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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웃음만 나옵니다...

애들 얘기를 전에 한 적이 있나 모르겠습니다. 


애가 둘이고요. 큰애는 딸, 작은애는 아들입니다. 

둘 다 20 몇년을 살면서 속을 한번도 썩여본 적이 없는 애들인데요, 이 아들내미가 갑자기 사고를 치고 다니네요..



딸애는 여고를 나왔는데, 미국에 있을 때부터 성격이 조금씩 냉정, 쌀쌀하게 변하더니 고등학교 때는 오죽하면 학교 선생들이 쟤는 왜 저렇게 도도하게 구냐고 저한테 뭐라 할 정도로 쿨시크한 애가 됐습니다. 친구들한테는 여왕님? 이런 대우를 받았다고 하는군요.


반면 아들내미는 워낙 넉살도 좋고 변죽도 좋고, 아무한테나 막 친하게 굴어서 얘가 고등학교 다닐 적에는 학교 수위 아저씨, 급식실 보조 아주머니들, 청소부 아주머니까지 전교에 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물론 공부 잘해서 그런게 없잖아 있다고 얘는 주장합니다만...

그만큼 성격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빠지는 데 없고. 저희 친구 자녀들이 원성이 자자할 정도로 잘난 애죠. 후후, 누구 닮아서 그러겠습니까?


그런데 이 녀석은 남녀 공학을 다니면서도 수많은 스캔들에 휩싸이긴 했지만...(하아.. 이것 때문에 교장실에 호출도 당해봤습니다. 전교 1등이 물 흐린다면서;;) 정작 사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절 속일 수는 있어도 큰애는 못 속이거든요. 


대학에 가서도 좀 잠잠하게 지내고, 오히려 제가 걱정이 될 정도로 여자랑 관련 없이 지내던 애가 요번 주 일요일에 자기 여자친구를 데려왔습니다.



일요일 2시쯤에, 남편은 서재에 틀어박혀서 논문을 쓴다 어쩐다 하고 있고, 큰애는 공부하러 동네 도서관에 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작은애가 자기 여자친구를 데리고 온다고, 10분 후에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당황해서 큰애를 불러서  지원 사격을 요청했습니다.

 화장도 못하고;; 부랴부랴 옷만 깔끔하게 입고 똑같이 당황한 남편이랑 현관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얘가 문을 휙 열고 들어오면서 씨익 웃는 겁니다.

따라 들어온 애는 중키 정도에, 동글동글하고 순하게 생겨서 아주 참해 보였습니다. 들어와서 말을 하면서도 얼굴 살짝 붉히는 것 빼고는 말도 곱게 잘하고, 아주 일등 며느릿감입니다.

그렇게 분위기가 좋게 잘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과일 내오니까 사과도 잘 깎고, 커피도 잘 만들고, 보는 사람이 흐뭇해지는 그런 며느릿감이었죠.

그런데 40분? 쯤 지나서 슬슬 서로 편해질 때 쯤에 큰애가 돌아왔습니다. 들어와서 조금 가식적으로 "안녕하세요~ 00입니다." 반갑게 인사하는데 얘가 며느릿감 얼굴 보고 흠칫 놀라더니 "언니가 왜 여기 있어?" 하면서 매우 놀라더군요...


그러더니 작은애는 얼굴이 흙빛이 되고, 며느릿감은 하얘졌다가 빨개지는데 서로 아는 사이더군요.

알고보니 예전에 며느릿감이 교회 고등부 선생님이었는데... 무려 다섯 살이나 많은 겁니다. 심지어 지금은 임용고시 패스한 초임 교사고요;;

대학생 치고는 옷도 잘 입고, 어른들 앞에서 말도 잘 해서 점잖다 싶었는데 그냥 젊지 않은 거네요... 


작은애는 안 헤어진다면서 버럭 화내고 나가고, 며느릿감은(우리 부부는 이렇게 부릅니다만..) 얼굴이 새빨개져서 발만 동동 구르고, 큰애는 언니가 어떻게 이러냐고 막 화내고... 

더 심각한 것은 며느릿감 어머니가 알고 보니 우리 구역 순장님 모 권사님(그리고 그 권사님은 우리 애 얼굴을 압니다!)이신데 작은애가 돌아와서는 이미 "처가"는 갔다 왔다면서, 맘대로 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며느릿감 데리고 나가더라고요. 어쩐지 며느릿감 애가 집안 이야기 할 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 한 말이더라고요.


이제 구역예배가 내일입니다... 어쩐지 대 파란이 예상되는군요. 작은애가 평소엔 유들유들하고 남한테 시비 붙는 일이 없는 성격인데 과격해질 때는 끝도 없이 과격해지는 성격이라 말이죠. 가서 "이미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어요" 이따위 짓이나 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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