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여친 마지막편 - 안야해요.
저번글에서 언급했지만,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지금은 헤어진 그 여친을 만났습니다.
밥 같이 먹고, 까페로 가서 커피를 마셨는데,
사실 만나기 전까진 별의 별 생각이 다 났었죠.
오랜만에 한번 건드려볼까....하는 생각도 들고
저도모르게 칸막이 있는 까페를 찾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막상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하게 되니, 그런 생각보다는
"이제 얘도 나이를 먹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묘하게 피부도 예전같지 않은 것 같고, 예전보다 좀더 화장을 하고.. 물론 몸매는 예전과 비슷해서 가슴 적당히 봉긋하고 허리 적당히 날씬하고.... 뭐 그렇지만.
확실히 나이가 들어보였습니다. 제 기억속에 그녀는 여전히 22살 한창 나이의 이미지였으니까요.
예.. 확실히 나이를 먹었습니다. 지금은 대학도 졸업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만나기전까지 응큼한 생각을 했던 기분도 스르륵 없어지더군요.
하지만 대화를 계속하다보니, 점점 예전이미지와 지금 이미지가 제 머리속에서 합쳐지면서 익숙해져갔습니다.
"하나도 안변했네?"
이 말을 하게 되더군요. 절대 가식이 아니었습니다.
성격도 그대로고, 말투도 그대로고, 조금 어리버리한 것도 여전하고...
남친 한명 사겼었다고는 하는데, 말 들어보니까 극단적인 감수성에 못이겨 남자가 도망간 케이스입니다.
살짝 웃음이 나더군요.
나만한 남자 없지?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냥 삼켰습니다.
대화는 순탄했습니다. 얼굴 붉히면서 헤어진게 아니라서 그런지, 오랜만에 만난 느낌도 안들고, 그냥 그동안 서로 지내온 얘기를 좀 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조금 폐쇄적인 까페를 들어가고 싶었는데, 이젠 사귀는 사이도 아니라서 그런쪽으로 발길을 돌리기가 애매하더라구요.
사귈때는 언제나 그런곳만 찾아다녀와서, 제가 조금만 티나는 행동을 하면 그녀가 바로 알아차릴 겁니다.
이 인간.. 오랜만에 봤는데 또 이지랄....
물론 이런 생각을 할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슷한 감정은 느끼겠죠.
제가 결정한 앞으로의 관계는 그냥 편하게 알고 지내는 오빠동생으로 정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오랜만에 만난 오빠로서 어두운 공간으로 동생 데리고 들어가기엔 조금 위신이 안서더군요.
사귈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지금도 여전히 둘이 있으면 제가 주로 그녀의 멘토가 되어주는 대화가 오갑니다.
제가 엄청나게 훌륭한 사람이고 막 그런건 아니지만, 그래도 둘이 있으면 언제나 제가 그녀에게 무언가를 꾸준히 가르쳐주게 됩니다.
선생님처럼은 아니고, 그냥 상담가로서 상담해주는 분위기이지요.
그 덕분에 그녀는 저랑 사귀면서 굉장히 성격적으로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지요.
저는 뭐.... 상담해주는 능력이 들었나싶네요.. 하하;
그렇게 만나고 나서 벌써 2주나 됐는데, 서로 아무 연락도 안주고받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연락해서 약속을 잡을수는 있을 거 같은데.
굳이 그러고 싶은 마음도 잘 안드네요. 제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안듭니다.
그냥 이제 우리 관계는 정말 일반적인 아는오빠 관계가 된것 같습니다.
아. 쓰다보니까 왠지 우울한 느낌이 드는 글이 된 것 같지만, 그런건 절대 아닙니다.
그립고 그런 느낌도 안받고요.
가끔 연락해서 만날 수 있는 부담없는 동생 하나 생긴셈인 거죠.
나중에 또 만나게 되면, 몇번 그렇게 반복하다가 분위기 잡히면 또 사귈수도 있을 것 같지만.
현재는 그런 기분도 안듭니다.
저번편에서도 썼지만, 더 이쁜 여자 만나야죠. 전 욕심이 많거든요. 하하.
좋은 인연이 또 있겠지요.
그리고 문득 예전부터 계속 궁금해오던게 있어서 부모님 직업에 대해서 물어봤었습니다.
부모님이 자기 태어날때부터 항상 일도 안나가시고 집에만 계신다는 말을 들었었거든요. 엄청 부자인거죠.
근데 제 예상과 비슷하게 부동산 임대업자더군요.
할아버지때부터 내려온 땅이랑, 부모님들 소유의 재산이 아마 전부 부동산 건물 쪽으로 있나봅니다.
그래서 아무 일도 안해도 건물 "들" 에서 나오는 임대비로 애 키우는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던 거죠.
아무튼 부자긴 한가봅니다.
일도 안하고 잘먹고 잘살고.
덕분에 걔는 부모님 사랑 어릴때부터 풍부하게 받고 살아서 감수성이 커지고... 모든 사람들에게 부모님같은 사랑을 기대하니까, 그거에 부족한 분량은 전부 상처로 돌아오고...
그럼 우울해지고, 저한테 위로받고.
뭐 이런식이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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