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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선 지하철에서...

 
영하의 날씨이지만 점심시간대의 지하철은 군대 군대 자리가 비어 있을정도로 손님이
별로 없어서 제일 좋은 자리에 앉을수 있었어요.
지금 내가 타고있는 지하철은 당고개를 출발하여 오이도로 가고있는 4호선이구요.
 
그런데 자꾸 신경쓰이는것은 바로 옆 좌석에 앉은 여학생 들이에요.
긴 다리에 롱부츠 그리고 긴머리...
왜 여학생으로 생각 하게 된것은 두 사람 모두 대학교재를 한권씩 들고 있고 차림새 역시
일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영락없는 여자 대학생 들이요.
 
그런데 바로 곁에서 여학생 둘이 붕어빵을 먹으면서 나누는 이야기가 너무 신경이 거슬리는거예요.
" 다희는 어제 2차 갔다 왔다고 저녁에 쏜데..."
" 누구였지? "
" 그 대머리... "
" 그럼 금방 갔겠네... "
" 말도 마! 밤새도록 잠 못잤데..."
 
대충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지 감이 잡히자 여대생을 가장한 그렇고 그런 여자들이구나?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 그쪽으로 신경이 가드라구요.
말은 그런 말들을 하면서도 한쪽 애는 책을 펴서 글을 읽는것 처럼 하면서요.
 
붕어빵을 다 먹은 애들이 붕어빵을 싸 주었던 기름기가 뭍어있는 하얀봉투를 꾸기더니
내 엉덩이와 자신의 엉덩이 사이에 쑥 집어넣고 소지품을 꺼내어 화장을 하는거예요.
 
내 엉덩이 옆에 봉투를 꾸겨 넣자 기분이 나빴는데, 그깟일로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냥
앉아 있는데 화장품을 담고있던 손지갑(손바닥 보다도 좀더 큰 손지갑이었음)이 바닥으로
쿵 떨어지더니 그 속에 있던 내용물들이 와르르 쏱아져 버렸죠..
 
참 환장하드라구요.
쏱아진 내용물중에 화장품 견본같은 조그만 화장품 대 여섯가지와 화장도구...라이터,
면봉 20여개 그런데 포장되 있는 콘돔이 세 개가 그 잡동사니 속에 섞여 있는거예요.
나는 내 발밑까지 쏱아진 그것들을 주워줄 생각은 하지도 않고 멀뚱하게 보고있는데
"ㅇㅇ여자대학교" 라는 학생증이 보였어요.
 
그런대 나 같으면 창피해서라도 콘돔이랑 라이터를 먼저 챙길것 같은데 여유있게 차근차근
손지갑에 주워 담으면서 내 눈과 마주치게 되었죠.
 
" 아저씨! 이거 같이 함 쓰실레요? "
 
그 여학생이 씨익! 웃으면서, 콘돔을 내보이는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여학생은 전혀 부끄럼이 없어보이는데 그 소리를 듣는 나는 얼굴이 빨개지고
대답도 못했죠.
 
나는 더 이상 옆에 앉아있고 싶지 않아서 명동역에서 내려 버렸다가 다음 열차로 목적지
까지 왔는데, 내가 명동역에서 내리는데 그 여학생들이 쿡~쿡! 거리는 놀림 비슷한 웃음
소리가 이 글을 쓰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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