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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모텔 5


파라다이스 모텔 5   

 

“그리고요?”

 

 

“그리고.......푸후.......”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지독한 숨을 크게 세 번 정도 더 내쉬더니 눈을 스르르 감았다. 한창 미지의 세계에 몸을 던지는 흥미로운 부분이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나는 테이블에 수북하게 놓인 돈뭉치에서 5만원 한 장을 집어 금전 출납기에 넣었다. 그리고 고갤 떨군 채로 잠든 그를 둘러업고 빈방으로 향했다. 그의 품에서 나는 푸르고 시원한 이미지가 그려지는 향수 냄새와 술 냄새가 섞여 코를 찔렀다. 힘겹게 방문을 열고 두껍고 하얀 모텔 이불의 침대에 목이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만 조심스럽게 그를 내던졌다. 폭신폭신한 침대에 대자로 누워 있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거울 속 나를 보니 아직 먼 미래가 힘겨울 것 같아 불안해졌다.

 

“으음.......”

 

짧은 신음으로 그가 잠깐 뒤척이다 침을 크게 삼켰는지 도드라지는 목젖이 울렁였다.

 

“물 갖다 줄까요?”

 

나는 대답 전에 방에 배치된 작은 냉장고로 가서 생수병을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나는 내가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불확실하고 의미 없는 사람이 되는 게 싫어요.”

 

“의미라면, 어떤 의미요?”

 

“좋은 사람이다 싶은 그런 거. 가급적 좋은 쪽으로, 여자 친구한테 싸구려 은반지랑 스케치북 같은 거 말고, 절경에서 뭐 팍팍 터뜨리면서 크고 반짝이는 거 주고 싶고, 내 얘기 잘 들어줘서 고맙고 친해지고 싶은 동생한테 초밥이라도 사주면서 이야기 나누고 싶고.......”

 

“왜 그래야만 할까요?”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그럼요?”

 

“놀라움의 연속이 되고 싶어요. 나를 볼 때마다 놀랍고 즐거운 사람으로 봐 주었으면 좋겠어요.”

 

“욕심쟁이네요.”

 

“욕심일까요?”

 

“네.”

 

“뭐가요?”

 

“하나같이 너무 제멋대로에요. 의미의 기준을 물질적인 호의로만 생각한다는 것도, 완벽을 추구하는 것도.”

 

“완벽은 좋은 거 아녜요?”

 

“실망스러움 없이 어떻게 경이롭고 놀라운 일이 있겠어요. 완급 없는 완벽은 있을 수 없어요. 그리고 놀라움의 연속이 되고 싶으시면 뭐 다음에는 참치 한 마리 같은 거 사다 주시려고요?”

 

“히히히.”

 

“의미도 달걀과 닭처럼 뭐가 먼저인지는 저도 모르지만. 이미 좋아한다는 의미가 있는 그들에게 형 또한 충분한 의미가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보답 없이, 조건 없이 좀 더 믿고 사랑해 주세요, 자신을.”

 

“스님이세요?”

 

“아니요.”

 

“근데 그걸 어떻게 확신해요.......”

 

“일단 나는.......그래요. 적어도 내겐 의미 있다고요, 형이.”

 

나는 머쓱하게 코를 긁으며 꽃봉오리처럼 수줍게 말했다.

 

“나 좋아해요?”

 

“잠이나 자요.”

 

나는 Y의 이마를 찰싹 때리고 노란 빛이 뿜어져 나오는 방문을 닫았다.

 

“방 하나요.”

 

놀란 어깨를 휘두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남녀 셋이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본 업소는 남녀 3인 혼숙을 금하고 있습니다.”

 

나는 작은 창살이 있는 카운터의 문을 열고 들어가 맥없이 앉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저희 아침 비행기 타야 하는데 눈만 붙이고 가려고 그래요. 오빠, 어떻게 안 될까요?”

 

얼굴은 크고 몸은 왜소한 여자가 손을 모아 카운터에 올려놓고 말했다. 약간 튀어나온 눈이 설치류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으음.”

 

나는 뒤에 멀뚱히 서 있는 남자 둘을 번갈아 보았다. 덩치 큰 남자나, 마른 안경잡이나 그들은 똑같이 닿는 내 눈빛을 피할 뿐이었다.

 

“원래는 완강히 거절하거나, 매수해 보라고 배짱을 부리겠지만. 1층에 빈 숙직실 겸 쓰는 방이라도 괜찮으시면 드릴게요. 방 구조나 시설에는 다른 방과 딱히 다르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퇴근하는 오전 10시 전에는 나오셔야 합니다.”

 

나는 키를 내밀었고, 여자는 자신의 카드를 내밀었다. 남자 둘은 그제야 안심한 듯 복도를 걸어가며 이죽거렸다.

 

“배짱 좋네. 설치류.”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묵음의 손뼉을 쳤다.

 

잡다한 일을 하고 있으니 30분 정도가 지났다. 이윽고 방음에 자신 있던 1층 복도는 금세 짐승의 것 같은 신음으로 가득 찼다. 그 세 명의 심포니를 듣고 있자니 실소가 터져 나왔다.

 

“눈만 붙인다며 이놈들아.”

 

나는 이어폰을 끼고 웃음 한 번을 더 뿜고, 모텔 간판의 불을 내렸다.

 

퇴근 전 건물 앞을 청소하기 위해 나온 오늘도 희망 없는 소녀의 눈빛처럼 차갑고 푸른 새벽이 드리웠다. ‘새벽 별은 알았을까, 자신의 운명을.’ 그런 종교적인 생각을 하며 눅눅하게 젖은 유흥업소 전단지들을 줍다 보니 해가 떴다.

 

오전 9시 50분이 되어도 셋은 코를 골며 자는 것 같았다. 나는 작은 책 한 권과 마시던 스포츠 음료를 들고 카운터를 나왔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부스스한 모습도 새벽 별보다 아름다운 그가 나왔다.

 

“아침은 설렁탕 같은 게 좋겠죠? 콩나물이 나으려나.”

 

그가 너털너털 걸어와 업히듯 내 등에 기대고 말했다.

 

“같이 먹자는 거예요?”

 

“아직 아닌 거 아니에요? 아침.”

 

“그렇긴 한데.......”

 

“얘기마저 듣고 싶지 않아요?”

 

“가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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