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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창과의 추억


 
안녕하세요,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셨는지요?
요즘 날씨가 궂어서 고생하시는 분들도 많으실텐데, 아무쪼록 힘내시기 바랍니다.
 
 

중학교 들어가서 처음으로 "초등학교 동창회"를 열고 그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저 포함해서 초딩때 남자동창 다섯 명, 여자동창 다섯 명이 함께 만났죠.

 

저 포함해서 우리 악동 다섯 명은 초딩 때부터 반에서 제일 잘 나가던 남학생들이었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초딩시절부터 키도 제일 크고 발육도 좋았고,
좀 귀여운 구석이 있었던 탓에 여학생들한테 인기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중학생 때와 고등학생 때는 여자선생님들도 저를 많이 좋아해 주셨습니다...죄송합니다 사실이에요ㅜㅜ)
 

여자동창 중 셋은 반에서 제일 잘 나가던 애들이 맞는데, 나머지 둘은 제일 잘 나가는 애들은 아니었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철부지 때의 동창회였을 뿐이지만, 제 친구녀석들 정말 웃기더군요.

 

틀림없이 초딩 때 같은 반에서 함께 어울렸던 동창들이 틀림없건만,

중학생이 되면서 각자 서로 갈렸다 만나서 그런지, 여자동창 들 앞에서 쑥스러워하는 꼴들이란...ㅋ

 

여자동창들은 그래도 여자라고 내숭떠는 것(?)쯤 그나마 이해해 주겠는데,

사내녀석들이 그럴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상당히 조숙한 편이었고, 또 여자애들 앞에서 스스럼 없는 성격이었던지라,

결국 제가 나서서 모임을 주도해 나갔죠.

 

그때 친구녀석들 중 세명은 여자애들 중의 L에게 마음이 몹시 끌리는 눈치였습니다.

L이 그 중에서 제일 귀염상이고 아담해서 그랬던 것 같네요,

 

하지만 L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전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여자애들 중에 P양이 있었는데, 여자애들 다섯 명 중에서 제일 얌전하게 앉아있었습니다.

저는 P에게 자꾸만 눈이 갔는데, 단정하고 깔끔한 이미지와 침착한 모습 등이 눈에 자꾸만 들어오더군요.

 

나중에 다들 자랐을 때 비교해보니 제 판단이 옳았습니다.

L은 다소 평범보다 좀 나은 편으로 성장했고, P는 전체적으로... 흔히 말하는 "퀸카"로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얼굴 예쁜 것은 길어야 몇 개월 못간다고들 하죠.

저 또한 단순히 얼굴 예쁜 여자한테는 그다지 흥미가 끌리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네요.

 

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체적인 면을 모두 놓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요.

거기다가 여성으로서의 어떤 매력이 더해지면 원래의 외모보다 더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마련이죠.

 

P도 그런 면이 느껴졌고, 모임을 주도하면서 저도 모르게 P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살폈죠.

P도 저와 눈이 마주치면 어느 순간부터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쑥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어린 시절의 이야기였을 뿐이지만, 한 교실에서 1년동안 부대끼며 함께 지내 온 남녀아이들이

부끄러움과 설레임을 느낀다... 이성에의 감정에 눈을 뜨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겠죠.

 

저 말고 다른 친구녀석 하나도 P를 몹시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습니다만....

결국 함께 어울리게 되는 사람은 좀 더 용기가 있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이겠죠.

 

그 때부터 P와 친한 사이로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그냥 초등학교 동창이자 절친하게 지내는 남녀친구였을 뿐이죠, 중학생 때의 일이었으니 뭐...

(하지만 저의 첫사랑을 만난 것도 중학생 시절이긴 합니다만 ㅡㅡ^)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었고, 고등학생 시절은 몹시 중요한 시기 아닙니까.

대학문제가 걸려있으니 말입니다.

 

P와도 가끔씩 만나며 우정을 나누곤 했는데, P는 저와의 만남을 즐거워 했습니다.

제가 P의 취미와 꿈과, 열정을 쏟고 싶어하는 부분에 대해서 깊이 공감해주고, 힘을 북돋워 줄줄 알았기 때문이었죠.

여자들은 자신의 편에 서서 자신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존재를 각별히 여기잖아요.

 

전 고등학생 시절 이미 제 첫사랑에게 많이 빠져 있었는데, P와의 만남도 즐거웠습니다.

P라는 아이도 외모와 성격 모두 매우 괜찮은 아이였고, 고딩 시절엔 그런 폼나는 여자애들과의 만남을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이런저런 괜찮은 여자애들과의 인연이 고딩시절부터 꽤 있었습니다.
고 3시절이던 어느 날 부터인가 P가 좀 이상해졌습니다.
한마디로 중요한 시기에 어처구니없이 방황을 하고 있었던거죠.
 
문제는 부모님의 불화 때문이었습니다.
P의 아버지가 잘못하셨고, 그래서 집안 분위기가 매우 심각해진 상황에서 충격을 먹은 P는
그 사춘기 때의 흔히 나타나는 반항의식과 고독, 우울함 등으로 일시의 방황에 빠져 버린 것이었죠.
 
그런 P에게 좀 질 안좋은 친구들까지 붙어서는 술도 하고 담배도 입에 대기 시작했죠.
보다보다 못해서 친구인 제가 나섰습니다.
 
P를 찾아내서는 그 무리들 보는 앞에서 악을 쓰며 반항하는 P를 질질 끌고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제 현재 키가 187인데, 그 때도 키가 컸고, 어려서부터 운동을 많이 했습니다.
제 서슬퍼런 모습(?)에 다행히 나서서 제지하는 녀석들은 없었습니다.
 
어울리지도 않는, 억지로 사나운 척 하는 모습으로 악을 쓰며 반항하는 모습에 엄청 속이 상하고 분노가 폭발하더군요.
 
그 아이의 그런 꼴을 보고 있자니, 나중의 어느 한 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불끈하고 뭔가가 올라오더니,
결국 제가 P의 뺨을 호되게 한대 올려붙여 버리고선, 놀라서 멍하니 절 바라보는 그 아이에게 소리소리 질러 댔습니다.
 
"너 지금 뭐하는거야? 이게 네 모습이야? 이게 진짜 네 모습이야?
네가 어떻게 날 이렇게 실망시킬 수 있어? 너 날 친구로 여기지도 않는거야?
부모님이 그러신다고 너까지 이 지랄이야?
무슨 비극의 주인공이라도 되고 싶은거야? 이 모양 이 꼴로 막 나간다고 해서 퍽이나 행복해지겠다!!!
네 동생한테도 이런 모습 보여주고 싶어???"
 
요약하자면 그런 식으로 사납게 꾸짖어댔습니다.
P는 장녀였고, 자기 남동생을 무척 걱정하고 아끼던 아이였으니까요, 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P가 멍하니 제 호통을 받아들이면서 있더니, 결국 나중엔 서러움의 눈물을 펑펑 쏟아내면서 하소연을 하더군요.
자기가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도 가슴 속 서러움때문에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제 친구인 P를 껴안고선 달래주고 또 달래줬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그렇게요.
제 사나운 손길에 볼이 빨갛게 퉁퉁 부어올라 있었고, 미안함과 안쓰러움에 뺨을 계속 어루만져 줬죠.
 
다행히도 제 우정어린 정성도 효과가 있었고, P도 제자리로 돌아와서는 학업에 열중하게 됐죠.
 
물론 무엇보다도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고, 제자리로 돌아가고자 한 P의 의지가 가장 큰 역할을 했죠.
그 아이는 원래 나쁜 애가 아니었으니까요, 어리석은 애가 아니었으니까요.
 
어느 날 저녁 그애 집 근처의 공원에서 만났습니다.
 
제정신 차리고 제자리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저한테도 고마웠다고 그럽니다.
부모님 사이는 여전히 안좋으셨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잘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이젠 서로 마주보며 다시 웃을 수 있는.... 그런 상태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서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힘내자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저한테 그럽니다.
 
"재성아(그냥 가명입니다), 나 이러면 되는거지? 지금처럼 이렇게 하면 되는거지?"
 
그 아이의 모습이 몹시 예뻤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한 때의 불운함에 꿋꿋이 맞서고 있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습니다.
 
그 모습에 끌린 제가 그 아이에게 키스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쑥스럽게 웃던 그 아이도 제 진지한 모습에 곧 자신도 모르게 진지모드로 빠져들더군요.
 
눈을 살며시 감고 저를 받아들이는 그 아이의 손을 잡은 채로 제가 그 아이에게 키스를 했습니다.
그렇게 입맞춤을 나눴습니다.
 
제 친구인 그 아이에 대한 우정과,
그리고 아름다운 이성의 향기를 내뿜고 있는 여인에 대한 설레임이 함께 녹아있는,
그런 달콤한 입맞춤이었습니다.
 
나중에 우리 둘 다 순조롭게 대학생이 되고, 그 애는 모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하게 됐습니다.
그러더니 나중에 잡지와 TV CF 등에도 광고모델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와 어울리면서 그 덕분에 저도 그쪽 계통에 종사하는 다른 이성들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오늘 오후부터 또 남부지방엔 비가 많이 내린다죠,
아무쪼록 항상 건강 유의하시면서 즐거운 저녁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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