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R야설) 아내 스토리 33
〈 33화 〉
나중에 알았던 사실이었지만 혼전 임신이었다고 했다.
둘이 같이 자는 사이였는데, 술을 먹고 피임에 실수해서 덜컥 결혼을 한다고, 나에게 웃으면서 청첩장을 건네주었던 연두였었다.
내가 가을에 결혼을 했고….연두는 해가 바뀌자마자 연초에 바로 결혼을 해버렸다.
그리고 결혼을 한 그 해 늦여름에….예쁜 딸아이를 낳은 전연두였다.
그냥 계속 그렇게 잘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작년에…그러니까 딸 아이를 낳고….바로 그 다음 해 봄에…남편과 이혼을 했다.
남편이 이혼을 원했다고 했고…연두는…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고 했다.
결혼을 한 이후에는 따로 만나고 그럴 일이 없었다. 연두가 너무 바빴었기 때문이었다.
이혼을 하던….그 이른 봄의 어느 날에…그러니까 작년 봄에 연락이 와서 한 번 만났었는데…광대뼈 위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연두는 키가 작았다.
하지만 간이 배밖에 나온 애가 바로 전연두였다.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 했지만, 배짱이 웬만한 남자들보다 더 좋은 것이 바로 전연두였다.
어디 가서 맞고 다니고 그럴 인간이 절대로 아니었다.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면 늘어졌지…절대로 어디 가서 얼굴을 맞을 여자가 아닌데, 연두는 얼굴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동아리 일 년 후배이자…아내의 영문과 동기….하지만 아내와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는 것이 바로 전연두였다.
그리고 한 때…나를 짝사랑 했었던 여자이자…내가 기자 시절에…. 라이벌 메이져 신문사의 기자로써…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그런 후배…어떻게 보면 서로 성별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거의 이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참 끈질기게도 엉키고 있는 연두와의 인연이었다.
작년에…광대뼈 위에 시퍼렇게 멍이 든 얼굴로, 밴드나 이런 걸로 멍을 가리지도 않고 뻔뻔하게 그 멍이 든 얼굴로 나를 만나서는 이혼을 한다고, 말을 했었던 전연두였었다.
얼굴에 멍은….남편에게 맞아서 생긴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연두가 가정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건….솔직히 믿어지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바락바락 백육십이라고 우기고 있었지만, 사실 백육십에서 조금은 빠지는…백오십 대 후반의 아담한 신장인 전연두였다.
얼굴이 아주 뛰어난 미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귀여운 구석이 있는 깜찍한 외모이기는 했다.
작년 봄에….나는 연두의 얼굴을 보고 너무 놀라서, 그동안 맞고 살았던 거냐고….정말 많이 놀란 얼굴로 말을 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결혼 후에 처음 맞은 것이라고 했다.
이혼 사유가…남편의 폭력이 아니었다. 배우자의 외도였다.
하지만 그것 역시…가만히 이야기를 들어보니…이미 사십 대로 접어든 사진 기자였던 남편이 외도를 한 것이 아니라…연두가 남편 몰래 외도를 하다가 걸린 것이었다.
그래서 남편한테 제대로 한 대 얻어맞고 이혼까지 당하는 것이었다.
그때….내가 진짜로 걱정을 했었던 건….연두가 결국은 메이저 신문사를 그만두는구나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솔직히 기자 생활을 그만 두고….아주 크게 후회를 한 적은 없었지만…아주 조금 후회를 했었던 적은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연두는….신문 기자가 체질 같은 여자였다.
그런 연두가 이혼을 하고 결국은 회사를 그만두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웬걸….연두는 이혼을 하면 신문사를 더 열심히 다니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남편도….같은 신문사에 다니는데…남편이 같은 신문사의 사진 기자이기 때문에 업무상 남편과 파트너가 되는 경우도 있을 텐데 그게 가능하겠냐고 내가 물었던 기억도 있었다.
하지만 전연두는 전연두였다.
결국 이혼도 하고….아이는 같이 사는 자신의 엄마가 키워주시고, 여전히 그 신문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남편 역시 그 신문사에 다니고 있다.
남편에게 양육비 같은 건 아예 안 받는다고 했고, 이혼 서류에 그런 이야기도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남편은 생각나면 양육비라고 계좌로 얼마씩 송금하고….딸을 보러…직접 집에 오기도 한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잘 이해가 안 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는 일들을 전연두는 직접…살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 년이 지나고, 가만히 작년의 일들을 생각해 보았을 때, 너무 황당한 것이 사실이었다.
아이를 낳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돌잡이도 안 된 아이를 두고 외도를 한 건지…이해를 할 수가 없었던 나였다.
그리고 전연두는 연애를 많이 해본 여자도 아니었고 남자를 밝히던 여자도 아니었다.
옷을 야하게 입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아내처럼 섹시함이 넘치는 여자도 결코 아니었다.
그런 연두가 외도를 했다는 것이 나는 솔직히 믿어지지도 않았고,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전연두 스스로가 그 일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었던 상황이라서, 내가 더 이상 꼬치꼬치 물어보지도 못 했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전연두는 아직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저렇게 잘 지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리 예약을 해 놓았던 상황이었고 연두와 창가 쪽으로 한적한 자리에 단 둘이 마주 앉았다.
"아침도 안 먹었는데….잘 되었다…여기 내 돈 주고 먹기는 너무 비싸잖아…."
내가 결혼을 한 이후로,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을 하자면….내가 결혼을 하고 몇 달 있다가 속도위반으로 급하게 전연두 마저 결혼을 하고 난 이후에, 전연두는 은근슬쩍 나에게 말을 놓았다.
그 전에는 오빠라고 부르면서 반말 비스므레한 세미 존댓말을 사용했었던 전연두였는데, 자신이 결혼을 한 이후에는 나에게 거침 없이 반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뭐 이래도 좋고, 저래도 편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접시 위에 먹을 것을 잔뜩 담아다가, 먹기 시작했다.
전연두는 나에게 유에스비 하나를 내밀었다.
"아홉 페이지 정도 되는데, 번역 좀 다듬어 줘 초벌 번역만 되어 있어서 문장에서 영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아…
오빠가 깔끔하게 의역해서 문장 좀 예쁘게 만들어봐…다음 달 월간00에 들어갈 기사 중에, 미국 잡지에서 인용이 들어가야 하는 내용인데…번역이 영 신통치 않아서 마음에 안 들어…"
나는 바로 고개를 저으면서 대꾸를 했다.
"나 아무 거나 번역 안 하는 거 알잖아. 게다가 의역은…또 하나의 창작이다. 나 번역료 비싸…."
"지랄하네…십 원 단위 야설 써서 팔고 있는 주제에…."
나는 연두의 거침없는 언사에 바로 맞대응을 하지 않았다.
시집을 한 번 갔다 오더니, 입이 남자 기자들 보다 훨씬 더 거칠어진 연두였다.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했다.
아무래도 구린 구석이 있는 건 나였기 때문이었다.
"그거 나 아니라고 그랬잖아….니가 오해한 거야…야설은….그냥 가끔 보기만 하지….내 주제에 무슨 야설을 쓰냐…"
나는 손까지 저으면서 잡아떼고 있었다.
"알았어…알았다고….그거 번역 완벽하게 해 줘….이번 주 목요일까지…콜…"
"알았어…"
나는 전연두가 내미는 유에스비를 받으면서 말을 했다.
어느날 갑자기 전연두가… 내가 야설을 은밀하게 연재하고 있는 웹소설 사이트의….내 작품이 나오는 핸드폰 화면을 캡쳐해서 나에게 카톡을 보내면서 질문을 던졌었다.
이 작품 오빠가 쓴 거 아니냐고 말이다.
나는 펄쩍 뛰면서 아니라고 잡아 떼었지만, 너무 지나치게 잡아 떼다가 오히려 연두에게 확신 비슷한 걸….안겨주었던 것 같았다.
그 뒤로 연두는….내가 은밀하게 야설을 쓰고 있다는 것을 기정 사실화 했고…내가 쓰는 작품을 애독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잡아 떼고 있는 중이었다.
인정할 수 있는 게 따로 있고, 인정할 수 없는 게 또 따로 있는 것이었다.
나는 연두의 추측이 맞다는 인정을…끝까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야설 연재를 중단할 수도 없었다.
적은 금액이었지만 출판사 매출이 적을 때는 그 작은 금액도 참 알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갑자기 그만두고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인기 작가도 아닌데 여기저기 옮겨봤자 기존에 있던 플랫폼의 조회수의 절반도 안 나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내가 전연두 지적을 받고 바로 연재를 중단하면 연두에게 더더욱 확신을 줄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유에스비를 받아서 주머니에 넣고 접시 위에 담긴 초밥을 하나 집어서 입에 넣고 씹었다.
그런 후에 다시 전연두를 보고 말을 했다.
"야…근데….그거 진짜 나 아니야…어떻게 문체와 내용만 보고 나라고 단정을 하냐? 진짜…아닌데 되게 억울하네…"
그냥 그쯤하고 가만히나 있을 것을…내가 말을 끝내자마자 전연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원래 지나친 부정은 강한 긍정이야…오빠 야설 속에 그 주인공 여자….사혜연이잖아…사혜연 생각하면서 쓰는 거잖아.
맨날 묘사가 똑같아…풍만한 유방에…잘록한 허리…배 위에는 딤플처럼 귀엽게 파인 배꼽….윤기가 잘잘 흐르는 음모…라인이 살아있는 탱탱한 히프와 늘씬한 각선미…젠장….묘사에 조금 변화를 주어야지…어떤 야설이든 여주인공 체형에 대한 묘사가 다 똑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