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피임약에 대한 제 생각..
글을 쓸까 말까 망설였습니다만.. 일단 얘기가 꺼내졌으니 그냥 한번만 더 적어볼까 합니다.
제 글재주가 부족해서 제가 적은 글에 제가 생각한 바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적은 [씁쓸하다]라는 것은 사후피임약은 그 위험도때문에 어디까지나 비상용으로 쓸수 있는 방법이고, 이런 일반적인 피임법처럼 사용해서는 안되기때문에 그에 대한 정보가 섣불리 퍼져나가는것에 대한 씁쓸함이었습니다.
님께서 그에 대한 글을 적으시는데에 제가 말릴수 있는 권리도, 의미도 없긴 합니다. 웹에서 얼마든지 맘만 먹으면 검색할 수 있는 정보니까요. 하지만 본인이 원해서 정보를 찾아 얻는 것과, 그냥 우연히 눈에 띄어 접하는 것은 큰 차이를 가집니다. 무엇보다도, 사후피임약은 현재 의사의 처방에 의해 얻을 수 있는 약이지만, 사전피임약은 약국에서 아무나 살수있는 약이니까요.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병원을 찾을 것이지만, 이 정보를 평소에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냥 사전피임약 쓰듯이 사후피임약을 쓸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님께서 적으신 1번조항은 저도 당연히 읽었습니다만, 그 조항은 아무리 읽어봐도 피임효과가 없을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지, 몸이 안좋으니 하지말라는 내용은 아닌듯 싶네요. 제 국어해독능력이 떨어져서 잘못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몸에 안좋으니 자제하라는 내용은 어디에도 볼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은, 일반피임약 대용법은 의약학 관계자만 알고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것 맞습니다.
다시 한번적지만.. 저는 사후피임약의 사용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정식으로 사후피임약이 승인되고 있지 않은 일본에서도 사전피임약의 고농도사용을 통해 암암리에 사후피임약은 사용되고 있고, 원치않는 임신보다야 사후피임약 사용이 훨씬 낫다는 데에는 저도 동의하며 사후피임약의 사용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우려하는 것은 사후피임약의 남용이죠. 사후피임약을 사전피임약을 이용해서 쓸수있는 방법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 분명 매일매일 힘들여 사전피임약을 먹는것 보다는 사후피임약한두번으로 피임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겁니다.
그냥 지식으로만 있지 실제 자주 사용하지는 않을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실제로, 제가 보는 환자들만해도 사후피임약을 1년에 서너번 이상씩 쓰는 사람들이 꽤 있구요. 이런 지식을 비상용으로만 간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지만, 이런 지식을 남용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또한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건 개인적인 판단과 책임에 맡겨야 한다..라는 것은, 생명과 건강에 직접 관여할수 있는 의학적지식에 대해 너무 무책임한 생각이 아닌가 싶네요.
심하게는, 1-2달에 한번꼴로 사후피임약을 사용한다는 젊은 친구를 본적도 있습니다. 그 친구는 부작용은 그냥 그때뿐이라고만 생각하더군요.
뭐 어차피 다들 알고 있는 지식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봤자 뭐가 달라지겠냐하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만..
의학적지식을 의약학관계자만 알아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만, 의학적 지식의 남용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늘이 항암효과가 있는 것은 맞습니다만, 암환자가 마늘만 먹고 살면 안되겠죠. 이런식의 의학적지식의 남용을 제 주위에서 생각보다 흔히 보고 있습니다.
사후피임약의 부작용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신듯 한데.. 적으신 대로 사후피임약은 사전피임약을 고농도로 사용하는 것이고, 이는 여성의 몸에 상당한 부담을 줍니다. 여성의 몸, 특히 호르몬체계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정밀하게 돌아가는 체제입니다. 여기에 고농도의 충격을 주면 그 체계는 순식간에 망가지게 되고, 이때문에 오심, 구토, 부정출혈등이 일어나는 것이죠. 실제 WHO보고에 따르면 난소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면서 월경이 끊기게 되는 예가 다수 보고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기는 합니다만.. 만약 영구불임이 되었을때 이것이 사후피임약의 과용때문인지 아닌지는 애매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위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함부로 소개할 수는 없지요.
그리고 사후피임약의 부작용은 꽤 많습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인 오심증상은 거의 50%이상이 겪고 있고, 부정출혈이나 월경주기 혼란역시 10%가까운 수치를 보입니다. 이 수치가 낮아보이는 지는 몰라고.. 이건 일반적으로 팔리는 약물의 부작용확률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치에 속합니다. 며칠지나면 없어진다고 하지만, 이게 남용되면 어떨 결과가 될까요.
이런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올지 예상이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불임위험성을 무릅쓰고 실제 장기간 인체실험을 해본 적도 없고(말씀을 듣고 동료 부인과의사에게 물어봤습니다만.. 그런 실험기록은 모르겠다고 하는군요), 동물실험으로는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수 없어서 님께서 원하시는 정확한 문헌은 내놓을 수가 없네요. 다만, 요즘같은 저농도 사전피임약 대신 고농도약을 사용하는 예전 사전피임약 사용자들중 영구불임되었던 예는 who기록에서도 꽤 보입니다(물론 장기간의 기록이기때문에 여러 변수가 함께 작용했을 수는 있습니다). 원래 사후피임약은 강간등 피치못한 경우에서의 임신을 막기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응급피임약인데, 이걸 일반적인 피임법처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죠.
사후피임약의 사용에 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게 되었는지, 그게 그저 의사들이 돈벌기 위해 정해진 것인지에 대해 조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1%라는 것이 아주 작은 수치인지는 몰라도, 의학적으로 1%의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수치에 속하며, 특히 건강을 해칠 0.001%의 가능성은 훨씬 더 위험한 수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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