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 - 단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숙면 - 단편



숙면 ‘드르렁, 드르렁, 꺽꺽꺽꺽………퓨우흐’ 남편의 코고는 습관은 가히 위험 수준을 넘어서서 거의 묘기에 가까웠다. 코를 골다가 호흡이 꺽꺽 말려 들어갈 즈음에 나는 혹시라도 그 무호흡증 으로 황천행을 갈까봐, 입술을 벌려 준다. 그러면 풍선 바람 빠지듯이, 퓨휴욱 하면서 헛바람이 새어 나오고, 한 몇분 조용한가 싶다가도 곧바로 천장이 떠나가라고 코를 골아대니 밤에 잠이 깊이 들래야 깊이 들 수 가 없었다. 아이들도 안방과 떨어져 있었음에도 아침이면 잠이 덜 깬 얼굴로, ‘엄만 도대체 아빠랑 어떻게 사세요? 우리 방에서도 아빠 코고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던데…’ 라고 신기해 했으니까. 맨 처음에는 코도 비틀어 보고, 코 밑에 군대에서 한다던 치약도 발라보고, 심지어 안티푸라민 까지 발라 보았어도 그때 뿐, 남편의 코고는 습관은 고쳐질 줄을 모르고 그 정도가 점점 심해져 만 갔다. ‘여보, 우리 각방 쓰자.’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뭐 화났어?’ ‘화가 나기도 했지, 당신 코고는 거, 정말 이젠 참을 수가 없다니깐!’ ‘그렇다고 각방 까지야?’ ‘당신 모르지? 심한 코골이가 이혼 사유가 된 다는거?’ ‘정말?’ ‘당신도 알겠지만 밤에 내가 잠을 깊이 들 수가 없어. 그러다 보니 낮에도 멍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니깐?’ ‘나도 그건 마찬가지 라니깐! 코를 열나 골다 보면 잠이 깊이 드는 것처럼 보여도, 일어나면 내가 언제 잠을 잤는가 싶다니깐 두루. 앞이마는 뚜드려 맞은 것처럼 얼얼 하지, 목은 쌔하지, 낮에는 시시때때로 시간만 나면 졸아대지….이거 정말 치료를 해야 되나?’ ‘제발 쫌! 사람이 살 수가 있어야지?’ 나는 남편의 고된 일과 때문이려니 이해하려 하다가도 갈수록 심해지는 코골이로 인해 언젠가 부터는 의심이 솟구치기도 했었다. 한번은 싸울 때, 그 놈의 코고는 문제가 또다시 튀어 나온 적이 있었다. ‘당신, 밖에서 도대체 뭘 하고 돌아다니길래, 밤중에 정신 못 차리고 코를 골아? 게다가 맨날 다려줘도 뭔 짓을 하고 돌아다니길래 양복은 쪼골 쪼골 그 모냥 이래, 응? 남들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윗자리로 오르면서 몸이 조금은 편해져서 코고는 것이 준다고도 하던데, 당신은 언제나 신입 사원 때 처럼 드르렁 드르렁, 이제는 아주 숨까지 말아 먹어요, 글쎄. 대체 밖에서 뭔 짓거리를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어디 나 몰래 숨겨놓은 애인이랑 옷 입은 채로 신나게 뒹굴다 오는 거 아냐? 그게 아니고서는 섹스도 시원찮아, 맨날 흐물흐물 피곤하다며 코나 디립다 골아대, 이거 원, 사람이 정신을 차릴 수 있어야지 글쎄.’ 말다툼의 와중에 걸구 치고 튀어 나온 코고는 시비는 지금 생각해도 남편에게 조금 미안한 감마저 들 정도로 인신공격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잠을 설치고 몇 날 며칠 기약도 없이 남편의 코고는 소리에 날밤을 샌다고 생각해 보라! 그렇게 신경질 내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는지? 그러나, 좋은 점도 있었다. 남편은 코를 골기 시작하면 세상이 무너져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깊은 잠에 빠졌다. 잠귀도 어두운 대다, 코까지 골아대니, 내가 옆에서 자는지 어디를 갔는지도 전혀, 아침이 되어서 까지도 기억에 없었으니까. 그러나, 그러면서도 내가 언제나 옆에 붙어 자야 마음이 놓인다면서 구라를 까는 모습은 귀여운 느낌을 넘어서 측은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나이 먹고, 은퇴하고 나서 돈 버는 몫까지 졸업하고 나면 여자에 비해 하등의 소용가치가 없어진다고 하는 남자들이 제일 무서워 하는 것이 이사 가는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혹시라도 버리고 갈까 봐, 이삿짐 차에 제일 먼저 올라탄다는 나이 먹어가는 남정네들의 설움. 게다가 나는 그 우스개 소리에 하나 더 보태서, 당신은 코까지 고니, 이사할 기회만 있으면 제 일착으로 버리고 갈 테니 알아서 하라고 엄포를 놓으면 울상을 짓기까질 해서 내 웃음을 자아내게 하곤 했다. 가끔 자기 자신의 대대한 코고는 소리에 자기가 스스로 놀라 깰 때를 제외하고 남편은 코만 골았다 하면 업어가도 모를 지경이었다. 남편의 코고는 버릇이 심해진 것은 2년전쯤 부터 였다. IMF이후 회사의 조직이 상하직급 체제에서 능력급 팀별 체제로 전환 되면서 남편은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라고 걱정을 하던 때부터 였다. 그 때문 인지는 몰라도 매일 고정급이던 남편의 월급은 다달이 조금씩 차이가 질 때가 많았다. 영업계통에서 잔뼈가 굵은 남편의 말에 의하면 회사에서 매출증대를 위해 매달 초, 자신의 달성 목표에 월급의 일정액을 건다고 했다. 그것을 달성했을 때에는 예전과 다름없는 금액을 수령할 수 있었지만 미달했을 경우에는 그만큼 월급에서 까진다며, 세상의 비정함에 혀를 내두르는 것을 보아 온 터라, 밤 사이 코를 심하게 골아댄다고 할지라도 내가 잠을 설치는 것이 낫지, 밖에서 고생하는 남편을 들볶으면서 각방을 쓴다든가, 잠을 계속해서 깨워대는 나의 신경질을 세상 모르고 자는 사람에게만은 부리지 말자고 결심한 때가 그때였으니까. 그 날도 남편은 밥을 먹고, 샤워를 한 뒤에 TV도 보질 못한 채, 방에 들어가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기 시작했다. ‘오늘도 잠자기는 글렀네.’ 내가 먼저 잠들고 싶었지만 어디 집안 일이 그런가? 남편과 아이들이 벗어 놓은 빨래 뒷손질에, 밥 먹은 설거지에, 온갖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보면 새벽 1시는 보통이었으니까. 그러다 보면 거실의 소파는 언제나 내 차지 였다. 소파에 누워 낮에 빌린 영화를 보며 잠을 청하고 있었는데 어디에선가 전화가 울렸다. 아이들이라도 깰까 봐 나는 냉큼 전화를 들었다. ‘여보세요?’ ‘오늘도 거실에서 주무시네요?’ 나는 머리칼이 곤두섰다. 누가 보고 있나? 나는 거실의 커튼을 치질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감이 들어 그냥 전화를 받았다. ‘실례지만 누구시죠? 이 늦은 시간에?’ ‘잠을 방에서 못 주무시길래 무슨 이유나 있으신가 해서 이렇게 전화 드려 봤습니다.’ ‘아니 잠을 방에서 자든가 말든가 내 자유지, 댁이 무슨 권리로 이 야밤에 얼굴도 모르는 집에 전화를 하고 야단이래요? 경찰에 확 신고 할까 부다, 너 도대체 몇 살이야? 너 스토커지?’ ‘아..아..아.니……, 화나게 해드릴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는 댁의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사람입니다. 저처럼 불면증에 시달리시는 분인가 하고 전화 드렸는데, 화나셨다면 사과 드리겠습니다. 제가 배란다로 나가죠. 저 그렇게 막 나가는 사람, 아닙니다.’ 나는 거실의 불과 TV를 바로 꺼버렸다. 어두운 거실이 되고 보면 건너편에서 나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다. 전화를 들고 있는데 맞은편 아파트의 베란다 창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와 내 쪽으로 손을 흔든다. ‘보셨죠? 오해하셨다면 사과 드릴께요. 미안합니다.’ ‘이렇게 전화번호까지 아신다면 사생활 침해에 해당되는 것은 알고 계시죠? 다신 전화하지 마세요. 같은 동네에서 얼굴 붉히는 일 없게시리…’ ‘죄송합니다. 야쿠르트 아줌마와 잘 알다 보니, 저도 모르게 댁의 전화 번호를 묻게 되었습니다. 안 된다고 규정상 알려 줄 수 없다고 하시던 분을 떼를 써서 기어이 알아낸 제가 잘못 이지요. 야쿠르트 아주머니는 잘못 없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동창 닮아서 알아보려고만 한다고 둘러대는 통에…….싫으시다면 끊겠습니다. 저는 밤에 잠을 통 못자는 Insomnia(불면증)환자 거든요. 누구 하나 얘기할 상대도 마땅칠 않고 해서 이렇게 실례를 무릎 쓰고 전화 드린 건데…아무튼 화나셨다면 사과 드릴께요.’ 점잖고 차분한 목소리의 남자에게 내가 스토커니 뭐니 하면서 몰아붙인 것은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Insomnia인가 뭔가 하는 게 무슨 말이에요?’ ‘아참, 불면증 이란 말입니다. 대부로 유명한 알파치노나 절도죄로 유명세를 탄 위노나 라이더도 불면증 환자인 거 알고 계세요? 별다른 치료법도 없고, 정신병자 취급 받기 일쑤죠. 그저 견디다 견디다 못해 처방 받은 수면제로 한 두시간 버티다가는 또 말똥말똥 깨어서는 밤을 새우곤 합니다. 그래서 낮에도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가 없지요. 별로 재미없는 얘긴데….’ ‘그러셨군요?, 제가 그런 것도 모르고, 스토커니 어쩌구 한거, …….마음에 두지 마세요. 그럼 이만 끊을께요.’ ‘잠깐만요, 무슨 연유로 계속 거실에서 주무시는지는 몰라도 안 주무시는 것 같으면, 늦은 밤에라도 전화정도는 드려도 될까요? 결혼하셔서 가정이 있으신 것은 알겠는데, 저도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 부담 가지실 것은 뭐….매일 밤, 이 지경 이니 집사람도 저와 말동무 해주는 것도 지쳤다고 해서, 이제는 더 이상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거든요. 실례가 안 된다면….’ ‘글쎄요….한번 생각은 해 볼께요. 뭐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집안 사람들 보기에 한밤중에 전화한다는 게 영 그렇긴 하네요. 자주는 곤란하구요. 저는 잠자는 것은 별 문제가 안 되는데 장소가 문제라서 말이죠. 아무튼 그래요.’ ‘곤란하실 것 같으니 자주 전화 드리지는 못할 것 같네요. 저도 집사람 보기에 한밤중에 여자와 전화하는 것이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드네요. 오늘 정말 이야기 나누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저 때문에 많이 놀라셨죠? 그럼 좋은 밤 되세요.’ 그 남자와 전화를 끊고서 나는 서로가 통성명도 없이 15분이 넘도록 통화를 한 사실을 깨달았다. 생면부지의 남자와 그것도 한밤중에 도둑전화 라니….아직까지 건너편 그 남자의 거실은 불이 환한 채로 거실 안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음란전화 같은 불쾌감도 아니고, 세간에 떠도는 폰섹스도 아니었건만 콩당 콩당 뛰는 가슴을 주체할 줄 몰랐다. 그러나, 같은 동네에, 그것도 환자라고 하니 조금 안심이 되기는 했다. 뭐 별일 이나 있을 라구? 그러나, 별일은 시작되고 있었다. 그 날, 그 남자와 전화통화가 이루어 진 뒤에, 저녁에 남편이 코를 골며, 잠에 빠지면 나는 살며시 벼개와 담요를 들고 나와 거실의 불을 끈 채, 도리어 건너편 아파트의 그 남자를 살펴보는 것이 일과가 되어 버렸기 때문 이었다. 전화벨 소리도 최대한으로 낮추어 놓고서 되도 않게 내 스스로 그 남자의 전화를 기다리는 처지로 바뀌어 가는 것이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나는 직감적으로 그 남자의 목소리를 알아챘다. 거실까지 거세게 울려 나오는 남편의 코고는 소리에 나는 목소리를 줄이지 않아도 되었지만 본능적으로 소리를 죽여가며 전화를 받았다. ‘이렇게 전화해도 됩니까? 아직 식구들이 않 자나 보죠?’ ‘아니요, 공교롭게도 저만 이렇게 또 깨어있게 됐네요. 환자도 아닌데…어쩐 일 이세요? 매일 밤 그렇게 잠을 못 주무시면 직장에 나가셔서도 고달프실 텐데요.’ ‘저는 집에서 글을 씁니다. 다행히도….그래서 그나마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생활이 가능한 편이지요. 가끔 건너다 보면 바깥 양반도 뵈던데, 어째서 잠을 못 주무시고 마루에 나와 앉아 계시는지 궁금한 적이 많았습니다.’ ‘제가 신경이 날카로와서 그렇죠 뭐, 병까지는 아닌데 밤에 자다가 사그락 소리만 나도 잠이 깨곤 하거든요.’ ‘저도 맨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답니다. 그런 것이 한 두번 밤잠을 잊기 시작하더니, 그게 잘 고쳐지질 않더군요. 아내도 이제는 이렇게 밤새도록 미친 놈처럼 주절대면서 한밤중을 새우는 나를 그냥 내버려 둡니다. 저에게는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하거든요.’ ‘그러시구나.’ 나는 쪽 팔리는 생각에 남편이 코를 심하게 골아서요 라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 사이에는 잠이라는 과제를 놓고 동병상련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뭐하지만, 아내는 이제 제 증세에 대해서 넌덜머리를 내지요. 부부생활을 하고 계셔서 아시겠지만 밤새도록 옆에서 잠 안자고 껄떡대는 남편이 미워보이지 않으시던가요? 이제는 아내도 건드리기가 겁이 납니다. 저야 밤이고, 낮이고 신경이 곤두서 있어, 그것을 풀 수 있으려면 끊임없이 섹스가 요구 되는데 정상인인 아내에게는 그 빈번한 섹스의 요구조차 지겨운 모양이에요.’ ‘신경을 느슨하게 하도록 담배나 술을 드셔보시는 것은 어떨는지?’ ‘해 봤죠. 의사들이 절대 금물이라고 고개를 젖더군요. 술과 담배는 저처럼 잠을 안자는 사람이 빠졌다가는 헤어나올 수조차 없다고 해서 바로 끊어 버렸죠.’ ‘우리 아버님이 술 끊는 사람은 몰라도 담배 끊는 사람이랑은 상종하질 말라고 하셨었는데…’ ‘허허, 아내도 저보고 독종이라고 합디다. 그러다 보니 정신병자에 독종소리도 수태 많이 들었지요. 그 쪽은 잠을 주무시다가 깨면 어떻게 하세요? 민간요법으로 양파를 반을 갈라 머리맡에 두고 자면 잠이 잘 온다고도 하던데, 해 보셨어요? 저는 소용이 없더라구요.’ ‘신경이 날카로와서 잠자리도 불편하면 그렇고, 냄새에도 민감한 편이에요. 남편이 자다가 방귀를 뀌어 이불 사이로 그 독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면 그 통에도 잠이 깨기도 합니다.’ ‘그러시구나. 그래도 낮에는 낮잠이라도 자 두시겠지요?’ ‘밝으면 잠을 못자요. 커튼을 쳐 봐도 대낮이다 라는 생각이 들면 아무리 전날에 잠을 설쳤어도 잠이 오질 않더라구요. 그 쪽은 어떠세요?’ ‘저야 뭐, 아내가 직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낮에 잠을 잘 수도 있으련만, 잠을 못자서 기진해 질 때까지는 잠자고 싶은 신체적 신호가 작동하질 않으니까 무작정 버팅기는 거죠. 약을 먹어야 할 때까지 무작정 날밤을 까는거죠.’ ‘날밤 까려면 가시에 찔려 손 아픈데….’ ‘허허허…’ 전화를 통해 그 사람의 호탕한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잔잔하면서도 상대가 지겹지 않도록 얘기를 해주는 그는 나의 썰렁한 농담에도 기껍게 웃어준다. 서로가 오래 된 친구처럼 얘기가 스무스 하게 진행되고 있어 나는 얼마나 긴 시간을 통화했는지 조차도 까먹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서 그만 끊어야 겠네요. 간만에 집사람이 침대로 들어오라고 하네요. 그럼…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연락 드릴께요.’ 이번에는 그 쪽에서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 남자가 거실에서 전화를 받다 말고, 방으로 돌쳐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면 저쪽은 남편이 전화를 다른 여자에게 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얘기인데…그렇게 믿어도 아무런 문제 없나 하고 생각하다가 나는 그 상대가 나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분명 그 남자는 나와의 통화 상황을 아내에게 토로했음이 분명했고, 아내도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나는 아직까지 집안의 어느 누구도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느끼자, 내 스스로 죄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 까질 하고 있었다. ‘난 아무런 문제 없어. 불륜도 아니고, 그냥 건전한 통화뿐 이잖아?’ 나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기로 했다. 남편의 코고는 행태가 그 당시에는 오히려 고맙다는 기분까지 들었고, 모르는 남자와 서로가 공통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저으기 기다려지는 묘한 구섞이 있기도 했기에… ‘어떻게 한번에 받으십니까?’ ‘밤에는 전화벨 소리를 줄여 놓거든요. 그래서 전화가 걸리면 제 전화기의 액정만 파랗게 빛나죠. 이렇게 한 밤중에 전화하는 것을 갖고 가족들을 깨울 수는 없질 않겠어요? 근데 사모님께서는 이렇게 전화 하는 거 알고 계세요?’ ‘그럼요, 이렇게 전화상대가 생겼다고 하니까 맨 처음에는 전화를 빌미로 불륜으로 이어지는 코스 아니냐며, 캐묻기도 했는데, 이제는 아무런 의심도 하질 않지요. 사실 제가 워낙 섹스를 좋아하다 보니까 그 욕구를 아내의 입장에서 다 채워주지 못함을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그 괴로움을 조금 이라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생겼다는 것에 대해서 반가와 하지, 반대나 의심 같은 것은 하질 않습니다. 식구들이나 바깥 양반은 알고 계세요? 이거 괜히 전화 걸다가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아파트끼리 부부싸움이나 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아직 모르고 있어요. 안다고 해도 제 자신이 떳떳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지 일부러 말 할 필요는 없다고 보거든요.’ ‘그랬군요…. 저 이런 질문 드려도 될까 모르겠네. 저는 아내와 오랜 연애 기간을 통해 결혼에 골인해서 지금까지 살아오느라 여자는 아내 한 사람밖에는 모릅니다. 다른 남자들은 경험들도 많다고 하는데,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 글을 쓰는 직업 이다 보니, 그렇게 되기 어려 웠던 모양 입니다. 언제나 제 인생에 있어서 여성이라는 기준선은 아내라고 밖에 모르고 지금까지 살아와서 다른 사람들의 삶이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저두 그래요. 요즈음 성문화가 어지러워지고 있지만 가정주부로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면 딴 나라 얘기처럼 들리기도 하고…’ ‘제 궁금증은… 그러니까… 그렇게 매일 거실에 나와서 주무시면, 아니 제가 보기에 어떤 날은 바깥 양반이 방안에 들어가셨는데 들어가시지도 않고 곧바로 거실에서 주무시길래 드려보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같이 주무시질 않으면 부부생활은 어떻게 하세요? 우선 대답하시기 뭐할 것 같으니 제 얘기부터 할께요. 집사람과는 아주 만족한 성생활을 하고있지요. 그것도 아내쪽으로 보면요.’ ‘아내 쪽 이라뇨?’ ‘집사람의 입장이란 뜻이죠. 집사람은 성생활에 조금도 불만이 없다고 해요. 그걸 믿고는 있지만…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거든요. 항상 잠을 못자고 깨어 있다 보니 시간을 떼울 만한 것들은 직업인 글을 쓰는 것 이외에 인터넷을 뒤지며 다니는 것 밖에는 마음 가는 곳이 없더군요.’ ‘요즈음 남자들 대개 그렇잖아요? 여자들도 예전에 비해서 개방적이 되었고, 인터넷에 뜨는 젊은 아가씨들은 또 오죽 이뻐요?’ ‘저는 인터넷을 뒤지고 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동영상이나 포르노, 사진 등이 있으면 그것을 모아다가 보면서 자위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잠자는 아내를 건드리느니 그게 더 홀가분하고 아내를 위하는 길인 것 같아서요.’ 나는 다 큰 남자가, 그것도 가정을 버젓이 가졌고, 부부생활에도 문제가 없는 사람이 자위로 모자라는 성욕을 채운 다는 사실에 지극히 놀라고 있었다. 그러나, 눈을 밖으로 돌리질 않는 것은 지극히 다행스런 일이지만 자위라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쩐지 기분이 찜찜했다. ‘그 쪽은 어떻게 성적인 욕구를 해소하십니까? 이거 너무 난해한 질문인가요? 허허…’ 그의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평소 같으면 동창들과의 음담패설과 잡담 중이라도 말하지 않을만한 일들을 나는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 보다 먼저 솔직히 자신의 일상을 까발린 것도 큰 작용을 했지 싶다. ‘저도 가끔 자위를 하지요. 그렇다고 온몸을 미친 듯이 문질러 대면서 영화처럼 하지는 않구요. 그냥, 그렇게…’ ‘그러시구나, 저는 하의를 벗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자위를 합니다. 뒷처리가 깨끗한 것을 좋아하다 보니 콘돔을 끼우든가 아니면 한 손에 언제나 티슈를 쥐고서 하지요. 그렇게 자세를 취한 다음에 허리를 움직이면 꼭 손 안에 잡힌 느낌이랄까, 그것이 아내와 후배위로 하는 것 같은 묘한 동질감을 안겨 줍니다. 계속하다가 콘돔을 했을 때는 사정 후의 여운까지 흠씬 즐길 수가 있는데, 티슈를 손에 쥐었을 때는 사정액이 어디로 튈 까봐 조심하는 통에 마지막 오르가즘은 콘돔을 끼웠을 때보다 조금 못하지요. 너무 적나라한 표현인가요? 그래도 그렇게 자위를 하고 나면 조금 눈꺼풀이 무거워 지면서 의자에 기대어 몇 분 정도는 졸리기 까질 해서 한번은 하루에 5번도 넘게 자위를 한적이 있지요. 나중에는 맨 살에 주물러 대는 통에 피부가 따가와 더 이상 못했지만요…’ 나는 그 사람의 솔직함이 놀라왔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은밀한 접근 의도도 없이 병원에서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을 토로하는 것처럼 그의 고백은 아주 드라이 했다. 나도 솔직해져야 만 했다. ‘저는….저는… 주로 엎드려서 해요. 엎드리면 가슴이며, 몸의 전면 부위가 소파에 눌려 흡사 남편이 내 위에 올라탄 것 같은 느낌을 받거든요.’ ‘아, 그래요? 저 이런 얘기 처음 듣습니다. 너무 긴장 되네요.’ ‘긴장 하실 것 까지야….손을 엎드린 채로 몸 밑으로 해서 팬티사이로 집어넣어, 음핵이라고 하나요? 그 부위를 아무튼 집중적으로 문질러요. 가끔 너무 세게 문지르다가 그 약한 피부가 까지는 경우가 있어서 침을 바르기도 하죠. 가끔 엎드린 자세에서 손을 뒤로 해서 항문이랑 음구를 마찰하기도 하는데 손가락을 집어넣지는 않아요. 왠지 불결한 것 같아서….불결 하다기 보다는 손가락을 집어넣는 제 자신의 정신 상태가 혐오스럽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나는 얘기를 하면서 머릿 속으로 그 남자가 무릎을 꿇고 격렬한 손놀림의 자위를 하는 모습과 소파에 엎드려 팬티 속에 손을 넣고 얼굴이 벌게진 채로 몽환에 빠져있는 나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면서 몸이 뜨거워 지는 것을 의미심장하게 받아 들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너무 야한 얘기만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요.’ ‘무언데요?’ 나는 그 사람이 마지막이라는 말에 내심 이렇게나 빨리 전화를 끊으려 하나 하는 서운한 심정이 들어, 그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그렇게 자위를 하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저는 가끔 잘 막는다고는 막는데, 밖으로 튀겨나간 정액이 바닥에 묻어 청소하는 아내에게 들켜지고 나면 꽤 미안 했거든요. 아내는 괜찮다면서 몸 상하지 않게 조심하라고 한 마디만 하지만 서도…’ ‘저도 그래요. 그 쪽도 가정이 있고, 부부관계에 불만이 없으시니까 저와 같은 심정 이실 거라고 믿어요. 제가 무슨 화냥년이나 된 것 같은 죄책감이 엄습할 때가 있지요. 내가 그깟 성욕도 누르질 못하고, 그예 소파에 엎드려 갖은 상상을 다 하며, 자위에 빠졌었느냐 면서 말이죠. 그래도 욕구가 밀려 오면, 언제 그런 반성했는가 싶게, 또 냉큼 엎드려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 넣어 은밀한 나만의 즐거움을 구가하는 걸 보면, 제 자신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죠.’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여쭈어 본 이유는, 아내가 나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가끔 자위하는 모습을 섹스 전에 보여 주거든요. 그 마음 속이 어떨지 물어 보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고마운 마음에, 아내의 헌신을 얼어붙게 하고 싶질 않아서 못 물어보던 참입니다.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서로가 이름도 모르고,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 한밤중에 전화를 하고는 있지만, 오래 전부터 만나왔던 것 같은 친밀감이 드는 것은 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용기를 내어 전화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그 사람이 전화를 끊었다. 아직까지 밝혀져 있고, 서성대는 그 사람…나는 거실의 불을 모두 끈 채로 거실에서 서성이며, 잠을 못 이루는 그 사람을 보면서 소파에 엎드렸다. 내 생애 최초로 실제적인 상대를 눈 앞에 두고 자위를 하기 위해서 였다. 나는 그런 행위를 하면서 흥분하고있는 나 자신이 이해되질 않았지만 그것은 인터넷 상에서 익명성이 보장된 상황하 에서 자신만이 즐기는 고독한 섹스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엎드린 채로 건너편을 바라다 보면서 뒷목이 뻣뻣해지고 팬티로 질러 넣은 손과 팔, 어깨에 경련이 오고 있으면서도 나는 손가락 끝에 질척 이는 느낌으로 공알을 적셔대고 있는 나의 오르가즘을 도저히 외면한다거나 놓칠 수만은 없었다. 단지 평소의 상상과 다른 점은 내가 그 사람의 자위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다를 뿐이었다. 숨이 헉헉 거렸다. 안방의 남편도 이제는 코고는 소리가 많이 죽어 들어 있었다. 오르가즘의 폭풍이 지나간 후, 손에 묻은 내 씹물을 닦아내기 위해서 티슈를 뽑아 들었을 때, 나는 불현듯 내가 이런데 남편은 어떻게 섹스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새벽이면 무슨 시계마냥, 조양 현상으로 인해 팬티에 눌린 채 발기되는 것이 아파 죽을 지경이라면서 언제나 발가벗고 자던 그이 였는데, 요즈음은 그런 일도 없이 그냥 축 늘어진 채로 팬티와 런닝 까지 다 껴 입고 자는 모습이 처량하다고 여겨지기 까질 한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자고 있는 것이 미워서 늘어진 좇대를 일부러 빨아 일으켜 세운 뒤에 잠도 덜 깬 남편의 위로 올라가 씹질과 함께 기상을 시켰었는데….하는 기억이 떠올랐다. 나도 미쳤었지! 출근할 사람을 붙들고 진을 빼게 했던 건 또 뭐람? 아무튼 그 남자와의 전화로 인해 나는 매우 솔직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못할 얘기들도 얼굴이 보이질 않는 그 남자에게는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동안 그에게서 전화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때였다. ‘따르릉’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접니다. 건너 편….’ ‘어떻게 낮에 이렇게 전화를…’ ‘하도 잠도 안 오고 어지럽고 해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 드렸지요. 아내가 받아 온 수면제가 있기는 한데 먹기도 좀 그렇구요. 뭐하세요?’ ‘청소하느라 숨이 좀 차네요. 성격이 까탈 스러워서 청소기로 밀고도 이렇게 물걸레 질로 마무리를 하질 않으면 찝찝 해서요.’ ‘네 여기서도 보입니다. 짧은 바지 차림이신 걸 보니 청소 하시는 게 맞군요. 그렇죠?’ ‘어떻게 아세요? 이거 사생활이 없네.’ 나는 물걸레 질을 할 때 거추장스러운 것이 싫어서 짧은 핫팬츠 차림에다가 무릎이 아픈 것에 대비해서 이제는 작아서 못 입는 아이들의 체육복을 이용해서 무릎대를 만들어 차고 물걸레 질을 했다. 멀리서 보면 무슨 배구 선수 같은 복장으로 보였을 것이다. ‘멀리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체격이 멋있으시다고 항상 감탄 했었지요. 아내와 어제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혼이 나긴 했지만요.’ ‘무슨 말씀을 하셨길래요?’ ‘제가 그 쪽의 모습이 보고 싶다고 망원경을 사면 안되겠느냐고 했다가 그건 개인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엄포를 놓는 바람에 혼만 났죠. 사실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저번에 전화하고 나서 그 쪽 상상을 하면서 자위를 했었거든요. 몇 번을 상상 속에 자위를 하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실제로 가까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책을 부렸지 뭡니까? 남자들 이란 게 다 그래요. 손 만지면 입술 갖고 싶고, 입술 덮치면, 젖 만지고 싶고, 그러다 보면…..아무튼 이렇게 전화로 나마 사과 드릴께요.’ 나는 걸레를 바닥에 내려 놓고 소파에 앉았다. 온 몸이 땀 투성이였고, 다리에도 끈적하니 땀이 차 있었다. ‘저도 그랬어요. 사실은… 그 날, 전화를 끊고 자다 말고 잠을 못 주무시는 모습을 소파에서 엎드려 보면서 …………자위를 ……..했죠.’ ‘그러…셨어요? 솔직히, 눈앞에 보이는, 실존하는 남의 여자를 상대로 자위를 하기는 처음 이었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죄송스럽게도…..제가 너무 뻔뻔 하죠?’ ‘아니에요, 저도 그날 오랜만에 손가락이랑 팬티가 다 젖을 정도로 흥분해서 얼마나 챙피했는지 몰라요. 그 쪽이랑 같은 과정을 겪고 있어서 불안하기도 하네요.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거리인데, 이런 얘기도 서슴없이 하고 있으니, 저도 주책 맞다는 생각을 않 한 것은 아니에요. 참 묘한 인연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네요. 참… 아내가 온 모양 입니다. 오늘은 귀가가 이르네요. 다음에 전화 또 드릴께요.’ 나는 청소를 하다 말고 그 사람에게 자위를 했었다는 말을 괜히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옴을 느꼈다. 내가 어쩌려고 이렇게 마음이 열리고 있나? 그 날 저녁도 의례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식구들은 잠들고 남편의 천장이 떠나가는 코고는 소리로 안방이 들썩거릴 즈음에 벼개를 들고 거실로 나오는데 소파 옆의 전화가 파랗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오늘은 두번 씩이나 전화로 번거롭게 해드리네요.’ ‘그렇네요.’ 나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받았다. 일종의 경계심 이랄까? 그런 것이 뻗치고 있었다. ‘아까 낮에 아내가 일찍 들어 온 이유가 있었어요. 말씀 드려도 될까요? 방해가 안 되신 다면?’ ‘방해랄 게 있겠어요? 무언지?’ ‘아내가 망원경을 사왔지 뭡니까? 그것도 손에 들지 않아도 되는 최신식 으로요. 머리에 헤드 밴드 같은 것이 되어 있는데, 안면에 끼우기만 하면 되고 손도 쓸 필요가 없네요. 제가 임의대로 봤다가는 싫어하실 것 같아서 의견을 들어야 겠기에….만일 싫으시면 내일 환불해 오라고 할께요. 이렇게 전화로나마 많은 위로를 받고 있는데 더 이상 그 쪽을 괴롭힌 다면 사람도 아닌 것 같아서….’ ‘그 쪽에서 이곳이 잘 보이나요?’ ‘그 곳의 불이 꺼져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요. 낮이라면 모를까, 군용처럼 야간에도 볼 수 있는 것들은 비싸기가 천정 부지인데 아내가 남편의 위로 품으로 그런 곳에 돈을 쓰겠어요? 그냥 편리하다 하기에 사왔다고 하더군요. 싫으시면 접어 넣을께요.’ ‘아니에요, 제가 작은 미등을 하나 켜 볼께요. 잘 보이나 한번 껴 보세요.’ 나는 되도 않는 만용을 부렸다. 나는 떨리는 손 끝으로 미등을 켰다. ‘와우…. 정말 잘 보입니다. 담요를 덮고 소파에 누워 전화를 받고 계시는 모습이 여기 거실 서재의 책상에 앉아서도 잘 보이네요. 쪼그만 물건이 값어치를 톡톡히 하는 것 같습니다….어어…. 이 사람이 왜 이래….나 지금 그 분이랑… 전화 걸고 있다니깐?…아내가 지금 내 옆에 붙어 앉아서 장난을 치는 바람에, 미안합니다…. 이게 왠 일이래…..’ 나는 무슨 일인가 하고 소파에서 전화기를 귀에 댄 채, 일어났다. 건너편 거실은 환하게 밝았고, 그 남자는 거실의 서재 의자에 앉아서 무슨 저격수 마냥 망원경을 머리에 쓰고 이쪽을 보고 있었고, 옆에 둘러 앉은 아내라는 사람이 그 남자의 바지를 벗겨내고 있었다. ‘아니 글쎄, 전화를 계속하라고 하네요. 이거야 원….제가 그 쪽이랑 전화하면서 망원경으로 보면서 흥분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나요? 뭐? 뭐? 뭐라구? 이제는 중계방송을 하라고 하네요. 지금 집사람이 제 아랫도리를 몽땅 벗겼거든요….그리고, 어흑…..그리고….’ 그의 아내는 남편이 불면을 통해 알게 된 전화 속의 여자 이지만 나에게 심한 질투를 느끼는 것과 동시에 그로 인해 흥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질투심에 기름을 붓고 싶은 묘한 충동을 느꼈다. ‘이쪽에서도 잘 보여요. 아무 말씀 안 하셔도 말이죠. 아내 되시는 분께 저의 모습도 중계방송 해 주세요. 좋아하실지는 몰라도…’ ‘윽, 아니 이런 일이….어쨌든 고맙습니다….윽윽 이해해 주셔서…..’ 나는 천천히 한 손으로 담요를 걷어 냈다. 입고 있던 잠옷을 몸 위로 들추는데, 조금 불편했다. 왜냐하면 흥분되어 쌕쌕 거리는 내 숨결을 전화선을 통해 전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전화기를 얼굴에서 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잠옷이 가슴 위로 말려 올라가고 나는 팬티만이 내려다 보였다. 넓적다리를 서서히 쓰다듬으면서 나는 한 다리는 소파의 등받이로, 다른 한 다리는 소파의 아래로 내려 뜨렸다. 아마도 건너 편에서는 내가 팬티를 입은 채 가랑이를 쩍 벌린 모습이 약한 미등의 조명 이었겠지만 확실히 보였을 것이다. 들고 있는 전화기로 부터는 그 남자가 좇을 부인에게 빨리우고 있는 그 쾌감으로 자지러지는 와중에도, 내가 옷을 들추면서 요염하게 다리를 벌리는 모습을 아내의 귀에 육성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나는 한 손을 팬티 안으로 집어 넣었다. 얼마나 흥분했던지 팬티가 보지의 앞에 척하니 들러붙어 있기 까질 했다. 나는 거침 없이 팬티를 벗어 내렸다. 전화기 속의 음성이 격해지며 커지고 있었다. 나는 손바닥을 이미 척척해진 보지의 정면에 대고 슬슬 문질렀다. 나는 전화기를 든 채로 베란다의 창문 가까이 다가갔다. 일어서면서 입고 있던 잠옷이 다시 기어 내려와 아예 위로 벗어 버리고서는 창문에 알몸으로 서 버렸다. 건너편의 부인도 그 남자의 좇을 빨면서 옷을 거의 다 벗고 있었다. 환한 조명 밑으로 의자에 앉아 망원경을 쓴 채, 전화를 받고 있는 남편의 좇을 뻑이 가도록 빨아대는 그 부인. 나나 그 여자나 정신 없기는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였다. 그 여자가 내 쪽을 보면서 바닥에 엎드린다. 아마도 남편의 시야를 가리질 않고 섹스할 수 있는 자세를 고집했으리라. 나는 그 남자에게는 황홀한 장면을, 그 부인에게는 끊임없는 질투를 선사하고자, 뒤로 돌았다. 뻐쩡 다리로 선 채, 나는 상체를 앞으로 수그려 내 가랑이 사이로 건너편의 섹스 장면을 바라다 보았다. 거꾸로 보이는 세상. 피가 머리로 몰리고, 전화기로는 그 부인의 흥분한 목소리와 쾌감의 비명이 흘러 나오고, 계속해서 신음과 함께 이어지는 그 남자의 중계방송… 나 또한 흥분한 목소리를 연이어 전화선을 통해 흘려보내고 있었다. 나는 한 손으로 가랑이 사이로 손을 움직여 보지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온통 드러난 내 허연 엉덩이와 그 사이로 질척대고 있는 내 보지와 항문도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을 것이고…내가 만지는 그 느낌보다 그 남자가 망원경을 통해서, 나를 보고 있다는 그 상상이 나를 더 까무라치게 하고 있었다. 나는 기어이 그렇게 평소에는 하기 싫다던 손가락을 보지 구녕에 넣기 시작했다. 참으려고 참으려고 했지만 보지를 넘나드는 그 손가락의 느낌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나도 모르게 지지래를 하듯이 쾌성을 토해내면서 온 다리와 골반이 오르가즘 으로 경련이 일어, 도저히 그 자세로 서 있질 못하고,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는데도 그 남자는 아내와 섹스를 계속하고 있었다. 이제는 망원경도 벗고, 의자에 앉아서 아내를 자신의 다리 위에 올려 놓고, 아내 되는 사람은 연신 엉덩이를 상하로 움직거리면서 격렬한 섹스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 여자의 흥분은 그 길다란 머리결의 무자비한 휘돌림을 보면 거의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전화선을 타고 흐르는 음란한 쓰리섬 이었다. ‘여보 갔다 올게.’ 남편은 또 피곤에 찌든 얼굴로 문을 나선다. 나는 돌아서서 현관문을 쾅 하고 닫아 버렸다. 오늘이 내 생일인 줄도 모르고 출근 하는 남편의 뒷모습이 너무 미워 보였다. 이제는 내 생일이라고 내가 손수 미역국을 끓여 먹기도 계면쩍어 보통 처럼 아침 밥상을 봤는데, 그래서 몰랐으려니 하고 나 스스로를 위로해 보아도 그 섭섭함이 가시질 않고 있었다. ‘따르릉’ ‘생일 축하 드립니다.’ ‘아니 제 생일 인건 어떻게 아셨어요?’ 남편도 아닌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생일축하 전화를 받다니…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오늘 그 쪽 생일이라고 생일축하 카드 가져가시는 걸 봤거든요. 아무튼 멀리서 나마 생일 축하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그 쪽도 아내 되시는 분, 생일이나 기념일 좀 잘 챙겨 주세요. 오늘 이렇게 전화 않 받았더라면 하루종일 화가 머리 끝까지 였을 거에요. 우리 남편은 모르더라 구요. 여자들은 작은 것에서 감동 한답니다. 비싼 게 아니라 할지라도, 기억해 주는 카드 한장 같은 것, 말 한마디에도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데…’ 나는 괜시리 울적해 지면서 울먹거렸다. ‘제가 전화 괜히 드렸나 보네요. 이거 죄송스러워서…’ ‘아니에요. 나이가 들어가니까 눈물만 많아져서 그렇죠 뭐. 그 쪽이야 제가 더 감사한데 뭐 그러실 것 까지야….어제는 정말 놀랐어요. 오랜만에 남자 앞에서 옷도 벗어보고…저 미친 것 같죠?’ ‘아뇨, 그렇지가 않습니다. 저희 부부가 모두, 그 쪽에 감사 드리고 있어요. 어제 오랜만에 신나게 하고서 약도 않 먹고 몇 시간 이긴 하지만 잠도 잤다니깐요? 놀랍죠? 어제 뵈니 정말 꿈에서나 볼 수 있을 훌륭한 몸매시던데, 사람 욕심이란 게 끝이 없나 봐요. 그 몸매를 만져 보고 싶다는 말씀을 드린다면 너무 도둑놈 같죠? 하지만 저 솔직해 질랍니다. 정말 섹스가 아니더라도 댁의 그 몸을 한번 가까이서 보면서 만져보고 싶습니다. 그냥 제 생각이지만 서도…’ 말 끝을 흐리는 그 사람의 솔직 담백함에 나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과 섭섭함으로 일그러진 나의 심사를 그냥 던져 버리고 말았다. ‘그럼….. 오늘….. 저녁에….. 옥상에서…… 뵐까요? 남편은 코골며 자기 시작하면 업어가도 몰라요.’ ‘그렇게 하셔도 괜찮으시겠어요? 제가 괜한 부탁드리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그렇게 승낙해 주시니 저는 감사할 따름 입니다. 그럼, 오늘 밤에 제가 항상 전화 거는 시각에 그 쪽 옥상에서 뵙죠.’ 시간은 너무나 더디 갔다. 아이들도 내 생일인지 몰랐을 뿐더러 남편은 더더욱 무소식 이었다. 밥 먹기 무섭게 조는 것도 모자라, 기어이 방에 기어 들어가 대짜로 누워서 코를 골아대기 시작한다. 식충이, 잠퉁이, 으이그 저 미운 화상! 나는 일부러 청치마 안에 팬티를 입질 않았다. 브래지어도 하질 않고 맨 몸에 청기지 원피스를 입고 겉에는 얇은 가디건만 둘르고, 도둑 고양이 마냥 집을 빠져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윗층 버튼을 누르는데 가랑이 사이로 물이 주르륵 흘러 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 흥분 했었던가 보다. 옥상으로 통하는 문은 가끔 잠겨 있곤 했는데 오늘은 다행히 열려 있었다. 나는 옥상 턱에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그 남자의 거실 불이 꺼져 있는 것이 보였다. 여기로 오고있는 중인가 보네. 그러나,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그 남자는 오질 않았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불은 여전히 꺼져 있었고… 나는 돌아서서 이제는 안되겠다 싶어 집으로 가려고 옥상문 쪽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 때는 몰랐는데, 닫힌 문을 열려고 할 때 나는 문에 붙어 있는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나는 주위를 둘러 보고 가려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두운 중에도 편지 가까이에 눈을 가까이 하고 써 있는 글씨가 무언가 살펴 봤다. ‘아파트 건너편의 그 쪽에게’ 그 남자가 남긴 편지 였다. 어쩐 일이지? 용기가 없었나? 나는 옥상에서 엘리베이터로 내려오는 계단에 앉아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오늘 약속은 영원히 지켜지지 못할 것 같군요. 아직 우리 둘 다 이름도 모르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 정말이지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 직업이 작가라고 말씀 드렸었나요? 항상 글을 쓴다는 것은 새로운 소재를 찾아야 하는 버거움이 함께하는 직업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었 구요. 낮에는 글을 쓰기 위한 소재를 찾아 나서서 돌아 다니느라 온갖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서 진기한 얘기들을 듣는 것이 저의 일과 이기도 하지요. 그러다 만난 분이 바로 댁의 남편 이셨어요. 이제서야 밝히지만 이 과정까지 도와주신 분은 야쿠르트 아주머니가 아니라 남편 되시는 분이셨습니다. 이 날을 위해서 참고 참으면서 고생을 해오신 남편 되시는 분이 차마 자신의 입으로는 고백하지 못한 것을 저를 통해 해달라고 하셔서 말이지요. 제가 요즈음 쓰는 글이 IMF 로 직장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얘기인데, 우연히 길가에서 하수도를 치우는 용역회사의 분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지요. 더러운 하수구를 휘 젖고 다니면서 여름 장마에 토사물 이나 쓰레기로 막히는 일이 없도록 그 더러운 곳을 손수 치우고 다니는 그 분들은 과연 어떤 분들인가 하는 궁금증 때문에 만난 것이었지요. 저는 그때 동네에서 아침이면 양복을 멋들어지게 빼 입으시고 가방을 든 채, 출근하시는 남편 분이 일하시는 틈에 끼어 있는 것을 본의 아니게 발견 하게 된 겁니다. 저에게는 자신을 만난 것을 비밀로 해달라고 신신당부 하셨었구요. IMF이후 명퇴를 당하셨지만 차마 그 말을 꺼낼 수 없었다고 하시면서 지금의 그 직업에 정착하기 까지 않 해 본 일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세차장 일이며, 수산 시장에서 쓰레기 치우는 일이며, 그래도 자신이 짤린 것을 모르게 하려고 죽자 사자, 뛰어 다니면서 그나마 쥐꼬리 같다고 불평뿐이던 월급 수준에 맞추려고 손이 발이 되도록 뛰어 다니셨다구요. 아침이면 양복에 가방을 들고 멋진 모습으로 출근 하시지만 그 가방 안에는 서류도 무어도 아무 것도 없는 것을 아직 모르고 계셨죠? 그 가방은 아침에 입고간 양복과 구두를 넣어두기 위한 가방 이었다죠? 이제 일이 손에도 익고, 안정적인 월급도 받는 상시 고용직으로 전환되어 이번 생일을 기점으로 자신의 상황을 고백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마땅치 않다고 하시길래, 저는 이야기 꺼리를 얻고, 남편 되시는 분에게는 고백하실 수 있는 기회도 될 겸, 제가 아이디어를 냈지요. 그 동안 피곤한 몸으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 1년이 넘도록 부부생활도 없어서 그 쪽의 불만을 풀어주셔야 한다면서 저와의 외도 이기는 하지만 짜릿한 섹스도 기어이 허락하셨죠. 그러나, 도저히 이제는 그럴 양심이 허락되질 않음을 느낍니다. 가족을 위해, 아내를 위해 손발이 부르트도록 오물 냄새를 맡아 오신 것도 모자라, 아내의 불만을 털어 줄 수 있도록 자신이 못해주는 섹스 마저도 기꺼운 마음으로 부탁하시는 남편 분의 깊은 사랑에 제가 오점을 남길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약속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남편분 께서는 또 이렇게 말했지요. 섹스를 하고 나면 반드시 이렇게 자신이 전하더라고 말입니다.’ ‘여보, 사랑해! 생일 축하해! 정 내 코고는 소리가 참기 힘들면 이제 내가 마루에서 잘게. 사랑해! 당신을 만나서 난 너무 행복하다니깐!’ 나는 집으로 들어와 방으로 들어섰다. 여전히 그이는 코를 골면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여보, 생일 선물, 고마워요.’ 나는 그이 곁에서 오랜만에 푹 잠이 들 수 있었다. 코고는 소리는 이제 들리지도 않았다. -끝-


추천49 비추천 58
관련글
  • 내 전여친의 슬픈이야기
  • 비아그라를 먹어봣다
  • 미국여행중 백마와 함께
  • 중년여교사
  • 수선집 누나
  • 과외쌤이랑 동거했던 이야기
  • 뉴요커 백인누나
  • 최악의 남자들
  • 노량진 스터디썰
  • 약점잡아서 뚫은 썰
  • 실시간 핫 잇슈
  • 굶주린 그녀 - 단편
  • 고모와의 아름다운 기억 5 (퍼온야설)
  • 모녀 강간 - 단편
  • 단둘이 외숙모와
  • 아줌마사장 수발든썰 - 하편
  • 그녀들의 섹슈얼 판타지
  • 엄마와 커텐 2
  • 아버지와 나 1
  • 와이프의 3섬 이야기. - 2부
  • 명기인 그 여고생과의 황홀한 ... - 하편
  • Copyright © www.webstoryboard.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