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대학생활 - 5부
토토군의 어른들의 야설 야썰 단편 성경험 이야기
그의 대학생활 - 5부
#8. 월드컵
결국 중간고사가 치러졌다. 철하는 시험시간에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경제학개론을 떠올리면 바로 소현과 나눴던 섹스가 생각나 미칠 지경이었다.
“으….”
한참을 끙끙대던 철하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진원이와 지희를 바라보았다. 꽤 잘 써내려가고 있었다. 이번엔 오른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려 이슬이를 바라보았다. 철하는 이슬이의 행동에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검은색의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 온 이슬이…. 이슬이 역시 아는 게 없는지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갑자기 슬그머니 교수의 눈치를 보더니, 손이 짧은 치마속으로 향하는게 아닌가. 그리고는 한참을 부비적 대더니 노란 고무줄에 연결된 종이를 꺼내들었다.
철하는 이슬이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서 입을 벌렸다.
‘…저런 쌍팔년도 수법을 사용하다니. 그래도 캡 멋지네.’
철하는 아예 답안지 쓸 생각도 안하고 이슬이의 미끈한 다리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베끼던 이슬이는 철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씨익 웃으며 브이자를 해주었다.
그들의 중간고사는 그렇게 끝났다. 진원이와 지희는 그런대로 괜찮게 봤다고 안심했고, 이슬이도 생각보다는 잘 봤다며, 도리어 낙심해있는 철하의 어깨를 웃으며 두드려주었다.
*
2002년의 시간은 흘러 어느덧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6월이 찾아왔다. 그리고 월드컵의 기간도 함께 찾아왔다.
한국과 일본에서 공동 개최되는 2002년 월드컵…. 대한민국은 폴란드전을 시작으로 거리응원의 문화에 휩싸이게 되었다. 폴란드전과 미국전을 TV도 없는 자취방에서 인터넷방송으로 지켜본 철하는, 문득 친구들과 거리응원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애들이랑 같이 거리응원하면 정말 재미있을 텐데…. 이번엔 16강 올라갈 수 있는 확률도 많잖아?’
철하는 핸드폰을 들어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진원, 이슬…. 둘다 모두 좋다고 찬성했다. 특히 이슬이는 신이 나는지 전화기 너머로 소리를 질러댔다. 지희는 진원이가 연락한다고 했다.
‘그래. 그럼 붉은악마 티를 사러갈까?’
친구들과 거리응원을 할 생각으로 벌써부터 신나지는 철하였다.
*
철하, 진원, 지희는 광화문의 지하철 플랫폼에 서서 죽을 맛이었다. 수천 명의 사람이 움직이고 있는데, 이슬이가 오지 않으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밀려 벽에 간신히 붙어있는 세 사람은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철하는 진원이와 지희를 바라보았다. 진원이는 지희의 어깨에 가볍게 팔을 두르고 보호해주고 있었다. 부러웠다. 자신의 팔이 저기 없는 게 한스러울 지경이었다.
지희는 오늘 긴 검은 생머리에 붉은색의 두건을 하고, 반팔의 붉은악마 티를 입고 왔다. 피부가 굉장히 하얀 지희는 붉은색의 티셔츠가 굉장히 잘 어울렸다. 게다가 소매 아래로 드러난 팔은 하얗고 가느다란 게, 굉장히 부드러울 것 같았다.
철하는 지희의 희고 가느다란 팔을 넋 놓고 바라보던 도중,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쪽에서 이슬이가 팔을 흔들고 있었다. 철하도 손을 들어 응답해주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나타난 이슬이의 복장을 본 철하는 깜짝 놀라 화를 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진원이와 지희도 탄성을 터트렸다. 긴 갈색의 머리는 자연스럽게 허리까지 내려와 있었고, 반팔의 붉은악마 티셔츠는 배 부분을 올려 묶어 배꼽티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작은 사이즈의 옷을 골라 입었는지, 이슬이의 꽤 큰 가슴이 둥그렇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티셔츠 아래로 보이는 이슬이의 배는 철하가 오티 때, 본 것과 변함이 없었다.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 덕분에 아담한 느낌을 주는 배, 세로로 이쁘게 갈라진 배꼽, 군살 하나 없이 약간 발달된 복근…. 게다가 지희 만큼이나 하얀 피부 때문에 저절로 만지고 싶은 느낌을 주게 했다. 그러나 철하는 이슬이가 가까이 다가오자 더 깜짝 놀랐다.
아래에는 완전 꽉 끼는 청 핫팬츠를 입었기 때문이다. 소현이가 입었던 핫팬츠보다는 약간 길었지만, 사이즈는 더 작아서 이슬이의 엉덩이와 허벅지에 꽉 끼어 있었다. 핫팬츠와 엉덩이가 하나가 돼있는 것 같았다. 핫팬츠 아래로 드러난 길고 하얀 다리는 누가 봐도 성적인 충동을 느낄 정도 였다.
지희가 이슬이의 모습을 보고는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와! 이슬이 너 진짜 멋지다!”
지희의 칭찬을 들은 이슬이는 씨익 웃으며 섹시한 포즈를 취했다.
“뭐…. 이정도 쯤이야. 헤헤.”
철하는 정신이 없었다. 이슬이가 평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은 알았지만, 이정도로 화끈한 노출은 처음 봤다. 그런 철하를 보며 이슬이는 씨익 미소 지으며 팔짱을 꼈다.
“뭘 넋 놓고 있어 짜샤! 얼른 올라가자.”
철하의 팔에는 이슬이의 말캉한 가슴의 느낌이 어느 때 보다 선명하게 전달되어왔다.
*
아침인데도 불구하구 광화문의 거리는 이미 사람의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어딜 둘러봐도 앉아 있을 만한 곳이 없었다. 철하는 자신의 옆에 붙어 있는 이슬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가 늦어서 자리가 없잖아!”
“미안해! 돌아다니다 보면 자리가 있을거야.”
이슬이는 미안했는지 순순히 사과하고는 철하 패거리를 끌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결국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대형TV가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진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슬이는 냉큼 달려가며 신문지를 폈다.
“여기 앉자. 여기!”
*
늦은 저녁시간에 시작하는 축구를 보기 위해 뜨거운 한낮부터 앉아있는 일은 정말 곤욕이었다. 그래도 넷은 이렇게 함께 모여 있는 시간이 오래간만이라며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었다. 철하는 이슬이에게 자꾸 시선이 갔다. 붉은악마 티가 가슴이 파이지 않은 것이 자신에게는 천만 다행이었다. 가슴마저 깊게 파여 있었으면, 응원하기도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슬이의 앉은 자세가 자꾸 신경 쓰였다. 이슬이는 바닥에 앉을 때면, 치마를 입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양반다리에서 한쪽 무릎을 올린 자세, 또는 두 무릎을 모두 올린 자세로 앉는다. 지금 역시 한쪽 무릎을 올린 채로 앉아 있었다. 버릇인지 몰라도 그렇게 되면 항상 가랑이 사이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곤 했다.
철하 패거리는 노상에서 파는 시원한 얼음물과, 서로간의 재미있는 이야기…. 그리고 뜨거운 6월의 햇볕을 가려주는 손바닥과 신문지 하나로 축구 시작 시간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는 그들의 기대와 노력을 저버리지 않았다. 포르투갈에 1:0 승리…. 대한민국이 드디어 16강에 진출한 것이었다.
“꺄아악!”
16강 진출이 확정 되는 순간, 광화문에는 화려한 폭죽쇼가 펼쳐졌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끌어안았다. 지희도 벌떡 일어나 진원이를 끌어안았고, 이슬이도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 철하의 목에 두 팔을 감으며 안겨왔다. 철하도 이슬이를 끌어안고 신나서 펄쩍펄쩍 뛰었다.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가슴에 전해져 오는 이슬이의 말캉한 가슴의 감촉조차 잊혀져 있었다.
*
경기가 끝난 후, 광화문에는 사람들이 서로서로 어울려 놀았다. 축제다운 축제가 없는 대한민국에서 지금이야말로 역사상 최고의 축제였다. 철하와 이슬이도 사람들과 어울려 마음껏 뛰어 놀았다. 진원이와 지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서로 붙잡고 놀고 있었다.
한참을 뛰어 놀던 중, 철하는 문득 낯선 느낌을 받았다. 왠지 자신들의 주위로 남자들이 꽤 많이 모인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순간, 철하는 위험한 생각이 들었다. 이슬이…. 이슬이의 복장이면 충분히 남자들이 이성을 잃고 달려들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이슬이의 주위로 남자들이 하나, 둘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이슬이는 그것도 모르고 사람들과 어울려 신나게 응원가를 부르며 뛰고 있었다.
철하는 이슬이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러나 세 명의 남자가 자신을 교묘하게 밀기 시작했다.
‘젠장….’
철하는 이를 악물며 벗어나려 했지만, 힘도 별로 강하지 않은 그가 사내 세명의 힘을 당할 수가 없었다.
이슬이의 뒤로 한 사내가 바짝 붙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열심히 몸을 흔들던 사내는 서서히 이슬이의 육감적인 핫팬츠에 불룩 솟은 바지 앞섶을 바짝 붙이기 시작했다.
열심히 몸을 흔들던 이슬이는, 자신의 엉덩이에 무언가가 닿자 순간 움찔했으나 다시 열심히 놀기 시작했다. 이제 사내의 불룩 솟은 바지 앞섶은 이슬이의 핫팬츠에 끼어 보이지도 않는 지경이었다. 게다가 이슬이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긴 갈색의 머리를 휘날리며 자신의 탄력적인 엉덩이를 더욱 흔들어 대고 있었다.
이슬이의 앞에서 춤을 추던 또 다른 사내는 이런 이슬이의 적극적인 모습에 힘을 얻었는지, 이슬이의 잘록한 허리를 손으로 잡고, 역시 자신의 골반 쪽으로 끌어 당겼다.
이슬이는 두 사내에게 엉덩이의 앞쪽과 뒤쪽을 내준 채, 더욱더 과감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예 두 팔을 들어 올리고 섹시하게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철하는 점점 답답해졌다. 안되겠다 싶어 이슬이의 이름을 외치며 다가가기로 했다.
“이슬아! 진이슬!”
철하는 손을 들어 이슬이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위가 워낙 시끄러워 들릴 리가 없었다. 게다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자 세 명의 사내는 철하를 멀리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철하의 주변이 순간적으로 조용해졌다.
“야이! 미친새끼들아!”
이슬이의 목소리였다. 철하는 자신을 가로 막고 있던 사내들이 돌아보고 있는 틈을 타 재빨리 이슬이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이슬이는 씩씩 거리며 화를 삭이고 있었고, 그녀의 앞에는 그녀에게 들러 붙었던 두 남자가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뒹굴고 있었다.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며, 점점 모여 들었다.
철하는 재빨리 진원이와 지희를 부른 뒤, 이슬이의 손을 잡고 자리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헤치며, 힘들게 빠져나와 한참을 걷자 커다란 빌딩 옆, 구석진 곳에 작은 벤치가 몇 개 나타났다. 차량통행이 허용된 차도 쪽이라 광화문 중앙보다는 한적한 편이었다. 철하와 이슬이는 숨을 몰아쉬며 털썩 벤치에 앉았다. 진원이가 지희를 데리고 둘의 앞에 서며 입을 열었다.
“뭐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이슬이는 아직도 화가 안 풀리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아니, 웬 미친놈 두 명이 들러 붙길래 좀 놀아줬더니. 갑자기…. 가, 가슴을 만지잖아!”
이슬이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고개를 돌렸다. 진원이는 깜짝 놀라며 욕을 해댔고, 지희는 놀랐겠다며 이슬이를 다독여주었다. 철하도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슬이가 그런 상황을 오히려 즐기는 여자라고 오해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두 사내에게 통쾌하게 복수한 이야기를 듣던 진원이는 목이 마르다며 옆의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진원이는 지희를 데리고 한 바퀴 돌다 온다며 자리를 떴다.
갑자기 둘이 남겨진 철하와 이슬이는 말없이 음료수를 홀짝 거렸다. 한참을 말이 없던 이슬이는 둘이 너무 안온다고 투덜대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더니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철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철하야. 철하야. 저것 봐.”
이슬이는 몸을 돌려 벤치의 등받이에 한쪽 팔을 걸친 뒤, 어느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철하는 이슬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진원이와 지희가 어두컴컴한 건물 뒤에 서서 키스를 하고 있었다. 건물의 정원수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았지만, 꽤 진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슬이는 그런 둘을 보며 아예 턱을 괴고 감상하고 있었다.
“하하. 잘한다. 잘해.”
철하는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둘이 섹스를 나누는 것을 목격한 것보다도, 왠지 더 화나는 장면이었다.
이슬이는 철하가 구경을 하지 않자 재미없는지 자세를 똑바로 했다.
“야. 넌 왜 구경 안하냐?”
“그런거 구경해서 뭐 하냐….”
빈 음료수 캔을 찌그러뜨리며 힘없이 말하는 철하를 이슬이는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슬이는 철하가 지희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신입생 환영회 때 처음 봤을 때부터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철하는 몰랐지만 이슬이는 항상 넷이 모이면 철하만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철하의 눈은 항상 지희를 향해 있었다. 지희가 진원이와 사귀는 것을 알게 된 뒤에도, 철하의 눈은 항상 지희를 향해 있었다.
철하는 잘 생기지도 않았고, 스타일이 좋지도 않았다. 유머감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슬이는 그런 철하가 좋았다. 여태까지 자신이 만났던 많은 남자들은 잘 놀고 밝히기나 하는, 소위 날라리들이었다. 그런 남자들과 다른 착하고 순수한 철하의 마음이 좋았다.
철하가 자신을 바라보지 않아도 이슬이는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급하게 다가가 철하 같은 좋은 친구를 잃는 것이 더욱 두려웠다. 그저 천천히 시간을 두고 철하의 마음이 열리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철하의 얼굴을 한참동안 말없이 바라보던 이슬이가 입을 열었다.
“철하야…. 나 좀 봐줄래?”
“응…?”
이슬이의 말에 고개를 돌린 철하에게, 그녀의 입술이 덮쳐왔다.
“읍!”
철하는 깜짝 놀랐다. 갑작스레 이슬이가 입맞춤을 해온 것이었다. 이슬이의 양팔이 철하의 목에 자연스레 감겼다.
철하가 그녀의 입술이 무척 촉촉하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는 순간, 그녀의 부드러운 혀가 그의 입술을 뚫고 들어왔다. 철하는 놀라 흠칫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철하는 자신의 입안으로 들어온 그녀의 붉은 혀를 맞이했다. 철하와 이슬이의 붉은 혀가 서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이슬이의 혀가 조금씩 빨라지고,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이슬이의 숨소리가 거칠어져갔다. 철하는 이슬이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조금씩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감히 손을 뻗어 이슬이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하앗!”
이슬이는 순간적으로 움찔했으나, 철하의 손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철하는 이슬이의 가슴이 소현선배보다 약간 작은 크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손에 쏙 들어오는 딱 적당한 크기였다. 정말 벗겨놓고 보면 명품 가슴일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철하는 드디어 상상 속에서만 꿈꾸던 이슬이의 가슴을 만진다는 생각을 하며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주무르던 철하의 손이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꽉꽉 주무르고, 눌러서 돌리고, 이리저리 비비기 시작했다.
이슬이의 탱글한 가슴은 철하의 손에 의해 마구 주물러지고 있었다.
“하앙! 아….”
철하가 이슬이의 가슴을 거칠게 주무르기 시작하자, 이슬이는 자신의 가슴을 철하를 향해 적극적으로 밀착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가녀린 허리는 철하 쪽으로 한껏 휘어져서 섹시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점점 서로의 숨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철하는 이슬이의 가녀린 신음소리를 듣자 주체할 수 없는 흥분으로 아예 배꼽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맨살을 만지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이슬이가 철하에게서 입을 뗐다. 자연스레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려던 철하는, 자신의 자세가 상당히 무안해졌음을 느꼈다. 재빨리 원래의 자세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슬이가 갑자기 왜 키스를 했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철하에게 이슬이가 자연스레 어깨동무를 해왔다. 그리고는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너…. 죽을래? 누가 가슴 만지라고 그랬니?”
그와 동시에 이슬이는 손바닥으로 철하의 등을 세게 내리쳤다. 짝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철하가 비명을 질렀다.
“악!”
철하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일어나, 황당한 눈으로 이슬이를 바라보았다. 자기가 먼저 키스해놓고 왜 나를 때리냐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이슬이는 고양이 같은 눈을 찡긋거리며 혀를 낼름 내밀었다. 밤거리에 크게 울려퍼진 철하의 비명소리를 들었는지, 진원이와 지희가 다가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이슬이가 둘을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우리? 우린 뭐…. 언제나처럼 장난 치고 있었지.”
*
각자 택시를 타고 집으로 흩어졌다. 자신의 자취방에 도착한 철하는 샤워를 하고 난 뒤 자리에 누우며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슬이의 둥그런 가슴의 감촉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소현선배처럼 너무 크지도 않고, 지희처럼 너무 작지도 않은…. 한손에 알맞게 들어오는, 정말 벗겨놓으면 눈이 부실 것만 같은 가슴의 감촉이 말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슬이가 키스를 해왔지….’
자신을 너무 좋아해서였을까? 철하도 이슬이와의 키스가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슬이와의 키스로 인해 그녀의 마음에 한발자국 더 다가간 것 같았다.
자신은 얼마 전에 소현선배와 첫키스를 했다. 이슬이 역시 첫키스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철하의 마음은 첫키스를 한 것처럼 두근거렸다.
철하와 이슬이, 둘만의 첫키스를 말이다.
그렇게 잠이든 그날, 철하는 처음으로 이슬이의 꿈을 꿀 수 있었다.
#9. 그녀의 아픔 II
키스를 나눈 후부터, 이슬이와 철하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보다 더 친밀해졌다는 뜻이지, 이성으로서는 크게 가까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슬이는 서두르지 않았다. 키스를 하던 날, 철하는 자신에게 적극적인 신체접촉을 해왔다. 물론 이것은 흥분한 이유도 크겠지만, 자신에게서 어느 정도의 매력을 느낀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이슬이는 여전히 철하의 오른팔에 팔짱을 낀 채 웃을 뿐이었다.
*
‘내일부터 여름 방학이구나….’
철하는 점점 더워지는 6월의 날씨 속에, 대학교의 첫 방학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내일이 기말고사 마지막 날임과 동시에 여름방학 이었다. 철하는 이번 기말고사 역시 어영부영 넘어가버렸다. 선배들은 철하에게 1학년은 놀라고 있는 학년이라고 충고했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철하는 아예 포기를 해버렸다.
철하는 시험이 일찍 끝난 기념으로,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밤에는 막히고, 답답해서 싫어했지만 낮에는 햇살이 따뜻하게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서울 시내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버스에 올라탄 철하는 자신이 원하던 대로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 자리에 앉아 거리 구경을 하며 생각에 잠겼다.
‘대학 첫 방학이니까, 아르바이트를 해보면 좋을 텐데…. 민아가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못 하려나?’
철하는 난생 처음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 자기 손으로 돈도 벌고 싶었고, 민아가 하는 것을 보면 쉬우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자신의 손으로 돈을 벌게 된다는 공상에 빠져 있을 때, 버스가 한 정류장에 정차했다. 철하가 내리는 정류장에서, 세 정류장 전이었다.
앞 쪽 문이 열리면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야이. 씨발년아 밀지마!”
“아 쌍년 내가 언제 밀었다고!”
“싸우지마 미친 것들아! 빨리 들어가!”
철하는 몇 초간 정신이 없었다. 누가 싸우는 줄 알고 놀라서 쳐다봤으나, 여고생 세 명이 타는 것뿐이었다. 여고생 세 명은 버스에 올라탄 뒤, 맨 뒤쪽 자리에 앉으러 가면서까지 쉬지 않고 욕을 했다. 아니, 자세히 들어보면 그냥 자기들끼리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철하는 지금 이 순간 매우 놀라서 어질어질 할 정도였다. 여고생들이 이렇게 걸쭉한 욕들을 끊임없이 뱉어내다니….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던 여고생의 환상적인 이미지가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하얀색의 하복을 구김 하나 없이 말끔하게 다려 입고, 치마는 무릎이 보일랑 말랑 단정하게, 손에는 항상 조그만 영어 단어장을 들고 다니며, 가끔씩 옆으로 흘러나오는 앞머리를 조용하게 귀로 넘기는 모습…. 자신이 상상하던 여고생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철하가 지금 지켜본 여고생은 그런 아이들이 아니었다. 머리에는 덕지덕지 무엇을 발랐는지, 말린 파래처럼 아무렇게나 부풀어 있었고, 단정하게 입어야 할 하얀색의 교복 상의는 단추를 다 풀어 헤치고, 안에는 형형색색의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게다가 치마는 뭐가 그리 짧고 타이트 한지 제대로 걸을 수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자신의 옆을 지나갔을 때 진하게 풍겨온 담배냄새였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이상하게 생각하는 철하와 달리 버스 안의 다른 승객들은 그 누구도 여고생들을 신경 쓰지 않고 조용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울의 여고생들은 원래 이런 건가…?’
철하는 다시 한번 여고생들을 살펴 볼 생각으로 살짝 고개를 돌려 보았다. 순간 철하는 기절초풍 하는 줄 알았다. 세 명의 여고생은 맨 뒤쪽의 가운데 자리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운데 여자아이가 들고 있는 핸드폰을 좌우 두명과 함께보며 키득대고 있었다. 그러나 앉아있는 자세가 가관이었다. 가운데 여자 아이는 다리를 꼬고 앉았는데, 완전히 꼰게 아니라 발목을 허벅지위에 편하게 올려놓고 있었다. 게다가 오른쪽의 여자아이는 신경도 쓰지 않는지,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었다. 당연히 둘의 허벅지와 팬티를 편안히 감상할 수 있었다. 그나마 왼쪽의 여자아이는 나름대로 신경을 썼는지,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있었다. 게다가 머리도 지저분하지 않게 긴 머리를 깔끔하게 넘겨 묶었으며, 얼굴에는 진한 화장을 했지만 앳된 티가 나는게, 굉장히 예뻤다. 옆으로 약간 찢어진 여우같은 눈이 이슬이를 닮았다고 생각하는 철하였다.
그때 철하가 바라보고 있던 여학생이 핸드폰에서 눈을 돌려 철하를 바라보았다. 철하는 깜짝 놀라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뒤에서 키득 대며 수근대는 소리가 들렸다. 간간히 씨발, 미친 새끼, 변태 같은 새끼와 같은 원색적인 단어들이 들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철하는 왠지 무섭기도 하고, 쪽팔리기도 하여 조용히 앞을 보고 있기로 했다.
몇 분후, 철하는 자신이 내릴 정류장에 도착했음을 알고 벨을 누르려 했다. 그러나 벨이 이미 울리며 문 쪽으로 누군가 섰다. 자신이 바라보던 여고생…. 가까이서 보니 여고생임에도 불구하고 키가 크고 늘씬했다. 철하는 슬그머니 그녀의 뒤에 섰다. 그러자 여고생이 슬쩍 자신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그게 무슨 신호라도 된 듯, 뒤쪽에 앉아있는 두 명의 여고생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와! 저 미친새끼 봐.”
“진짜 변태아냐? 효린아! 조심해!”
효린이라 불린 여학생은 웃으며 그녀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고, 잠시 후 버스가 정차하자 후다닥 뛰어 내렸다. 철하는 자신이 여고생들로부터 변태로 단단히 오해받게 생겼다고 생각했다.
‘으…. 나도 여기서 따라 내리면 완전 진짜 변태 되는 건데…. 안 내릴 수도 없고…. 에라, 한번보지 두 번 보냐.’
순식간에 머리를 굴린 철하는, 문이 닫히기 전에 급하게 뛰어 내렸다. 이런 철하의 모습은 마치 급하게 여고생을 따라 내린 것 같아, 더욱 변태적인 모습이었다.
철하가 내린 버스가 출발하며 뒤쪽 창문에서 여고생 두 명이 달라붙어 들리지도 않는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야 변태새꺄! 너 효린이 건들면 죽어! 걔 남자친구 존나 무서워!”
아예 무시하기로 한 철하는 자신의 자취방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
‘우씨…. 뭐야….’
5분정도 걸었을까…. 철하는 자신이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효린이라 불린 여고생이 계속해서 자신의 앞에서 걷고 있는 중이었다. 우연히 집으로 가는 방향이 같은 것이었다.
철하는 곤란해 하면서도 여고생의 뒷모습을 살펴봤다. 키는 이슬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작은 것 같았다. 하지만 팔, 다리는 굉장히 가늘고 하얀게 지희의 팔과 다리를 보는 것 같았다. 엷은 바람에 흔들리는 교복 상의를 보니 아주 볼만했다. 안에 입은 하늘색의 티가 아니면 허리와 배가 완전히 드러날 것 같이 작은 사이즈였다. 게다가 치마는 무릎 위 허벅지를 시원하게 드러내고 있었고, 엉덩이의 둥그런 윤곽이 완전히 드러날 정도로 꽉 끼는 크기였다. 질질 끌고 있는 슬리퍼만 아니면 꽤 섹시한 뒷모습이었다.
‘음…. 뒷모습은 정말 모델 같구나. 얼굴도 엄청 이쁘던데…. 가슴도 클까….’
멍하니 넋을 잃고 생각하던 철하는 잽싸게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순간적으로 자신이 정말 여고생의 뒤를 쫓는 변태가 되어버린 것을 느낀 것이었다.
‘안되겠다. 내가 추월해야지….’
철하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자신이 그녀를 추월하기로 맘을 먹었다. 걷는 속도를 올려 여고생과의 거리가 좁혀지는 순간,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휙 뒤로 돌았다.
그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철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학생인가요? 그럼 40에 해드릴게요.”
철하는 걸음을 멈추며 자신에게 한 말인가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말을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여고생은 피식 웃으며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나…. 존나 어이가 없네…. 이봐요. 나는 존나 비싸니까, 다른데 가서 알아볼래요?”
말을 마친 여고생은 도도하게 뒤로 돌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철하는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그녀가 갑자기 자신에게 건넨 말이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잠시 후, 그녀가 건넨 말이 원조교제임을 알아차렸다.
철하는 어이가 없어서, 그 자리에 그냥 서 있기로 했다. 변태에 이어, 원조교제까지…. 차라리 이 자리에 서서 효린이라는 여고생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철하였다.
*
잠시 후, 여고생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자, 철하는 다시 자취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점점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다음에 눈에 띄기만 해봐…. 따끔하게 한마디 해줘야지.’
정작 여고생 앞에 서면 아무말도 못할 것을 알면서도 다짐하는 철하였다.
한참을 걷던 철하는 어느덧 편의점 앞에 도착했다. 그 곳에는 한 여학생이 고개를 숙인 채 땅바닥을 툭툭 차고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연갈색의 머리…. 민아였다.
철하는 그동안 민아와 꾸준히 전화통화도 하고, 편의점에 놀러가서 웃으며 함께 수다도 떨곤 했다. 그때 같이 술을 마신 후, 민아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나자 한층 더 친해진 둘이었다. 이 시간은 항상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사복차림으로 편의점 앞에 나와 있었다.
“민아야! 웬일이야? 오늘은 알바 안하니?”
철하의 말에 민아가 고개를 들어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빨리 왔네…. 막 연락하려고 했는데…. 나 오늘 너랑 놀러가려고 일 뺐어.”
“나랑?”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대답하는 민아.
“응. 우리 한강 놀러가자. 너 한강 한번도 안 가봤다니까, 구경시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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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하는 자취방에 가방을 놓고는 민아와 함께 지하철을 탔다. 철하는 태어나서 한강을 한번도 실제로 보지 못했다. 강북에서 자취생활을 하며, 강북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철하는 강남으로 내려갈 일이 생기질 않았다. 언젠가 민아와 얘기를 하던 중 한강을 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고맙게도 그녀가 기억해준 것 같았다.
처음으로 한강을 보러 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들뜨는 철하였다. 게다가 민아처럼 예쁜 여자와 함께 간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신이 났다. 흐뭇한 생각에 옆에 서 있는 민아를 바라보았다. 하얀 피부에 오똑한 콧날, 여전히 립글로스를 발라 투명하게 반짝이는 붉은 입술.
오늘 민아는 붉은색의 반팔 셔츠를 입고 있었다. 게다가 앞 단추를 두 개나 풀어 은근히 가슴의 윤곽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바지는 회색 스키니진을 입고 있었다. 민아의 다리에 한치의 틈도 없이 꽉 붙어, 그녀의 길고 늘씬한 다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철하의 모습도 어느새 민아에게 들키고 말았다. 민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철하에게 말했다.
“이 자식…. 또 그렇게 쳐다볼래?”
철하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옆에서 민아의 픽하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
“와….”
철하는 앞에 펼쳐진 거대한 강을 바라보며 조용히 감탄을 터트렸다. 살면서 이렇게 큰 강은 실제로 보질 못했다. 강둑에서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물결을 가까이 바라보니 마치 바다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철하를 보며 민아는 깔깔 웃었다.
“한강을 보며 그런 감탄을 터트리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걸?”
“그래도 멋지다…. 뭔가 답답한게 뻥하고 뚫리는 기분이야….”
철하는 계속해서 한강을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민아는 그런 철하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좋니?”
민아의 말에 철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피어올라 있었다. 그리고 철하의 대답이 궁금하다는 듯 검고 맑은 눈동자로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강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긴 연갈색의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철하는 그런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응…. 좋아.”
*
민아는 철하에게 맥주를 마시고 싶다며 근처의 매점으로가 맥주 네 캔과 마른안주를 샀다.
“크하!”
맥주를 길게 한 모금 들이킨 민아가 여자답지 않은 소리를 냈다. 철하가 깜짝 놀라 민아를 바라보았다.
“뭘 봐? 너도 한 모금 마셔봐. 저절로 그런 소리가 나올걸?”
민아의 말에 철하도 그녀를 따라 길게 한 모금 마셨다.
“크하!”
정말 자신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났다. 한 여름의 시원한 강바람이 부는 한강의 벤치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가운 맥주 맛은 정말 최고였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깔깔대며 웃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철하는 민아에게 여름방학 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말했고, 민아는 웃으며 자신이 점장님에게 소개시켜준다고 하였다. 한 캔을 비우고, 새로운 캔을 땄다.
웃고 떠들던 민아는 새로운 캔을 들고는 조용히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철하는 그녀에게 무언가 할 얘기가 있음을 알고는 조용히 기다렸다.
이윽고 민아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 그저께 남자친구랑 헤어졌어….”
철하는 순간적으로 놀랐으나 굳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딱히 그녀에게 뭐라 위로해야 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니까….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그녀의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나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어…. 이런 날이 오게 될 줄…. 하지만…. 정말 끝까지 얼굴한번 비추지 않고 전화상으로 헤어지니까…. 꽤 비참하더라…. 그래도 2년을 넘게 사귄 사이인데….”
철하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슬프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입가에 쓸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 슬퍼…?”
조심스런 철하의 질문에 민아는 과장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저께 이미 울거 다 울어서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그리고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도 들어…. 어차피 헤어질 거 일찍 헤어진거니까….”
철하가 보기에 민아는 이별의 슬픔을 완전히 이겨낸 것 같았다. 몇 달동안 얼굴을 못 본 것이 오히려 그녀에게로 하여금 슬픔을 쉽게 잊을 수 있게 해준 것 같았다.
‘그저께라….’
그저께면 철하가 한 밤중에 편의점에 들려 민아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날이다. 그녀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철하가 멍하니 있자 민아가 그의 등을 내리쳤다.
“윽!”
“왜 니가 기운 빠져 하고 있어! 술이나 먹자!”
연신 건배를 외쳐대며, 순식간에 다시 맥주 한캔을 비운 민아는 매점으로 달려가더니 소주 네병을 사왔다. 철하는 깜짝 놀랐지만, 이미 그녀를 말리기는 힘들 것 같았다.
둘은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주위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소주병을 비웠다.
*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은 초만원이었다. 재수 없게도 퇴근시간과 겹친 것이었다.
“아으…. 사람 무지하게 많네….”
술이 약간 들어갔는지 민아가 약간 큰 소리로 짜증을 냈다. 민아는 지하철 문 옆쪽 손잡이에 기대어 서 있었고, 철하는 그 앞에 민아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역 이었다. 다음역에서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밀고 들어온 것이었다. 철하는 순간 자신의 몸이 민아쪽으로 팍하고 밀리는 것을 느꼈다. 민아가 갑작스레 밀린 철하를 바라보며 놀랐으나, 다행스럽게도 철하의 손이 순간적으로 민아의 뒤쪽에 있는 손잡이를 잡아 둘이 부딪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야. 괜찮아…?”
민아가 철하를 걱정스러운 듯 바라봤다. 철하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한참을 움직이지 않던 지하철은 더욱더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이는지 철하의 몸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철하는 손잡이를 잡은 팔에 있는 힘껏 힘을 주며 버텼다.
이미 민아와의 거리는 주먹하나 들어갈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철하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민아를 바라보았다. 가까이서 본 그녀의 얼굴은 눈이 부시도록 예뻤다. 게다가 평소에 그렇게 동경하던 그녀의 입술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본 적은 처음이었다. 투명하게 반짝이는 붉은색의 입술…. 그리고 그 아래로 얼핏 보이는 그녀의 새하얀 가슴 골…. 철하는 깜짝 놀라 순간적으로 눈이 커졌다. 단추를 두 개나 풀어헤친 그녀의 붉은색 셔츠사이로 그녀의 가슴 언저리가 조금씩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 안돼!’
철하는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예상외로 뒤에서 밀어오는 압박이 심했다. 마치 많은 사람들이 합심해서 왜 너희 둘만 그렇게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느냐며 압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씩 밀리던 철하의 몸이 이윽고 그녀의 몸에 밀착됐다.
“아….”
민아가 놀랐는지 순간적으로 낮은 신음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그렇게 지하철은 문을 닫고 출발하기 시작했다. 둘은 서로 몸을 포갠 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덜컹…. 덜컹….
철하는 지하철의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느껴지는 그녀의 가슴이 꽤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덜컹거릴 때마다 그녀의 가슴의 흔들림이 느껴져 철하는 미칠 것만 같았다. 순간, 철하의 머릿속에 방금 전에 보았던 그녀의 새하얀 가슴 언저리가 떠올랐다.
‘아…. 진짜 안 되는데 하필이면 여기서!’
철하는 자신의 자지가 점차적으로 커져감을 느꼈다. 민아는 점점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압박해오는 것이 있음을 알고는 얼굴이 빨개졌다.
흥분할대로 흥분한 철하의 자지는 이제 완전히 커져 있었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부드러운 면바지를 입고 가서인지 철하의 자지는 앞쪽으로 확실히 솟아올라서 민아에게 전달되는 감각은 더욱 뚜렷해졌다.
둘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오로지 사람들이 조금 빠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는 다음역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조금 내리는가 싶더니 그보다 더 많은 양의 사람이 탑승했기 때문이다.
이제 둘의 몸은 완전히 달라붙어 있었다. 민아의 가슴은 철하의 몸에 짓눌려 찌그러져 있었고, 철하의 자지는 그녀의 사타구니에 완전히 밀착되어 있었다.
그러던 민아의 숨이 조금씩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지하철이 덜컹거릴때마다 그녀의 사타구니에 달라붙은 철하의 자지가 압박을 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랑이가 꽉 끼는 스키니진을 입었더니, 철하의 자지가 누를 때마다 그녀에게 전해져 오는 느낌은 마치 자신의 보지를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살짝살짝 건드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아…. 하아….”
술기운에 약간 발그레했던 얼굴이 점점 더 붉게 달아올랐다. 철하도 그런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고 있었다.
철하의 어깨에 민아가 머리를 기대왔다. 그녀의 가녀린 어깨가 조금씩 위아래로 들썩이고 있었다. 철하도 철하대로 잔뜩 흥분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그녀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머리를 기대오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어버렸다.
철하는 자신의 자지를 그녀에게 더욱 밀착시켰다.
“아읏!”
민아는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철하는 개의치 않고 그녀의 사타구니에 자신의 자지를 비비기 시작했다.
“아음…. 철하야…. 응앗! 응….”
민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철하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어쩔줄 몰라하는 것 같았다. 철하는 민아의 부드러운 목에 거친 숨을 뿜으며 정신없이 자지를 그녀의 사타구니에 비벼댔다. 민아의 몸이 철하 허리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밀렸다.
한참을 그렇게 비비던 중, 지하철이 환승역에 도착했다. 많은 수의 사람이 빠져나가며 여유 공간이 생겼다. 공간이 생긴 이상 이렇게 바짝 붙어 있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약간 떨어져 마주선 둘의 얼굴엔 어색한 기운이 흘렀다. 그러나 둘의 어깨는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는지 위아래로 거칠게 들썩이고 있었다.
철하는 미안하다는 말을 할까 생각도 하였지만, 안하기로 했다. 그렇게 밀어붙여놓고선 이제 와서 뭐가 미안하단 말인가…. 그런 말을 하면 오히려 더욱 어색해질 것 같았다.
*
둘은 집이 있는 지하철역에서 내려 걸어가며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아가 앞에서 걷고 있었고, 철하는 뒤에서 그런 그녀를 조용히 따라가고 있었다.
어느새 둘의 발걸음은 민아가 일하는 편의점 앞까지 와 있었다. 민아의 발걸음이 멈춰졌다. 그녀는 물끄러미 편의점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너와 만났구나….”
다시 한참을 바라보던 그녀가 빙글 돌며 철하에게 말했다. 그녀의 긴 연갈색 머리가 아름답게 흩어졌다.
“나 오늘 너네 집에서 자고 갈래.”
철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
“헤헤…. 의외로 혼자서 잘 해놓고 사네?.”
민아는 철하의 자취방에 들어서며 작게 감탄했다. 철하는 그런 그녀의 뒤에 아무말도 없이 어색하게 서 있었다. 철하의 방을 이리저리 구경하던 민아가 뒤로 돌며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나 씻고 올게.”
그렇게 말하며 민아는 화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쏙 들어갔다. 철하는 그녀가 사라지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방금 전, 편의점 앞에서 빙글 돌며 자신에게 한 말만이 귓가에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나 오늘 너네 집에서 자고 갈래.]
철하의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그때 화장실 문이 다시 열리며 민아가 나왔다.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철하의 옆에 조용히 앉았다.
“샤워기가 없구나….”
철하는 아무 말도 없었다. 자신의 자취방에 샤워시설이 없는게 괜히 미안하게 느껴졌다. 조용한 정적 속에 시계바늘 소리만 째깍째깍 들려왔다.
이윽고 정적을 깨고 민아가 입을 열었다.
“아까 지하철에서…. 왜 그랬어?”
철하는 순간 깜짝 놀라 민아를 바라보았다. 민아는 여전히 두 무릎을 가슴에 안은 채, 무릎위에 턱을 괴고는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철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너, 너무…. 흥분이 돼서. 나, 나도 모르게 그만…. 미안…. 불쾌했다면 사과할게….”
철하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민아가 아무 말도 없자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민아는 그런 철하를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아니야…. 나도 좋았어….”
철하는 그녀의 말과 눈웃음에 정신이 아찔하였다. 코앞에서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 철하는 그녀의 예쁜 얼굴이 새삼스레 확실히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동경하던 그녀의 투명하게 반짝이는 붉은 입술…. 철하의 눈이 자신의 입술을 향하고 있는걸 느낀 민아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철하는 그녀가 아무말 없이 눈을 감자, 순간적으로 당황하였으나 이내 조용히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천천히 다가가던 철하의 입술이 이윽고 그녀의 붉은 입술에 포개졌다. 철하는 그녀의 붉은 입술이 약간 끈적하면서도, 향긋한 딸기향이 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립글로스 때문이리라….
꿈이 이루어졌다…. 서울에 올라온 날 처음으로 민아의 섹시한 입술을 보고, 그녀와 키스하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지금 드디어 이 순간, 이 자리에서 그 꿈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철하는 그녀의 붉은 입술을 천천히 빨기 시작했다. 윗입술을 살짝 빨기도 하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기도 하였다. 이윽고 혀를 내밀어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핥았다.
“음….”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민아는 철하의 혀가 자신의 입술에 닿자 흠칫 몸을 떨었다. 철하는 자신의 혀에서 딸기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살짝 살짝 그녀의 입술을 핥던 혀가 이윽고 그녀의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민아의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철하의 혀를 받아들였다.
“으응….”
민아가 낮게 신음소리를 냈다. 철하는 자신의 혀로 민아의 입속 구석구석을 핥았다. 민아의 혀도 그런 철하의 혀를 숨 가쁘게 애무했다.
“하아…. 하아….”
민아의 숨이 조금씩 가빠지기 시작했다. 철하는 계속해서 그녀에게 저돌적으로 키스를 해갔다. 민아의 턱으로 둘의 섞인 타액이 흘렀다. 민아는 무릎을 안고 있던 팔을 풀고, 등 뒤로 땅을 짚으며 철하의 키스를 계속해서 받아들였다. 그러나 철하의 저돌적인 키스에 점점 뒤로 눕기 시작했다. 이윽고 민아의 등에 땅에 닿으며 둘의 키스가 끝이 났다.
“헉, 헉….”
“하아, 하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