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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만 좋은 여자가 얼굴만 예쁜 여자에게 느끼는 적대감.

성적이 굉장히 좋았던 누나를 하나 알고 있다.
당연히 학벌도 좋다.
지금은 연구도 굉장한 성과를 내고 있다. 
어느 정도냐면, 교수도 포기한 주제를 가지고 성공했다고. (적어도 본인은 그렇게 주장한다)
무슨 학위를 땄는지는 묻지 마라. 
PhD 인 건 아는데, 도대체 무슨 연구를 해서, 무슨 학문의 학위를 땄는지는 나도 이해를 못 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잘난 여자에게도 고민이 있으니, 이 누나 노처녀다.
노처녀도 그냥 노처녀가 아니고 노처녀일 이유가 너무 많아서 무엇 때문에 노처녀가 됐는 지 알 수 없는 노처녀다.
한 마디로, 전날은 암울했었고, 앞날에는 희망이 없는 노처녀다.

그 누나가 시집가라는 압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소연을 했다.
하소연을 하면서 "나 공부 열심히 했어. 그런데 공부 안하고 놀러 다닌 애들이 좋은데로 시집가." 라고 불평했다.
그 때는 그런가보다 하면서 넘어갔다.
하지만 여러번 그 비슷한 말을 듣다 보니 그게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이 누나의 철학과 인생관과 모든 감정이 저 한 문장에 집약돼 있었다.

그 철학은 골 빈 여자들에 대한 적대감으로 시작해서 남자들에 대한 혐오, 세상에 대한 분노 등등등 수많은 감정이 복잡하게 뒤얽혀 있었다.
예쁘고 골 빈 여자들의 대표로 씹어댄 게 여배우들이었다.
여배우들이 좋은 데 시집 가는 이유를 이렇게 평했다.
"가장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써 놓은 가장 아름다운 글 외우는 게 일인데,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하나 둘 쯤 머리에 남는 게 있겠지. 그걸 이용해서 남자 홀리는 거지."
...노처녀 철학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저 한 문장에 스며들어 있는 노처녀 철학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우월감 = 나는 성적이 좋다 = 나는 잘났다. = 잘난 나는 잘 나가야 한다.
열등감 = 잘 나가는 여자에게는 잘 나가는 남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남자를 갖지 못했다. = 나는 잘 나가지 못한다.
분노 = 잘난 나는 남자가 없는데 왜 골 빈 냔들은 좋은 데 시집가서 잘 나가는 거지? 
다시 우월감 = 골 빈 냔들은 싸구려 속임수를 써서 그래. 잘난 나는 알면서도 유치하고 더러워서 못 하는 짓을 하는 거지.
혐오감 = 나보다 못한 냔들이 얄팍한 속임수로 잘 난 남자들을 채간다. = 속임수 쓰는 냔들도 더럽지만, 그런 얕은 수에 넘어가는 놈들도 혐오스럽다. = 남자들은 멍청한 하등 생물이다.
다시 열등감 = 아무리 불공평한 게임이고, 남자는 혐오스러운 하등 생물이라도, 남자가 없으면 내가 지는 거야.
다시 분노 = 공부만 잘 하면 다 된다고 그랬는데 왜 내가 게임에서 지는 거지? 나는 노력 많이 했는데 노력 안 한 냔들이 게임에서 이기는 거지? = 세상이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 세상이 잘못됐다
또 다시 우월감 = 이 모든 것을 알아낸 나는 잘난 여자다.
또 다시 열등감 = 그런데 나는 남자가... 
(무한 루프)

물론, 내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건 아니므로 내 분석이 틀리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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