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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야설) 아내 스토리 36


〈 36화 〉



"내가…기획했었던 의도가 바로 이거야…내가 하고 싶었던…그 문장들이…다 여기 녹아있다…아…진짜…영문학 전공은 난데….어떻게 번역은…오빠가 더 잘 하냐…"


"난…직업이잖아…난 장당으로 페이 계산해서 초벌부터 시작해서 별의 별 번역을 다 하잖아…경험에서 오는 스킬의 문제겠지…뭐…."


"아니…그게 아니야…영어 문장에서도 담아내지 못 했었던….기사 의도를 오빠가…여기 의역 문장에 단어 몇 개를 첨가해서 담았잖아…이건 원본에 없는 이야기야….오빠가 나 보라고 끼워 넣은 거잖아…내가 그 정도도 캐치 못 할 줄 알았니? 내가…무슨 기사를….왜 쓰려는지…오빠가…이 번역 안에 티 나지 않게….다 담았다고…너무 술술….잘 읽혀…내가…생각만 했었던….그런 문장들이야…"


"공치사 그만 하고…얼른 안주 먹자…회 식는다…"


나는 말장난을 하면서 잔을 들었다.


"이거 오빠 이름 안 넣고 내 이름으로 월간00에 기사 나갈 거야…"


"니가 그때 이야기 했었잖아…난 불만 없다. 그리고 내가 그만둔지 몇 년 되기는 했지만 니네 회사 라이벌 신문사 기자 출신인데 내 이름이 거기 들어가면 조금 웃기지 않겠냐…너 데스크한테 조인트 까이지…"


나는 가볍게 웃으면서 대꾸를 했다. 전연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테블릿을 내려놓았다.


"이혼할 거야?"


연두는….나와 건배를 하고 술을 마시기 전에…나를 쳐다보면서 말을 했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술잔을 한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그런 후에 대답을 했다.


"아니…이혼 같은 거 할 거면…아예 결혼도 하지 않았어…아내는 자기 입으로…난잡하게 놀았고, 남자관계도 복잡하다고, 나의 청혼을 거부했었던 여자이고…그렇게 결혼 안 하고 혼자 자유롭게 살겠다고 확실하게 자기 의사를 밝혔었어.

옆구리 팍팍 찔러서 결혼하자고 조른 건 나야…아내가 먼저 나에게 이혼 소송을 걸기 전에는 우리가 이혼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아내가 만약에…어떤 경우에라도 먼저 이혼을 하자고 하면…난 다 때려 치고 어디 으슥한 섬 같은 곳으로 아내를 강제로 데리고 가서…거기서 남은 생을 살 생각도 있다.

니가…왜 뜬금 없이….이혼 이야기부터 꺼내는지..짐작이   안 가는 건 아니지만…난…아내의 행동에 뭔가….미심쩍은 것이 있다면, 그걸 바로잡기 위해서 내가 모르는 팩트를 알아보려는 것이지…아내를 어떻게 하려거나…부부관계를 틀어버리기 위해서 그러는 건 절대로 아니야…난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난 아직도….이 세상에서 아내가…제일 소중해…"


"이혼을 해야만 할 정도의 엄청난 사실이 밝혀졌다고 해도, 아내에 대한 내 사랑은 변하지 않을 거야.

아니…솔직히 이젠 사랑이라는 말이 조금 웃기기는 해….결혼 4년차인데 말이야. 사랑이고 연애 감정이고 그런 수준이 아니다. 

나는…그냥 아내를 격하게 아낀다. 그냥 그거야…18년 전에 아내를 처음 보았을 때의 감정이…지금 감정이나 마찬가지이고…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행동은….아내라는 여자를 만난 거라고 감히 자부한다."


내 긴 이야기를 다 들은 전연두가 자신의 잔에 소주를 한 잔 더 따르더니 원샷을 했다. 그런 후에 입을 여는 전연두였다.


"아…진짜…미저리…아니 또라이 미저리 같은 새끼…."


어이 없다는 웃음으로 그런 말을 하던 전연두가 아무런 대꾸 없는 나를 보더니 한 마디를 더 했다.


"새끼라고 해서….토라졌어?"


"아니…전혀…연두 너는 나한테 그래도 괜찮아…고작 한 다리 차이인데 꼬박꼬박 오빠라고 불러주는 것만해도 감사하지…니 동기들 중에 재수해서 나랑 동갑인 애들도 많잖아…사회에서 한두 살 차이 다 트고 먹는데…너처럼 꼬박꼬박 오빠라고 불러주는 애도 드물지 뭐…난 너한테 욕 먹는 거 하나도 기분 안 나쁘다…솔직히 내가 이런 은밀한 부탁 마음 터 놓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너 말고 누가 있겠냐?

너는 이미 예전에 한 번 다 알았던 팩트였으니까, 내가 부탁을 하는 거지…이런 민감한 일을 흥신소에 맡기겠냐…아니면….다른 기자들에게 맡기겠냐? 구설수에 오르기 딱 좋지 뭐….새끼한테 새끼라고 했는데….뭘 토라지냐…난 그런 거 없다…"


내가 가벼운 미소를 띈 채로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하자 전연두는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하여간에….글 잘 쓰는 인간들은 말도 참 잘 해요…내가 대학 동아리에서 다른 사람들하고 침 튀겨가면서 토론 붙고 그랬었을 때….얼마나 같잖게 보고 있었을까? 내색도 안 하면서 말이야….오빠랑 나랑 단 한 번도 토론 안 붙었던 거 알아?"


"몰라….기억 없어…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


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면서 말을 했다. 나 역시 술을 한 잔 더 마신 후에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전연두가 너무 편해서….그냥 나도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이었다.


"아내가 나한테 오빠라고 한 번만 불러주었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아직 단 한 번도 안 그랬었던 것 같다…"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가볍게 웃으면서 말을 했다.


"에이…관두자….내가 오빠랑 무슨 말을 하냐…이거나 봐라…"


전연두는 테블릿에 꽂혀 있는 번역본이 들어있는 유에스비는 자신의 핸드백에 넣고, 다른 유에스비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그걸 태블릿에 끼운 채로 나에게 말을 했다.


"다른 거 없어…이혼 할 거냐고 물어본 건, 여태 단 한 번도 이런 걸 시도하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이런 걸 알아보려고 할 때는 뭔가 오랜 시간 유지했었던 포지션의 방향을 일시에 틀어버리게 만든 외부 요인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이 있었기 때문이야.

뭐랄까.. 어떤 큰 임팩트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그런 걸 물어본 거야.

대개… 이런 식으로 다들… 시작해…그러다가 별로 달갑지 않은 팩트를 알게 되는 거고…그 다음에 이혼하는 거지…이혼…그거 별거 아니야. 마음 먹기가 힘들지..아무 것도 아니야…내가…산 경험자잖아…"


젼연두는 쓴 웃음을 지은 채로 말을 했고,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마땅히 대꾸할 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 전연두의 말이 틀린 건 하나도 없었다.

필립 장의 그 이메일 한 통이…사태를 여기까지 몰고 온 것을 나는 굳이 부인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참 신기했다.

그 사진을 보기 전에는….단 한 번도 그런 의심이나 추측이나….그냥…그런 것들에 대한 의구심을 아예 가지지도 않았던 상황이었다.

외국계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페이가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음에도….나는 그걸 그냥 덮어주기에 급급했었지…단 한 번도 그런 걸….까발리고 알아보려고 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전연두의 말이 옳았다. 전연두 역시 촉이 좋은 여자였다.

필립장의 그 사진이 트리거의 전초단계였고…어쩌면 진짜 트리거는 그 와인파티에서 필립장이라는 인간을 직접 보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그 와중에 다른 의구심도 또 하나 있었다.


필립장은….아내 회사와 관련된 인물은 분명히 아닌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회사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된 것은….분명히….내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마음 속에만 묻어두었던 의문점들이 고개를 들고 튀어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내 자신은 그걸 알고 있었지만, 그런 사실까지 전연두에게 털어놓을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부부 사이의 문제로 끝을 내야 할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지난 십여 년 간 회사 공식 사명이 정말 여러 번 바뀐 회사지만 사실 그 실체는 그대로야…단 한 번도 크게 조직이 바뀐 적도 없고, 어디로 이사를 간 적도 없어. 임대로 쓰는 것도 아니고 회사 건물 자체가 그 회사의 소유야…"


전연두는 회사의 빌딩 전경이 보이는 사진을 나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20층 건물에서 16층부터 20층까지 다섯 개 층은 그 회사에서 다 쓰고 있고, 1층부터 15층까지는 전부 임대를 놓은 상황이야."


나는 조금 의외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는 것을 꾹 참고 있었다.

나는 무슨 부동산…아니 회사 자산 브리핑을 받으려고 헀었던 것은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었다.


"웃지 말고 잘 들어…순서대로 하는 거야. 아웃라인부터 순서대로 설명하고 들어가야 원래 쏙쏙 이해가 잘 되는 거야."


전연두는 내 표정을 읽은 것 같았다.


"현재 사명은 JD 파이넌스 앤 인베스트먼트야…이삼 년에 한 번씩 사명이 바뀌는 것 같은데…왜냐하면 오빠 결혼 전에 내가 파악했었을 때는 사명이 이게 아니었는데…그 사이에 사명이 또 바뀌었더라고…상장회사도 아니고, 따로 감독기관이 있는 그런 업종도 아니라서 뭐랄까…조금 베일에 가려져 있는 회사야."


"내가 오빠한테 몇 년 전에 설명을 했었을 거야.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그 바닥 전문가들 이야기는 다르다고 말이야…혹시 내가 그때 했었던 말 기억나?"


"그냥…어렴풋이 기억나는 것 같기는 한데…솔직히…그때는 니 말을…귓등으로 들었던 게 사실이다. 니가  뭐라고 했어도 난….내 결심을 바꾸지 않을…그럴 생각이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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