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슈퍼에 라면 사러가는데.Ssul
아파트 입구서 내려오는 길목에 즈음하여
어떤 아줌마가 술취한 아재 세명과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뭔 일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험한말이 오가는 것으로 보아
곧장이라도 싸움이 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구경하기로 하였다.
이제와 가만히 보니 아재 세명은 아줌마와 키가 비슷하였다.
아재들의 키가 작다기 보다는 그 아줌마의 키가 상당히 큰편이었는데
목소릴 들어 대뜸 생각하건대 나이는 사오십대이나
그 세대 아줌마들의 일반적인 체형에 비하자면 이상할 정도로 큰 키였다.
보다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은 건장한 쌍도아재 세명과 말싸움을 하면서
전혀 밀리지 아니하는 목청과 상대방을 깔아뭉개는 듯한 어투였다.
이것은 상식선으로 생각하더라도 전혀 게임이 안되는 싸움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아주머니는 당장이라도 아재 세명과 맞다이를 뜰 기세로 대화에 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더욱 이상하였던 것은 아재는 세명이나 되었고 만취한 상태여서
함부로 주먹을 놀릴만한 상황이었는데도 그 아줌마에겐 전혀 그러지 못하였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대화에서는 약간 밀리는 감이 있을 정도였다.
삼분여정도가 지났을까
가열되어가는 말싸움은 결국 주먹다짐으로 번지고 말았는데
놀랍게도 아줌마가 아재한명을 주먹으로 갈아버리고는
한명의 배때지를 세게 차서 넘어트려 밟아버렸다.
이걸 보던 나머지 한명의 아재는 술취한 상태임에도
상황이 파악된듯 부리나케 도망가버렸고
배를 차인 아재는 하복을 부여잡고 아스팔드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으며
아줌마는 새마을운동 모자를 쓰고 누워있는 아재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발찌검을 하는 것이었다.
그 아비규환의 현장을 목격하던 나는 가로등 빛에 비치이던
참소주 앞치마를 두른 아줌마의 강력한 이두근과 폭풍처럼 부풀어오른
종아리 근육을 보고서는 도망치듯이 집으로 달려왔다.
이제 더이상 남강여약의 생리적인 균형은 깨진것과 다름이 없다.
주제를 모르고 함부로 새벽의 식당 아주머니에게 에쎄를 주문했다가는
여지없이 배를 차이고 식당바닥의 소주를 닦게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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