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 나타난 어릴적 친구.
어렸을때 친구가 하나 있었다. 집이 가까와서 서로 왕래하며 놀았던 친구이다. 아버지 직업이 고등학교 선생님이고 그 당시에 우리 지역의 꽤 유명한 남자사립학교의 교무주임였으니 잘 나가는 선생님이었다. 나중에 빨리 교감, 교장선생님이 되었다 한다. 그러다보니 지방도시에서는 상당히 잘 살고 괜찮은 집안의 친구였다. 이 친구의 집안이 기독교 집안이다보니 나도 이 친구랑 같이 교회를 열심히 다닌 적이 있었다. 여름 성경학교에서도 상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그러다 이 친구랑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진학하며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 뒤로 그 친구를 본 것은 귀성열차안에서. 한국에 있을때 추석명절에 시골에 내려가려고 열차를 탔는데, 거기에 그 친구가 있었다. 알고보니 그 친구는 나랑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직우너이 워낙에 많은 회사이다보니 서로 마주칠 기회도 없지만., 그리고, 그 옆에는 척 보기에도 새색시 필이 나는 여자랑. 나는 그 친구랑 워낙에 친했으니 반갑게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하고. 그리고, 결혼한 지 6개월 되었다는 그 색시하고도 인사를 하고. 그러다보니 화장실에 갔던 와이프가 돌아왔다. 그리고, 둘이서 어색한 인사를 하더라. 뭔가 어색한 분위기.
그래서 나중에 와이프에게 물어보니 예전에 대학교다닐 즈음에 방학때 집에 내려와 미팅을 했는데, 당시 파트너가 이 친구였다는 것. 그 친구가 애프터 신청도 하고 해서, 거절하면 무안할거 같아 나가서 몇번 만났다는 거. 그리고 그걸로 끝이라고.
그런데, 이상하게 어젯밤 꿈에 그 친구가 나타났다. 정말 뜬금없이. 꿈에서 서로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 당시에 다니던 회사에서 서로 일을 하고 있는 꿈을 꾸었다. 너무나 생생해서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꿈이야기를 했다. 너무나 생생하기에. 그랬더니 와이프가 재미난 이야기를 한다. 결혼하기 전 이야기. 마치 이제야 얘기한다는 듯이.
나랑 결혼 날짜를 잡고, 우리는 자주 시골에 내려갔다. 예물반지도 하고, 드레스, 한복도 맞추고, 이거 저거 준비하느라. 하루는 와이프가 결혼준비를 하고 시내에서 택시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누군가 와서 아는 체를 하더란다. 바로 그 친구. 그 친구도 주말에 집에 내려왔다가 와이프를 봤다는거. 그래서 둘이 커피숍에 갔단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는데, 갑자기 이 친구가 와이프에게 고백을 하더란다.
사실 그때 너를 정말 사랑했다. 다시 사귈수 없냐 라고 했다는거. 그래서 와이프왈,
"나 이달말에 결혼해."
이 친구 1차로 놀라 표정. 그리고, 바로
"***(내 이름)하고 결혼한다."
했더니 2차 쇼크, 멍하니 있더랜다.
와이프가 뜬금없이 오늘 이 이야기를 한다. 그러고보니 귀성열차에서 만난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 그런 표정을 서로 지었구나 하고. 와이프에게 그 친구랑은 육체관계를 맺었냐는 질문에 손잡고 다니고 가볍게 뽀뽀는 했어도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고 한다. 당시에도 좀 헤펐던 이 여자의 이 말을 믿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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