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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 3. 피


일기장 - 3. 피   

 

#3. 피 

 

어디서 그런 힘이 났을까. Y는 두 팔로 나를 확 밀쳐냈다. Y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부분이었으니까. 나이 많은 보건 선생이 나누어 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유인물도, 남자 위에 올라탄 채 신음인지 비명인지 구분되지 않은 교성을 흘리던 성인물의 여배우도 그런 것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파하는 그녀를 보듬어 안는 것뿐이었다.

 

 

“Y야. 괜찮아? 많이 아파?”

 

“아파... 너 미워... 아파”

 

Y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흐느낌이 가슴을 저몄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그녀를 끌어안고 토닥여주는 것뿐. 어깨의 들썩임이 가라앉을 때까지 Y를 다독였다. 간신히 잠잠해진 Y는 천천히 나를 향해 돌아누웠다.

 

“미안해.”

 

“아니야 나도 이렇게 아플 줄 몰랐어. 놀랐지?.”

 

얼마나 아팠냐는 질문에 Y는 내 팔을 있는 힘껏 꼬집어 비틀었다. 작은 그녀가 힘을 준다 해도 아플 리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Y를 와락 끌어안는 것뿐. 가슴팍에 Y의 눈물자국이 배어들었다. 서로가 원하고 사랑한 결과지만 어느 한 쪽이 고통받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가 고통스러워하는 데 해줄 수 있는 것이 같이 울어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 나를 깊은 무력감 속으로 처박았다. 그렇게, 불 꺼진 방에서 서로를 끌어안은 나와 Y는 서로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은 채, 혼자만의 흐느낌 속에서 홀로 잠들었다.

 

“어쩌지?”

 

“그러게...”

 

다음날 Y와 나를 맞이한 것은 벌겋게 얼룩진 이불이었다. 이불 틈에서 끄트머리에 살짝 피가 묻은 콘돔을 발견한 Y는 눈살을 찌푸렸다. 첫 경험이니 피가 나왔을 거라는 생각은 미처 둘 다 하지 못했고, 그 상태로 밤새 뒤척이며 잠들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한숨을 푹 내쉰 Y는 지저분해진 이불을 척척 접어 거실로 내놓았다.

 

“빨려고? 잘 안 지워질 텐데?”

 

“새로 사야지. 안 그래도 하나 살 생각이긴 했어. 일단 씻자. 뭐 좀 먹고 나가서 같이 이불 사러 가자.”

 

Y는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얼룩덜룩한 다리와 잠들기 전까지 울어 부은 눈, 헝클어진 머리였지만 Y의 웃음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녀가 내 손을 잡아 끌 때까지, 나는 그렇게 겨울 아침 햇살에 빛나는 Y의 웃음을 머릿속에 꾹꾹 눌러 쓰고 있었다. 여자란 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생물이었구나. 찬장에서 새 칫솔을 꺼내 까 주는 그녀를 뒤에서 조용히 끌어안았다. 약간은 차가운 화장실 안에서 오소소 닭살이 돋은 그녀의 몸을 조용히 쓰다듬자 Y가 생긋 웃었다. 그녀가 건네주는 치약 발린 칫솔을 받았다. Y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 이를 닦았다. 각자의 주파수로 흔들리던 몸은 곧 같은 흔들림으로 수렴했다. 같은 속도로 이를 닦으며 나는 그녀의 흔들리는 가슴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어 보았다.

 

“가슴 만지는 거 좋아?”

 

“응.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서 만지고 있으면 기분 좋아.”

 

“나도 네가 만져주면 따스해서 기분 좋아.”

 

“그럼 나 오늘 하루 종일 만지고 있어도 돼?”

 

“으이그 아침부터 그 생각뿐이지?”

 

입을 헹군 Y는 샤워 부스 속으로 들어갔다. 물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샤워 부스 벽은 금세 뿌옇게 흐려졌다. 수증기 속으로 비치는 Y의 실루엣은 여인이라기보다는 아직 소녀에 가까웠다. 아담한 체구라서 더욱 어리게 느껴지는 그녀의 몸. 샤워기에서 흐르는 물줄기 속으로 Y를 따라 들어간 그녀의 다리에 말라붙은 핏자국을 지워내기 시작했다.

 

“나는 어제 못 한 줄 알았어.”

 

“응? 무슨 소리야?”

 

“너 그게 너무 커서 내 안으로 못 들어온 줄 알았어.”

 

“아니야 그래도 앞에는 조금 들어갔었어.”

 

부끄러워서였을까, 아니면 거품을 내기 시작한 샴푸 때문이었을까. Y는 말없이 샤워를 계속했다. 나 역시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바디 샤워를 손에 덜어 그녀의 몸을 닦아냈다. 가는 다리와 토실한 엉덩이에 한가득 거품을 비비고 한참 머리를 감던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앗. 눈 따가워, 따가워.”

 

“안돼 팔부터 씻길 거야. 착하지?”

 

샤워기로 뿌려대는 물세례와 얼굴에 거품 묻히기, 머리에 샴푸 짜기 등등, 유치한 연인들만의, 아니 어린애들 장난에 더 가까운 장난 끝에 Y와 나는 웃음을 회복할 수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와 머리를 말리던 Y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사실 걱정했었거든.”

 

“뭘? 아플까 봐?”

 

“섹스 못할까 봐. 고등학교 때 애들이 놀렸거든. 나는 몸이 작아서 나중에 남자친구 생겨도 못 할 거라고. 그래서 걱정했어. 내가 여자로 매력이 없을까 봐. 그래도 어제 다 못 하긴 했어도 우리 한 거잖아? 그렇지?”

 

“응. 자기가 내 첫 여자야. 고마워.”

 

“헤헤. 뭔가 어제랑 많이 달라진 느낌이야. 사랑하는 사람한테 내 모든 걸 주고 싶었어. 고마워.”

 

사랑하는 사람과 인생의 어떤 순간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것이 처음 무언가를 겪는 순간이라면 더더욱. 경험이 쌓이면서 능숙해지고 더 많은 것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처음이라는 단어가 갖는 신비로움과 경이로움보다 가치 있는 것만은 아니다. Y는 나와의 첫 경험을 그렇게, 아픔 대신 사랑으로 기억했다. 나쁜 기억들은 더럽혀진 이불과 함께 둘둘 말려 종량제 봉투 안에 집어넣어졌다. 어느 가로등 아래 내려놓은 쓰레기 봉투를 뒤로한 채, 나와 Y는 쪼르륵거리는 배를 달래러 굽이치는 골목길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아침은 밝고 있었고 나는 Y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새 이불이 들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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