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내 야설의 독자였단 말인가!!!!!
와이프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역시 우리 쟈갸밖에 없어, 쌩유^^"
와이프랑 얘기된 게 있었죠.
사연인즉슨, 와이프의 동기 중 한 사람의 결혼식이 그 때의 어느 일요일에 있었는데요,
마침 결혼식을 올리는 장소가 우리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결혼식에 참석할 예정인 제 와이프와 와이프의 동료 선후배들 몇 명이 비행을 끝내고
그 전날 저녁 늦게서야 인천공항에 도착하는지라 아예 비교적 신혼이라 홀가분하고 널널한 (?) 저희 집으로 와서는
이곳에서 여장을 풀고 휴식을 취한 후(?) 다음 날 바로 결혼식장으로 향하기로 작당을 한 것이죠.
여러가지로 궁리를 해 본 끝에 그게 여러 모로 좋을 것 같다는 판단
(친한 사람들끼리 같이 어울리면서 쉬는 것도 좋구, 신혼집 구경하면서 같이 노는 것도 괜찮구,
실컷 늦잠 자고 슬슬 준비하고 결혼식 갔다 오기도 좋구 등등....)에서 그러기로 한 거랍니다.
다만 와이프 입장에선 제 눈치가 좀 보이긴 하지만서두...
냉큼 좋다구 오케이 했져.
어차피 신혼인 저희부부야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해서 제 친구나 와이프 친구들 손님으로 받아야 할 처지구 ,
마침 토요일 밤이구 그 다음날은 쉬는 날인데 뭐 어떻습니까.
저도 여러 사람들이랑 함께 어울리는 것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구,
더구나 보기드물게 유니폼 입구 곧바로 집으로 쳐들어 올 그녀들을 맞이하는 낯선 분위기...
꽃내음 가득한 화기애해하고 훈훈한 집안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주말밤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어떤 설레임...^^;;;
저야 미리부터 집안 깨끗하게 대청소 겸 정리 깨끗이 해놓구 (나름대로 한깔끔 떠는 성격입니다...),
손님들 드실 음료며, 먹을거리며 충분히 준비해 놓구선,
흉 안잡히도록 꽃단장(?)까지는 아니지만서두 깔끔한 느낌 풍기도록 아닌척 하면서도 단장하구선 기다렸죠.
이윽고 와이프가 "도착했다"는 문자메세지 한통 날리더니,
몇 분인가 지나서 문 밖이 다소 소란스러워지는 눈치가 보이더니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와 함께...
제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서 맞이하러 문 쪽으로 다가서고 문이 덜컥 열리면서는...
"다녀왔습니다!^^"
유니폼을 입은 와이프의 환하게 웃는 얼굴과....그리고...
그 뒤에 서서는 미처 들어오지 못하고 뻘쭘하니들 쭈삣쭈삣 눈치 보고 서있는 듯한....
와이프와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있는 일단의 비행아씨 무리들...
저와 눈이 마주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본능적으로, 반사적으로, 다소 형식적으로 입가에 웃음을 띄우면서,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당...^^"
하는 인사들과 함께 우루루 와이프 뒤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서는 세 사람의 처자들...
집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그녀들의 고개와 눈빛이 집안 이곳저곳을 살피듯 혹은 길게, 혹은 짧게 두리번 거립니다.
와이프가 "인사해요, 우리 친구들...!"이라고 웃음꽃을 활짝 띈 채로 한명 한명 이름과 함께
자신과의 관계(동기, 후배)를 간단하고 빠르게 소개하더군요.
솔직히 보기 좋더군요, 한 사람은 우리 결혼 전부터 아는 사람인데, 나머지 둘은 모르겠더군요.
그 중에서 특히 눈웃음이 무척 매력적인 그 중에서는 가장 어려보이는 아가씨가 눈에 띄더군요.
"어서들 들어오세요, 반갑습니다! 누추한 곳까지 왕림해 주시고...^^"
그녀들에게 다시한번 간단하게 인사를 건넨 후에 와이프에게 살짝 속삭였습니다.
"여보, 잠깐 아래 내려가서 친구한테 전화 좀 하고올께, 그 동안에 씻고 옷 갈아입고 있어요."
와이프가 알겠다는 듯이 반가워하면서 웃어줍니다.
그냥 그녀들이 낯선 곳에 대한 긴장감을 풀고, 좀더 편히 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였을 뿐이죠.
사실은 와이프랑 그녀들이 집에 들어오기 전에 어디 가까운 곳에 볼 일 있는 척 하고 피해있어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웬지 혼자서 심심하던 차에 유니폼 입고서 집으로 몰려오는 그녀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그리고 혼자서 밖으로 나가서는 슬슬 걸으면서 느긋하니 저녁의 산책(?)을 좀 즐기다가
충분히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될 무렵 다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왜 이리 딴 길로 새어나가는 거죠? 원래 하려는 이야기는 이게 아닌데...
미모도 미모지만 눈웃음이 무척 매력적인 여승무원... 이니셜은 Y입니다.
아무튼 그날 밤을 계기로 해서 자연스럽게 그녀들과도 서로 좀 더 친숙해지게 되었는데요,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나서 Y의 미니홈피를 방문해 보았죠.
그런데 미니홈피의 바탕화면을 보시면 메인사진과 함께 그 아래 메인 글귀를 올려놓지 않습니까.
바로 다름 아닌 제가 예전에 썼던 그 야설 속에 썼던 글귀였던 겁니다.
당시 나름대로 글에 서정미를 갖추고자 올렸었던 글귀였죠.
그 그림 역시 제가 어디선가에서 찾아보고 글 내용과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함께 올렸었던 것을 메인사진으로 쓰고 있는 겁니다.
설마 Y라는 이 아가씨가 내가 썼던 야설을 읽었단 말인가?
몹시 궁금해서 그녀의 미니홈피의 사진을 좀 보려했는데 일촌공개로 되어 있어 볼 수가 없었습니다.
좀 주저하다가 시침 뚝 떼고 나중에 결국 쪽지발송과 함께 일촌신청을 했죠.
제가 자신이 잘 아는 동료언니의 신랑이고 또 안면도 있는 사람인지라, "저도 좋아요^^*" 하고선 흔쾌히 일촌신청을 받아주더군요.
그래서 감사의 인사로 도토리 선물(^^;;;)도 건네고, 그녀의 일상의 모습을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었죠.
그리고...
어떤 서정적인 모습으로 찍힌 그녀의 여기저기 몇몇 사진 아래에...
확실히 내가 썼던 야설을 읽었나 보다.
후훗... 이것 참 재미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