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이 흔들거릴때
와이프가 아들 둘 데리고 친정에 한달간 한국에 간 사이 정체성에 혼란이 잠시 왔네요.
때 아닌 역으로 기러기 아빠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묘하네요.
하루 종일 집 아니면 일만 하다가 한국 시간 맞쳐서 애들 본다고 페이스 타임하고
그렇게 애들 잠시 보면 자고 나서 다시 일하러 나가고 반복이네요.
애들은 잘 지내는지 오늘은 또 뭐 했는지 아프지는 않는지 걱정이 많이 되네요.
정말 기러기 아빠는 할 짓이 못 되네요.
딸랑 한달인데도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몇년을 그렇게 지낼수 있는지 안스럽네요.
서론이 길었네요. 본론으로 들어갈께요.
왜 그 유명한 한국인(?) 2세들한테 인터넷상에서 한국인이네 아니네 말 많잖아요.
본인들은 깊이 생각해보고 쓰는지 모르겠지만 간접적으로 듣는 사람들 기분도 좀 이상하기는 하죠.
가끔 그게 그렇게 따질만큼 중요한가 싶기도하고 중요하다고 해도 딴 세상 얘기 같기도 하네요.
물론 저야 제대하고 나서 온거라 저런 말에 더 무감각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식당에 밥 사먹으로 갔다가 저도 모르게 하는 행동을 밥 기다리면서 할 일 없어서
고찰을 하게 되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난 미국에 사는 한국인인가 아니면 한국인인데 미국에 사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한국인인데 미국에 살기 때문에 외국인인가
한쪽에서는 융화가 안되고 다른쪽에서는 밀어내고 국제 미아가 된 기분이더군요.
다름이 아니라 왜 그리 한국인들은 호구 조사를 좋아하는지 특히나 식당 아줌마들은 더하죠
물론 타지에 나와서 외롭다보니 같은 한국인을 보면 반가워서 그런지는 당연히 알죠.
그래도 왜 혼자서 조용히 밥만 먹고 가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오늘이 딱 그랬죠.
처음 가본 sushi bar인데 보통은 한국인이 운영하기 힘든 장소에 있는 곳이라서
편한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혼자서 밥 먹으로 가는게 저는 익숙한데 남들한테는 어색해 보이나봐요.)
들어가자 마자 한국인 아줌마가 다른 종업원하고 한국말을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영어로 얘기하더군요. 마치 나 한국 사람 아니니 호구 조사할 생각하지 말라는 듯이
이 아줌마 좀 당황해 하면서 어색하게 영어로 말해주더군요.
당황스럽겠죠. 당연하죠. 자기가 한국말 하고 있었으니 한국 사람인거 제가 알테고
제가 영어로 말했지만 유창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김치 발음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서로 잘하는 한국말 놔두고 안되는 영어로 얘기하고 있으니 이상하기는 하죠.
어째든 호구 조사는 피해 갔으니 목적은 달성했죠.
문제는 그 다음이었죠. 갑자기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 시작하더군요.
난 한국인가 아니면 미국인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외국인인가.
하지만 제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순식간에 날라가버리더군요.
제가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주방에서 서빙하는 아가씨가 나오더군요.
아마 네이버3분들은 바로 아하고 아시겠죠.
젊고 날씬하고 이쁘더군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국인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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