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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포효 32

 



<청음>에서 품평회가 열렸다.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셰프들과 요식업 대표와 효준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취재와 촬영은 언제나 그랬듯이 임서윤 팀장과 고대응 카메라 감독이었다.


<청음>에서 3명의 셰프, 다른 레스토랑 소속의 셰프 3명이 참석해서 작품을 내놓았다. 

희수도 참여해서 작품을 내놓았다. 

휘황찬란하고 화려한 작품들이 멋진 자태를 뽐내며 출품되었다. 

심사위원들은 눈으로 작품을 감상하며 감탄을 자아냈다. 


카메라는 아름다운 작품을 찍어댔고, 임서윤 팀장은 수첩에 작품을 찬사의 글을 적었다.

심사위원들은 음식을 맛보고는 천국을 날아다니는 요정 같은 표정을 지었다. 

희수는 긴장을 풀지 못하고 심사위원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신중하게 맛을 본 심사위원들의 표가 모였다.


“드디어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섯 분의 셰프님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훌륭하고 아름다운 작품이었습니다. 모양도 맛도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순위의 결과는 나왔습니다. 그럼 우승작을 발표하겠습니다.”


효준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승작은 청음 김유식 셰프님의 작품입니다.”


발표되자 박수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김 셰프가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김유식 셰프님의 작품은 독창성도 높았고, 맛도 독특했습니다. 한 번도 맛보지 못했던 맛이 심사위원들의 미각을 사로잡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희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축하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박수를 쳤다.


“그리고 한 분 또 발표하겠습니다. 이분의 요리도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무엇보다 데코레이션이 멋지고 아름다워서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뽑게 되었습니다. 강희수 셰프님의 작품입니다.”


희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셰프들의 작품이 너무 훌륭해서 수상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경험 삼아 다음에 다시 도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데코레이션 상이라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모두가 박수를 치자 희수는 어리둥절한 채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이때 효준과 임서윤 팀장의 시선이 부딪쳤다. 

효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임 팀장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꽃다발과 상금을 받아 기분이 좋은 희수는 사람들 축하를 받느라 정신없었다. 

그때 임 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잠시만 주목해주시죠. 품평회만큼이나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임 팀장을 쳐다봤다.


“더 중요한 일?”


“그게 뭔가요?”


“한 쌍의 커플이 탄생하는 경사스러운 일입니다.”


“네에?”


“그게 무슨…….”


사람들이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웅성거릴 때 효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희수에게로 걸어갔다. 희수는 다가오는 효준을 보며 가슴이 마구 뛰는 걸 느꼈다.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효준은 든든하고 의젓한 남자였다. 

그가 느닷없이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또다시 웅성거렸다.


“여러분. 제가 강희수 씨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 앞에서 강희수 씨에게 프러포즈하려고 합니다. 강희수 씨!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이미 효준은 결혼하자고 했고, 그것이 프러포즈라고 희수는 생각했다. 

그와의 결혼은 결정된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 앞에서 다시 청혼할 줄 몰랐던 희수는 당황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열렬하게 축하해주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효준 씨…….”


“축하해요.”


“윤 대표님 멋지세요.”


“행복하게 사세요.”


사람들이 진심으로 축복의 인사를 하며 박수를 쳤다. 점점 박수와 환호성이 커졌다. 

희수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내던지고 효준의 품에 안겼다. 

효준은 희수를 안고 뱅글뱅글 돌았다. 

보는 사람들은 흐뭇한 마음으로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효준은 희수를 내려놓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응시했다.


“여기 있는 분들이 우리 사랑의 증인이야.”


“나, 당신 믿어. 정말 사랑해.”


희수가 눈물을 글썽이자 효준이 눈물을 닦아주었다.


“사랑해. 영원히 당신만 사랑할 거야.”


“저도 두 분 사랑의 증인이죠? 독점 취재 허락해주시는 거죠?”


임 팀장이 웃으며 다가왔다.


“그럼요. 판을 깔아주셨으니 당연히 독점 인터뷰해드려야죠.”


효준이 희수의 허리를 팔로 휘어감아 안으며 말했다.


“희수야.”


그때 휠체어를 탄 휘석이 들어왔다.


“휘석아. 어떻게 왔어?”


“축하해야 할 경사에 내가 빠질 순 없잖아. 축하한다. 행복해라.”


“고마워, 휘석아.”


휘석이 효준을 껄끄러워할 것 같아서 걱정된 희수는 효준에게 눈을 돌렸다. 하지만 효준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형님, 축하드려요.”


“그래, 고맙다.”


“형님? 형님이라고? 야! 징그럽게 형님이 뭐야?”


희수가 얼굴을 찡그리자 효준이 크게 웃어 젖혔다. 

효준과 휘석이 형님 동생 하는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 희수는 효준에게 꼬치꼬치 물었지만, 효준은 대답해주지 않았다. 

휘석에게 눈을 돌렸지만, 휘석도 말해주지 않았다. 

효준과 휘석이 희수를 놀리고 있을 때 임 팀장이 휘석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말 이럴 거야? 빨리 말해주라고. 궁금해!”


희수가 효준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졸라대자 효준은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희수가 따라오자 그는 그녀를 와락 끌어안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천천히 말해줄게. 당신은 나만 봐. 당신을 사랑하는 남자는 나뿐이니까. 응?”


그는 그녀를 애무했다. 멀지 않은 곳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엉큼한 짓을 하는 그를, 희수는 떼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집요한 애무에 서서히 달아올랐다.


“사람들 있잖아. 이러지 마.”


“나한테만 신경 쓰라니까. 지금 사랑하고 싶어.”


“미쳤어.”


“싫어? 응?”


그가 그녀의 귓불을 핥으며 물었다.


“아, 아니……. 좋아. 난 당신을 거부할 수 없어.”


“그렇지? 나도 그래.”


두 사람은 아주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사랑을 나누며 스릴을 즐겼다.


<또 한편의 인연>


1


찰칵찰칵. 휘석은 아름다운 자태로 홀리는 음식을 예술적으로 찍어냈다. 

희수가 만든 음식이라 더욱 열정을 다해서 멋지게 표현하려고 애썼다. 사진을 찍고 임서윤 팀장과 함께 모니터했다.


“별론데요. 저 멋진 작품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어요.”


서윤의 말에 휘석의 표정이 굳었다.


“못 살리다니요? 어디가 그렇게 보입니까? 제 눈엔 요리가 빛을 발하고 있는데요.”


휘석이 반박하고 나서자 서윤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잘 보세요. 이쪽에서 볼 때와 저쪽에서 볼 때 균형도 맞지 않고, 이 부분은 일그러져 보이잖아요.”


“그게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겁니다. 인위적이지 않게 보이게끔 하는 것이 더 맛깔스러워 보이니까요.”


“그건 장 감독님 생각이죠. 보는 건 독자들이라고요. 독자들의 눈과 입맛에 맞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임 팀장님의 말 역시 주관적인 거죠. 임 팀장님의 의견이 독자들의 의견은 아닐 테니까요.”


휘석과 서윤은 서로를 노려봤다. 


오늘까지 세 번 일을 같이하는 건데, 한 번도 의견이 맞았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일을 같이하는 이유는 희수가 원했기 때문이었다. 

2년 전, 품평회에서 서윤이 효준의 부탁을 받아 청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아준 일로 해서 희수와 친해졌다. 

그래서 일도 같이했다. 휘석의 실력은 효준이 인정했기에 이 일을 맡았다. 그런데 번번이 휘석과 서윤이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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