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인연이 되었던 그녀 1
우연이 인연이 되었던 그녀 1
지금으로부터 약 7~8년 전 말단 사원으로 대기업에 취직하여 좋은 성과를 내고 정규직 전환을 앞에 두고 있었던 여름날...
‘아~ 오늘은 뭐 하지... 심심한데 오래간만에 게임방가서 게임 좀 해볼까...’
그때 당시 유행하던 스XX포X (FPS 총싸움) 게임을 미친 듯이 하고 있는데 갑자기 뜨는 공지.
‘잠시 후부터 9시간 동안 긴급 서버 점검을...’
‘아... 그럼 난 뭐 하지?’
난 게임방 정액권을 끊어놓은 상태였다.
‘오랜만에 채팅이나 좀 해볼까....?’
한참 유행을 하다가 한 물 간 S클럽. ‘요새도 이거 하나...’ 구경이나 해야지 싶어서 접속하려는 그 순간...
‘아이디 또는 비밀번호가 일치하지....’
“아.... 짜증. 귀찮아...”
본인 인증 어쩌고 한 이후 아이디 찾고 비번 찾아서 접속했다. 역시 옛날 그 느낌의 채팅 방은 없고 스폰이 어쩌고 조건이 어쩌고 광고 같은 글만 가득했다. ‘예전에 채팅 하던 그런 곳이 아니구나... 괜히 들어왔네...’라고 느끼고 담배를 하나 물고 라이터에 불을 붙이던 그 순간이었다.
‘OO. 이야기하실 분 오세요.’
유일하게 건전한 느낌의 채팅방이 있었다
"그래 할 것도 없으니 들어가서 눈팅이나 좀 해보지 뭐"
너무 늦은 시간도 아니었고, 채팅방 인원 제한은 4명이었다.
‘들어갈 수 있으려나...’
‘님께서 채팅방에 입장하였습니다.’
‘오~ 들어왔네...’
‘어라?’ 방장이 여자였다. 물론 남자가 2차 계정으로 여자인 척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 포함 남자 3명 여자 1명(방장). 가볍게 인사하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방장님 여자분이네요.
’
‘저희 키는 185cm이고 차는 BXX이고. 저희 3명인데 시간 괜찮으시면 술 한잔하실래요? 저희가 비용은....’
‘OO님께서 강제퇴장 당하셨습니다.’
‘미X놈. 왜 저런 애들만 들어오지. 자꾸?’
‘XX님 안녕하세요~’
채팅방에 문제는 저런 것들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여자를 만나서 술 먹이고 목적 달성(?) 하려는 늑대들이 하나같이 자신의 스펙을 자랑인 듯 내세워서 술 먹자고 이야기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아~ 안녕하세요. 담배 좀 피우느라 인사가 늦었네요... 여기 사이트가 많이 바뀌었네요. 오래간만에 들어왔더니 방제들도 그렇고...’
‘네. 여자 아이디라서 남자들이 쪽지 오고 난리도 아니에요. 방 인원 늘려 달라며... 지금도 계속 쪽지 와서 쪽지 거부해 놨어요.’
‘저도 남자지만 저런 애들은 좀 그러네요.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네네~’
음료수를 2개나 먹어서 그런지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고 말없이 잠수타면 강퇴 당할 수 있기에 화장실을 갔다 온다고 말하고 갔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더니 그 사이에 채팅방에 이런저런 글들이 쓰여 있었다. 젠틀한 척하던 30대 후반 아저씨는 결국엔 본색을 드러내고 욕을 하다가 쫓겨났고, 어떤 20대 후반 남자는 나한테 귓말로 ‘너 화장실 간다고 하고 방장이랑 귓말하고 있지?’, ‘"XX 너도 똑같은 남자면서 아닌 척하냐?’라는 메시지를 보내 놓고는 방장한테 귓말로 하지 말고 대놓고 이야기 하라며 자격지심이 있었는지 자신감이 없던 건지 온갖 욕은 써 놓고 방을 스스로 나갔다.
‘저XX는 뭐라는 거야? 대체!’
‘저한테 귓말도 왔었어요. ㅋㅋㅋ’
‘저한테도 귓말 와서 화장실 간 남자랑 귓말하냐고 하던데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네요 참...’
그 이후로도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 성매매를 하려는 사람, 여자인 척하는 남자들이 왔다 가며 방이 점점 폭파되려고 하고 있었다. 참고 참던 방장은 한마디를 했다.
‘안되겠다. 방 인원 줄여야지.’
그리고 채팅 창에 한 줄의 메시지가 떴다.
‘방장님께서 인원을 2명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아 이제 좀 편하겠네. 몇 살이세요? OO사세요?’
‘뭐지 이건? 변화구만 던지던 투수가 갑자기 156km/h 직구를 왜 던지는 거지? 얘도 여자인 척하는 남자인가?’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여자인 척하는 남자이면 어떠냐? 그냥 뭐 시간이나 때우는 건데..
‘ 25살이요 OO살아요~’
‘어머! 나보다 오빠네요~ 난 24. 근데 오빠는 내일 출근 안 해요?’
‘아~ 저는 내일 쉬는 날이라서 딱히 할게 없어서 게임방 왔어요.’
‘나도 내일 쉬는데 할거 없어서 게임방 왔는데.’
‘남친 만나서 놀면 되지 웬 게임방이래요?’
‘남친 있으면 게임방 뭐 하러 왔겠어요. 휴...’
‘나도 여친 없어서 게임방 온 건데. ㅋㅋㅋ’
‘오빠 어디 살아요?’
‘OO동 살아요.’
‘난 XX동 사는데! 완전 가깝네~’
‘그러네요.’
‘말 편하게 하면 안 돼요? 불편해 죽겠네...’
‘그... 그럴게요.’
‘오빠는 무슨 일해요? 난 소믈리에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회사원이에요. 멋있는 일하시는구나...’
‘하고 싶은 일이긴 한데 돈은 그다지....’
뭐 사실 채팅방에서는 저런 식의 상투적인 대화가 주를 이룬다 경계하며 서로를 탐색한다고 할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새벽 4시.
‘벌써 4시네..
‘그러게
‘오빠~ 술 한잔할까?’
‘이 여자 아니 이 방장 뭐지? 갑자기 나한테 왜 술을 먹자고 하는 거지? 혹시 인신매매단?’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여자가 술 먹자고 하니 좋긴 하지만 여자가 아닐 수도 있고, 만감이 교차한다.
‘어디서 먹을 건데? 이 시간에 술집 다 문 닫았을 건데?’
‘OO동 가면 늦게까지 장사하니깐 거기 가서 먹자.’
‘그... 그래...’
‘오빠 010-29XX-1234 내 번호야 전화해. 정리하고 출발할 테니까.’
‘응... 그... 그래.’
너무 적극적으로 변한 그녀. 심장이 살짝 쫄깃 해졌다. 키는 작아도 중학교 때부터 축구선수 스카우트 제의도 들어왔고 축구를 계속하다 보니 허벅지가 남달랐다. 발차기 하나는 끝내 주지만 그래도 무서웠다. 솔직히.
“에라이! 모르겠다. 일단 가보자.”
택시에 타서 그녀에게 전화했다 혹시라도 안 나올까 봐?
“여보세요?”
“나야”
“누구?”
“…음........”
“아~ 오빠구나? 나 택시 고 가고 있는데 지나가는 길이면 오빠 태워서 갈까?”
“아니. 나도 택시 탔어 OO동에서 만나자.”
“알겠어. 오빠~ OOOO으로 와~”
“응~”
그녀가 말한 곳은 그 동네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이었다. 모든 약속의 출발점.
15분쯤 후 택시에서 내렸고 내리자마자 심박수가 높아지며 기대반 두려움 반,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고 어깨는 최대한 펴고 마치 정우성이 담배 피우듯이 불 붙이고 걸어갔다. 아닌 척하지만 나의 동공은 이미 지진 상태였다. 10분쯤 흘렀을까? 전화가 온다. 그녀다.
“오빠 어디야?”
“나? OOOO 앞에. 넌 어딘데?”
“택시 내렸는데 오빠가 안 보여. 키 작아서 안 보이나?”
“하... 그 정도는 아니거든? 그리고 여긴 나밖에 없어 지금.”
“농담이야~ 아~! 저기 있다. 끊어!”
이걸 그냥 확... 아무리 루저라지만 그 정도는 아닌데 늦은 시간이라서 택시에서 내리는 사람이 바로 보였다. 멀리서 보이긴 했지만 분명 느낄 수 있는 건 얼굴보다는 압도적인 크기의 가슴 사이즈였다. 여름이라 타이트한 옷을 입고 왔는데 거짓말 좀 보태서 E컵 정도 되는 거 같았다.
흰색 타이트한 티셔츠에 반바지, 단발보다는 조금 긴 머리, 키는 165cm 정도? 운동을 많이 했는지 다리 라인이 너무 예뻤고, 허리는 쏙 들어가 있었다. 계산을 끝냈는지 나한테 막 뛰어온다.
“오빠 안녕!”
“어...어....어..... 안녕~”
“오래 기다렸어?”
“아니~ 한 30분 정도? ㅋㅋㅋ”
“죽을래? 어디로 가지? 아 덥다...”
“저쪽으로 넘어가야 좀 있을 것 같은데”
근데 왠지 이상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 흔한 얼굴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얼굴이었다
“너 나 어디서 본 적 있지?”
“나도 그 생각했는데 어디서 봤지? 오빠 나이트 다녀?”
“아니 잘 안가. 네가 다니는구먼.”
“나도 잘 안 가는데. 그런 데서 본거 아니면 만날 일이 없잖아?”
“어디서 봤지... 아.... 어디지...”
10분 정도 걸어가는 동안 계속 반복해서 생각했지만 기억이 나질 않았다.
“오빠! 됐어 그게 뭐 중요해? 시원한데 가서 술이나 먹고 이야기하자.”
그녀는 내 팔짱을 끼고 자꾸 나의 팔을 가슴에 대고 문지르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에 나의 팔이 닿는 순간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간다. 오른쪽 팔에 느껴지는 그 느낌은....‘아... 만져 보고 싶다. 그래도 아직은 초면이니깐 그러면 안 되지... 잠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나 혹시라도 팔려 가는 거 아닌가? 조심하자.’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린다.
“오빠 왜 그래?”
“어? 아,,. 아니.”
“왜~ 내가 뭐 할까 봐?”
“아... 아니...”
“왜 이래? 남자가!”
“...”
“이리 와 봐.”
“어?”
갑자기 나를 끌어당기더니 입술에 뽀뽀한다.
“30분도 안됐으니까 키스는 좀 그렇고 뽀뽀해줬다.”
‘뭐지 대체 이 여자 정체는? 아무리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만난 지 30분도 안됐는데 뽀뽀?’
이상한 기분이었다. 어리둥절한 상황에 걷다 보니 대부분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규모가 좀 큰 바에 들어갔다.
“칵테일 먹자. 이거 이거 주세요.”
어색한 시간이 조금 흐르고 술이 나왔다. 가볍게 한 잔씩 먹고 방장이 먼저 물어 봤다.
“오빠 이름이 뭐야?”
“넌?”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뭐냐고?”
“XXX이라고 해.”
“어? 뭐라고?”
“아~ 뭐야... X . X . X이라고.”
갑자기 방장이 아무 말없이 잔을 들더니 원샷한다.
“왜 그래? 뭔 일 있어?”
“...........”
“아~! 뭐냐고 빨리 말해...”
“......”
“말 안 하면 나 간다...?”
“오빠...”
“어”
“내 이름은 XXX이야...”
“아 그래? 이름 예쁘네.”
“.........”
“근데 왜 그래...”
“오빠.....”
“아 진짜 짜증 나게 뭔데 말해 봐…”
“나 이름 개명한 거야...”
“원래 뭐였는데...?”
“OOO”
“그런데?”
“…”
“그게 뭐...?”
“나..... 기억 안 나?”
‘이건 뭔가 대체 누구지? 누군데 나 기억 안 나냐고 하는 거지? 어디서 본거 같긴 한데. 누군지는 잘 기억 안 나는데 누구지?’
“어디서 많이 본거 같긴 한데... 기억이 잘 안 나...”
“오빠... 잘 기억해 봐... 난 오빠 기억난다 이제...”
‘아... 이 상황은 무엇인가… 원나잇 했던 여자가 성형수술 한 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억이 안 난다..
“오빠랑 나랑 너무 예전에 만나서 그런가 보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너랑 나랑 만난 적이 있다고? 내가 너랑 섹스를 했다고?
“내가 너랑 만난 적이 있다고?”
“응! 만났지.... 자주 만났지...”
‘이 여자는 대체 뭔가....’
머리가 혼란스럽다. 잔에 남아 있던 술을 원샷하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생각해보자. 기억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