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180 순식간에 호빗된 썰.ssul
일단 시작전에 말해두자면 내 키는 180이다.
평소에는 히키코모리지만,
오랜만에 번화가에 나가려니 꿀리지 않기위해 한껏 멋을내려고
얼마전에 산 옷을 꺼내 아련한대학오빠 컨셉으로 정한후, 안경으로 마무리하고 나갔다.
문제의 번화가였다.
나는 내 키에 대한 자부심이 은연에 깔려있어서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번화가에서만큼은, 당당하게 어꺠를 피고 그렇게 30분정도를 하염없이 걷고있는 도중이였다.
그렇게 길을 걸으며 주위를 스캔하다보면
나보다 작은 놈들이 대다수, 가끔 멀리서 걸어오는 놈이 나와 키가 비슷해보이면 어쭈?니가?
하지만 가까이 마주칠떄보면 역시나, 나보다 조금 작은 놈이였다.
그런데 시발 한참을 그렇게 흐뭇하게 걷고잇는데, 어디서 최홍만인가싶을정도로 거대한 새끼가
양손에 자전거를 끌면서 내쪽으로 걸어왔다.
순간 당황했다. 검은 전신타이즈에 머리에는 빨간색헬멧을쓰고, 손잡이가 낮은지 구부정하게 자전거를 끌며 내게 다가오는데
어림잡아 190가까이는 되보였다. 멀리있으니 설마했다. 일단 추스리고 포커페이스. 가까이 다가올때 30cm 옆에서 곁눈질을 했는데
나보다 머리하나 이상은 더 큰 것이였다..
충격을 받았다. 갑자기 기분이 우울해져서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걷고 또 걸었다.
그 때였다. 좌 측 골목에서 어림잡아 182~3정도 되보이는 살크업된 모히칸돼지새끼가 걸어왔다.
내 앞으로 걸어가길래 유심히 봤더니 옷은 검은면티를 입고있었는데 뒷모습이 흡사 양아치조폭으로 보였다.
또 당황했다. 그 순간상대적으로 작은 나같은 호빗새끼가 만약 여자친구가 있엇다면 저런놈을 상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드니까 그 놈은 내 눈앞에서 사라진 뒤였다.
시발 어쩃든 볼일을 보고 집으로 귀가하는 중이였다.
아까 있었던 일은 그나마 조금 잊은듯 가벼운 마음이였다.
여느때처럼 나보다 작은 호빗새끼들을 보며 흐뭇해하며 걸어갔다.
고개를 떨구며 잠시 문자를 보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내 시야에 젓가락과 구분이 안될정도의 깡마른 멸치새끼의 다리가 보였다.
그래서 위로 고개를 들쳣는데, 이 새키 머리가 보이지 않는 거였다.
알고보니 나보다 키가 커서 호빗을 볼때와는 다르게 위로 10cm가량 더 고개를 들어야했던거였다..
어림잡아 186정도 되보이는 놈이였는데, 카키색코트에 하의는 블랙진을 입고서 나같은 호빗새끼는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시크하게 나를 스쳐지나가는 그의 모습..
심하게 자괴감과 열등감이 들었다.. 과거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보다 큰 동생에 의한 열등감에서 시작한
줄넘기,햇빛쬐기,비타민,스트레칭,우유,두유..
키를 크려고 별애별 짓을 다했는데, 길거리에 나가니까 나보다 키가 큰 멀대같은 놈들이 돌아다니는 것이다..
어쨋든 그가 스쳐지나간 후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어느새 우리동네에 거의 다 와가고있었다.
우리집으로 가는 길에는 횡단보도가 있다.
이 동네에서는 나와 같은 키를 가진 사람이 별로없으니, 안심하고 바로 앞의 횡단보도를 향하고 있는 중이였다.
그때였다.
175~77로 보이는 듯한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양키새끼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다.
스캔해보니 그의 룩은 하늘색반팔에 하의는 반바지 슬리퍼였다.
외국인같은 거 처음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무심한듯 걸음을 재촉했다.
횡단보도 앞에 서는데, 이 자식이 지도 이곳을 건너려는지 내 옆에 50cm정도 떨어져서 서는 것이다.
순간 보도 반대편의 여자 2명과 남자1명 그리고 그 뒤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왠지 이쪽을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키180에 나름 꾸민다고 세팅한 남자와 크지않은 키에 후줄근한 차림의 양키,
이쪽은 이렇게 두 명만 서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걱정이 되었다. 시크하게 서있고는 있지만, 은연중에 사람들이 비교하는 것같아
똥줄이타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리고 포커페이스. 신호등은 어느새 파란불로 바뀌고.. 그 시간이 정말 길게만 느껴졌다..
창피한 마음에 집으로 곧장 걸어갔다..
뛰는 놈 위에 나는놈..
오늘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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