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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_중_순수 - 단편상



“야 오늘은 우리집에 가자” “너희 집에?” “응 우리집 비디오 샀어~ 영화 보자” “우와~ 비디오?” 내가 중학교 시절에는 집에 TV가 고작이었고 비디오가 있는 집은 드물었다. 나는 전학을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친구들이 별로 없었는데 어머니가 그런 내게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시기 위해서 큰 마음을 먹고 비디오를 집에 들이신 것이다. 아이들을 셋이나 우르르 끌고 한옥이었던 우리 집에 들어오니 건너 방에 세를 들어 사는 새댁 아줌마가 마당에서 야채를 다듬고 있었고,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 우리 엄마 없어요?” “아~ 민기 왔구나~ 엄마 좀 전에 계셨는데…” 아줌마는 항상 날 보면 웃어 주었다. 말이 그렇지 아직 결혼한지 일년도 되지 않았고 아줌마는 젊은 처녀라고 해도 믿을 만큼 젊었다. 지난번에 외삼촌이 집에 왔을 때 알았는데 외삼촌보다도 더 어렸고, 외삼촌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아줌마가 꾀나 일찍 결혼을 한 모양이다. 친구들을 마루에 앉히고는 엄마를 찾으니 어디에도 없다. 아이들이 배고프다며 뭘 좀 달라는데 난감하다. 그러다 조금 있다가 엄마가 들어오셨다. 아마 슈퍼마켓이랑 시장에 다녀오시는 모양이다. 두 손에 비닐봉지가 한 가득 이다.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엄마에게 인사를 하니 엄마가 방긋 웃어주시며 “그래~ 민기 친구들인가보네?” “응 엄마 얘가…” 친구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니 엄마가 조금만 기다리면 간식을 주시겠다고 하시고는 부엌으로 들어가셨다. 친구들이 비디오를 보면서 신기한 듯이 이리저리 만져보고 있었다. 비디오를 사면서 대리점 판매원 아저씨가 주신 비디오를 넣어 영화를 틀었다. 아이들이 굉장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내 곧 영화에 몰두했다. 조금 후에 엄마는 만두며, 떡볶이와 과자, 음료수까지 간식을 정말이지 많이 챙겨주셨다. 우리들은 달려들어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는 영화에 몰두해 있을 그 사이 밖이 꾀나 소란해 졌다. 나는 쪽문을 조금 열어 밖을 보니 건너 방 아저씨가 온 모양이다. “야 이년아~ 너 이거 누구 줄려고 산 거야? 응?” “오빠 그게 아니구~” 건너 방 부부가 부부싸움을 하는 모양이다. 야채를 다듬던 아줌마랑 아저씨는 말싸움을 하는 중이었는데 아저씨가 아줌마를 마구 다그쳤고, 아줌마는 그런 아저씨를 달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저씨가 손을 들어 아줌마를 때렸다. 놀랐다. 아줌마가 뒤로 몇 걸음 뒷걸음질 치다가 이내 곧 쓰러졌다. “뭐가 아니야~ 이년아~” “흑흑흑” 아줌마는 곧 울어버렸다. 불쌍했다. 곧 엄마가 나와서 아저씨에게 마구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놈이 어디 때릴 사람이 없어서 지 마누라를 패~” “아줌머니는 상관 마세요~” “어떻게 상관을 안 해~ 응? 새댁이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손찌검이야~” 하시더니 엄마는 아줌마를 일으켜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밀어 넣고는 그 뒤에 아저씨와 부엌 옆에 있는 툇마루에 앉아 한참이나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미 보았던 영화였고, 아줌마가 불쌍해서였는지 한참이나 그 구경을 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항상 아침마다 넥타이를 매고 회사를 출근 했고, 아줌마는 보험을 파는 일을 했었다. 둘은 모두 아침에 출근을 해서는 아줌마는 오후에 집에 들어와 집안일을 하면서 아저씨를 기다렸고, 아저씨는 거의 매일 늦게 들어왔다. 그런 아줌마는 보험 때문에 여러 사람을 만나야 했고, 아저씨는 그게 꾀나 싫었던 모양이다. 나중에 엄마가 동네 아줌마들과 수다 떠는 것을 들었는데 아저씨가 의처증이 있다고 했고, 아줌마도 행실이 바르지 않아 남자들을 만나고 다닌다고 했다. 아마 그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면서 생기는 일인 것 같았다. “야~ 뭐해~ 영화 끝났다” “야 이거 진짜 재밌다~ 또 없냐?” “응? 또 있는데… 볼래?” “응~” “에이~ 아니다 저건 담에 보자~” 하고는 애들을 끌고 집을 나와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공원에서 조금 놀다가 집에 들어왔다. 노는 동안에도 그 뒤에 아줌마가 항상 궁금해서 노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집에 서둘러 들어왔다. “엄마~” “응~ 씻어~ 저녁 먹게~” 집에는 누나도 들어와 있었다. “너는 어딜 싸돌아다녀~ 집에서 공부하지~” 누나가 잔소리다. 마당에 나가서 물을 받아 세수를 하고 들어와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아저씨랑 아줌마랑” “애들은 몰라도 돼요~ 밥이나 먹어” 엄마는 말을 자르고는 밥을 먹으라고 했다. 궁금했지만 여기서 더 물어보면 안되기에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고는 대문 옆에 내 방에 들어와 이불을 깔고 누워 책을 보았다. ‘네버엔딩스토리’라는 소설이었는데 꾀나 재미가 있어 틈만 나면 몇 번이고 읽는 책이었다. 그러는데 집 안쪽으로 난 창문 밖으로 물소리가 들렸다. “찰싹 찰싹” 분명 물을 끼 얻는 소리다. 누군가 목욕을 하는 모양이다. 내 방은 대문 옆에 있었고, 집 밖으로 난 창문과 집 안으로 난 창문이 있었다. 집 안으로 난 창문 밖으로는 화장실로 가는 좁은 길이 있었고, 그 길은 욕실과 내 방 사이에 나 있었다. 당시 집에 있는 모든 창과 미닫이 문은 반투명 유리에 무늬가 있었다. 그 창문이 조금 열려 있었는데 그 틈으로 창 밖을 보니 욕실에 난 조그만 창문이 모두 열려 있고, 그 창문 넘어 건너 방 새댁 아줌마가 모두 벗은 채로 몸을 닦고 있었다. 순간 숨이 멎는 듯 했고, 가슴이 두방망이질 대기 시작했다. 창문 틈 사이로 그 장면을 계속 지켜보는데 자지가 터질 듯 하다. 아줌마가 혹시나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고개를 숙여 낮은 자세로 문에 다가가 소리가 나지 않도록 문을 잠그고 방에 걸려있는 두루마기 화장지를 둘둘 말아서 쥐고는 아줌마를 훔쳐보면서 자위를 했다. 아줌마는 눈치를 채지 못하고 계속 몸을 씻었다. 그 곳에 검은 털이 있고 다행히 내 쪽을 보면서 거기를 닦고 있었다. 그날 아줌마를 보면서 자위를 두 번이나 했다. 두 번이나 했는데도 내 자지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집에서 방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줌마의 목욕을 훔쳐보기 위해서였고, 그런 기회는 곧잘 왔다. 난 그렇게 자위에 열중하게 되었다. 그 날은 아침부터 우리 가족은 수선을 떨었다. 시골 친척집에 방문하기로 한 날이었는데 누구 결혼식이라고 했다. 누나는 아침 일찍 나가버렸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따라 이것저것을 싣고서 일찍 시골에 가셨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엄마가 시골에 가시면서 집에 나 혼자 있을걸 아시고는 끼니도 해결하고, 과자도 사먹으라고 미안한양 꾀나 많이 주신 돈으로 슈퍼마켓에서 이것저것을 사서 먹고 점심에는 중국음식을 시켜 먹었다. 누나는 오늘 들어오지 않는다. 엄마한테 전화오면 거짓말을 해주기로 하고는 누나에게 돈을 받은 터였다. 친구네 집에서 잔다고는 했지만 어디서 무얼 하는지 나는 상관할 바가 아니다. 누나는 엄마, 아빠가 무서웠는지 내게 신신당부를 하고는 꾀나 많은 돈을 주었다. 저녁이 될 때까지 심심했다. 만화책을 빌려와 읽었지만 만화책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아줌마가 올 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아줌마는 오지 않는다. 무슨 일일까? 궁금했지만 아줌마는 밤까지 오지 않았다. 그 늦은 시간까지 나는 혼자 있었다. 저녁도 혼자 차려 먹었다. 저녁은 평상시에는 꿈도 꾸지 못할 TV를 보면서 먹었다. 혼자 있다는 것이 무섭기 보다는 꾀나 좋았다. 저녁을 다 먹고 할 일이 없어 샤워도 하고 누워 과자를 쌓아놓고 TV를 늦게까지 보다가 잘 요량으로 누워 있는데 그 때 마당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문을 발로 찬 모양이다. 나는 후다닥 밖으로 나가 보았다. 아저씨다. 건너 방 아저씨는 술을 마신 모양이다. “민기야~ 아줌마 봤니?” 씩씩대면서 아저씨는 내게 물었다. “아뇨~ 집에 아무도 없는데요~” “그래? 니네 엄마는?” “아버지랑 어머니는 시골에 가셨어요~ 집에 저 혼자 있는데요” “그래?” 씩씩대면서 다시 나가버렸다. 조금은 무서웠지만 아저씨는 술을 먹어도 아줌마랑 다툴 때 말고는 순한 편이었다. 다시 방에 들어와 TV를 봤다. 왠지 아줌마 걱정이 조금 되었다. 12시가 거의 다 되어간다. TV도 재미 없는 것 투성이다. TV를 끄고 잠을 자려고 불도 끄고 자리에 누웠다. 낮잠을 자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는다. ‘만화책을 볼까?’ 안방에 누워있던 나는 내 방으로 갔다. 내 방문을 여는데 아줌마가 후다닥 들어왔다. “엄마야~” 하더니 아줌마가 나를 밀고 내 방으로 들어와 집 밖으로 난 창문을 살피면서 “민기야 아저씨가 나 찾으면 없다고 해줘~ 응?” “네? 좀 전에도 집에 와서 없다고 했는데…” “민기야~ 지금 아저씨가 화가 많이 나서 그러니까 아줌마 좀 여기 숨겨줘~” “네?” “나중에 아줌마가 이야기 잘 할 테니 아저씨가 너 혼내지 않을꺼야~ 응?” “네” 아줌마는 무서운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창 밖으로 에이씨~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곧 아저씨가 집으로 들어왔다. 나는 일부러 만화책을 들고 방 밖으로 나왔다. “민기야~ 아줌마 안왔어?” “네~” “이 여편네가 외박을 해? 이년을 내가 가만 두나 봐라” 하면서 씩씩대며 건너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다시 세게 닫았다.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아줌마에게 “아저씨 방에 들어갔어요~” “그래? 좀 있다가 아저씨 주무시면 갈 테니 여기 조금만 있을께~ 미안해 민기야~” “아니에요~” “엄마랑 아빠는 오늘 안오시지?” “네” “아유~ 하필 이럴 때… 아줌머니가 좀 말려주셔야 하는데…” 발을 동동 구르면서 문 고리를 잡고 서 있는 아줌마가 조금 불쌍하다. 그리고 서먹하다. 평소에는 아줌마랑 이야기도 잘 하고 하는 사이었지만 아줌마의 목욕하는 것을 훔쳐보고 난 이후에는 나는 나도 모르게 아줌마를 피해 다녔다. “좀 앉으세요~” “응? 그래~ 고마워~” 아줌마는 창문 아래에 기대어 앉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술 냄새가 조금 난다. “미안해 민기야~ 아줌마 술 조금 먹었어~” “아저씨는 매일 먹는데요 뭐~” “히힛 그렇지? 지는 매일 먹으면서” 하더니 웃는다. 아줌마가 예쁘다. 안경을 써서 그렇지 안경을 벗으면 더 예쁘다. “그런데 아저씨랑 왜 이렇게 싸우세요?” “응? 에휴~ 그게~ 아줌마가 돈 벌려고 사람 좀 만나면 아저씨가 싫어하네~” “…” “너는 나중에 커서 그러면 안되~ 알겠지? 여자는 아껴주고 사랑해줘야 하는 거야~ 알겠어?” “네? 네…” “민기는 여자친구 있어?” “뭐… 없어요~ 그런거 별로” “호호~ 그런거? 민기 냉정하네~” “별로 관심 없어요~” “뭐가? 여자친구?” “네” “그렇구나~ 근데 왜 맨날 아줌마 훔쳐봤어?” “네?” 순간 경직 되었다. 아줌마는 절대 모를텐데… 절대 알 수가 없는데… 뭔가가 머리를 때린 것처럼 멍 했다. “너 맨날 아줌마 훔쳐보잖아~” “…”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마 엄마에게 이야기를 할 테고 난 엄마, 아버지에게 심하게 야단을 맞을게 뻔했다. 그것보다 아줌마에게 창피해서 죽고만 싶었다. “히힛 이 창문으로 훔쳐보는 건가?” “죄송해요” “…” “잘못했어요” 겁이 났다. 뭔가 큰 죄를 지은 것 같았다. “다음부터 그러지 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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