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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R야설) 아내 스토리 31


〈 31화 〉



오히려 와인 파티에 더 열중하고….그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댄스 공연들에 더 집중하고…유쾌하게 술을 마셨었던 아내였었다.

노래 주점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얼마든지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었지만, 아내는 그러지 않았었다.

그런데….자고 일어나서…술이 깨고 나서…아내는…대뜸….그 남자를 어떻게 아느냐고…나에게 묻는…아내였다.

조금 의외였다.

내가….어떻게 먼저 말을 꺼낼 것인지….그걸 고민하던 차였는데…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내가 잠시 그런 생각들을 하느라고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아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군대에서…만났어요? 그 남자가….당신에게 스나이퍼라고….했었던 것 같은데…" 아내는 역시 예리했다.


필립 장은 분명히…아내가 아닌…나를 보면서…그다지 크지 않은 소리로 스나이퍼라는 말을 했었던 것 같은데…아내는…분명히…신경을…필립 장에게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 같았다.


"풀 스토리를 이야기 해 줄까? 아니면….그냥 팩트만 짧고 간결하게 해 줄까?"


나는 아내에게 말을 했다.

아내에게는 비밀을 두고 싶지 않았다.

물론….아내의 이메일을 몰래 훔쳐보고…그런 사진을…내가 복사해서 가지고 있다는 것 같은…그런 민감한 이야기는 할 수가 없겠지만…필립 장이라는 남자를 만난 풀 스토리 정도는 아내에게 다 털어놓아도 무방할 것 같았다.


"풀 스토리로 해 줘요…당신은…글도 잘 쓰지만…무슨 이야기를 해주면…마치…어린 시절 동네 할머니들이 옛날 이야기를 해 주는 것 같은…그런 느낌이 들어요…"


아내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말을 했다.

나는….이야기를 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군대 이야기였지만…아내가 원한다면…또 이야기가 틀렸다.

이런 기회에…내가…군 시절에…아내의 사진으로 인해서…아내라는 존재로 인해서…그 지옥 같은 시간들을 이겨냈다는 것을…아내에게 다시 한 번…인지시켜주고 싶은 마음이…아주 컸다.

나는…아내의 응원 사진을 코팅한 것과…학중이가….그런 나쁜 짓을 했고…내가 참지 못하고…그만 터트려버린…그리고…그런 와중에….필립 장이 이름인지도 모를…그 군의관을 만난 이야기까지…조금의 텀도 없이….그냥 줄줄 쏟아내었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아내가…얼굴을 돌려서….어느새 나를 보고 있었다.

이야기를 끝내니….아내의 눈은….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이후로…우연히 몇 번 더 보았다가…그 군의관이 먼저 전역을 했더라고…그게 마지막이었어…나는…그 사람 헤어스타일이 완전히 변해서…전혀 못 알아봤어…그 사람이 나를 먼저 알아보지 못 했으면…나는….먼저 알아보지 못 했을 거야…"


아내는…아무런 말 없이…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젠…내가 물어볼 차례였다.


"그 남자가 당신을 딜라일라라고 부르던데…그게 뭐야? 삼손과 데릴라의….그 데릴라….아니 영어 발음으로 딜라일라인가?아니면…탐 존스 노래의 딜라일라인가?"


아내는 살짝 웃었다.


"그냥….애칭이라고 하기에는 사연이 좀 있고…그냥…예전에 부르던…닉네임 비슷한 거에요…"

"…………"


나는 아무런 대꾸도 못했다.

뭔가…더 질문을 이어나가고 싶었는데…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아내가….쉽게 이끌려 나올 것인지…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내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그 사진에 대한 뭔가 실마리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분명히 있었다.


"그 남자….언제 만났었던…."


내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아내가 내 말을 자르고 입을 열었다.


"여보….정말 미안한데…내가 먼저 말을 꺼내긴 했지만…당신 이야기를 다 들었으니까…이제…그 남자 이야기는 그만 하고 싶어요.

예전에….잠깐 만났었던 남자에요…그리고…당신이 궁금한 것만….먼저….이야기 할게요…나 예전에… 그 남자랑….같이 잤었어요…."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내가…가족관계등록부에 배우자로 등록이 되어 있는 여자가 법적인 남편 앞에서 다른 남자랑 잤었다고, 예전에 그랬었다고 대놓고 고백을 하는데, 태연할 수 있는 남자가 이 세상에 도대체 몇 명이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진짜 현실 속은 아니지만 가상의 현실 에서는 태연할 수 있는 남자가 있기는 했다.


내가 쓰고 있는 야설 속에서는 그런 주인공 남자들이 가끔 등장을 한다.

아내의 은밀한 과거를 알게 된 후에, 열을 받는 게 아니라, 이상야릇한 감정을 느끼는 그런 남자들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야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것이었다.

현실 속에 머물고 있는 대다수의 정상적인 남편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는 문제였다.


"……………"


일부러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뭔가 말을 하면, 그 말들 속에, 내 발음과 억양과 숨소리 속에, 내가 당황하고 있다는 상황의 반증들이 배어나올 것이고 나는 그걸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있었다.

잠시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적막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아내였다.


"배 안 고파요? 라면 삶을까요? 국물 있는 거 먹고 싶은데…"

"으…응….그래…"


나는 짧게 대답을 했고….아내는 침대에서 먼저 일어나서 옷을 걸치고 안방에서 나갔다

아내 역시 그런 말을 뱉어놓고 태연하게 있기가 힘이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서 뭔가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을 나는 감지할 수가 있었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주방에서 달그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라면을 삶고 식사 준비를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나는 누워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천장에 벽지가 아직도 참 깨끗하다는 생각만이 들 뿐이었다.


"식사하세요… 준비 다 되었어요…"


아내가 안방문을 열면서 말을 했다.

주방으로 나갔다.

준비라고 해 봤자, 식탁 가운데 김치 하나 덩그라니 놓고 라면을 먹는 것이었다.

각자의 라면 그릇 하나씩이 식탁 위에 놓여졌다.

기분 좋은 라면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라면 위에 잘 풀어서 넣은 계란과 파가 보이고 있었다.


라파계면…라면에 파와 계란을 넣고 삶은 라파계면…아내와 나 우리 둘 다 좋아하는…공통된 식성을 보여주는 그런 요리가 바로 라파계면이었다.

우리는 마주 앉아서 라면을 먹었다.

어색함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아내였다.


"김치가…잘 익었어요…


일부러 김치 냉장고에 안 넣고…바깥에 좀 두었다가 그냥 바로 냉장실에 넣었더니 말이에요…"

나도…아내의 말에 동의했다.

김치찌개를 끓여 먹으면 아주 맛이 있을 것 같은 상태까지 김치가 푹 익은 것 같았다.

물론 아내가 담근 김치는 아니었다.

마트에서 사온 김치였지만, 딱 좋은 상태까지 집에서 추가로 익힌 상황이었다.


"그러네… 딱 맛이 잘 들었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했다.

아내는 잠시 그냥 고개를 숙인 채로 라면의 면발을 젓가락으로 퍼서 먹다가…고개를 들고 말을 했다.


"미안해요…솔직해서 좋은 게 있고, 좋지 않은 것이 분명히 있을 텐데…내가 생각이 짧았어요…그냥… 당신이 궁금해 할 것들의 가장 마지막 질문은 그게 될 것 같아서…성급하게 말을 꺼낸 것 같아요.

그 남자에 대한 기억들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아서…내가 성급하게 그런 말을 꺼낸 것 같아요. 정말….미안해요…"


아내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뭘… 새삼스럽게 사과까지 하냐…괜찮아…결혼하고 나 몰래 바람 핀 것도 아니고…당신 스스로… 남자관계 복잡해서 시집오기 싫다고, 몇 번이나 선전포고 아닌 선전포고를 했었는데 뭐…"


"……….."


아내는 내 말에 표정이 살짝 굳어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웃으면서 말을 했지만, 솔직히 조금 상처를 받은 건 사실이었다.

결혼 4년차…다른 남자 관계가 복잡했었다는 건…우리가 대학생이었던 그 시절부터… 내가 몰랐었던 바가 아니었다.

긴 생머리를 휘날리던 지나치게 몸매가 좋았던 그 여학생… 졸업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성숙한 몸매와 섹시한 화장을 하고 다니던 얼굴이었지만, 정작 그녀는 풋풋함 같은 건 개나 줘 버린 신입생이었다.

내 여자가 아니던 시절의 여대생 사혜연의 곁에는 항상 학교 농구부의 남자나, 잘 생긴 응원단의 선배 남자 같은 일반적으로 평범하지 않은 특출난 비쥬얼을 가진 남자들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건 학교에 다녔을 때의 일이었다.

졸업 이후의 일에 대해서 내가 따로 알고 있는 건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아내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고 말을 꺼냈다.


"나…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어요. 그때 당신에게 그런 말을 했었던 건…내 자신을, 나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랬었던 거에요.

그래도…그래도 말이에요…단 한 번도 당신과 결혼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어요. 그건….진심이에요…"


아내가 말을 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아내가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알몸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서 남자의 페니스에 입을 맞추고 있는 그 사진에 대한 의문점들은 이제 모두 그냥 묻혀버리는 것일까?

아내 입으로 그 남자 필립 장과 같이 잠을 잔 사이라고 말을 해버린 이상 나는 솔직히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져버린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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