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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친구 그리고 나 - 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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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친구 그리고 나 - 하편

"으잉?? 엄마, 집이 왜 거의 그대로야?? 성우 이 자식이 열심히 안 도와줬어?? 거의 내가 해야되네. 아씨, 피곤한데.. " 

"으응, 하다가 일이 있다고 좀 빨리 갔어. " 

"아이, 그 노무새끼. 좀 부려먹으려고 했더니 눈치챘나봐. ㅎㅎ . 에휴, 내가 해야지. 우리 집인데. 으압!!" 

"그래, 얼릉 하자, 얼마 안 남았어" 

그날 저녁 뒤늦게 들어온 아들의 투덜스러운 목소리를 듣고서야 난 현실세계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무슨 정신으로 움직였는지 몰라도 겨우 집정리는 마칠수 있었다. 있는 정신을 쥐어짜서 겨우 씻고 방에 누웠다. 그 이후 악몽같은 데쟈뷰가 계속되었다. 잠자리에 들어도 밥을 먹어도 길을 걸어도 차를 타도 손에 그 순간은 박힌 가시처럼 계속 뇌리에 남아있었다. 왜 더 강하게 밀어내질 못 했는지 후회되기도 했다가 서투르지만 달콤했던 키스의 순간이 떠올라 가슴이 뛰기도 했다가 다시 여지를 준 마지막 말에 또 후회했다가 내 몸을 더듬던 그의 손길이 느껴져 흥분하기도 했다가. 좀처럼 갈피를 못잡고 물에 빠진 사람마냥 푹 젖은체 시간을 보냈다. 그냥 그렇게 3일이 흘러갔다. 

아침부터 전쟁처럼 치르는 출근과 등교를 시키고 난 쉴세없이 청소기를 돌리고 손빨래를 했다. 며칠이나 지났지만 내 손에 박힌 가시는 빠질줄을 몰랐다. 움직이지 않을땐 이 혼란스러운 감정에 미칠것만 같아 끊임없이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Why are there so many songs about rainbows, 

And whats on the other side? 

Rainbows are visions, but only illusions, 

And rainbows have nothing to hide. 

So weve been told and some choose to believe it, 

I know theyre wrong, wait and see. 

Someday well find it, the rainbow connection, 

The lovers, the dreamers and me. 

무심코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우연히 카펜터스의 음악이 나왔다. 예전에 남편이랑 연애시절 즐겨듣던 Rainbow Connection. 그 때 어설프지만 손을 잡고 춤도 췄던 기억도 났다. 그렇게 설레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 우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에겐 그때의 마음이 먼지만큼이라도 남아있을까?? 웃음이 나왔다. 있을리가 없다. 차라리 미워하고 싸우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우린 투명인간처럼 살고있다. 아들이라는 매개체가 없으면 펑 하고 사라질 그런 풍선속의 질소같은 관계. 참 허무하다. 

그 아이와의 순간도 지금의 내 마음처럼 단지 환상같은 무지개였을까?? 나의 단조로운 일상에 어느 날 스치고 지나간 몽상이였나. 나에겐 그저 스치는 그런것이 아닌 머물러 있을 행복이란 없는것인가. 서러움에 빨래를 하던 손짓도 멈춰졌다. 그렇게 경쾌한 멜로디와는 다르게 내 마음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문득 창밖을 보니 햇살이 좋았다. 우울을 털고 오랫만에 바구니에 빨래꾸러미를 가득 넣고 밖으로 나갔다. 마당에 쳐놓은 빨래줄을 다시 세우고 걸기 시작했다. 빨래를 펴서 탁 하고 터는 느낌과 향긋한 냄새가 오랜만에 내 얼굴에 미소를 주었다. 물기가 팅기면서 순간 무지개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순간 시선 너머로 성우가 보였다. 대문밖에서 나를 보고있었다. 별로 크게 놀라지 않았다. 언젠가 찾아올거라고 생각했기에. 대문을 사이에 둔 체 우린 마주섰다. 대문을 붙잡고 있는 그의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학교는 ?? " 

"모르겠어요. " 

쓸 데 없는 질문이었다. 성우가 내 아들도 아닌데. 우린 지금 각각의 남녀로써 해야 할 말이 있다. 어설픈 엄마노릇은 그만 해야 한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해 선 안 될 말이었다. 왜 왔냐고, 앞으론 절대 찾아오지 말라고 해야하는데. 마음이 내 입을 지배하고 있었다. 도무지 주워담아지지가 않았다.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진짜. " 

아는게 있긴 하니?? 라고 물어보고 싶었다. 도통 아는것도 없으면서 그 땐 뭘 그렇게 용감하게 거침없이 내 몸에 손을 댔는지 묻고 싶었다. 하긴 나도 아는게 없다. 그러니 30살이나 어린 이 아이에게 실체가 있는 대답을 원하는 나도 참 어이가 없다. 

"갑자기 왜 그랬어?? 그 때. 그냥 충동적으로 그런거야?? " 

제법 어른스러운 질문이다. 이제야 대화의 주도권을 내가 쥐기 시작했다. 몇일동안 녀석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할지 끊임없이 생각한것중에 제일 궁금한것이었다. 만약 충동적으로 그랬다면, 어른스럽게 용서하리라 마음도 먹었다. 워낙 한창때이니까. 그렇게 마무리 하리라 생각했었다. 

"갑자기는 아니에요. 말하진 못 했어도 어머니를 볼때마다 온 맘을 다 해 표현했어요. 나를 봐 달라고. 내 맘을 알아달라고요. 한번도 그러지 않은 적이 없어요. 충동적은 아니에요. 오래오래 간직하다 그냥 나도 몰래 펑 한거에요. " 

날뜻이 기뻤다. 너무나도 좋았다. 하늘로 뛰어오를것 같았다. 사실 충동적이라고 말했으면 내 자신이 너무 비참할것 같았다. 어린 아이의 충동적인 스킨쉽이라고 하기엔 내가 느낀 아련함과 설레임이 너무 컷기 때문이다. 그러기엔 나도 이 아이를 따스하게 봐 왔던 그동안의 시간이 꽤 길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난 너보다 30살이나 많아.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니?? 왜 내가 좋아?? " 

이건 내 자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었다. 30살이나 어린. 아직 남자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아이인데. 난 왜 이 아이의 행동하나 말 한마디에 설레고 흥분되고 떨리는 걸까?? 게다가 아들의 친구인데.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도저히 이러면 안되는데 난 왜 이러는걸까. 나의 질문을 어이없게도 이 아이에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는게 처음이라, 어떤게 내 마음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를 보기만 해도 설레고 말 한마디라도 하고 싶고, 같이 있는 모습이 상상되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막 그래요. 저도 몰라서 그러는데,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꼭 이유가 있나요?? 원래 그래요?? " 

듣고 싶은 말이었다.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스르르 눈물이 났다. 흐르기까지 했다. 코도 막혀왔다. 목도 메여왔다.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눈물까지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니라고, 아직 아이에 불과한 너한테 맘을 뺏긴게 아니라고, 그리워한게 아니라고, 그냥 단지 외로워 보이는 너가 안쓰러워서 그런거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런데 그러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나의 고개를 들게 하고 눈을 맞추고 나의 진심을 그에게 보여주고 말았다. 

대문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그의 손이 보였다. 무심코 덜썩 잡았다. 그 때처럼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있었고 떨고 있었다. 두 손으로 그의 손을 만져주며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해주고 싶었다. 아무 말도 없이 한참을 그렇게 그의 손을 만지고 또 만졌다. 조금이나마 부드러워졌다고 느낄때 쯤 성우도 내 손을 잡았다. 

덜컹거리는 소리를 뒤로 하고 힘차게 대문을 열어 그를 안으로 들였다. 엉거주춤 서 있는 아이의 손목을 야무지게 잡아서 대문안으로 데려왔다. 한참이나 올려다봐야 하는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어 주며 천천히 살피니 어느새 그의 눈도 퉁퉁 부어있었고 입술도 무척이나 갈라져 있었다. 마음이 무척이나 아렸다. 너두 힘들었구나. 말해주지 않아도 느껴졌다. 

"우리, 밥 먹자, 뭐 안 먹었지?? 일단 든든이 먹고 학교 가는거야.알았지?? 사실 나도 너 보고싶었어. 도데체가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수가 없더라. 참 이상해. 일단 어서 들어가서 얘기하자. " 

여전히 든든한 그의 어깨를 밀며 집안으로 들어갔다.사연이 많았던 신발장 앞에서 조금 주춤하긴 했지만 .일단 뭐라도 먹이고 싶었다. 

"방에 가서 좀 씻고 쉬고 있어. 내가 금방 먹을거 차려줄게. 부르면 내려와 알았지?? " 

울어서 퉁퉁 부은 성우를 아들방 욕실로 올려 보내곤 급히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마음만 급했지 딱히 마땅한 재료가 없어서 냉장고에 있던 깻잎김치, 오징어채, 장조림 을 꺼내놓고 내가 은근히 자신있는 두부고추장찌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양념장을 만들고 고추를 쏭쏭 썰어놓고 같이 끓이며 그래도 조금 뭔가 허전해서 계란프라이도 3개 정도 했다. 요리하는 내 몸이 무척 리드감 있다고 느껴졌다. 봉글봉글 찌개 끓는 소리와 고소한 프라이가 기름에 짜짜하는 소리도 무척이나 흐뭇했다. 최대한 이쁜 그릇에 찌개를 담고 갓구워진 계란프라이에 케첩도 ?? 뿌리고 준비해놓은 밑반찬들도 셋팅하고 내가 생각해도 제법 괜챦은 식사가 된것 같았다. 

여자의 요리에는 마음이 담긴다. 

"성우야, 밥 다 됐어. 내려와" 

아무 대답이 없었다. 몇번을 다시 불러도 마찬가지였다. 식기 셋팅까지 마치고서도 아무 반응이 없자 이상하다 싶어서 윗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방문을 슬며시 열어보니 책상에 앉은체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게 보였다. 순간 뭐해 , 밥먹자 라고 말하려다 망설였다. 너무 맛있게 자고 있는것 같아서. 덩치에 비해 작은 의자라 그리 편하지 않을텐데도 규칙적으로 들리는 호흡소리가 무척이나 잘 자고 있는듯 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정말 그랬다. 새근새근은 이럴때 쓰는 말이구나 싶었다. 뭐라도 먹여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도저히 깨울수가 없었다. 잠시만 기다려줘야겠단 생각에 나도 아예 책상아랫쪽 침대에 기대어 앉았다. 

아침부터 나도 피곤했던 탓일까. 잠깐 기다려준다는게 깜빡 잠이 들었다. 황급히 눈을 뜨자 여전히 평온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성우의 얼굴이 보였다. 아이의 얼굴인데 무척이나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듯 했다. 불안과 고단함, 슬픔의 어둠이 얼굴에 드리워져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손을 들어 깨지 않게 조심스레 얼굴을 가린 머리칼을 넘겨주기 시작했고 다시금 이내 가만히 바라보았다. 잠시후 성우의 눈이 떠졌다. 그는 책상위에, 난 책상밑 침대아래에서 눈이 마주쳤다. 

"미안, 나 땜에 깼어?? 피곤했구나. 그동안 " 

"......" 

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계속 맴돌았어요. 후회되고, 죄송하고,바보같고, 그립고, 신경질도 나고, 아무것도 할수 없는 내가 무기력하고, 예민해지고, 너무 힘든데. 그런데. 하나도 싫지 않았어요. 그런 감정 하나하나가 전혀 싫지 않았어요. 이런게 뭐죠?? 어머니. " 

"나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 진짜.." 

"그냥 가만 있어도 어머니생각만 하면 슬퍼서 기뻐요. 그래서 아무것도 못 해요. 그냥 그 생각속에 계속 머물러 있어요. 이게 도데체 뭐죠?? 전 어떻게 해야되죠?.." 

그게 사랑이야. 그런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야 라고 해주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내가 너무 초라했다. 나이도 많고 친구의 엄마일뿐이고 겨우 해줄수 있는게 밥 한끼뿐이었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뭐라고 내가 말을 이어가려던 순간 성우가 내품으로 파고들었다. 먼지만큼의 위안이라도 주고 싶었던 나는 입을 다문 채 가만히 안고만 있었다. 

"어머니,죄송한데 얼굴 조금만 만져 봐도 돼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였다. 성우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내 뺨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아주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촉감을 느끼려는지 내 눈은 저절로 감겼고 뺨을어루만지던 손은 엄지로 입술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그리곤 당연한듯이 그 날처럼 나의 입술을 찾았던 성우의 입술이 천천히 다가와 다시 입맞춤을 했다. 천천히 입술을 마주 대며 움직이던 그는 혀를 내밀어 내 윗 입술을 건드렸고 난 입술을 열어 기쁘게 그의 혀를 받아 들였다. 서서히 벌어진 우리 입술 사이는 바쁘게 오가는 혀로 인해 갑자기 뜨거워졌다. 

내가 더 타오르는지 내 입술을 스치던 성우의 혀를 더욱 입술을 열어 유혹했고 마침내 깊숙히 들어오자 내 혀를 대고 살짝 부딪쳤다. 그렇게 입맞춤은 점점 짙어갔고 어느새 성우의 손이자연스레 내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가슴을 더듬던 손이 슬그머니 밑으로 내려와 내 옷을 파고 들어오려 하자 난 반사적으로 다급하게 그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성우는 계속 파고들었고 마침내 브래지어 밑으로 가슴을 거머쥐려는 순간 겨우 정신을 차린 난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성우야, 잠시만, 그만....." 

" ......... 죄송해요, 어머니, 자제가 안돼요. 너무 달콤해요. " 

"그래도, 성우야, 여기선, 

일단 밥부터 먹고, 

아, 흐,흐흡,으" 

한창때의 뜨거운 몸이 이런 공간에서 키스만으로 끝나리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아니면 바보인척 한것일까. 성우는 날 더 단단히 부여잡고는 다시금 입술을 들이밀었다. 웅웅거리며 버팅겨 보려 했지만 이내 그의 입술이 다가오자 피하지 않은 채 입술을 받아 들였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가 들어오자 오히려 혀를 밀착해 부비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난 어느정도 포기해버렸다. 

그리고 키스가 짙어지던 순간 그의 손이 윗옷자락을 들추고는 그 밑으로 손이 들어와 잠시 당황스러웠지만 내 몸은 그 때처럼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고 우린 갈수록 짙은 입맞춤을 이어가고 있었다. 

결국 난 그날 아들의 방에서 성우와 첫 섹스를 나누고 말았다. 

무지개가 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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