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바녀 3
카페 알바녀 3
나는 외아들로 자랐지만, 여자 방에 대한 환상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여동생 혹은 누나가 있는 친구들과 친했고, 그들의 집에 자주 놀러 가며 보고 들은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친구 방 인 줄 알고 친구 누나 방을 열었다가 ‘응? 폐가인가?’ 라며 다시 문을 닫았던 적이 많았던 나로서는, 여느 야설의 환상 속에 친구 누나의 방에서 꽃향기가 나고,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는 묘사를 보면 콧물이 튀어나오도록 콧방귀를 뀐다.
카페의 그녀는 오피스텔에 들어가, 자신의 집 현관 앞에서도 약간 고민하는 듯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후다닥 문을 열고 나를 잡아끌었다. 다행히도 몇 개의 옷가지들이 의자에 걸려 있는 것을 빼고는 방은 더럽지 않았다.
“나 정말 청소 안 했는데……”
응 그래 보여.
“깨끗하구먼 뭘 그래.”
전형적인 원룸형 오피스텔이었다.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작은 냉장고가 있는 주방 같은 작은 공간. 그리고 방 안에는 침대와 조금 큰 옷장, 작은 좌식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리 크지 않은 소파도 있었다. 그녀는 총총한 걸음걸이로 창문 앞에 있는 빨래 건조대로 가더니, 황급히 빨래들을 수거하여 옆에 있는 서랍장을 열고 아무렇게나 그것을 집어넣었다.
“잠깐만요 오빠. 주스 한잔 줄게요.”
“응 고마워.”
그녀는 허둥지둥, 냉장고 문을 열어 마실 것을 찾기 시작했다. 가만히 서 있기가 뭐해서 어정쩡한 자세로 소파에 걸터앉았다. 화장대 옆이라서 그런지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
“오빠. 잠깐 이거 마시고 있어요.”
그녀는 또 뭐가 그리 급한지, 앉아 있는 내 쪽으로 주스를 내밀고는 또 화장실로 들어가 이것저것 치우기 시작했다.
“안 치워도 돼. 괜히 미안하게.”
“아니에요. 오빠! 잠깐만요.”
그녀가 욕실 문을 닫고 뭔가 우당탕 치우는 소리를 듣자니 그녀의 집에 무리해서 들어온 게 내심 미안해지…기는 개뿔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레는 마음에 그녀의 방을 구경하는데, 아까 그녀가 급하게 빨래를 넣은 서랍장에 천 조각 하나가 삐져 나와 있는 게 보였다. 급하게 서랍장을 닫느라 옷이 끼인 줄도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이런 건 넣어주는 게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어쩌면 팬티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서랍을 살짝 열었다.
“오……”
검은색 계열에, 비치다 못해 투명한 팬티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끈 부분에 레이스가 달린 것을 제외하고는 앞뒤 모두 비치는 팬티였다. 아이언맨이 슈트를 입듯이 그녀가 알몸 상태에서 이 팬티를 착용하는 상상이 들자 입이 바싹 마르며 손끝이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슬쩍 욕실 쪽을 확인한 다음 서랍장에 다시 그녀의 팬티를 고이 접어 집어넣었다. 그녀가 급하게 빨래를 집어넣은 그 서랍은 화장품이나 잡동사니를 수납하는 공간인 듯, 도무지 용도를 알 수 없는 화장품이나 미용 도구 몇 개가 보였고 또 그 옆에는 그 용도를 모를 리가 없는 콘돔 다섯 개가 있었다.
탁! 그것을 보자마자 나는 황급히 서랍을 닫았다. 뭐지? 저 귀여운 얼굴의 여자아이 방에 왜 콘돔 다섯 개가 마치 가정집에 옷걸이가 있는 것처럼 태연하게 있는 걸까? 설마 저기에 바람불어서 풍선 놀이를 하거나, 혹은 저기에 물을 채워서 꺄아 물풍선이다 어머 이건 던져도 안 터져 하면서 놀 리도 없을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오만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에 대한 실망이 아니라, 오히려 가슴 속 흥분을 더욱 부추김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오빠 미안. 오늘 나올 때 급하게 나오느라 욕실 정리를 안 해서요.”
때마침 그녀가 나와 웃으며 내게 말했고 상기된 얼굴로 어정쩡하게 앉아 있는 나를 보며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오빠 왜 그래요? “
“응? 콘도… 아니 주스가 맛있어서. 너도 같이 마시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주스를 들고 소파 내 옆자리에 앉았다. 작은 소파이니 우리는 나란히 앉은 형상이 되었고, 이제는 팔과 팔이 닿는 것은 자연스러울 정도가 되어 있었다.
“뭔가 신기해요.”
“뭐가?”
“그냥…… 일주일 전에 오빠가 카페에 와서 처음 알았고 지금은 같이 내 방에 있는 게 너무 웃기고 신기해요.”
네 서랍에 있는 콘돔이 더 신기해… 근데 그거 초박형이니? 나 한 번 껴보면 안될까? 라는 마음속의 말은 하지 못하고, 나는 그냥 어설프게 웃으며 그것보다 더 어설픈 자세로 그녀의 어깨에 팔을 살짝 올렸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내가 반한 그 가냘픈 허리를 손으로 두르고 싶었지만, 날씬한 여자라도 밥 먹고 나서, 게다가 앉아 있을 때 허리 두르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는 별로 없다.
“여자 방은 이렇구나.”
“상상한 거보다는 별로죠?”
“아니 더 설레는데. 향기도 좋고.”
“오빤 외아들이에요?”
“응.”
내가 그녀의 어깨를 팔로 감싼 채, 우리는 의미 없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까 전철에서 했던 것처럼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혹은 일신상의 별것 아닌 이슈들이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 둘 다 말이 끊겼을 때 나는 그녀의 어깨에 올린 손에 조금 힘을 주었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기댔다. 힐끗. 시선을 옆으로 돌리니까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뽀얗고 통통한 가슴 계곡이 보였다. 술을 마셔서인지, 가슴 때문인지 맥이 뛰는 게 귀에서 들릴 정도로 쿵쾅거렸다. 내 어깨에 기댄 머리칼에는 아직 배어있는 커피 향이 났다.
슬쩍 고개를 돌렸더니, 그녀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 보는 형상이 되었다.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냥 예고 없이 깜빡이 안 켜고 그녀의 입술로 훅 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아주 티가 나지 않게 움찔하는 듯했지만 이내 내 입술을 받아주었다. 소주 냄새. 그리고 여자 특유의 살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입술은 조금 전 홀짝거린 주스 때문에 달짝지근한 오렌지 맛이 났다. 입술은 충분히 젖어 촉촉했다. 나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내 입술로 덮었고, 아주 살짝 힘을 주어 빨았다. 그녀가 내 목을 감싸 안았고 나는 상체를 조금 더 옆으로 숙이며 그녀를 몸으로 살짝 밀쳤다. 하지만 나와 입술을 포갠 상태로 그녀는 소파로 몸을 기대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팔을 뻗어 내 몸을 받치며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 혀를 집어넣었다.
그녀의 혀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내 움직임에 센스 있게 응해주었다. 내가 내밀면 그것을 애무하듯이 위아래 입술로 살짝 빨아들여 주기도 했고, 내가 물러서면 내 입천장을 혀로 살며시 간지럽히며 들어오기도 했다.
방어하듯 모아 세웠던 그녀의 양다리가 살짝 벌어진 틈을 타서 내 몸을 집어넣었다. 내 손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종아리를 쓰다듬었고, 조금의 망설임 끝에 부드러운 그녀의 허벅지 쪽으로 손을 옮겼다. 키스는 조금 더 과감해져서, 서로의 입술을 핥듯이 공격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내 손은 허벅지 위에 있는 그녀의 팬티 끈을 매만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치마는 점점 올라갔다. 키스 도중 아주 잠깐 입술을 떼었을 때, 거칠어진 그 아이의 호흡이 내 볼을 간지럽혔다. 더 이상 참기가 힘들어, 나는 손을 올려 그녀의 원피스 위 가슴을 움켜쥐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꽉 차는 촉감에 다리가 떨렸다. 그녀가 내 팔을 살짝 잡았지만, 그 어떤 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여느 남자들이 다 그렇듯이 그녀가 눈을 감은 것은 승낙의 뜻이라 마음대로 해석해 버린 나는 아주 얇은 원피스의 어깨끈을 밑으로 잡아당겼다. 블랙과 레드가 섞인 속옷은 내 시야에 잠깐 들어왔다가 이내 잊혀졌다.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나는 입술을 그녀의 목과 귀 사이로 옮겼다. 그녀를 처음 보자마자 상상했었던 대로, 마음껏 하얀 목을 입술로 어루만졌다. 아래가 뻐근할 정도로 흥분감이 밀려왔다. 아마도, 그녀의 팬티와 맞닿아 그녀도 그 존재감을 눈치챘을 것이다.
“잠깐......”
뭐라고 그녀가 말을 하려고 했었던 것 같기는 했지만, 끝내 그 말을 다 잇지는 못하고 신음처럼 삼켰다. 내 입술이 가슴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구속력을 잃은 브래지어가 밑으로 조금 내려갔고, 드디어 흠잡을 곳 없는 훌륭한 가슴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꼭지에, 그녀의 나이에 맞는 연붉은 색 유두를 혀로 살짝 건드렸다. 등 뒤로 찌릿하게 흥분감이 밀려왔다. 내가 입술만으로 그녀의 가슴을 깨물기 시작하자, 내 목을 쥔 그녀의 팔에도 힘이 들어갔다.
“음……”
내가 뱉은 탄성의 이유는, 그녀가 손을 뻗어 내 바지의 중심부를 살짝 어루만졌기 때문이었다. 이미 심하게 단단해진 그 녀석은 그녀의 손길에 반응하듯 부르르 떨었다. 나는 바지의 후크를 풀어주었고, 마치 고무줄에 묶여 있던 것이 튕겨 나가듯 묵직한 존재감이 그녀의 손에 잡혔다.
순간 머리가 하얗게 탈색되어 갔다. 내가 그녀의 가슴을 입술로 애무할수록 그 아이의 숨결은 거칠어졌고, 반대로 내 것을 만지는 그녀의 손이 더욱 과감해졌기 때문이었다. 팬티 위로 불룩해진 부분을, 마치 쓰다듬듯이 살살 비벼주는 하얀 손이 이성의 끈을 조금씩 잘라내고 있었다. 생각보다 꽤 훌륭한 애무였다. 그녀는 살짝 힘을 주어 내 것을 흔들어 주기도 했고, 때로는 부드럽게 마사지하듯이 손바닥으로 비벼 주기도 했다. 참을 수가 없어 그녀의 옷을 더 밑으로 내렸고, 이제 완전히 드러난 그녀의 상반신을 보며 내 손은 그녀의 등 쪽 브래지어 후크를 향했다. 그녀가 살짝 몸을 비틀어 틈을 만들어 주어, 나는 한결 수월하게 한 손으로 밴드 부분을 당기고, 검지와 중지를 각각 반대방향으로 밀어 후크를 풀었다. 소리가 날 리가 없는 과정인데, 왠지 툭! 하는 효과음이 내 귓가에 맴도는 것만 같았다.
“아앗…”
신음인지 탄성인지, 내 양손이 맨 가슴을 움켜쥐었을 때 그녀의 입가에 흘러나온 감탄사였다. 양손 가득히 쥐어지는 행복한 촉감에 나는 또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찐득한 키스였다. 서로의 타액까지 먹을 기세로 우리는 입을 맞추며, 그 짧은 찰나에 서로의 예민한 포인트를 찾아가고 있었다. 내 손은 이제 과감하게 그녀의 팬티 위로 향했고, 손끝으로 깜짝 놀랄 만큼 젖어 있는 습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녀와 무언의 눈빛 교환을 하고 다시 입을 맞추려는 그때였다.
‘쾅쾅!’
내 머릿속에 친 천둥소리가 아니었다. 우리는 화들짝 놀라 서로에게 떨어졌고, 쾅쾅하는 소리는 그녀의 현관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였다. 마치 찬물을 확 하고 맞은 것과 같은 느낌. 그리고 그녀는 크게 당황하며 현관 쪽을 향해 외쳤다.
“누구세요?”
“지수야 나야. 문 좀 열어봐.”
문밖으로 들리는 여학생의 목소리. 그녀는 다급하게 나를 보며 말했다.
“어떡하죠? 위층 사는 친구 목소리에요.”
“뭐?”
“오빠 잠깐만 숨어 있어요. 미안해요.”
“수….숨다니?”
그럼 꼴린 내 고추는 어떡하고? 따위의 말을 할 상황이 아니니, 일단 나도 정신을 수습하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눈에 들어온 것은 내 몸이 들어갈 법한 붙박이 옷장이었다. 침대 밑과 함께 외간남자가 자주 숨는 바로 그곳. 하여튼 나는 후다닥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그녀의 옷들이 많이 있었지만 위급한 상황이니 어떻게 이 큰 몸이 그 사이로 끼어 들어가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내가 숨는 것을 보더니 그녀는 옷가지를 추스르고는 문을 열었다.
“야. 왜 이렇게 문을 안 열어?”
“아… 응… 혜원이구나.”
옷장 밖으로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누가 봐도 당황한 듯한 말투였다. 생각해보면, 혼자 사는 집에 친구가 찾아왔는데 ‘응……철수구나.’ 따위의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통은 무슨 일이야? 혹은 왔어? 등의 대사를 한다.
“나 잠깐 화장실 좀 써도 돼?”
“화장실?”
“내 방 화장실 배수구가 막혀서 샤워를 못 해. 뚫을 때까지. 미안한데 오늘만 쓰자. “
“응… 들어가.”
밖에서 들려오는 그 대화를 들으면서도, 나는 옷에 붙어 있는 먼지가 코를 간지럽혀 재채기가 나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여기는 군대다. 내 앞에는 사단장이 있다. 사단장이 “자네 군생활은 할 만한가?” 이런 질문을 날리고 있다. 재채기를 하면 좆되는 거다.’ 라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버티고 있을 때, 욕실에서 샤워기 물줄기 소리가 나며 옷장 문이 열렸다.
“오빠…”
“어휴… 뭐야? 친구야?”
“진짜 미안해요.”
그녀는 진심으로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속삭였다.
“우리 학교 사람들이 이 건물에 많이 살아요.”
그래서 아까 망설이며 집에 데려온 것 치고는 후다닥 나를 현관으로 밀어 넣었구나 싶었다. 다 된 밥상에 시원하게 후리킥을 날리다니… 혜원인지 봉원인지……
“우리 다음에 봐요. 오빠.”
그녀는 미안한지 황급히 내 핸드폰을 뺏어 자신의 번호를 찍어주었다. 내가 브래지어를 벗겼고 또 급하게 원피스만 올리느라 그녀의 옷 위로 적나라하게 유두의 모양이 보이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쟤 샤워하고 갈 때까지 숨어있을 테니까 그때 다시 하면 안 될까?’라고 말할 뻔한 것을 겨우 참아내었다.
“그럼 갈게. 연락할게.”
그녀는 미안하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고 내 목을 끌어안더니 쪽 하고 입을 맞춰 주었다. 그 때 또 한번 ‘3분 안에 쌀 테니까 하면 안될까?’라고 하고 싶었지만, 나는 꾹 참고 나가며 욕실 안에서 씻고 있을 혜원인지 봉원인지 모를 친구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살금살금 현관문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