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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 4. 꽃


일기장 - 4. 꽃   

 

#4. 꽃

 

봄이 아직 다 찾아오지도 않았지만 늘 그렇듯 성급한 꽃들은 머리부터 세상 밖으로 디밀었다. 

 

 

찬 바람 속에서도 햇살 바른 곳 길가의 화단은 꽃망울을 틔웠다. 온실에서 자란 채 허리가 잘려 예쁘게 포장된 장미와 백합은 유리창 너머로 이름 모를 봄꽃과 개나리를 시샘했다. 내 학교에서 Y의 학교까지는 지하철로 거진 두 시간 길이었다. 오후가 다 지나기 전에 출발해도 Y의 자취방에 도착하면 해가 땅끝에 걸리곤 했다. 가는 길 점점이 핀 꽃은 그녀의 방 안에 들어서서야 향기를 내뿜었다. Y는 이사를 했다. 룸메이트와 같이 사는 곳에서 더 넓은 원룸으로. 그녀의 자취방 안에는 늘 꽃이 피어 있었다. 밝게 웃는 미소에 핀 꽃부터 아직은 찬 공기에 단단해지는 예쁜 젖꼭지에 핀 꽃, 그리고 다리 사이 피어있는 수줍은 꽃까지. 어떤 꽃을 가장 좋아했는지는 아직도 대답할 수 없다. 그녀는 그 자체로 한 송이 꽃이었으니까.

 

“으음… 음…”

 

문을 열고 맞이하는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깜짝 놀라 내 가슴팍을 막아선 손은 곧 목을 감싸 안고 매달렸다. 작은 그녀의 입안을 유영하며 달콤함을 양껏 들이키고 나서야 나와 Y는 떨어졌다. 길고 농염한 키스를 마무리하는 깔끔한 입맞춤이 이어졌다. 내가 말한 대로 그녀는 치마를 입고 있었다. 손이 치마 속으로 들어갔다. 팬티 밴드를 더듬으며 Y를 올려다봤다.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입을 가렸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녀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눈동자에서 눈을 떼지 않고 팬티를 천천히 끌어내렸다. 보드라운 천이 그녀의 다리를 쓸고 내려오는 감각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돌돌 말린 팬티 한가운데에 흐릿한 자국이 남아 있었다.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을 직감한 Y의 얼굴이 붉어졌다. 톡. 손가락 끝에 끈적한 자국이 살짝 딸려오려다 그만둔다.

 

“무슨 생각 하고 있었어?”

 

“네 생각. 밥은 먹었어?”

 

“아니. 지금 밥은 생각도 안 나.”

 

Y의 이불은 그 뒤로도 몇 차례 더 바뀌었다. 보드라운 극세사 이불 위로 Y를 번쩍 들어 눕혔다. 겨우 두어 걸음 되는 거리 속에서도 Y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냉기가 가득 묻어 쌀쌀한 옷을 벗어던지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그녀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달콤한 베이비로션 냄새가 가득한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겨우 몇 개월일 뿐이었지만 손끝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톡. 완고하게 Y의 가슴을 가리고 있던 브래지어가 긴장을 풀었다. 컵 안으로 슬그머니 손이 들어갔다. 소담한 가슴을 손으로 덮어 그녀의 가슴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너무 좋았다. 나를 바라보는 Y의 눈은 언제나 애정이 한가득 담겨 그렁했다. 손가락을 꿈질거려 아직은 말랑한 그녀의 유두를 괴롭히자 커다란 눈망울이 흔들거렸다. 유두가 천천히 단단해지기를 기다려 다시 한 번 그녀와 입을 맞췄다. 도톰한 니트 티셔츠를 벗기고 다시 한 번, 거치적거리는 브래지어를 벗겨내고 또 한 번. 새하얗게 드러난 Y의 가슴에도 입을 맞췄다. 그녀는 예쁘게 부풀어 오른 가슴 주변을 따라 입을 맞추는 것을 좋아했다. 저 멀리서부터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돌며 입술이 Y의 피부를 탐했다. 입술이 닿았던 곳마다 연분홍 꽃이 피었다.

 

“내가 너 때문에 요즘 목욕탕을 못...아!”

 

아랫배가 간질거릴 때까지 참다가 결국 케이크 위의 체리를 덥석 먹어버리는 어린아이처럼. 언제나 유두는 맨 마지막이었다. 입술로 이리저리 문지르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에 끼우자 Y는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베이비로션 냄새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혀끝으로 도톰한 돌기 끝을 튕기자 Y의 허리도 같이 움찔거린다. 봄꽃만큼 Y도 빠르게 피어나고 있었다. 입술 위로 이빨을 세워 잘근 물어주자 치마 속에서 Y의 다리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손가락 끄트머리로 Y의 겨드랑이부터 치골까지 천천히 쓸어내렸다. 간지러움과 야릇함 사이의 미묘한 감촉 속에서 내 머리를 끌어안은 Y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오똑해진 젖꼭지를 내버려 둔 채 입술은 이제 아래를 향해 달렸다.

 

갈비뼈를 타고 옆구리를 향해 내려온 입술은 손가락과는 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손끝이 천천히, 한 곳도 빼지 않고 Y의 몸을 훑었다면 입술은 Y가 전혀 생각지 못한 곳을 간헐적으로 두드렸다. 배꼽 위에 입을 맞추자 Y가 골반을 비틀었다. 가냘픈 치골이 키스해 달라고 솟아올랐지만 심술궂은 입술은 그 주위에 몇 번 입을 맞추고는 아래쪽으로 달아나버렸다. 입술이 내려가는 것만큼 Y의 치마도 저 멀리 내려가 있었다. 발목쯤에 멈춰있던 치마는 어느새 둘둘 말려 Y의 책상 위로 던져졌다. 복숭아뼈가 다음으로 입맞춤을 받았다. 종아리에 한 번, 허벅지에 두 번. 그녀의 계곡 근처로 다가갈수록 키스가 진해졌다. Y의 뽀얀 허벅지 안쪽은 민감했다. 입을 맞출 때마다 다가가는 거리는 짧아졌다. 마치 Y의 달뜬 호흡처럼. 입술은 이제 빙글거리고 돌며 그녀의 살결을 쓸었다. 옆 눈길로 지켜본 Y의 앙다문 둔덕 속으로 물기가 반짝였다.

 

“나 키스할래.”

 

“응?”

 

“여기 예쁜 데에. 다리 벌려 주세요.”

 

머뭇거리던 Y는 결국 천천히 다리를 벌려 나를 허락했다. 부끄러웠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꼭 가린 채. 새하얀 둔덕 속에서 진분홍 꽃이 활짝 피었다. Y는 내가 본 여자 중 가장 아름다운 속살을 가지고 있었다. 예쁘게 벌어진 작은 꽃잎 사이로 수컷을 유혹하는 진한 냄새가 풍겼다. 첫 경험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Y는 익숙하게 날 받아들였다. 꽃잎 위를 가득 적신 꿀물의 향기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게걸스레 그녀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지금까지의 부드러운 애무는 찾아볼 수도 없이 급작스러운 돌진에 Y는 살짝 놀랐지만 다리를 오므리지는 않았다. 입술이 둔덕 위를 더듬고 혀끝은 꽃잎과 꽃잎 사이를 휘젓다 깊은 샘 안쪽으로 훅 들어갔다 나온다. 발갛게 달아오른 구슬을 만나러 갈 때는 잠시 조심스러웠지만 얇은 교성이 들린 뒤 구슬은 입술 속으로 사라졌다. 꿀물을 더 많이 흘려 달라고 보채듯 Y의 클리토리스를 한참 닦달하고 있을 때, Y의 손이 내 어깨를 잡았다. 고개를 들자 울 듯 한 표정으로 Y가 애원하고 있었다.

 

“넣어줘 이제. 얼른. 얼른 넣어줘.”

 

“괜찮겠어? 아프지 않을까?”

 

“응. 안 아플거야. 나 지금 넣고 싶어.”

 

첫 경험 때 워낙 고통스러웠던 Y가 내 몸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엄청난 대물을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Y는 너무 작고 가냘펐다. 나는 더 이상 좁고 여린 그녀의 깊은 곳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준비가 될 때까지 사랑해주는 것은 지루하지 않았다. 참을성 없는 물건이 끄떡거리고 달려들고 싶어 하는 것을 몇 십 분이고 몇 시간이고 억누른 채, 그녀에게 허락을 받아내는 것은 또 다른 유희였다. 얇은 라텍스 막이 검붉게 달아오른 물건을 감싸자 Y는 내게 양 팔을 뻗었다. 혀의 속삭임에 따라 움찔거리던 그녀의 꽃잎보다 더 저항하기 어려운 유혹. Y의 품에 깊게 안긴 나는 다시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달콤하고, 보드라우면서, 헤어 나올 수 없는 마력이 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혀가 그녀의 입술 틈 사이로 들어갔다. Y의 혀 역시 내 혀를 반갑게 맞이했다.

 

“아으으응.“

 

혀가 그녀 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함께 오랫동안 참았던 물건 역시 계곡 입구를 머리로 비비기 시작했다. 좁디 좁은 문이었지만 결국 꽃잎은 활짝 벌어져 내가 그녀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했다. 라텍스의 가벼운 압박 위로 그녀의 좁은 동굴이 더 세게 물건을 쥐었다. 활짝 벌어져 있던 다리가 자연스럽게 내 허리 위로 올라와 감겼다. 혀끝으로 그녀의 입천장의 구름무늬를 세었다. 키 차이가 워낙 있어 허리가 아팠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팔은 목을 휘감고 다리는 허리를 휘감고 있었다. 마치 배고픈 덩굴이 불쌍한 희생자를 그러쥐듯이. 천천히, 하지만 강하게 Y는 나를 끌어당겼다. 그녀의 속도에 맞춰 허리를 움직였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그녀의 안 깊은 곳으로 들어가며 Y의 주름을 느끼는 황홀한 시간의 끝에서 나와 그녀의 치골이 맞닿았다.

 

“아.”

 

“다... 들어간 거야?”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는 그녀에게 대답 대신 머리를 쓸어 준 나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뻐근했던 허리가 풀리며 비명을 질렀지만 모든 신경은 그쪽으로는 관심도 주지 않는다. 비어있는 손을 그녀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침대가 천천히 흔들리며 나무 부딪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해가 저물어 가는 밤 한가운데에서 꽃은 늘 그런 소리를 내며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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