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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추억(야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참 순수했던 이야길 할려고 합니다
야한거 절대 기대하지 마세요
 
고등학교때 교회를 다녔는데
거기서 그 여학생을 처음 만났죠
첨에는 무진장 티격태격 거렸습니다
수련회를 가는데 조장 - 부조장 뭐 이런거 짜잖아요
그 여학생이랑 되었는데
밥 하는거 부터 해서 무엇 하나 투닥거리지 않는게 없는겁니다
 
그 여학생이 키가 155정도로 아주 작은데
꽤 귀염상입니다. 그런데 왜 괜히 그런거 있잖아요
관심가는 상대한테 차갑고 냉정하게 구는...저같은 경상도 남자는 거의 백프로 다 그렇죠 ㅋㅋㅋ
 
이래저래 고교 1학년때의 크리스마스가 찾아왔습니다
성탄절 카드 요즘에도 돌리나요? 저땐 발렌타인, 화이트와 더불어 3대 이벤트였죠
 
제가 카드를 써서 보냈습니다
<1년동안 내가 좀 못되게 굴었지? 미안하다. 사실은 니가 진짜 싫었으면 상대도 안했을텐데
내년엔 좀 친하게 지내자 많이 싸운거 같다 그지>
지금 보니 닭살이 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용기를 내어서 카드를 주었습니다. 별거 아닌건데 왜 그리 떨리던지 참 ㅋㅋ
친구놈들은 남자새끼가 왜 이러냐고 난리고 이러면 넘어온다더라 하는 중딩고딩표 연애 공략법을
서로 이야기해 주는데 거참 이렇게 많이 알면서 지들은 왜 여친이 없어
 
받더니 표정이 좀 묘하더군요 니가 왜 이런걸 주냐 이런 표정
근데 싫어하진 않더군요
 
2개월 후 발렌타인데이가 왔습니다
근데 같은 교회 다니는 사이인지라 서로 집이 어딘지 알아요 새해 되면 어른들께 인사드리러 가고 그러거든요
 
학교 마치고 그날은 모처럼 야자도 없어서 집에서 있는데
어머니가 <아이구 우리 아들 왠일이냐 여학생이 다 찾아오고 ㅇㅇ이가 왔네>
 
나가봤더니 쭈뼛거리면서 뭔가를 내밉니다
초콜렛이더군요 물론 비싼건 아니지만 꽤 정성을 들여서 포장한 흔적이 있습니다
 
<벼..별로 좋아서 주는건 아니고 지난번 카드 줬으니 그거에 대한 답례야>
차가운 말투로 한마디 던지더니 휙 집에 가버리더군요 거참 ㅋㅋㅋㅋㅋ
 
그래서 결국 둘이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친구놈들도 좌충우돌 열심히 도와주었구요
그 여학생 친구 되는 여자애들도 이런게 얼마나 재미가 있는지 잘 도와 주더라구요
 
봄에 밤벚꽃 보러 근처 대학 교정을 걷기도 했고
여름엔 도서관 간다는 핑계로 둘이 잘 붙어다녔습니다
가을엔 추석 달도 같이 보고 둘다 고향이 근처라 시골 내려갈 일이 없었거든요
 
근데 그땐 얼마나 순수했는지
요즘 애들이야 놀이터 가서 바지벗고 치마올리고 즐기는걸 카메라에 찍히는 시대이지만
손만 잡는걸로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아 한번은 입술이 살짝 닿는 뽀뽀 정도는 해봤습니다
크리스마스 저녁엔 보통 교회서 연극 같은거 공연하고 뒷풀이로 밤을 새거든요
그때 새벽 4시쯤 둘이 살짝 빠져나와서 (사실은 모두의 묵인 하에 ㅋㅋㅋ)
차가운 겨울 새벽 거리를 둘이 걷다가
제가 기습으로 했죠
 
얼굴이 빨개지더니 못됐어 하면서 제 손을 휙 뿌리치고 달아나더군요
그담날 제가 미안하다 미안하다 해서 결국 화를 풀긴 했지만요
 
고3되면서 서로 바빠지고 제가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면서
결국 첫사랑도 그렇게 끝이 났지만
그때 그 순진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아직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아 물론 지금은 둘 다 각자 좋은 사람 만나서 유부남 유부녀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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