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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아버님, 다녀 오겠습니다. 에미 말 잘 듣고, 계세요, 네?’ 

‘빨리 나가요, 당신 늦겠어요. 아버님, 오늘은 정신이 더 없으신가 봐요.’ 

정신이 더 없기는, 내가 이래 뵈도 새벽이면 좇 대가리가 뻑뻑 서는데, 정신이 없기는…하긴, 가끔 정신이 오락가락 하긴 하지, 제정신 일 때가 좀 드물어서 그렇지…에미는 오늘도 내 가슴팍에 턱받개를 해 놓고 줄창 밥숟가락을 쳐 넣고만 있다. 어째서 내 마음과 달리 다른 말과 행동이 나오는지는 몰라도 식구들은 나를 벌레 보듯이 하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이 쌍년아! 니가 나 죽일려고 이렇게 밥 멕이고 있지? 육시럴 년!’ 

나는 밥을 먹고 있으면서 가득찬 포만감에 또다시 마음에도 없는 욕을 에미 에게 해대고 있다. 오래 전, 할망구가 세상을 뜨고, 한동안 멀쩡하던 내 머릿속은 이제 뒤죽박죽 아무렇게나 이리 쏠리고 저리 쏠려서 행동과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을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안다. 그러나, 어쩌랴? 눈깔 뒤로 조져 앉아서 나의 틀어지는 어투와 행동을 볼 짝 시면, 도저히 내가 나 같지 않음으로 세상 살기 싫어지는 것이 하루에도 수 백번 인데…나도 내 자신을 믿지 못할 지경이다. 분명히 배가 가득 찼음에도 나는 허겁지겁 밥 않차려 준다고 실성한 놈처럼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화장실이 저만치 인데, 그예 자리에 앉아서 볼일을 보고 그것도 모자라 흙벽에 진흙 쳐 바르듯이 똥 죽을 바닥에 만장한 채로 천천히 쳐 바르면서 무슨 예술작품 처럼 감상하고 앉아있는 나 자신을 생각할 때면 스스로 오금이 재려 세상 하직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이다. 언제 부턴가는 오래 전에 죽은 할망구가 가끔씩 나타나곤 해서 등골이 서늘한 적이 많다. 대번에 그 욕지기는 할망구의 얼굴로 퍼부어지고 머리 끄댕이를 붙들고 한판 거시게 쌈박질을 하고 나면 내 손아귀에 남은 머리털은 허연 할망구의 것이 아니고 에미의 시커먼 머리털이 대부분 이었다. 가끔, 아주 가끔 제정신으로 돌아와 에미 에게 잘못했다고 싹싹 빌 적이 있어도 그때 뿐, 또다시 나는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에미와 식구들을 못 알아보고 욕지거리에 망발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내 눈으로 비추어지는 모습들에서 내 정신이 완전히 맛이 간 것은 아닌 것을 때때로 느끼곤 하지만…. 아들놈이 집을 빠져 나가고 나만 남겨지고 나면 나는 멍하니 아파트의 베란다에 나와 앉아서 밖을 내다 보면서 시도 때도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서 욕을 퍼붓는다. 베란다 창살 사이로 머리를 집어 넣었다가 조질나게 빠지지 않던 내 대갈통으로 인해서 이제는 감옥보다 더한 촘촘한 창살로 치고, 바깥에서 조차 안을 들여다 보기 힘들 정도로 막아버려 언젠가는 그 쇠창살을 맨 손가락으로 걷어 내려다가 손톱 밑이 훌렁 까진 적도 있었으니까. 내가 점심때 까지 넋을 놓고 베란다를 향해 앉아 있으면 의례 집에는 손님들이 들어온다. 언뜻 보면 돌아가신 삼촌 모습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오래 전에 냇가에서 멱을 감다가 죽은 불알 친구 덕팔이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에미는 상관하질 않고, 베란다를 보며, 하릴 없이 기대고 앉아 있는 내 앞에 과자 봉지를 한아름 안기고는 손님과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그 손님들은 나에게 아는 체를 한다. 

‘누님, 저 영감탱이 괜찮수? 매번 오지만 서도 이거 원, 떨떠름 해서리…’ 

‘괜찮아, 내가 씹질 하는지 뭐 하는지 당췌 정신도 없어. 과자나 쳐먹고 있으라지 뭐.’ 

에미는 내가 항상 정신이 오락가락 할 때를 그리도 잘 아는지, 과자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면 여지없이 손님을 불러 들였다. 나는 그들의 하는 행동을 보면서도 무얼 하는지 잘 알아 채지를 못했다. 입가에 질질 흘러내리는 과자의 단물과 침이 온 턱받개를 적시고 있어도 에미는 무슨 일이 바쁜지 갈아 줄 줄을 몰랐다. 

‘억,어, 억..으으…좀 쎄게 박아 봐. 힘이 그것 밖에 안 되서야. 저것 좀 봐라.’ 

‘윽윽… 누님, 저 영감, 나이가 도대체 며신데, 저렇게 바지가 뚫어지게 좇 대가리를 세우고 있대요? 혹시 우리가 하는 거 알아차리고 있는 거 아니우?’ 

나는 그럴 때면 언제나 바지 속에 기어 들어 온 쥐잡기 놀음에 정신이 없다. 고놈의 쥐새끼가 버르장머리 없이 고개를 치켜들고 바지춤에서 노니는 꼬락서니라니! 나는 바지를 열고, 그 옛날, 어릴 적 벼루지 새끼를 쥐어 틀듯이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있는 쥐새끼의 멍청한 귀퉁백이를 흠씬 꼬집으면서 쥐어 흔들면, 고만 내 사타구니를 물어 재끼는 것도 모지라서 먹은 것을 죄다 토해 놓고 널부러지기 십상이었다. 

‘알긴 뭘 알아, 보지 좀 쎄게 빨아 봐. 노는 보지 좀 쑤셔 달라고 불렀더니만 덜렁거리기만 했지, 영 힘을 못 쓰네.’ 

‘아니 보지가 째져서 피까지 내면서 도대체 어디까지 쑤셔요? 똥꾸멍도 한번 쑤셔 주리까?’ 

‘오냐, 너 말 한 번 잘했다. 내 똥꾸녕 한번 쑤셔봐. 내 진한 된장 맛 한번 보자꾸나.’ 

‘하이고 누님은 이래서 좋다니깐. 자 이제, 가요!’ 

‘억,억, 그래 이 맛이야, 니 불퉁 거리는 좇은 똥꾸녕 으로 받아먹어도 맛이 기가 막혀. 어서, 그래, 윽윽, 쑤셔, 손가락은 두었다 n해? 보지 구녕이 비었 잖아? 거기도, 그렇지, 그렇게….으윽, 억억억.’ 

나는 또다시 쥐잡기 놀음에 지쳐 베란다 밖을 내다 보고 있다. 햇살에 눈이 부실 것도 같지만 창 밖에서 내게 오라며 손짓을 하고 있는 할망구는 촘촘한 창살 덕에 들어 오지도 못하고 저렇게 허공에서 손짓만이 여적이다. 방안에서 솟구치는 비명에 나는 고개를 돌아보니, 동네 서낭당에서 배꼽 맞추기에 여념이 없는 방앗간 집 추자댁과 이장님이 눈에 들어 온다. 모두 저 세상에 갔을 법한 사람들인데 또 무슨 할 일이 남았는지, 또 서낭당 구섞 에서 저 짓거리에 날 새는 줄 모르고 있다. 나는 슬며시 기어가 그들 앞에 쪼그려 앉아 구경을 하고…. 

‘이장님, 그렇게 응댕이 붙들고 소리 질르면 좋아유?’ 

‘에이, 재수 없게 시리, 영감탱이 저리 가라니깐!’ 

이장님이 내가 서낭당에서 훔쳐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는가 보다. 그에 더하여 벌거벗고 그 허연 응댕이를 이장님의 아랫도리에 퍽퍽 밀어 대고 있는 추자댁도 한마디 거든다. 

‘썅 놈의 영감탱이, 내가 못 산다니깐…억억, 똥꾸녕에 불나 죽겠는데.. 왜 옆에 앉아서 지랄이야, 지랄은? 억억억….’ 

나는 두 사람의 서슬에 눌려 베란다로 다시 가 앉는다. 

‘할멈, 거기 있지 말고, 여 들어와 앉지?’ 

아직까지 손을 흔들고 있는 할멈에게 소리를 쳐 봐도 할멈은 창 밖에서 손짓만 할 뿐, 들어올 기미가 없다. 다시 또 밀려드는 허기진 느낌, 눈 앞의 과자에 온통 벌레가 득시글 하다. 

‘누님, 나 밥, 밥 좀 줘, 과자에 벌레가 가득 하당게.’ 

나는 돌아서서 누님에게 밥을 달라고 칭얼댔다. 

‘그래, 조금만 참아라.. 윽윽, 윽윽, 내 보지 불 좀 끄고 얼릉 밥 차려 줄팅게.’ 

언제나 그랬지만 어렸을 적,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둘만 살던 누님을 찾는 사람들은 부엌에서 누님에게 보리쌀 서너줌을 갖고 와서는 무슨 짓인지 정지깐을 온통 덜그럭 거리면서도 뭔 짓을 하고는 돌아갔으니깐. 그러고 나면 누님은 보기 좋게 먹음직 스런 보리 밥과 풋고추, 된장을 한상 차려 가지고 나와 밥을 먹곤 했다. 나는 그 밥상을 기둘리 기로 했다. 누님은 눈깔을 휘번덕 하니 까 재끼면서 온 몸을 부르르 흔들기까지 한다. 아마도 동네에 지천으로 번졌다던 마마님에게 휘 잡혔던가 보다. 그래도 누님은 밥상을 차려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윽윽, 그래 씨발, 쑤셔라 쑤셔, 아윽, 똥꾸녕 찢어지겠네. 억억, 보지도 박아 봐. 보지가 심심하니 가슴팩이 다 허하다. 어서 냉큼 쑤셔. 억억억…윽..윽…’ 

‘하이구, 보지나 똥꾸녕 이나 하나같이 끝내주는 구만, 아무래도 한 좇만 갖고 되겠수?, 좇대가리도 여럿은 있어야 누님 직성에 차지, 억억,억,, 아이구 보지 놀려 놨드니 더 죄네 그랴, 어이구, 이 씨발년의 좇보지…. 어구구,어구구….’ 

기어이 엄니는 바닥에 널부러 져서 숨을 헐떡이신다. 저러다 세상을 뜨셨는데, 워쩐 일로 이렇게 오셨디야? 누님이 밥 차려주는 꼬락서니가 못내 미덥지 못하셨던가 보다. 아니나 다를까 엄니는 이내 숨이 잦아 들더니 말이 없다. 밥 먹기는 글렀네. 나는 또다시 베란다로 슬그머니 기어갔다. 창 밖의 할멈도 어디 가고 없다. 아마도 내가 이리 배가 고프니 손 흔드는 것에 지쳐 끼니라도 떼우러 갔는 갑다. 나의 하루는 언제 나 이렇게 온갖 사람들이 들락 이면서 바쁘게 흘러만 간다. 가끔 에미가 내 앞에 와서 헝클어진 머리를 빗겨 줄 때면 나는 언제나 제정신으로 돌아 온다. 

‘에미야, 아범은 회사 나간 겨?’ 

‘네.’ 

에미가 손을 놓고 한참을 그대로 있는다. 

‘…….성진이 등록금이 내일 모레라고 혔는디, 이 놈의 할망구는 소 판돈을 워디다 둔겨?’ 

나는 멀쩡하다가 밥상을 차려와 턱받개를 해주는 할멈에게 다시 버럭 소리를 쳐 댄다. 그러면 할망구는 웃기만 할 뿐, 밥만 먹으라고 숟가락을 디밀고….밤이 되면 언제나 그렇지만, 베란다에서 보이는 경치가 사뭇 삼삼하다. 멀리 동네 언덕에서는 장마가 가까웠는데도 불구하고 한식날 처럼 쥐불 놀이가 한창이었고, 들리는 소리를 보아하니 김초시댁 막내가 저수지에 빠져죽은 모냥 으로 천도굿거리가 가득하게 귓전을 울렸다. 물에 가라 앉아 내가 그렇게도 이름을 불러도 나오질 않던 그 눔은 며칠이 지나서야 심통 맞게 퉁퉁 불은 얼굴로 물가에서 낮잠을 퍼질리고 자고 있었는데…저녁이 되면 가끔 아버님께서 매맞은 얼굴로 들어오시는 것에 주눅이 들 곤 했다. 얼굴이 벌겋게 되어서 입에서는 술냄새가 푹푹 풍기는 폼새가 아마도 그 쌈박질 끝에, 농약에 술을 타 드셨는갑다. 그 농약은 한번 이면 되弧? 워치코롬 때만 되면 드신당가? 

‘아버님,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제가 못 살겠어요. 에미도 이제 지칠 대로 지쳤다구요.’ 

아버님은 술에 취해서 고래고래 고함을 치시더니만 그예 자리에 누워 해롱대신다. 엄니도 많이 지쳤다고 하는 말에 나는 화가 버럭 났다. 언제나 치마춤을 풀러 대며 뭔 일이 바쁜지 온 동네를 싸질르고 다니던 엄니와 같이 술을 거나하게 먹고, 이눔 저눔 붙어먹어 보지가 거덜이 났네 뭐네 하며, 쌈박질에 정신을 놓던 아버님 이셨는데… 엄니는 바쁜 게 아녔는디…엄니도 그 옆에 누워 얼굴이 벌겋게 되어 숨을 놓은 걸 보니 농약이 나쁘긴 되게 나쁜가 보다. 그러나, 요즈음도 아침이 되면 아버님은 세상 몰랐다는 듯이 다시 논에 나가시고, 엄니는 또다시 손님 맞느라 치마춤이 바빴다. 그게 내 생활 이었다. 잠을 잘 때면 언제나 방안에는 할멈이 옆에 와서 자리끼를 봐 주고, 날이 새도록 말 벗을 해 준다. 

‘오늘은 뭐하고 노셨슈?’ 

‘뭐 어제랑 같지 뭐.’ 

‘오늘도 쥐 잡고 노셨슈?’ 

‘고놈의 쥐새끼 덜은 사람 손을 타는 가벼, 그리 싸돌아 댕기는지….’ 

‘냅둬유!. 지풀에 지칠 거구만유. 어찌 마실 가자고 그리 손짓을 해 댕기는 데도 꿈쩍도 않으신데요? 꽃구경, 좋은 시절 이잖여유?’ 

‘논에 물도 대야 허구, 피도 뽑아야제, 그럴 틈이 워딨어?’ 

할멈은 밤이면 외로운 나에게 스며들어 그리도 많은 얘기들을 해 준다. 벌컥벌컥 문이 열리며, 시끄럽다는 소리를 쳐대는 에미가 가끔 성가시기는 해도 젊은 사람들이라 늙은이 말벗 해주기 성가셔서 그런 가 부다 하고 신경을 끄고 산지 오래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나면 날이 밝기가 무섭게 집안은 에미만 남고 조용해 진다. 게으른 나의 버릇을 아는지, 대야에 물까지 떠 와서는 내 얼굴을 쑤세미 문질르듯이 벅벅 문대기면서 세수를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옷까정 홀랑 벗겨서는 샅까지 들추어 내면서 물질에, 수건 질에 정신이 없다. 

‘아후, 똥냄새. 이렇게 지지래를 해 놓으시고도 어떻게 주무시는지 원.’ 

냄새는 무슨 냄새, 좋기만 하구만. 나는 시골에 살지 않아서 그렇지 퇴비냄새를 그렇게 역겨워 하는 에미를 이해하려고 무진장 애를 쓰기는 한다. 에미는 또다시 영락없이 애비가 나가기 무섭게 손님 맞이할 채비를 한다. 내 앞에는 또다시 과자 봉지가 한 가득 놓이고, 나는 베란다 곁에서 또다시 나를 향해 꽃구경을 가자며 손을 흔드는 할멈을 진저리 나게 쳐다보면서…오늘은 손님이 꽤나 많았다. 남정네가 셋씩이나 들어와 과자 먹는 데에 정신이 없는 나를 내려다 보며, 한마디씩 하는데도 나는 별 관심이 없다. 

‘누님, 정말 괜찮은 거유? 겉으로 봐서는 멀쩡한데?’ 

‘똥싸 놓고, 등어리가 벌겋게 부어 올랐는데도 모르고 자는 늙은이야, 어서 이리 와서 놀자니깐 두루?’ 

‘내 오늘, 누님 뻑 가게 친구들 데리고 왔수. 한 번 볼라우?’ 

오늘 온 놈들도 죄다 쥐잡기 놀음을 할 모냥인 갑다. 바지춤을 까 내리는데 어느 놈 할 것 없이 왠 쥐새끼 덜은 그렇게 큼지막한 놈들을 달고 왔는지…보기에도 끔찍스럽다. 

‘야, 정말 끝내주네. 이런 좇대가리는 처음 본다.’ 

‘특별히 누님 생각해서 해바라기도 그냥 죽이는 크기로 해댄 놈들만 골라왔지 뭐. 오늘 누님 임자 만난 줄 아쇼! 얘들아, 누님 보지랑 젖퉁이 좀 허벌창 나게 빨아 드려라, 얼릉?’ 

그 놈들은 달고 온 쥐새끼 잡을 생각은 하질 않고, 에미 몸에 들러 붙어 이빨로 벼루지 새끼를 잡느라 정신이 없는 것 처럼 보였다. 나는 그 놈들에게 보여 주려는 심산으로 내 바지춤에서 놀고 있는 쥐새끼 목을 붙들고 흠씬 두들겨 패면서 소리쳤다. 

‘요놈의 쥐새끼, 어디라고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며, 지랄이여 지랄은?’ 

‘누님, 저것 좀 봐. 저 영감탱이 지 좇대가리 쥐고서 지랄 발광을 하는데? 와 정말 죽인다!’ 

‘딴 짓거리 하지들 말고, 좇이나, 웁웁…’ 

한 놈이 쥐새끼 한 마리를 에미 입에 쳐 넣었다. 아니 그 더러운 쥐새끼를 아가리에 쳐넣고 뭘 어쩌자는 건지? 나는 하도 기가 막혀 붙들고 있는 내 바지춤의 쥐새끼를 내려 놓고는 창밖을 살폈다. 그런데, 창 밖에서 설렁 설렁 손을 흔들고 있어야 할 할멈이 보이질 않았다. 이 놈의 할망구가 어디를 갔어? 

‘웁웁, 영감, 나 여수!’ 

나는 흠칫 놀라서 돌아다 보았다. 할멈이 그 놈팽이 들에 둘러싸여 지분거리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니, 저 할망구가? 또 끌려간 겨?…’ 

할멈이 입을 한 가득 벌리고 그 놈의 쥐새끼를 쪽쪽 빨면서 머리 끄댕이를 연신 휘돌리고 있었다. 나는 숨이 턱에 까지 차오르고, 눈이 뒤집혀 져서 어쩔 줄을 몰랐고, 내 바지춤의 쥐새끼도 덩달아 지랄에 난장을 쳐대는데, 발도 꼼짝 할 수가 없었다. 

‘웁웁, 씨발 놈들아, 손장난 그만하고, 그 잘난 좇으로 좀 쑤셔 봐, 얼릉, 이 누님 보지 좀 오늘 찢어져 보자꾸나, 웁웁’ 

할멈은 쥐새끼를 물고서도 연신 욕지거리를 해댄다. 무슨 말이 그렇게도 많은지? 놈팽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할멈의 아랫도리 에서 막걸리를 들이키는지 껄쩍대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지가 잡아 들여야 할 고놈의 쥐새끼 마저도 할멈의 아랫도리에 감추기에 급급하다. 할멈은 손아귀에서 쥐새끼를 놓질 못하고 호박엿 핥듯이 왠 혀가 그리도 긴지, 마을 뒷산 개롱지 바위 옆의 백송나무에 목을 맨 엄가네 며느리 보다도 더 길게 혀를 내놓고 그 놈의 쥐새끼를 핥고 앉았다. 할멈은 엎드려서 개새끼 마냥 한 놈팽이의 몸 위에 올라가 팔이 붙들린 채로 있고, 한 놈은 할멈의 입안에 쥐새끼를 빨리고 있었으며, 또 한 놈은 할멈의 똥꾸녕에 다른 쥐새끼를 감추느라 허릿짓이 정신이 없었다. 

‘웁웁, 그래, 니 말대로 보지며, 똥꾸녕이며, 아가리며, 웁웁, 이러게 흠씬 쑤셔 주니, 웁웁, 이제야 살 맛 난다. 그래, 진작에, 웁웁 이렇게 떼사리로 와서 박지 뭣하러 한 놈씩, 한 놈씩 감질 나게 와서 보지 속에 깨작대고 갔는지 원, 웁웁…. 어이 시원하다. 보지 벌창나게 더 쑤셔, 쑤셔…..’ 

‘와, 누님, 죽인다. 이렇게 박고 있는데 지칠 줄을 모르네, 하여간 누님 보지는 정말 씹짱이라니깐 두루.’ 

나는 옆에 앉아서 끓어 오르는 분을 참을 길이 없어서 냅다 발길질을 하면서 놈팽이 들에게 달겨 들었다. 

‘야, 이 호로 새끼 들아, 니들은 에미, 애비도 없냐? 한번 끌어가서 흠신 벌창을 내 놓았으면 됐지, 사람 길들이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여, 시방, 엉? 느그들 죽어볼텨? 

‘누님 이 영감탱이 미쳤나봐, 아이구, 내가 그래서 오는 게 아니었는데, 미친 놈 옆에 앉혀놓고 씹질은…. 내가 정신이 나갔지. 어이그, 야, 다들 가자.’ 

‘느그들 어딜 가? 우리 핏덩어리 성진이 나두고 마누라 벌창 내 놨으면 죄값을 받아야 되잖여, 이 육시럴 놈들아, 게 서지 못혀?’ 

나는 서슬이 퍼렇게 소리를 쳐대자, 그 놈들은 혼쭐이 났는지 벌써 줄행랑을 치고…자리에 남겨져 벌거벗은 채로 울고 있는 할멈은 정신을 놓았는지 일어날 줄을 몰랐다. 나는 옷가지를 덮어주면서 할멈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할멈, 내가 잘 못 혔어. 그래도 같이 꽃구경 가는 거인디 말여.’ 

‘아녀요, 아버님, 제가 발 못 했어요.’ 

‘자네가 잘 못한 게 뭐 있다고, 다 내 잘 못이여, 우리 핏덩이 성진이가 불쌍허지, 나야 뭐…’ 

‘어머님이 어떻게 돌아가셨어요? 대체? 오늘 처럼 이런 일 없으셨잖아요?’ 

‘할멈, 죽었으면 죽은 대로 그냥 갈 것이지, 왜 또 돌아와서 이런 험한 꼴을 당하나 글씨.’ 

나는 울고 있는 할멈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한숨을 놓았다. 다시 치미는 허기… 

‘누나, 나, 밥, 밥 좀 줘.’ 

나는 또 그예 밥타령 이다. 누나는 밥을 주고 나서는 머리가 헝클어 졌다면서 머리를 다시 매만져 주는데, 에미가 나에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평소보다 머리를 오래도록 만져 준다. 

‘아버님, 이제 속이 든든 하세요?’ 

‘응.’ 

‘그런데요, 어머님은 어떻게 돌아 가셨어요? 성진씨가 아주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고 하던데…’ 

‘그건 알아서 뭐 혀게?’ 

‘그냥 궁금 해서요.’ 

‘할멈이 성진이를 낳고 다음 해 인가? 읍내에서 큰 장이 열리고, 동구 밖 마름터 에서는 풍악 놀이가 한 참이었지. 나는 논 일에 바빠 갈 수가 없었지만, 할멈은 꽃구경에다, 곡마단까지 온다는 소문에, 떨치고 혼자서 읍내에 나간 거여. 밤이 늦도록 돌아 오질 않아서 성진이를 들쳐 업고 그 밤에 읍내에 갔었는데도 할망구를 찾을 수가 없었어. 다음 날, 동네 사람들이 가기 무섭다고 하는 뒷 산 개롱지 바위 옆의 백송 나무에 목을 맨 할멈을 찾았지 뭐냐, 엄가네 며느리며, 수많은 사람들이 목을 멘 그곳을 사람들은 설설 기어서 다녔거든. 사람들 말로는 곡마단 패거리들 중에서 여남은 놈들이 할멈을 돌려 대고, 할멈은 그 후에 목을 맨 것 같다고 했지만, 끝내 그 놈들을 잡을 수 없었지. 쳐 죽일 놈들. 참말로 꽃다운 할멈 이었는디…’ 

에미의 손길이 멈추고, 나는 한동안 부른 뱃살이 찢어질 듯 하여 한 숨을 내 쉬었다. 돌아다 보니 할멈이 울고 있었다. 

‘할멈, 또 왔어?’ 

‘지가 잘 못 했시유. 꽃구경이 좋아도 가는 게 아니었는디… 

‘괜찮여, 무심한 내 잘못이 더 킁게….’ 

그날 로부터 어쩐 일인지, 손님들은 발길을 뚝 끊었고, 베란다에서 해가 질 때까지 눈이 빠져라 쳐다 봐도 꽃구경을 가자고 손을 흔드는 할멈을 볼 수는 없었다. 그 대신, 밤이고 낮이고 눈만 뜨면 내 머리결을 쓰다듬으며, 할멈보다 더 나를 아껴주고, 보듬어 주고, 살갑게 빗질을 해주며 옛날 얘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에미의 야리 야리한 얼굴과 웃음 섞인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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