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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의 요정 8 (마지막)


램프의 요정 8 (마지막)   

 

아침, 흐리지만 밝은 빛에 눈이 떠졌다. 온몸에 힘이 없었고 눈을 뜬지 한참 시간이 지나서 정신이 들었다. 혼자였다. 넓은 침대에 혼자. 잠시 상실된 현실감은 간밤에 있었던 일이 내가 꾸었던 꿈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곧 축축한 침대 시트가 느껴졌고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제야 혼란스러웠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생생하게 인지가 되었다. 급히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집안 어디를 가도 없었다. 개어 놓았던 그녀의 교복이 있던 자리엔 어젯밤 내가 건네준 옷과 쪽지가 하나 있었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쪽지를 펴 보았다.

 

 

 

‘선생님. 밤에 재워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인사도 없이 먼저 가버려서 죄송합니다. 급히 가볼 곳이 있어서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어제 일은 마음에 두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내용이었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거짓말처럼. 깊게 한숨을 쉬며 소파에 몸을 던졌다. 그때 휴대 전화의 알람 소리가 울렸다. 다시 겨우 몸을 일으켜 휴대 전화를 찾아 알람을 끄고 화면을 확인했다. 그제야 오늘 해야 할 일과 갈 곳을 떠올렸다. 시간을 다시 확인하고 욕실로 들어가 씻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니 멍했던 정신이 바로 잡힌다. 어렵지 않게 몸을 모두 씻은 후 나와서 옷을 꺼내 입기 시작한다. 검은색 바지에 검은색 셔츠. 머리를 한쪽으로 빗어 넘기고 나와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선다. 바깥바람을 쐬니깐 그제야 뇌 주름 사이에 껴 있던 어제의 여운이 날려간다. 그리고 사건에 대한 명확한 사실이 자리를 잡는다. 사실, 그녀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제의 일은 마음 한쪽에 잠시 접어놓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 종합 터미널로 간다. 양평으로 가는 버스표 한 장을 샀다. 시간이 잘 맞아서 딱 5분 후에 시외버스에 올랐다. 아마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도착할 것 같았다. 종서를 제대로 찾아가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사실, 작년에 그가 죽었을 땐 나는 그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였다. 그를 말리지 못한 죄책감에, 그를 잃어버린 상실감이 너무 무서워서....... 그의 영정 사진을 본 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끝없는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좌절감. 그래서 차마 그가 한 줌의 재로 사라지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다 이제야 가는 것이다. 가서 그를 제대로 마주하고 보내야 더 이상 그가 날 부르지 않을 것 같았다. 너무나도 혼란스러운 요즘을 정리하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다.

 

버스는 막힘 없이 고속도로를 나아갔다. 눈은 차창 밖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 무엇도 망막 너머로 전달되는 것이 없었다. 머릿속엔 종서의 모습과 서아란의 모습이 교차되어 점멸했다. 이상했다. 이제는 강하게 기억되는 그녀의 체취가 묘하게 익숙했다. 그리고 그 익숙함 끝에 자꾸 종서의 뒷모습과 긴 머리칼이 연상되었다. 사실, 종서는 자기 가족에 대해서는 내게 정확히 얘기한 적이 없다. 단지 동생이 하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동생은 어느 날 안면도 전혀 모르는 사람 둘에게 강간을 당했고 종서는 일 년 동안 범인들을 찾아 다녔다. 경찰은 소용이 없었다. 수사관 배정만 되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사는 자꾸 미루어졌다. 종서는 그것을 도저히 못 기다리고 매일 분노에 잠식당한 채 그들을 찾아 나섰다. 그의 분노와 아픔에 그가 해달라는 대로 도와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결국 그들을 찾아내었고 내 애마를 빌려 타고 그들을 잡으러 갔다. 그리고 그는 한 명에게는 중상을 입히고 달아난 나머지 한 명을 추격하다가 트럭에 치였다. 그리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마치 영화처럼. 종잇장처럼 구겨진 오토바이를 보니 그가 죽은 것은 영화가 아니라 너무나도 잔인하고 적나라한 현실임을 직시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전부였다. 그의 가족에 대한 것은.

 

그는 자신이 복수하려는 동생의 사진 한 장 보여준 적이 없었고 아버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머니가 무엇을 하는지, 다른 형제나 남매는 없는지 전혀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 내가 그에 대해 유일하게 모르는 것이 그의 가족이었다. 그러다 그의 영정 사진을 마주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처음 보게 되었다. 그의 동생은 그때도 보지를 못했다. 그런데 서아란의 체취가 자꾸 그의 모습에 입혀졌다. 이해가 되지 않는 조합이었다. 눈을 감고 그녀의 체취를 계속 떠올렸다.

 

다시 어젯밤의 사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내 피부에 닿았던 그녀의 몸 하나하나가 기억났다. 거기에 그녀의 체취가 입혀지면서 기억은 너무나 실감나는 것이 되었다. 특히 자지 끝에 남은 그녀의 보지 속의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다. 어느새 발기되었다. 다행히 버스 안에는 다른 승객들이 거의 없었다. 눈을 감고 조심스레 바지 겉으로 내 자지를 만졌다. 천천히 부드럽게 어제의 감각을 떠올리면서. 따스함이 퍼져나가면서 동시에 나른해졌다. 이대로 자위를 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이내 곧 관두었다. 손만 떼고 눈을 감은 채 여운이 오래도록 유지되길 바라면서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그리운 냄새. 크지만 부드러운 입술과 혀 놀림. 길고 아름다운 손은 내 치골을 지나 발기된 자지를 살짝 쥐었다. 그리고 이내 불알을 부드럽게 만지면서 회음도 살짝살짝 어루만졌다. 그의 긴 머리칼이 내 젖꼭지를 스친다. 감전된 것처럼 짜릿함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자연스레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의 입과 손놀림에 따라 온몸이 꿈틀거렸다. 마치 불판 위의 장어처럼. 그리고 내 몸은 불판 위의 장어보다 더 뜨거워졌다. 내 입술에서 떨어진 그의 혀는 내 목을 타고 내려갔다. 딱딱해진 젖꼭지를 입 안에 넣고 혀를 굴리며 빨기 시작했다. 허리가 휘어지는 전율. 목구멍에서는 점점 더 큰 신음이 토해졌다. 머물던 그의 혀는 다시 내 배를 지나 사타구니를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게걸스럽게 불알을 입속에 넣고 부드럽게 혀를 굴리면서 빨았다. 자연스럽게 들려진 내 다리를 그는 부여잡고 위로 확 젖혔다. 위를 향해 활짝 벌어진 다리는 항문까지 적나라하게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라면 부끄럽지 않다. 그리고 이어질 자극에 너무나 기대되었다. 그의 혀가 천천히 내 항문을 꾹꾹 눌렀다. 마치 주름 하나하나를 혀로 피듯. 척추를 타고 올라온 쾌감을 숨골을 사정없이 강타하며 호흡을 거칠게 만들었다. 항문을 혀로 몇 바퀴 돌더니 아예 항문 속으로 그의 혀가 들어온다. 헛바람을 들이켰다. 발가락이 오그라들 정도의 쾌감. 어서 내 속에 들어와 주거나 혹은 내 자지를 박고 싶은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버티기 힘들 정도로 고조가 되었을 때 그의 입이 떨어졌고 내 다리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보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종서의 얼굴이 아니었다. 서아란이었다.

 

눈이 번쩍 떠졌다. 거친 숨을 몰아. 땀이 흥건했다. 다행히 내게 관심을 주는 승객은 없었다. 어지러웠다. 창밖을 보니 안개가 자욱했다. 숨을 고른 후 여기가 어디지 하는 생각을 했을 때 버스는 목적지에 멈추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안개가 더욱 짙어지는 것 같았다. 내 앞의 사람이 겨우 보일 정도로 안개가 짙었다. 이래서야 어떻게 목적지까지 갈지 막막했다. 앞을 살피며 겨우 터미널 바깥으로 나왔다. 길가엔 정말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사람이 없는 것인지. 이정표도 간판도 잘 보이지 않았다. 머리는 점점 더 어지러워졌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발걸음이 비틀거리기 직전에 멀리서 자동차 전조등이 보였다. 잠시 기다리니 차의 형태가 보였고 지붕 위의 간판이 보였다. 택시다. 나는 급히 택시를 불러 세웠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택시에 탔다.

 

“아저씨, 무궁화공원 묘지로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근데 이거 안개가 너무 짙어서 제대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천천히 가주셔도 좋습니다.”

 

“그럼 한번 천천히 가봅시다.”

 

기사는 택시를 느리게 운전을 했다. 길에는 다른 차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굳이 택시 기사에게 묻지는 않았다. 곧 흐리게라도 보이던 읍내 건물들의 윤곽들도 보이지 않았다. 읍내를 빠져나간 것 같았다. 기사는 집중하는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택시의 전조등이 짙은 안개 속에서 불투명하게 퍼져나갔다. 그로 인하여 굉장히 몽환적인 시야가 만들어졌다. 뭉쳐진 빛이 느리게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택시를 감싸 돌아갔다. 아무런 생각 없이 기기한 안개와 빛의 모양새를 창 밖으로 보고 있었다. 몇몇 안개가 휘돌아나가며 피부 가까이 오는 듯했다. 분명 차창은 닫혀 있는데 안개가 스멀스멀 내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숨을 깊이 들이쉬니 정체 모를 안개가 내 코로 들어와 머릿속을 꽉 채웠다. 붕 뜨는 것 같은 가벼움과 멍해지는 시간의 정지.

 

종서의 몸이 저 멀리서 보였다. 회색의 공간을 헤매던 그는 더 짙은 색의 사람 둘에게 붙잡힌다. 저항하는 그의 복부를 강타하고 후두부를 내리치며 저 멀리 끌고 갔다.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입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나질 않았다. 나는 무기력하게 지켜보고만 있었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은 좌절감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때 귓바퀴를 타고 음성이 들려왔다.

 

“일어나요.”

 

 뇌 속의 안개가 사라졌다. 택시 안이다. 여전히 택시는 , 꾸준히 이동하고 있었다. 나는 거칠게 숨을 쉬고 있었다. 택시 기사가 앞을 바라본 채 말을 했다.

 

“괜찮아요?”

 

“......예.”

 

“이제 다 왔어요.”

 

그리고 곧 택시가 멈춘다. 삯을 지불하고 내린다. 공동묘지일 것이다. 분명 화장을 하고 나서 가족들이 같이 묻혀 있는 곳에 작은 봉분을 만들어 묻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가 장지로 가는 날 나는 함께 가지 않고 도망쳤기에 사실 그의 위치를 몰랐다. 일단, 길을 물으러 관리사무소로 갔다. 불이 꺼져 있는 관리사무소는 을씨년스러웠다. 아니, 인기척이 없었다. 이제는 정말 이상했다. 그때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리로 와요.”

 

고개를 획 돌렸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과 나무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홀린 듯 저벅저벅 걸어갔다. 길을 걷자 아까처럼 다시 머릿속이 붕 뜨기 시작했다. 뇌의 신피질에 마취제를 맞은 것 같은 느낌. 허우적거리며 발을 놀린다. 얼마나 걸었는지, 길은 맞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안개 속을 걸어 올라간다. 다리가 무거워진다. 그때 다시 정면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괜찮아요.”

 

분명히 아는 여자아이의 목소리. 듣는 순간 다시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계속 걷는다. 계속. 계속, 계속. 오르막길이 사라지고 평지가 나온다. 풀숲과 나무도 사라진다. 그리고 안개도 사라진다. 몇 개의 봉분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앞에 사람이 한 명 서 있다. 긴 생머리에 굽 없는 구두와 양말, 익숙한 짧게 줄인 치마와 블라우스 위에 겹쳐 입은 카디건 그리고 팔에 감겨있는 하얀색 붕대. 숨이 멎기 전에 그녀가 다가와 내게 안겼다. 그리고 내 가슴에 대고 말했다.

 

“우리 오빠 옆에 있어 줘서 그리고 저도 옆에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선생님.”

 

순간 온몸의 힘이 모두 풀렸다. 울었다. 크게 소리 내어. 이제야 목에서 소리가 나왔다. 그녀를 꽉 붙잡고 온몸을 떨며 울었다. 점점 크게 소리를 내며.

 

침대 시트를 꽉 붙잡고 온몸을 떨며 입으로 크게 신음을 내질렀다. 그녀의 손길은 내 안의 심장을 쥐어짜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엎드린 내 뒤에서 잔뜩 벌어진 항문에 손가락 세 개를 집어넣은 채 나머지 한 손으로는 내 불알과 자지를 쓰다듬고 만지며 온몸을 고조시키고 있었다. 그녀가 항문에 넣은 손가락으로 전립선을 누를 때마다 점점 내지르는 소리가 커진다. 손가락을 돌릴 때마다 항문 입구에서 온몸으로 전기가 퍼져나간다. 그녀는 웃으며 말한다.

 

“선생님, 애널섹스 좋아요?”

 

“흐으어엉. 어 좋아.”

 

“왜 좋아요?”

 

“네가 너무 좋게 쑤셔줘서.”

 

“오빠가 쑤시고 박아줬던 곳을 동생이 쑤셔주니깐 미칠 것 같아요?”

 

“응...... 미칠 것 같아. 박아줘.......”

 

“우리 선생님 항문에 뭘 박아줘요?”

 

“아란이가....... 흐어업....... 보지에 달고 있는 딜도....... 하윽.......”

 

“안 박아주면 안 되겠네.”

 

고양이 같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그녀는 양손으로 내 엉덩이를 잡는다. 그리고 미리 차고 있던 페니스 밴드 끝에 달린 자지를 본뜬 딜도를 내 항문에 맞춘다. 몇 번 문지르더니 힘을 주며 스윽 들어온다. 괄약근이 딜도의 굵기에 따라 더 벌어지는 확장감과 압박감. 뭉툭한 충격이 온몸에 퍼지고 입을 통해 음파가 터져 나온다. 그녀가 말한다.

 

“다 들어갔어. 좋아요?”

 

“응.......”

 

내 대답을 듣고 그녀는 천천히 움직인다. 후배위로 엎드린 자세에서 엉덩이를 좀 더 들고 힘을 푼다. 그녀는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 순간 진동이 울린다. 그녀가 진동을 킨 모양이다. 강한 전율이 연속된 파동으로 온몸을 뒤흔든다. 손과 발에 힘이 들어가며 정신 없이 괴성을 지르기 시작한다. 그녀 역시 큰 소리로 신음을 지르며 점점 속도를 빠르게 올린다. 내 등에 가슴을 대고 밀착한 채 몸 전체를 움직여서 내 항문에 딜도를 박아 넣으면서 한 손으로 내 자지를 잡고 빠르게 왕복 운동을 하였다.

 

“흐으아악! 나 미칠 것 같아! 더 세게 박아줘!”

 

“나도 갈 것 같아요! 오빠, 오빠!”

 

“어어억....... 쌀 것 같아!”

 

“아직 싸면 안돼!”

 

그녀가 내 몸에서 급히 떨어진다. 그리고 내 항문에 딜도가 박혀 있는 채로 나를 돌려서 눕게 한다. 버클을 풀어서 자신만 페니스 밴드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그대로 누워있는 내 위로 올라와 자지에 자신의 보지를 맞추고 내려앉아 박기 시작했다.

 

“빨리! 싸줘! 오빠 싸줘!”

 

“흐으으아악! 싼다!”

 

시야가 하얗게 변한다. 하얀 빛이 내 눈을 가득 채운 채 그녀의 실루엣이 보인다. 자지를 중심으로 온몸이 폭발한다. 몸 안의 모든 기운을 그녀 속에 쏟아내었고 그녀의 보지는 꿈틀거리며 꿀꺽꿀꺽 내가 쏟아내는 에너지를 받아먹었다. 마지막으로 비명 같은 신음을 같이 지르고 둘 다 쓰러졌다. 거칠게 숨을 쉬며 급히 산소를 몸 안으로 받아들였다. 그녀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숨을 내쉬었다. 거친 숨이 잦아들자 그녀가 나직하게 말했다.

 

“이번엔 봤어요?”

 

“응. 봤어. 하얀 빛.”

 

“눈부셔요.......”

 

“정말로 눈이 부셔.......”

 

“오빠한테 갈 거예요?”

 

“가야지. 오늘 기일인데. 그래서 연차도 쓴 건데.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나서 가자.”

 

“네.”

 

그녀는 이내 새근새근 잠이 든다. 어느새 내리던 단비가 멎었다. 그리고 아침이 지나가고 있었다. 가슴속의 충만함을 가득 안은 채 그녀의 따스함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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