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의 덫(아내의 비밀) - 13
녀석의 덫(아내의 비밀) - 13
.............. 물건이 훌륭하지도, 그렇다고 테크닉이 수려하지도 않다. 그런 내가 그나마 내세울 수 있었던 건,
‘지구력’ 하나였다. 그런데 이젠 그마저도 녹녹치 않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내와 함께 침대에 널부러져 시계를 바라봤다. 8... 분? 아니 그마저도 후하게 쳐준 점수다. 정말 5분만에 섹스가 끝나 버렸다.
비참했다. 신세준에 이끌려, 이리저리 교성을 내뱉던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니 묘한 패배감이 느껴졌다. 슬쩍 고개를 돌려 아내를 봤다. 아내는 무심하게 휴지를 뜯어내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문지르고 있었다. 내 아래에 깔려 있던 아내는, 신세준의 밑에 깔려서 울부짖던 아내가 아니었다. 왠지 조금 아쉬웠다.
내가 아내의 입술을 포갠 건 10분 쯤 지나서였다. 내가 어깨를 감싸고 입을 맞추자, 속옷을 손에 들고 있던 아내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짓다가 피식 웃으며 혀를 내밀었다. 아마 섹스 후에 나누는 단순한 애정표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애석하게도 그건 착각 이었다. 나는 말없이 아내의 은밀한 부분에 나의 물건을 집어넣었다. 그제야 아내가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끝내 나의 두 번째 섹스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하아.. 하아”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아내는 내 옆에서, 뭐하는 짓이냐고 핀잔을 줬다. 하지만 그런건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어차피 아내가 나에게 반응하지 않는다면, 뭐 까짓것. 나만 좋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기어이 아내와의 두 번째 섹스에서는 내가 그토록 원하던 후배위를 시전했다. -물론 자세를 바꾸고 나서 정말 2분만인가? 싸버렸지만- 자세를 바꿀 때의 아내의 표정을 누군가 봤어야 했다. 그건 마치 ‘너도 이런거 할 줄 알아?’ 하는 표정이었으니까. 그래. 나도 그런거 할 줄 안다!!! 안다고!
시간이 지나 갈수록 새로운 패턴에 조금씩 익숙해 져 갔다. 녀석도 아내도, 그리고 나도.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그렇게 말했었다. 초콜릿보다 달콤하고, 그 어떤 약보다 강력한게 바로 인간의 섹스라고. 나는 요즘 그 말을 체감하고 있다. 그리고 부부 관계 후에 처음으로 맛보고 있는 ‘갑’의 위치도 마음껏 누리고 있다. 물론 그건 섹스에 국한된 일이었지만. 그게 어딜까?
아내는 나와의 잠자리를 거부하지 않았다. 내심 아쉬운건, 아내의 뜨뜨미지근한 반응이었지만. 나는 요즘에 갖는 잠자리마다 황홀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5년동안 아내에게 눌려 살아온 나의 위치. 사회에서건 가정에서건 늘 나는 ‘을’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아내를 안을때면 나는 그 순간만큼은 다시금 갑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다시금? 애초에 이게 처음일까?
‘피임은 확실히, 그리고 비밀은 철저히’
아내와 내가 신세준에게 내 건 조건은 묘하게 닮아 있었다. 물론, 나중에 조건을 내건 내가 아내의 조건을 적잖이 신경써서 그런 거겠지만.
녀석에게서 오는 ‘통보’문자의 주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짧아졌다. 처음엔 일주일 간격, 그리고 5일, 3일, 그리고 거의 격일마다 오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처음엔 귀가시간이 평소보다 늦어지는 아내의 태도로 대충 어디서 섹스를 하다 왔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내가 생각보다 일찍 귀가하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 달 쯤 지났을까? 그래 맞다. 녀석에게서 어김없이 ‘통보’ 문자가 날라 들어온 건,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날이었다.
[오늘도, 맛있게 냠냠!! ^^]
이 자식. 조금 풀어주면 기어오르는 스타일인가? 문자를 받아보고 기가 찼다. 이젠 일일이 대꾸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넘기려는데, 문득 그저께 일찍 귀가한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물론 나는 어김없이 아내와 잠자리를 가졌지만- 그래서, 나는 천천히 신세준에게 문자를 눌러 보냈다.
[응. 그래. 그런데 요즘 도대체 어디서 하냐? 와이프가 요즘 일찍 들어오던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이상했다. 녀석의 문자가 그 후로 얼마간 오지 않았다.
녀석에게서 다시 문자가 온 건, 두 시간 정도 지나서였다. 다행이다 싶었다. 차마 먼저 전화를 걸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서둘러 문자를 확인했다.
[그게 궁금하세요? 큭큭.]
.................... 나는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사무실을 빠져 나갔다.
“이 개새끼야!!!!”
결국 나는 회사 옥상에 올라가 녀석에게 소리쳤다. 녀석이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게 왜 잘 해주면 말을 들어 쳐먹지를 않니.
한 동안 실컷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녀석은, 그 후로도 한 동안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겨우 분이 풀렸을 때, 녀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 살려 주세요.”
-..............
“됐고. 도대체 요즘 어디서 하냐?”
-비밀... 장소...
“아이썅!! 진짜!!
-.........
녀석이 이상하게 뜸을 들였다. 그게 더 이상했다. 기껏 숨기지 말라고 조건까지 제시해 줬더니, 이건 또 무슨 태도냐? 그런데 나는 순간적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내의 너무 빠른 귀가, 그래도 섹스를 했다는 신세준. 신세준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 –물론 이런 걸 거짓으로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녀석의 입장에서- 이 아니라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킨건.... 그 장소는...
“설마.... 회사에서 하냐?”
-............
녀석이 입을 닫아버렸다. 맙소사. 솔직히 그건 조금 충격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아내와 신세준이 나누는 밀회의 공간으로 다분히 ‘회사’는 지워두고 있었다. 그건 왜일까. 맞다. 아내와 신세준이 교환한 ‘조건’ 때문이었다.
‘상식적으로 행동할 것’
회사에서 직원이 섹스를 나눈다. 나는 왜 이걸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치부하고 있었을까?
“여보세요?”
-어....
녀석은 당황한 듯 나를 불렀다. 겨우 진정이 된 내가 녀석의 부름에 답했다.
“암튼, 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릴게요. 장소는 딱히 신경 안 쓰시는거 같아서...”
-아니 뭐. 후우. 그나저나...
나는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한시...
“혹시, 아내랑... 했어?”
-과장님이랑요? 아니요. 아직이요. 무턱대고 할 수는 없잖아요? 살짝 직원들 눈치보면서 행동해야죠.
“회사에서 하자고 한 건.. 역시...”
-네. 물론 제가 먼저. 하하.
나는 나지막하게 ‘개새끼야’를 연발했다. 그러자 상대방의 웃음소리가 잦아들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다만, 약간의 정적만 흐를 뿐, 나는 쉽게, 아니 차마, 그 말을 녀석에게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결국 녀석의 입에서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했다는 냥- ‘그 말‘이 먼저 흘러 나왔다.
“비밀장소.... 보고.. 싶으세요?”
부장에게 있는 애교, 없는 애교 다 털어낸 후에야 겨우, 아내의 회사로 갈 수 있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책임자인 아내의 ‘사인’을 받아야 했기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만날 약속을 잡았다.
“어, 과장님 잠깐 어디 가셨는데요.”
일전에 마트에서 ‘사정’ 이야기를 했던 여직원이 내게 말했다. 어색하게 웃으며 알았다고 말했다. 결국 따지고 보면 ‘얘‘도 일이 이렇게 ’발전’하게 된 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했다.
어차피 그럴거라 생각했다. 아니 당연히. 나는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그곳에서 빠져 나왔다. 물론 신세준의 자리도 당연히 ‘빈자리’였다.
나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도착하기 얼마 전에 신세준에게 받은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회사 7층. 직원화장실. 물론 ‘남자’!!]
맙소사, 녀석이 뜸을 들이던 ‘비밀 장소’ 치곤 어쩐지 좀... ‘구리다.’. 그래도 뭐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녀석이 알려준 ‘비밀 장소’의 숫자를 꾸욱 눌렀다.
7층에서 내리자마자, 생판 모르는 여직원과 마주쳤다. 괜히 얼굴이 붉어져 애써 시선을 피했다. 설마, 이런 곳에서? 암튼 나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녀석이 알려준 곳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서둘렀다. 물론 금새 끝나버릴까봐.
파란색으로 그려진 남자 마스코트 그리 앞에 뻘쭘하게 섰다가, 주위를 살폈다. 아닌게 아니라, 여긴 좀 인적이 드물다. 혹시? 하는 생각으로 슬쩍 여기저기를 살폈다. 그런데 각 층마다 당연히 설치되어 있던 CCTV가 보이질 않았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주 조심스럽게, 발걸음이 들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남자 화장실로 걸어 들어갔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구석에 놓인 칸이 굳게 닫혀 있는게 보였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내 귓속으로 야릇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천천히 그 쪽으로 다가갔다.
“후우. 아무도 안와요. 걱정하지 마시고.”
-그래도, 너무 크잖아. 소리.
“아~ 괜찮다니까요? 한 두 번 해 본 것도 아니고, 큭. 후우. 아 기분 좋았는데.”
남녀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그건 아내와 신세준의 목소리였다.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바닥에 보이는 틈 사이로 고개를 내리 깔았다. 왜 신발이 4개가 있을까? 이 그로테스크한 형상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다만 남자의 구두와 여자가 신고 있는 그것의 방향이 달랐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면, 여자의 구두 굽이 날카롭게 서 있는 걸로 봐서는, 여자가 무릎을 꿇고 있는 것 같았다. 직감적으로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기어이 참을 수 없어서, 비어 있는 옆 칸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옆 칸의 대화가 멈췄다.
‘제길... 들켜버린건가?’
아이씨. 제기랄. 식은땀이 흘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화장실 변기에 갇혀서는 옆 칸의 동태를 살폈다. 그리고 얼마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신세준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쉿. 제가 한 번 볼게요.”
무언가 옆 칸의 움직임이 부산하게 느껴졌다. 한동안 그런 부산함이 계속되다가, 내 머리 위로 사람의 형상이 보였을 때, 나는 두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 위 칸으로 머리를 빼꼼히 내민 신세준이 나를 보며 한 쪽 눈을 찡긋 거렸다. 맙소사. 그나저나, 난 줄은 어떻게 알았을까?
“없어요, 없어. 아무도. 후우. 자 다시.”
-음.
“아 빨리~. 다 죽었잖아요. 섹스 할까 하다가 일부러 이것만 부탁한 건데.”
-.............. 알았어.
정말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자세로 두 눈을 감고 신경을 집중했을 때, 다시금 그 무언가를 ‘빠는 소리’가 귓전에 울려 퍼졌다. 맙소사. 혹시 누구라도 들어오면 어쩌려구? 나.. 나처럼.
시각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청각에 의지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황홀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아내의 –아마도- ‘펠라치오’의 소리는 강렬하고 자극적이었다. 오늘 밤엔 아내에게 이걸 받아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섹스에 미쳐 펠라치오는 잊고 있었구나.
“.... 후우. 빠.. 빨리 싸.”
-그게 제 마음대로 되나요? 뭐, 원하시면 다른 구멍이라도 빌려 주시던지요? 그 빡빡한 구멍에 들어가면 금방 싸버릴지도...... 악!!!
짧은 비명이 들려왔지만, 금새 수그러들었다. 이미 나는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에 의지해 꼿꼿해진 내 물건을 감싸 쥐고 있었다. 하지만 시각보다 청각에 기대는 건 한계가 있었다. 나는 조금 과감하게 화장실 칸막이 아래쪽으로 얼굴을 들이 밀었다. 하연 변기가 보였고, 바로 그 앞에 양복바지 차림의 남자 다리가 보였다. 그리고 물론 그 앞엔, 스커트 차림으로 무릎을 굽히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윽...’
나는 말없이 그 자세로 내 물건을 문질렀다. 이 얼마나 대단한 그로테스크함인가? 이미 화장실에 누가 들어오건 말건, 그건 뒷전으로 미뤄둔 지 오래다. 나는 역시나 본능과 욕구에 충실한 채, 그걸 훔쳐봤다.
“........ 뭐 해?”
-네? 잠깐 문자가 와서. 걱정하지 마세요. 집중하고 있으니까.. 악!!
아내가 신세준을 꼬집은 것 같았다. 신세준은 슬쩍 웃더니 다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문자를 보낸다? 음. 잠깐! 나는 본능적으로 그 문자의 대상이 나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열고 무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정말 거짓말 같이 녀석에게서 문자가 왔다.
[선배님? 힘드시죠? ^^]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는 메시지였다. 그래도 힘들다. 여러모로. 그나저나 녀석은 무슨 생각일까?
“............ 왜?”
-잠깐만요. 자세 좀 바꾸게.
옆 칸이 소란스럽다. 나는 생각을 정리하려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다시 녀석에게 문자가 왔다.
[구경.. 하실래요? 창 너머 햇살 보듯이!!! ^^]
녀석의 이모티콘이 조금 불쾌했지만, 나는 애써 그걸 무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짧은 쉼호흡과 함께 천천히 변기 위에 발을 올렸다. 창 너머 햇살을 보듯이.
그로테스크의 완전체였다. 내가 방금 전, 신세준과 마찬가지로 칸막이 위쪽으로 머리를 들이 밀었을 때, 벽에 기대고 있던 신세준이 나를 보며 또 한 쪽 눈을 찡긋 거리고 있었다. 내 반드시 나중에 너의 그 눈을 뽑아내리라. 나는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무릎을 굽힌 채, 신세준의 몸, 그러니까 정확히 중간쯤에 고개를 쳐 박고 있던 아내의 움직임을 보는 건, 정말 고역이었다. 그러니까 여러모로. 그러거나 말거나, 신세준은 연신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아직.. 멀었어?”
한참을 빨아대던 아내가 슬쩍 고개를 떼어내며 신세준에게 물었다. 혹시나 싶어 내가 슬쩍 고개를 아래로 내리자, 신세준이 아내의 고개 뒤에 괜찮다는 듯 신호를 보냈다. 이 새끼가?
“그게.. 제 마음대로 안 되잖아요. 후우.”
-그럼 이따가 하자.
“엥? 그런 게 어딨어요. 기분 좋게 해버리고 갑자기 끝내는 게.”
-그럼 어떻게 해? 오래 자리 비워두기도 그렇잖아?
“괜찮아요, 괜찮아.”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우쭈쭈. 큭큭. 그럼, 역시 다른 ‘구멍’ 좀 잠시 빌려 주시던지요. 저 그러면 정말 금방 쌀 수 있을 것 같아요.”
-.............
“정말. 진짜로.”
신세준이 자신의 아래에 앉아있는 아내를 보고 애원하듯 말했다. 솔직히 나는 설마설마 했다. 왜냐면, ‘한 번 아닌건 아닌거다.‘. 그게 아내의 기본적인 모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섹스에 있어서 아내는 정말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아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괜히 두근거려 슬쩍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일전에 산에서 벌어졌던 카섹스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시금 칸막이 너머에서 무언가 부산한 움직임이 계속됐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 때,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찡긋]
맙소사. 어느샌가, 아내와 신세준의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아내는 말없이 화장실 벽을 두 손으로 짚고 살짝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정말? 내 와이프가? 신세준은 이번에도 나를 보며 윙크를 하고 있었는데, 내 반드시 저 눈을 뽑아내리라 또 다짐했다.
“..... 조심해. 구겨지지 않게. 그리고 빨리 끝내라.”
-알고 있어요.
신세준은 다시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상식적으로 기분이 좀 더러워야 정상인데, 어쩐지 그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신세준은 아내를 등진 채, 천천히 아내의 다리로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나를 향해 있었다. 마치, ‘이것 보세요. 이거 아주 훌륭해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렇게... 조심스럽게.”
-............
아내는 말이 없었다. 신세준은 아주 능숙하게 아내의 치맛자락을 아주 천천히, 정말 천천히 허리 위까지 올렸다. 아내의 육감적인 엉덩이가 팬티스타킹 –또?-에 감싸진 채 드러났다. 신세준은 역시나 나를 힐끗 쳐다보다가, 아내의 그 엉덩이를 한 손 가득 움켜쥐고 쎄게 주물렀다.
“............... 음..”
아내의 옅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아내의 표정이 보고 싶었다. 이리저리 꼬이는 발가락과 질끈 감은 두 눈 까지 모두.
신세준은 아주 천천히, 아내의 허리춤에 손을 올려다 놓았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아주 빠른 속도로, 그리고 정말 익숙하게, 아내의 팬티스타킹과 팬티를 한꺼번에 무릎 아래까지 잡아 내렸다. 아내의 맨살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신세준은 또 나를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신세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만 봐, 이 개새끼야!’
신세준의 얼굴이 금새 굳어 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너무 웃겨서 피식 웃었다. 그런데 이놈이 나를 보더니 조금 뾰루퉁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놈은 아내에게 속삭였다. 마치 내가 들으라는 듯.
“시간 없으니까, 애무는 좀 생략할게요.”
-........ 그거.. 그거나 껴.
“알고 있어요. 이거죠? 이거? 오카모토?”
녀석은 언제 꺼냈는지, 손에 콘돔 하나를 들고 벽을 향해 손을 짚고 있는 아내에게 흔들어 보였다. 그래도 저 약속은 확실하게 지키고 있구나.
신세준은 마치 나에게 보여주려는 듯, 자신의 발기한 물건에 천천히 그 콘돔을 씌우기 시작했다. 솔직히 물건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저 평균적인 크기와 모양이랄까? 주섬주섬, 또 다른 자신에게 비닐 옷을 입혀준 신세준은 짧게 쉼호흡을 했다. 그리고 아내의 엉덩이 쪽으로 다가가 가볍게 두 손을 얹었다.
“후우. 음.. 별로 안 젖어서.. 괜찮을까요?”
-........... 그냥 하자. 시간 없다.
“시간이야 만드는 거죠.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왜...
두 사람은 아주 조용하게 속삭였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신세준이 기어이 아내의 엉덩이 아래로 무릎을 꿇고 아내의 은밀한 공간 사이로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댔다.
“흠...”
단발마의 비명을 쏟아낸 아내가 서둘러 한 쪽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맙소사. 나도 오늘 밤 아내에게 저걸 해 주어야겠다. 왜 난, 진즉부터 저걸 몰랐을까?
아내의 몸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하지만 신세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 1분정도를 그렇게 했다. 그리고 대뜸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둘러 아내의 엉덩이에 자신의 몸을 밀착 시켰다.
다시 아내의 짧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신세준이 아내의 엉덩이를 꼭 붙잡고 정말 미친듯한 속도로 피스톤질을 하자, 아내가 이번엔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 모습은, 아내가 신세준과 나눴던 그 카섹스를 훔쳐보는 것만큼 강렬했고 충격적이었다.
신세준은 정말 정신없이 아내의 몸을 공략했다. 별다른 애무도 없었다. 애무라곤, 아까 아내의 은밀한 부분을 혀로 핥아댔던 것? 하지만 그것도 고작 1분정도였다. 그리고 그가 아내에게 하는 것이란, 일정한 피스톤 운동 뿐. 하지만 아내의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그 모습. 물론 그 저항은, 신세준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저항처럼 보였다.
“으.. 내.. 내가 뭐랬어요? 금방 갈 것 같다 그랬잖아요. 이렇게 쪼이니깐..”
-........
“후우. 안되겠어요. 아쉬워서. 일단 한.. .싸고... 이따가 또 해요.”
-언... 언제...
“퇴근.. .”
신세준은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고 –거의 마지막으로- 아내의 엉덩이를 자신의 배와 발기한 물건으로 두드렸다. 최초의 한 번은 아주 깊숙하고 또한 강렬하게. 그리고 아내의 몸에 깊이 박혀있던 그 물건이 얼마 정도 후에 슬쩍 뒤로 빠져 나오자, 다시 그걸 아내의 몸 쪽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내의 허리가 조금 심하게 보일 정도로 휘어졌다. 신세준은 말없이 그걸 한 동안 반복했다. 아내는 말없이, 그리고 묵묵하게 그걸 받아들였다.
“꼼꼼히 싸!”
-알았어요. 알았어. 후우.
섹스를 마친 아내와 신세준은 다시 조용히 대화를 이어갔다. 아내는 조심스럽게 옷을 정리하는 것처럼 보였고, 신세준은 분주하게 무언가를 정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매번 이렇게 콘돔을 휴지로 꽁꽁 싸서 버려야 해요?”
-조심해야지. 암튼, 먼저 가. 나는 여자 화장실 가서 향수좀 뿌리고 갈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따가 또 하실거죠?”
-했잖아, 지금.
“엥? 왜 또 말이 틀려져요? 우와. 완전.”
어쩐지, 남자와 여자의 대화가 뒤바뀌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랴? 나는 내가 진득하게 싸 놓은 정액을 휴지로 닦아내고 서둘러 그 ‘비밀 장소’에서 빠져 나왔다.
역시나 내가 먼저 퇴근길에 올랐다. 아내의 회사에서 빠져 나온 건 아내에게서 결재서류의 사인을 받고, 신세준의 정강이를 가볍게 발로 걷어 찬 뒤의 일이었다. 신세준은 어김없이 눈을 찡긋거렸으며, 아내가 평소에 뿌리던 향수 냄새는, 어쩐지 더 진하게 느껴졌다.
아내는 10시쯤 들어왔다. 참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참 신기한게, 신세준이 그 놈은 단 한 번도 아내와 외박을 한 적이 없었다. 뭐 나야 고맙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아내가 샤워를 마치고 침실로 들어왔을 때, 나는 역시나 아내의 목덜미를 핥았다. 이미 머릿속엔 ‘펠라치오’와 ‘커널링구스’만이 잔뜩 들어서 있었다. 물론 아내가 오기 전에 성욕을 배출했던 흔적 –정액을 닦아낸 휴지- 들은 저~기 멀찌감치에 치워둔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