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 첫 혼외정사 -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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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군
첫 사랑 첫 혼외정사 - 6부
주인공 나 연준형 35세
한국에서 무역학 전공, 미국에 유학와서 MBA취득, 하지만 영주권 노비문서를 쓰고 오랫동안 고생하여 간신히 미국에 남을수 있는 자격을 취득했다.
키 178cm, 몸무게 90kg, 단단한 근육질 몸매에 다부진 체격, 작고 가무잡잡한 얼굴
여자 한번 사귀어본적이 없는 범생이, 모든걸 원리원칙으로 밖에 생각할수 없는 쑥맥이며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파트너 조주희 32세, 기혼, 무자녀
본명은 전주희, 남편의 성을 따라 조주희가 되었다.
한국에서 미술전공, 미국에 유학와서 은행에서 알바를 하다가 영어권 1.5세의 직업좋은 1살 연하의 남자를 만나 결혼한지 6년차이며 아이는 낳지 않았다.
키는 162cm, 몸무게 48kg 흰 얼굴과 흰 피부에 계란형의 선이 뚜렷한 아름다운 미모와 가벼운 몸이지만 가슴과 히프, 허벅지의 적절한 볼륨이 인상적이다. 33-24-35의 괜챦은 몸매가 나타나있다.
결혼 6년차이지만 미출산이라 처녀적 몸매와 이미지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옷도 예쁘게 입을줄 알고 센스가 있고 화장도 능해서 사치스러운 이미지가 있지만 기본 성품은 순종적이며 단아하다.
쑥맥 총각과 아름다운 유부녀가 함께 펼쳐가는 풋풋한 연애스토리.
물론 열정적인 베드씬도 빼놓을수는 없다.
나에게는 첫사랑, 그녀에게는 첫 혼외정사가 된 이 관계는 어떻게 변화되어가고 끝맺음을 할 것인가.
나에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철칙,
유부녀인 그녀에게 첫 혼외정사와 혼외연인이지만 역시 가정이 버려질수는 없고 외도로 인한 관계는 일시적 외유로 끝난다는 철칙하에서 슬픔과 불안과 고통이 따를수 밖에 없는 우리의 관계이다.
============================================================6화
아침에 일어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것처럼 느껴졌지만 아직 아침 9시가 채 안된 시간이다.
지금 물건을 차에 싣고 17 Miles Drive라는 곳으로 떠나야할 시간이다.
‘17 마일드라이브’라는 곳은 캘리포니아 북부의 관문으로서 가장 풍경이 아름다운 해안도로로서 실제로 17마일(27킬로미터)에 해당하는 보기에도 아름다운 곶과 만, 재미있는 운전코스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나는 왼팔로 그녀의 잘룩한 허리를 잡았고 그녀는 내게 착 감겨진 상태로 모텔로 돌아오고 있다.
탄탄하고 군살 하나 없는 볼륨이 있는 몸매이지만 연약하고 갸냘프다고 느낄 정도로 그녀에 대한 아련할 정도의 슬픈 감정이 올라온다.
주희가 임신하여 아이를 뗀 적이 있었다는 말을 어제 들었다.
비록 그녀도 원치는 않은 아이였지만 수술대 위에 올라서 아이를 떼는 행위가 기분이 좋을리도 없었을 것이고 평생 죄책감과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한다.
주희를 두번이나 임신시켰다는 남편에겐 별다른 기억도 책임감도 없을 것이었다.
그녀의 처지를 슬퍼해주는 이 내 마음은 사실 우리의 관계가 슬퍼서일 것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느리다.
나는 주희의 모자와 선글래스를 벗기고 그녀의 볼에 묻은 눈물을 나의 우악스러운 손으로 살짝 훔쳐주었다.
손수건을 꺼내지 않은 이유는 자칫 그녀의 화장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주희는 이런 나를 보며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여자에겐 울음과 웃음이 이렇게 한 얼굴 속에서 공존할수 있구나라는 것을 이때 알았다.
그러면서도 내겐 또다시 욕망이 몰려와 있었다.
방금전 해변가에서의 애무행위가 아쉽게 끝난것도 있지만 서로가 딱 몸을 붙이고 걸어오는동안 내 자지가 옷과의 마찰, 간섭으로 아플 정도로 크게 서 있었기 때문이다.
카드를 긁자 모텔문은 파란 불을 반짝이며 열렸고 이미 싸 놓은 대형 백들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하지만 나는 백대신에 주희를 안아 들어 올렸다.
“아, 뭐해요, 자기....지금 떠나야지 않아요?”
놀란듯, 당황한듯 이야기하는 주희의 말투와 억양은 내가 하는 행위를 반대하는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거칠게 주희를 침대 위에 던지듯 놓았다.
“아아....왜 이러세요? 지금은....어머!”
그녀의 약한 반발에는 아랑곳하지 않은채 나는 내 반바지의 혁대를 풀고 내 자지를 억지로 감싸고 있던 팬티를 살짝 내려 발기될대로 발기된 그것을 꺼내놓았다.
밝은 대낮에 이렇게 발기된 성기를 바라보는 주희의 눈은 놀란듯 휘둥그래졌다.
그녀는 내숭을 떤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정사를 하면서 이런 식으로 대낮에 최대한 크기의 성기를 환히 보여준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주희의 놀람은 잠시였고, 이내 그녀의 눈빛은 따뜻해졌다.
마치 친근한 애완동물을 보는 눈이 되었다.
처녀라면 낮에 발기된 성기를 목격하면 공포에 떠는 경우도 있다했지만, 역시 주희는 유부녀티를 숨길수 없었다.
“아아아악! 아파요....아아~ 왜 이러세요!”
나는 거칠게 주희의 무릎을 잡아서 휙 벌렸기 때문이다.
원피스는 자동적으로 옆과 위로 퍼져버렸고 그녀의 허벅지는 125도로 벌려지며 그녀의 연구릿빛 보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공격 준비태세가 완료된 미사일과도 같은 내 자지와 어쩔수 없이 뚫림을 감수할수밖에 없는 주희의 성숙한 보지를 번갈아 바라보며 드는 느낌도 쏠쏠했다.
외음부를 감싸고 있는 길지도 짧지도 않고, 많지도 적지도 않으며 부드러운 털들...
아름답다....는 느낌.
오랜 결혼생활을한 나이많은 아주머니의 보지도 아니고, 아이를 낳은 보지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미성숙한 처녀보지도 아니었다.
다른 보지를 본적은 없지만 적절한 결혼 연차의 아이를 낳지 않은 젊고 예쁜 유부녀의 성숙함을 풍기는 아름다운 보지란게 이런거다 싶었다.
주희는 빨간 입술을 찡그리며 진짜 아프다고 호소했다.
그녀는 발레리나도 아니었고 기계체조 선수도 아니라 다리가 그렇게 강제적으로 찢기듯 벌려지는걸 참을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참을수 없어 팬티와 반바지같은 옷을 입은 그대로 주희의 몸을 덥쳤다.
주희는 그 원피스를 그대로 입은 상태에서 치마부분만 옆과 뒤로 재껴진 상태였다.
앗, 이런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더니.
내 성기는 그녀 보지의 윗부분에 닿았다가 미끄러져 그녀의 윗털을 깔고 아랫배까지 미끄러졌다.
“아악.....! 준형씨, 거긴 아니에요!”
이런, 다시 한번 시도했는데 너무 밑을 공략한 나머지 좁은 주름이 느껴졌다.
즉, 주희의 항문을 찌른 것이다.
물론 항문에 삽입이 된 것은 아니지만 주희의 항문에 적지않은 충격이 가해진건 사실일 것이었다.
그녀의 항문에 뜻하지 않게 돌진했던 성기를 철수하자 내 팬티가 위로 올라와 성기를 가두어버린다.
“아....준형씨, 정말 못 당하겠어.....그렇게 하면 될것도 안돼요....제가 하는대로 가만히 계셔요”
주희는 먼저 내 반바지를 두손으로 잡아 내 무릎까지 내린뒤 이어서 내 팬티를 잡아 내리는데 생각보다 주희의 남자 팬티 벗기는 동작은 익숙했다.
우스갯소리로 “텐트”라는 말이 있어서 팬티벗기는데 발기된 성기가 방해가 될 것이었지만 그녀는 내 팬티 윗부분을 살짝 잡아 순간적으로 위로 끌어 올리면서 순식간에 고환 부분까지 팬티를 내렸다.
그리고 주희는 익숙하게 내 팬티를 무릎까지 내려준뒤 내 남방셔츠의 단추를 풀어주었다.
“옷 입고 하실거 아니쟎아요? 천천히 준비하면...웁!”
하지만 나는 그녀의 빨간 입술을 내 입으로 막아버렸다.
주희의 현실적인 면모를 나는 깨달았다.
더이상 그녀는 고집을 피우지 않고 일시적으로 모았던 허벅지를 벌려준뒤 내 성기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내 성기를 친절하게 자기의 보지밑구멍으로까지 운반해주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자연스럽게 삽입이 될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옷을 입은채로 피스톤운동과 성기결합행위를 지속했다.
아, 푹푹푹!
아아, 아아, 아으
아아, 팍팍팍팍, 파닥!
아아이....아아....아으잉.....
아아아, 팍팍팍팍, 파다닥!
아아이....아아....아아으잉.....
아아아, 팍팍팍팍, 파다닥!
아아이....아아....아아으잉.....
주희의 반응은 성실했지만 그렇게 큰 쾌감이나 오르가슴을 느끼는것 같지는 않았고 다분히 형식적이었다.
아마도 그녀가 남편과 하는 성행위가 이와 같지는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갑자기 예상 밖으로 터진 일인데다가 강간과 다를바 없는 행위니.
중간중간에 몇번이나 성기가 빠지는 실수를 저질렀다.
주희가 어젯밤에 내게 한 충고를 잊어버린 것이었다.
급하고 강력하게 하려는 생각 때문에 자지가 이탈한다는 것이 주희의 경험에서 나온 충고였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충동적인 성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텔로 돌아오고 난 뒤의 내 거친 행동은 일종의 겁탈에 가까운 것이었다.
여전히 나는 급하고 서두르고 있었다.
오늘의 행위가 사실상 마지막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저녁때면 그녀를 집에 바래다 줘야할 것이고 또 다시 이런 기회를 만드는건 전혀 기약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한 탓이었다.
주희는 나를 책망하지 않고 마치 친절한 성교 가정교사처럼 육봉이 빠질때마다 내 성기를 붙잡아 귀두부를 자기의 보지앞에 살짝 닿도록만 해준다.
억지로 자기가 삽입을 하려하진 않았고, 또 손가락으로 ‘여기다 넣으세요’라고 소극적인 지시를 하진 않았고, 매우 친절하고 지혜로운 교사가 되어 있었다.
“헉헉....천천히 천천히 하세요.....저 어디 도망안가요.....그러니깐....아아.......더 빨리, 더 깊이 넣어주세요. 뺄땐 천천히 조금만......빼보아요.”
그녀의 지시대로 나는 어젯밤처럼 천천히 빼고 빨리 넣고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퍼덕, 퍼덕, 퍼덕, 퍼덕, 퍼덕, 아, 아, 아하.....
흡, 훕, 훕, 훕, 훕, 아아으으으아하.....
퍼덕, 퍼덕, 퍼덕, 퍼덕, 퍼덕, 아, 아, 아하.....
흡, 훕, 훕, 훕, 훕, 아아으으으아하.....
퍼덕, 퍼덕, 퍼덕, 퍼덕, 퍼덕, 아, 아, 아하.....
흡, 훕, 훕, 훕, 훕, 아아으으으아하.....
퍼덕, 퍼덕, 퍼덕, 퍼덕, 퍼덕, 아, 아, 아하.....
흡, 훕, 훕, 훕, 훕, 아아으으으아하.....아아으으........
퍼덕,퍼덕, 퍼덕, 퍼덕, 퍼덕, 퍼덕, 아, 아, 아하.....으으
흡, 흡, 훕, 훕, 훕, 훕, 아아으으으아하.....아아잉.....아아아!
정확히 삽입되는 순간만큼 주희는 정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삽입이 멈추고 잠시 그녀의 몸 위에서 머무는 순간 그녀의 신음과 교성은 길어졌다.
오래한것 같지는 않지만 나는 사정을 전혀 참을수가 없었고, 사정을 연기할 의도도 없었다.
사정 신호가 오는 순간 나는 육봉을 최대한대로 그녀의 질 속 깊이 넣어 꽂은뒤 정액을 줄줄 싸버렸다.
그리고 육봉에는 질퍽질퍽한 느낌과 함께 어떤 주름의 벽에 의하여 감싸여지는 느낌이 왔다.
주희가 어느덧 두 손을 뻗어 내 남방샤츠와 런닝속을 헤집고 내 맨등을 감싸고 꼬집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하아하아.....
주희는 여전히 숨을 크게 쉬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주희는 내게 살짝 웃어보였다.
“고마와요....수고하셨어요.”
그녀의 빨간 립스틱을 입술은 많은 키스를 했음에도 별로 뭉게어지지 않았고, 화장도 거의 손상이 없었다.
라구나비치라는 곳에서 첫날밤을 보냈을때 그녀의 립스틱은 다 뭉개졌고 화장이 땀과 침과 눈물 때문에 여기저기 얼룩지고 망가진것에 비하면 확실히 달라졌다.
물론 주희는 영화배우들이 쓴다는 화장품을 썼을 것이고, 잘 안지워지게 하는 다른 비법을 썼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빛나는 빨간 입술, 라인처리가 명확하게 된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갠뒤 혀를 살짝 넣어 혀키스를 했다.
내가 빨아들여 삼킨 주희의 침은 어떤 꿀물보다도 달콤하고 감미로왔다.
“일어나셔요, 주형씨. 일어나요. 시간 늦었어요”
눈을 떠보니 내 반바지와 팬티는 완전히 벗겨진채 침대옆 테이블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남방셔츠도 접혀져 있었으며 런닝셔츠만 입은채로 이불 속에 있었다.
아침 섹스를 하고난뒤 주희와 서로의 귓속말로 사랑의 밀어를 나누다가 잠에 빠진 것이다.
주희는 침대에 걸터앉아 내 머리카락을 애완동물 쓰다듬듯이 빗겨준다.
그녀도 같이 아침잠을 잔걸로 아는데 언제 일어났는지 화장이 약간 바뀌어 있었고, 내가 사준, 어제와 아까 아침의 그 미니원피스대신에 처음보는 연한 노란색의 A형 미니원피스로 바뀌어져 있었고 윗가슴의 삼분의 일 정도가 드러나는 디자인이었다.
“준형씨, 이 옷 어때요? 처음 보죠?”
“훨씬 섹시한데!? 가슴도 시원해 보이고, 근데 치마길이가 그거보다 더 짧은거같은데, 바람부는 곳으로 나가면 곤란해지지 않을까?”
“그 원피스....레이스에 준형씨 정액이 묻었더라구요”
나는 그 말에 깜짝놀랐다.
분명히 깊숙히 질내사정을 했음에도 정액이 치마끝의 무늬에 묻었다니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내가 무언가 핑계 내지는 변명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던지 화제를 재빨리 다른데로 옮겼다.
“걱정말아요. 제 질속 깊이 준형씨 정액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니까요....방금 화장실에 앉아서 허벅지랑 외음부로 흘러나온것만 살짝 휴지로 닦았냈을 뿐이에요. 글구, 여자 질속에 정액을 많이 남기고 싶으면 사정할때 패니스를 깊이 꽂을 필욘 없어요. 중간쯤 삽입하고 사정하는게 더 좋아요.”
“그랬구나. 그래도 우리 주희는 참 말을 잘들으니깐 넘 좋아. 알게 모르게 배우는 것도 많고. 그러고보니깐 내가 아까 끝나고 나서 주희 보지닦아주는걸 잊었구나.”
“후훗! 말만으로도 고마와요. 하지만 여자는 그게 아니어도 이것저것 자기도 모르게 뭔가 고이고 흘러요. 더군다나 정사까지 한 다음에는 하루종일 더 많죠! 그래서 팬티가 필요한거였어요. 노팬티를 원하시니 전 당신과 데이트할땐 노팬티로 지낼거에요. 대신 대소변과 상관없이 화장실에 자주 들락거려야해요. 무슨 뜻인지 아시죠?”
주희는 여전히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어조는 좀더 낮아지고 다소 심각해진다.
“준형씨, 피곤했나봐요. 저도 한시간 정도 잤는데, 준형씨 너무 곤하게 주무시더라구요”
“내가?”
“어젯밤에 10시쯤, 일찍 잔거죠. 어제밤도 피곤하신것 같았고, 아까도. 정사때문만은 아닌것 같았어요”
“사랑하는 여자랑 장거리 운전에다가, 예쁜 여자랑 사랑하는데 이런 정도의 댓가도 없으면 미안하지”
주희는 침대에서 일어나 테이블에 있는 물을 마신다.
그리고 창의 블라인더를 열어 햇볕을 맞아들였다.
찬란한 한낮의 햇살은 주희의 연노랑 옷을 통과하여 살짝 그녀의 몸의 실루엣마저 비춘다.
“아까 전에 일어나서 잠든 준형씨를 한참 지켜 보았어요......준형씨의 잠든 표정은 행복한것 같으면서도 무거운 분위기도 읽혀졌고, 또 무언가의 부담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여졌어요. 어젯밤 해변가에서 준형씨가 그런 감정의 실체를 책임감이라고 말했죠!”
“내가, 그런 책임감 때문에 힘들어할거라고 생각해, 주희씨? 주희랑 같이 있어서 별로 피곤한것도 못 느꼈어.”
“여자 하나를 거느린다는게 쉽고 만만한 일만은 아니죠. 어쩌면 준형씨는 여자와 만나본적이 없어서, 또 결혼이나 가정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 감정의 실체를 잘 모르셨을거에요. 준형씨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그것의 실체가 ‘家長의 책임감’이라고 확신했어요. 가장의 책임감이라는걸 준형씨한테서 발견할수 있었어요. 준형씨는 그걸 구체적으로 뭐라고 정의하지 못한건 무리가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알수 있어요. 여자가 남자에게 늘 바라는것이 있기에, 또.....결혼한 여자, 주부이기 때문에 쉬이 느낄수가 있어요.”
주희는 생각보다 꽤 어려운 개념과 추상적인 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만큼이나 주희의 어조나 말의 태도는 엄격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말들에 대해 뭐라 코멘트를 달수가 없었다.
전혀 내가 생각못한 개념들이기 때문이고, 주희의 또 다른 면을 본 당혹감 때문이다.
“우리가 같이 지낸게 만 하루도 안된거 아시죠? 삼일은 넘은것 같지만.”
“주희도 그렇게 느꼈구나? 정말 우리 오래 같이 있었던것 같은데, 절대로 지루하다는게 아니고”
그렇다. 꽤 오랜 시간을 지낸 느낌이었는데 어제 낮 1시반에 만난걸 생각하면 24시간이 안된 만남이었다.
지루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신적, 육체적, 대화상의 교감들이 오갔다는 의미에서 오래된 느낌이라는 것이다.
한동안 일어서 있던 주희는 다시 침대에 엉덩이를 대로 걸터앉았다.
그녀가 걸터 앉은 곳은 내 오른편 어깨쪽이었다.
나는 그녀의 치마를 쭉 펼쳤고 그녀의 알궁이 드러나도록 한뒤 계속 침대에 앉아 있도록 해주었다.
“준형씨, 그런 우리 모두가 감정 무시하면 안될것 같아요. 우리가 같이 있는 동안 준형씨는 실제 가장이고 세대주에요. 여행에서 뭘할까, 이거할까, 저거할까 서로 많이 의논하되 결정은 준형씨가 하는거고, 명령도 준형씨가 하는거에요. 제가 무슨 잘못을 하면 지체말고 야단치세요. 아까처럼 사람들 보는 앞에서도 좋아요. 저는 준형씨의 무거운 책임감을 덜어드리는 역할만 하면 되는 아주 편한 여자가 되는거구요”
물밀듯이 밀려들어오는 감동 속에 나는 그녀의 몸을 끌어당겨 껴 안았다.
주희의 치마는 훌렁 위로 말려올라가며 허벅지와 엉덩이가 다 드러났다.
우리는 다시 입술을 포개며 침대 위를 왼쪽으로 한바퀴 굴르고 반대편으로 한바퀴 딩굴었다.
하지만 일시적 포옹행위였을뿐 우리에게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았기에 바로 일어날수밖에 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나니 어느덧 11시 45분이었는데 체크아웃 제한시간이 12시였던거였다.
“저어기, 준형씨......오늘 점심은 한식으로 해결하려고 준비를 해왔거든요? 지금 해변가에 도시락 펴놓을 자리가 없을텐데.....체크아웃시간은 다 됬고....어떡해요?....”
한식 도시락을 쌌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살짝 감동하며 지체없이 수화기를 들어 카운터에 전화했다. 체크아웃시간 연장이 아닌 오늘밤 하루를 더 빌린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 내일 정오가 퇴실시간으로 연장되지만, 어차피 우리는 오늘 저녁이 되기까지는 모텔을 떠나야만 한다.
그녀는 가방에서 보온병과 랩으로 둘러싼 크고 작은 반찬통을 꺼낸다.
놀랍게도 멸치조림, 장조림, 백김치, 휴대용 김, 문어젓, 계란말이, 그리고 랩으로 꽁꽁싼 봉지에서는 밥과 시금치 국이 나왔다.
이런 가정 한식을 1일 7찬으로 준비하여 번거롭지 않게 먹을수 있는 그녀의 아이디어와 살림솜씨도 경외스럽다.
종이접시가 아닌 제대로 된 그릇과 접시가 있었다면, 정말 가정 저녁식사 때의 진수성찬과 다를바 없었다.
“분명 이런데 나오면 맥도날드나 가자고 하실것 같아, 몸에도 안 좋은거 일부러 돈주고 사먹느니 이런게 낫쟎아요? 덕분에 오래 보관하고 안 흘리게 할려고 고생은 좀 했죠”
주희는 마이크로 웨이브에 잡곡밥과 시금치국을 차례로 데우며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자기의 의도와 수고에 대해 이렇게 은근히 자랑했다.
식사 준비가 끝나자 여전히 주희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내가 먼저 스푼을 뜨길 기다렸다.
이 여자, 주희 너무 사랑스럽다.
옷 예쁘게 입고, 화장 잘하는 여자임에 틀림없지만 결코 거기서 그치는 여자가 아니었다.
성실함과 준비성과 자상함까지 구비된 여자다.
물론 남의 여자라는게 함정이었지만 말이다.
모든 여자가 주희같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유부녀인 주희를 이혼시켜 나와 결혼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고, 내가 다른 여자와 만나 결혼한다면 이런 만족감을 얻을수 있을까?
어쩌면 주희는 일탈을 즐기는 것이기에 거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내가 모르는 그녀의 진짜 모습은 다른데 있지 않을까?
그런 어두운 면은 주희의 남편 대니가 잘 알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대니가 아내인 주희에게 무심해진게 아닐까?
만약, 만약, 우리가 맺어진다면 이런 모습은 일박이일의 이벤트를 즐기기 위한 연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지는 않을까?
또, 남편 대니의 입장에서, 비록 대니가 자상한 남편이 아니고 가정적인 남편도 아니다 하더라도 아내의 외도가 정당화되거나 합리화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여자의 성향 자체가 일탈의 충동을 못 참는 부류가 아닐까라는 의심도 해본다.
아니, 만약, 만약, 우리가 맺어진다면 주희가 나몰래 이런 식으로 일탈을 즐길 여인은 아닌가?
발코니 바깥의 해변가에는 많은 가족들과 연인, 부부들이 담소를 즐기며 움직이고 있다.
저들은 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같은 불륜커플들도 포함되어 있겠지?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주희는 음식찌꺼기와 종이접시를 치운뒤 화장실에 들어가 양치질을 하는 사이에 나는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며 잠시나마 주희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 생성되었다.
하지만 내 어깨 날개쭉지 아래에 닿는 물컹한 유방과 내 아랫배를 감싸는 그녀의 팔을 느끼며 그런 생각은 다시 마음의 심연으로 가라앉어 버렸다.
“준형씨, 아까 방을 하루 더 빌리자는 연락을 할때 놀랬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신거죠?”
“글쎄....나 양치질도 해야하는데 허겁지겁 빠져나오다보면 잊어버리는 물건도 있을수 있고, 또 주희 말대로 주희가 정성껏 준비한 밥을 먹을 장소가 머뜩치 않쟎아? 하루치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맘편하게 밥먹고 릴랙스하고 충분히 다음 행선지 준비를 한다면 아깝지는 않지. 대신 17마일드라이브는 생략하기로 한거고”
“전 솔직히 시간에 쫓기는데 밥먹을 장소 그 하나만 걱정했던거에요. 게다가 여기서는 10분 내로 빠져 나가야된다는거에 초조해지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코스 하나 생략하고 방을 하루 더 빌리는게 잘 이해가 안됐지만 정말 잘하셨다는 생각이 방금 들었어요.”
그녀는 내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었다.
나름 선수는 아니더라도 남자를 알기 때문이 아닐까.
주희는 뒤에서 자기의 몸으로 묶은 결박을 풀지 않은채 내 어깨에 머리를 파묻었다.
바람결에 그녀의 짧은 머리의 웨이브가 흩날린다.
꼭 어제 솔뱅에서 트레일러가 달린 자전거를 탈때의 상황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바로 이해할순 없지만 이렇게 이해시켜주니 좋네요. 과감하면서도 합리적인 결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방금 전의 준형씨의 모습에서 또 ‘아, 이게 가장으로서의 결단이라는거구나. 이 분은 가장의 자격이 있는 분이구나’라는 확신까지도.....”
그녀는 말의 끝을 흐리고 있었다.
감성이 여린 그녀는 자칫하면 여기서 또 의미가 복잡한 눈물을 흘릴 것이었다.
그리고 벌써 두시 가까이 되어 우리가 이젠 이곳을 떠나야한다는 것을 자각했다.
1번 Pacific Cost Highway는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가도로로 불리운다.
여전히 가끔씩 그녀의 치맛자락에서 물오징어 냄새가 피어오르지만 나는 그녀가 여자로서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자위하며 그 냄새를 즐기며 이리저리 운전을 했다.
고불고불한 해안가 도로라 운전하는데 스킬도 필요하지만, 사랑하는 여자와 같이 하는 그런 길은 그리 고되지가 않다.
그 도로는 한국의 한려수도, 남해고속도로의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아름다움에는 못미치지만 스케일이 크고 view point가 다양하다는 것이 우리나라와는 또 달랐다.
허스트캐슬은 언론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개인 저택이었고 이곳에서 그녀의 외동딸이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된 사건으로도 유명했다.
그후 오랜 시간이 흘러 그녀의 딸은 그 테러조직의 고위간부와 결혼한 평범한 주부이면서 그 테러조직에서도 간여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 일로도 유명했다.
사치가 극에 달했던 그들의 집을 돌아보며 나는 그 집의 딸을 유괴한 간큰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주희는 더 이상 어느 집안의 딸이 아니라, 한 남자의 아내이며 한 가정의 주부이다.
딸을 납치해가서 강제결혼하는 것보다 남의 아내를 납치해가서 강제결혼을 하는게 더 힘든 일일 것이다.
“식구가 몇이나 되었을까요? 식구숫자보다 사람이 적으면 식구의 간격이 멀어져요. 솔직히 별로 부럽지가 않네요.”
깔깔대고 신기한듯 웃던 그녀는 허스트캐슬에서만은 감흥을 받지 않은듯 했다.
그 정도의 저택에는 물론 한참 못 미치지만 큼직한 방 네개가 있는 복층 단독 주택에서 남편과 단둘이 사는 그녀는 큰 집에 대한 허상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후에 우리는 美都이자 古都로 알려진 Santa Barbara에 도착하여 이곳저곳 구경을 했다.
그곳은 미국의 보수정치인들이 은퇴하여 여생을 보내기로 유명한 곳이라 고도제한이 심했다.
6층인가가 최고로 제한되어 있었기에, 오히려 조화롭고 예술적인 스카이라인을 감상하기엔 좋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미국식당을 찾아 들어가 저녁을 해결한뒤 101을 타고 LA로 내려오는 길에 체증이 심각해진다.
짧으면서도 우리는 1박2일동안 많은 이벤트를 했다.
그리고 주희와 섹스를 한 것은 정확히 두번이다.
내 집으로 데려가려 마음을 먹은 것은 그녀와 한번의 기회를 더 갖고 싶어서였다.
나도, 주희도 결별을 선언하진 않았지만 또 언제 이런 데이트의 기회를 맞을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그녀의 남편 대니가 출장을 가더라도 하필 주희의 생리주기가 겹치면 날새는 일일것이기도 할거고.
하지만 나나 주희나 내일 출근해야 하는 몸이며, 주희의 경우는 내일모레인 화요일에 남편 대니를 맞아야 하는 입장이라 더 이상 그녀와 시간을 보내기엔 하루가 너무 짧았다.
Ventura Highway인 101도로 선상에 새로이 동서로 신설된 23번 도로를 타고 5번으로 갈아타 Fullerton인 그녀의 주택단지에 도착하였다.
주택단지 입구의 경비실엔 불이 환히 밝혀져 있었는데 경비원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화장실을 갔거나 딴짓을 하는 중일것.
어제 낮에 거기서 중년의 흑인 경비원녀에게 곤욕 아닌 곤욕을 치른것에 대해 은근이 부아가 났다.
그녀의 집에 당도하자 그녀는 LV보스턴 백을 열어 작은 리모콘을 조작하자 우렁차게 회백색 거라지도어가 올라간다.
원룸 아파트에서 살면서 그것도 싸니 비싸니 투덜거리는 나의 처지가 정확히 주희 부부와의 다른 점이다.
갓길에 주차하고 차에서 나왔을 바로 내 눈에 뜨인 것은 어제의 그 번짓수와 문패가 달린 우체통, [DAINIEL CHO]라는 이름의 작지만 분명히 대문자로 조각된 문패.
솔직히 기가 죽는다.
저 이름새겨진 판넬을 걷어 발로 밟아버리고 대신 [Jun Young Yeon]이라는 문패를 이곳에 세우고 싶은 충동이 든다.
진짜 그래 버릴까?
진짜 그렇게 할까?
그녀가 가져왔던 두개의 짐은 여자가 양팔로 들기엔 꽤 무거웠다.
어제에 내가 들어줄때보다 짐이 줄었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더 무거웠던 것은 이제 그녀와 헤어질 시간이라는 점에서일 것이다.
“준영씨, 그냥 제게 맡겨요”
“아니야, 집안에까지 옮겨줘야지. 끝까지 주희 고생시키는거 싫어”
"....그럼 그라지 지나 주방앞까지만 올려주시고 가셔야 해요"
주희는 곤란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은 보스턴백만 들고 두개의 짐을 내게 모두 맡겼다.
그녀 남편의 차인 BMW 3 콘버터블과 4.0L 8기통짜리 토요다 FJ크루져 사이를 지날때 나는 그 두차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저 두차, 넘 불편해요. 뒤에 앉은 사람이 구토나오는 경우도 있대요. 부러워 안하셔도 돼요”
아마도 내가 그녀 남편의 차에 주눅들까봐 배려해서 하는 말인듯 싶었다.
주희는 작은 문을 열며 스위치 두개를 올리자 내 아파트의 거실만한 주방과 더불어, 주방 끝쪽으로는 사방의 벽을 알수 없는 엄청난 크기의 거실, 그리고 거실과 주방을 연결하는 지점에는 디자인이 가미된 난간에 의해 보호되는 계단이 노출된다.
두 짐을 지탱하던 내 어깨에는 힘이 쭉 풀려나가버린다.
하지만 나는 꿋꿋히 짐을 지고 주방 안쪽까지 그녀를 따라 들어갔고, 안쪽으로 들어오는 나를 그녀는 제지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집 실내로 완전히 들어서자 주방 옆의 상대적으로 작고 초라해 보이는 방을 열고 그녀는 몇몇개의 챙겨온 물건들을 넣었다.
창고로 쓰이는것 같았는데 캔버스와 대형 화폭들이 겹겹이 쌓여 한 구석에 수용되어 있었다.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는 나를 의식했는지 주희는 자기의 과거를 어색하게 이야기한다.
“후훗....저 미대출신이라는거 아시죠? 한인 미술학원에서 알바한적도 있었어요. 미국에서 미술대학원을 나와 미술관같은데서 일하고 싶었었는데 유학 직후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공부를 못하게 되었죠....은행에서 알바를 하며 바뀌었죠. 능력있고 야심만만하면서도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 나를 알아주는 남자를 만나 작고 아담한 단독주택에서 가장인 그이의 문패를 올리고 아이없이 단둘이 살면서, 일주일에 세명쯤되는 레슨생 받아 가르치는 일로 소일거리를 하면서....사랑하는 남편시중에 전념하는 우아한 전업주부가 되고팠죠....아, 넘 내 얘기만 했나? 준영씨는 옛 꿈이 뭐였어요?”
그녀는 옛 그림도구들을 버리지 않은대신 이곳의 제일 천시(?)받는 공간에 넣어두고 있었다.
누구나 자기의 꿈대로 살아지지도 않는다는 것이, 자기가 좋아하는 전공과는 무관한 직업을 택하는데서 그런 진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나는 한국의 대학에서 무역학과를 나왔고 미국에선 별로 유명한 대학은 아니지만 MBA(경영학석사)를 받았다.
그리고 일반 회사를 다니니 전공을 살린것 같지만 결졍적으로 학부의 전공도, 대학원의 전공도 처음부터 좋아했던것도 아니고 즐겼던것도 아니다.
“원하는 학문이나 예술을 했다면 그것으로도 몇년 행복했던 것이겠지. 우린 아직 젊은 나이지만 세상이 원하는대로만 살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가 들릴락말락하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 나는 그녀가 안내하는 대형응접실에 가서, 설겆이와 정리를 마무리할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가 주방과 2층을 오가며 여행짐을 풀고 정리하는 동안 그들의 main living room의 쇼파에 앉아 2층으로 연결된 드높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랫층의 구조는 ‘ㄷ’자 형식으로 되어 있었는데 내가 있는 응접실은 그 가운데 부분에 해당되었다.
당시 평면 TV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초창기라, 저 앞에 걸려 있는 60“TV와 부속 셋트는 당시의 돈으로 만불 정도 할만큼 비쌌다.
이 집의 넓이가 뒷마당을 제하고 차고를 합친 실내가 3천 스퀘어피트라고 했다.
매스터 베드룸과 또 다른 목욕탕 딸린 넓직한 침실 하나(주로 시부모가 방문하면 기거한다는) 넓직한 보통 방 하나, 작은 방 하나에 목욕탕만 세개, 주방과 제1응접실 사이의 변기와 세면대만 달린 간편한 화장실까지 합치면 네개의 화장실이 있다는 것으로, 최소 5~6명의 식구가 생활하도록 설계된 곳이었다.
이는 무려 84평형이라는 계산이 나오고,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으로 환산하면 95평의 대형 주택이다.
나는 주희가 외로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뿐 아니라 그녀 남편 대니가 밖으로 도는 것도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Heart Castle이라는 초대형 저택을 구경할때 괜히 심드렁한 반응을 보인 주희의 마음을 알수 있을것 같았다.
그녀의 시부모와 함께 찍은 초대형 가족사진이 쇼파 뒤에 있었다.
한껏 부유해 보이는 시부모, 특히 시모의 모습은 잘살지만 표독하고 권위주의적인 표정이 잘 드러나 있었다. 이 사진은 결혼 1년차에 찍어 만든 것이라 했다.
물론 그녀에게 전해들은, 그녀의 힘들어하는 분위기로 인한 선입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남편 대니얼은 풍채가 화려했고 미남형이었으며, 적절히 살이 쪄 있었지만 그렇다고 혐오감을 줄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통통한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여자들에겐 호감을 줄수 있어 보였다.
초창기에 주희가 대니얼을 만났을때 그에게 마음을 끌려 했던것은 사실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주희가 영주권이나 얻고자, 혹은 부잣집에 시집가고자는 목적도 없진 않았었겠지만.
“심심하세요?”
“응, 조금...근데 네 사진첩 보고 싶어.”
“TV셋트 밑에 있어요. 직접 못 갖다드려요. 손이 젖어서요”
내가 뭘하는지 궁금해서 주방쪽에서 나를 빼꼼 바라보던 주희에게 양해를 얻어 그녀의 사진첩을 몇개 뽑았다.
그녀의 어린 시절의 사진은 그리 예쁘진 않았지만 걱정없어 보였고 티없어 보였고, 사진의 배경이 강남쪽이라, 지금 사는 수준의 생활수준 속에서 자라난것 같았다.
특히 10년전, 그녀의 여대생 시절 사진속의 치렁치렁한 장발머리결에 시선이 한참 머물렀다.
내가 온라인 데이팅 프로파일에 긴머리 여자를 좋아한다는 커멘트를 남긴적이 있다는것을 떠올렸고, 지금 이 여자를 만나고 있는 도중에도 이 여자의 머리가 그대로 자라 있다면 어떨까라는 상상도 몇번 해 보았던터다.
주희는 나를 위해 예쁜 옷을 입기 위해 고민하고, 그날의 화장에 있어서 아이섀도우의 색깔뿐 아니라 파운데이션 컬러와의 대비, 블러싱과의 대비, 립스틱 색깔과의 조화때문에 고민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정말 감사할 일이지만, 나를 위해서 머리카락을 기르진 못할 것이다.
무엇이 이 여자에게 눈물을 강요했는지는 대충 알겠지만, 나를 만나서 눈물이 더 많아진 것은 분명했다.
지금의 이 상황에서 그녀가 나를 만나지 않았고, 외도도 경험하지 않은 채로 떳떳하게(?) 살았더라면 그녀는 앞으로 선천적인 아름다움도 감추고 눈물도 감정도 없는 성질괴약한, 예의고 뭐고 없는 막무가내 독설가 아줌마로 변해갈 것이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웨딩사진첩을 펼쳤다.
6년전 싱그러운 5월의 신부였던 그녀는 대니라는 신랑의 품에 안겨 들어올려져 한껏 웃고 있었고, 대중 앞에서 bride-kiss(웨딩키스신)를 할때 어색하면서도 기뻐하던 그녀의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때 그녀는 행복했을 것이다.
면사포를 쓴 그녀의 독사진에서 풍기는 아름다움과 섹시함은 내게 순간적이나마 분노와 허탈감을 준다.
그 신랑이 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웨딩사진으로 인하여 그녀는 이곳에 살고 있으며, 우리는 일정한 선을 넘어선 안될 부적절한 관계라는 자각이 내 양심 한가운데를 쳤기 때문이다.
“준영씨 기분 별로 안좋을텐데....뭐하러 보세요?”
눈을 들어보니 주희가 쟁반을 들고 내 앞에 와 있었으며 그 쟁반에 칵테일 두잔과 예쁘게 썰어 놓은 과일 몇조각과 독일식 햄과 치즈 몇조각이 놓여 있었다.
“갑자기 뭘 하려니 집에 과일도 없네요. 키위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남편이 먹다 남겨둔 보드카가 있어서 제 나름대로 과일즙을 넣어서 좀 만들어 봤어요. 원래는 다른 topping이 더 하나 있어야 하는데”
“아이고, 이 정도면 충분하지. 난 물 한잔이면 돼, 솔직히”
내가 지나온 좀 작은 제1응접실에는 7단짜리 와인 테이블이 있었고, 벽장에는 고급 양주들이 즐비해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주희는 어느새 나와 데이트할때 입었던 그 원피스에서 미니 슬립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잠옷으로도 쓰인다는 어젯밤의 그 옷은 아니었고, 핑크빛 민소매 드레스이며 레이스가 달린 H형으로 무릎에 살짝 못 미치는 옷이다.
게다가 그녀의 까만 젖꼭지가 비쳤고 그녀의 허벅지와 엉덩이가 갈라진 부분이 그대로 비쳤다. 노브라 노팬티인 것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은듯 하다.
얼굴과 눈화장은 변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녀의 립스틱은 빨간색에서 진한 핑크빛에 약간의 글리터(반짝이는 효과)가 가미된 것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부러우세요?”
이런 큰 집이 부럽냐고 묻는 것인지, 아니면 사진첩 속의 남편이 부럽냐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솔직히 둘다 부러운것이 내 마음이다.
“이 집, 능력있는 시부모님이 사주신거에요. 남편의 연봉은 13만5천불, 한달 만불이에요. 세금떼고 나면 7천불 남아요. 그라지에서 보셨겠지만 비싸고 실용성없는 차를 두대나 리스하고 온갖 馬具들과, 승마여행과 美酒수집에 돈을 쓰죠. 그 사람, 자기 말도 구입했어요. 마장에 주는 것도 상당해요. 한달에 집의 전기세랑 단지관리비 천불돈 내고나면 제가 버는 몇푼 안되는 돈으로 시장을 보아야 하죠. 일년에 두번 주택세를 내야하는게 4천불 정도 되는데, 모아놓은 돈도 없구요. 돈 모을 생각도 없어보여요. 저두 그냥 체념하고 살아요.”
내게 이런 집이 그냥 공짜로 주어져도 유지할 비용이 모자라 살지를 못할 것이다.
골프와 승마와 술수집따위는 별 관심없는 취미지만, 그런것에 빠지면 돈이 무척 들겠지.
증권회사의 경력직원이면 스탁옵션도 주어지지만 그것은 현실화되지 않는 숫자상의 돈일 뿐이며 언제든지 현금화시킬수 있는 돈도 아니고, IT거품 폭발때처럼 하루 아침에 휴지조각이 될 불안요소를 안고 있는 것이다.
남편 대니가 일년에 두번씩 인센티브를 모아서 받는 돈의 액수가 연봉과 맞먹지만 그 돈 어디다 쓰냐고는 묻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한 말 모두에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건배를 청하고 칵테일을 음미했다. 보드카의 용량이 조금 많은 듯한 느낌이 든다.
“디즈니랜드가 보인다고 했지?”
“그렇게 이야기했던가요? 일욜 밤이나 특정한 날에 밤불꽃놀이하는게 이 집에서 보인다고 말한것 같은데.....따라와요. 곧 시작할 시간이 된것 같아요”
주희는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고 2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나를 이끌었다.
아랫층만은 못해도 열명 정도 모여서 그룹 스터디를 할 수 있는 넓이의 2층 거실이 펼쳐졌고 푹신한 3인용 쇼파와 미니테이블이 한줄로 벽에 붙여져 있다.
2층 바닥은 카펫 구조가 아닌 고급 마루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저런 고급 마루의 재료는 중동이나 이스라엘제일 것이다.
저런 비싼 바닥에서 몇달전 주희가 시모에 의해 한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호된 꾸중을 들은 장소가 아닐까 싶었다.
그녀는 일단 내게 2층 세간과 방들을 소개했다.
그녀가 잠깐 머뭇거리다 열어준 두개의 문이 겹쳐져 있는 방은 매스터 베드룸이었다.
자칫하면 탄성을 지를뻔했다.
구태의연한 직사각형 형태가 아닌 ‘L’자 형태로 뻗은 침실이었고, 그 매스터 베드룸만으로도 내 아파트의 베드룸과 리빙룸을 다 합쳐도 이보다 작을것 같았다.
침실 안에도 작은 유리 테이블과 두개의 푹신하고 동그란 쇼파가 있었고 침대를 놓은 공간에는 천장과 벽에 또 다른 출입구가 놓여져 있었다.
“화장은 어디서 하는거야? 화장대가 안 보이네?”
그녀는 자신만의 공간이라 할수 있는 베드룸의 문이 없는 작은 출입구를 가리킨다.
나중에 알았지만 메이컵룸과 드레싱룸이 매스터 베드룸안에 부속으로 딸려 있었다.
이어서 그녀가 열어준 목욕탕의 욕조는 팔각모양이었고 오늘 나온 값비싼 여관의 타일보다 더 고급이었다.
그런데 베드룸에 있는 그녀의 대형 결혼초상이 더 불편해져서 나는 그곳에서 빨리 이탈하였다.
“준영씨, 지금 시작했네요!”
그때에 발코니 바깥으로 수십가지 형상의 불꽃들이 치솟기 시작했다.
아이처럼 흥분한 그녀는 나를 잡아 끌고 발코니로 나갔다.
발코니에도 테이블과 의자 두개가 놓여 있었다.
우리는 거기에 칵테일 잔을 내려 놓고 디즈니랜드에서 실시하는 밤 불꽃놀이를 감상했지만 나는 별로 감흥이 없었다.
그저 이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근원을 모를 불안감과 불편함 때문일 것이다.
주희는 내 어깨에 길지 않은, 끄트머리에 웨이브를 주어 세운 머리카락을 기대고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