다. 

“야. 진짜 할거야?” 

“뭐 어때. 척 보면 모르냐? 얘 완전 걸레 같은데. 학교에서도 유명하잖아. 노출증 환자로. 완전 자기 따먹어달라는 것으로 밖에 안보이잖아. 오늘도 봐라 누가 이런 엠티 오는데 저런 치마를 입고 오냐. 자기 좀 제발 먹어 달라 말하는 거지. 그리고 완전 정신 잃어서 뒤처리만 깔끔히 하면 아무도 몰라.” 

“그래. 쟤 봐. 몸매 죽이지 않냐. 어휴 다리 미끈한거봐. 아까 가슴 살짝 만졌는데 탱글탱글한게 존나 예쁠 것 같다.” 

“야. 그래 우선 옷부터 벗겨.” 

밖에서 대화내용을 듣던 철하는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너무 화가 나기 시작한 철하는 마음을 굳게 먹고 방문을 두들겼다. 

철하가 방문을 두들기자 안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 누구세요?” 

“예. 저 아까 02학번 김철하인데요. 잠깐 들어가도 되죠?” 

“왜, 왜 들어와?” 

“아 제 여자친구 이슬이 찾으려고요. 잠깐 들어갈게요.” 

그리고 철하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방문에 들어서자 방 가운데 술에 취해 누워있는 이슬이의 주위로 4명의 선배가 당황한 자세로 앉아 철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이슬이의 옷에는 손을 안댄 듯 단정한 옷차림으로 누워 있었다. 

“아. 여기 있었네. 얘 술에 많이 취해서 재우려고요.” 

철하는 마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듯 뻔뻔하게 말하며 이슬이를 들쳐 안았다. 선배들은 당황하여 아무 소리도 못하였다. 이슬이는 술에 취해 축 늘어진지라 생각보다 무거웠다. 

이슬이를 안은 철하는 인사를 하고는 방에서 나가려 했다. 그때 한 선배가 철하에게 물었다. 

“야. 너 걔 남자친구냐? 근데 아깐 왜 그랬어?” 

“아. 어제 싸웠는데 아직 안 풀려서 그래요. 신경쓰지 마세요.” 

“그래. 그럼 잘 재워라.” 

“예.” 

철하는 태연하게 말을 마친 뒤 방문을 나섰다. 그리고 빈방 아무데나 들어가서 이슬이를 눕히고 얇은 이불을 덮어 주었다. 어차피 밤새도록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 방도 섞이고 비는 방도 많으니 아무 방이나 들어가도 상관은 없었다. 

이슬이를 눕히고 방에서 나가려던 철하는 이 방에 누군가가 또 들어와 자는 이슬이를 건드리면 큰일인지라 그냥 같이 있기로 했다. 

조그만 창문을 통해 푸르스름한 달빛만이 들어오는 어두운 방 벽에 기대 앉아 세상모르고 누워 자고 있는 이슬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철하의 가슴이 아련하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신입생환영회 때부터 처음만나 친해지기 시작한 이슬이…. 누구보다도 밝고 활발하며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철하에게 대뜸 마음에 든다고 말을 하고는 가장 친한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고, 갑작스럽게 기습 키스를 하며 사람마음을 흔들어 놓은 이슬이…. 게다가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가지고 혼자 힘들게 노력하고, 때로는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사람들에게 심한 오해를 받기도 하는…. 

하지만 지금 이슬이는 누구보다도 착하고 순수하다. 남들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적어도 철하에게 만큼은 착하고 순수한 여자아이였다. 

“이슬아….” 

술에 취해 정신없이 자고 있는 이슬이를 보며 철하는 조금씩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철하 자신 때문에 괴로워하고 힘든 일을 겪은 이슬이. 돌이켜보면 그때 노래방 일도 그렇고 오늘 연합엠티도 자기가 이슬이와의 사이가 틀어지지 않았으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이었다. 

돌아가고 싶었다. 1학기 때처럼, 아니 최소한 여름방학 때처럼 이슬이와 재밌게 놀고 싶었다. 누구보다도 친했던 이슬이었는데…. 오히려 진원이보다도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고, 함께 웃고, 함께 놀고, 함께 힘들어하는 사이였는데…. 

“우리 어쩌다 이렇게 되버린 걸까…. 응?” 

고개를 들어 창 밖 달빛을 바라보는 철하의 볼에는 굵은 눈물방울이 쉼 없이 흘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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