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추억의 하나
저도 누군가(물론 제 여친이죠)를 그리워하면서, 몹시 그리워하면서 마냥 기다렸던 나날들이 있었습니다.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저에겐 몇 번인가의 또다른 인연과 유혹이 다가왔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컸기에 새롭게 다가온 인연들의 끈을 끝내 붙잡지 않았죠.
그리고 외항사의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그녀가 오랫만에 한국에 다시 왔고,
그녀와의 재회를 가지던 날 저는 정말 몹시 기뻤었죠.
오랫만에 보게 된...반갑게 저를 대해주는 사랑스럽고 예쁜 얼굴,
예쁜 미소를 지으며, 언제나 그랬듯이 따뜻하고 정겨운 모습으로
저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그녀의 귀여운 모습…
오랫만의 만남이었기에 그녀의 눈빛, 표정, 말씨…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놓칠세라 세심히 살피고 또 살피던 저였습니다.
같이 코엑스 몰을 돌아보고 밖으로 나오던 순간…
바깥의 날씨가 어쩌면 그리도 기가 막히게 좋던지요.
맑고 화창한 날씨.…
그리고 우리가 밖으로 나와 그 맑고 화창한 날씨를 마주 대하던 바로 그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불어오던 시원한 바람....
정말 시원하게 불어오며 그 바람을 맞이하는
우리 두 사람의 기분을 너무나도 활짝 펴도록 만들어 주던 그 포근함 속의 청량감.…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로 그 순간, 우리 둘은 절로 얼굴에 밝은 미소를 지었고,
저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기쁘게도, 그녀 역시 자신의 손을 잡는 제 손을 반갑게 맞아 줬습니다.
그렇게 우리 둘은 손을 맞잡고 웃으면서 함께 주위를 거닐었습니다.
계속 거니는 동안 두 사람 모두 한마디의 말도 없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한 마디의 말도 필요 없었습니다.
그저 그렇게 두 손을 마주잡고서 그 순간의 공기를 마음껏 느끼면서
함께 거닐기만 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거든요.
지금도 그 순간이 또렷이, 생생히 기억나고, 그 순간의 그 설레임과 기쁨은 앞으로도 영원히 간직될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몹시 좋아했던 분이라면, 그리고 그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했던
가장 기억나는 어떤 순간을 맞이해 보셨던 분이시라면,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잘 아실 겁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 두 사람이 예전과는 또 다른 차원의
새롭고 깊은 공명을 느끼게 되고, 더욱 친밀해지는 계기가 된 것이 확실합니다.
그날 밤 저는 그녀에게 메일을 썼죠.
사실은 전화 한 통 걸든지, 아니면 다시 한번 만나서 전하면 되는 말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글에 제 마음을 담아서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가장 차분하게, 가장 조리있게 제 마음을 그녀에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했습니다.
길고 긴 메일이었습니다.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모조리 글 속에 담았습니다.
저는 그녀가 제 곁에 없을 때에도, 해외에 나가있는 시간동안 그녀와 줄곧 적지않은 메일을 주고 받았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잘 지내는지, 즐거운지, 행복한지, 하는 일은 잘되는지...그런 내용의 메일들이었죠.
하지만 그 오고가는 메일들 속에 제가 진정 그녀에게 알리고 싶었던 제 숨겨둔 마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썼던 그 메일의 내용은 전혀 다른 것이었죠.
그 이전의 메일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그녀에게 가장 알리고 싶었던 숨겨둔 마음을 담은 첫번째 메일이었죠.
그녀가 여기 있는 동안, 다시 떠나기 전의 기간동안 메일을 볼지 안 볼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다만 이제 더 이상 미루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했죠.
예전에 올렸던 글에서도 소개드린 적이 있지만, 저랑 몹시 절친한 여후배가 예전에 저에게 고백을 해 왔었습니다.
저를 사랑한다고요, 저와 함께 있고 싶다고요, 저 때문에 눈물을 흘렸었죠.
하지만 저는 끝내 그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했죠.
받아들이지 못한했던 이유는 바로 제가 그리워하던 그녀 때문이었습니다.
그랬던 저이기에 이제 더 이상은 그 그리워하던 사람을 향한 고백을 뒤로 미룰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마음을 알려야만 한다고 결심했죠.
하지만 어쩌면 이 한 장의 메일로 인해....
앞으로 그녀와 더 이상 가까운 사이로 남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이제와서 더 이상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이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메일전송을 클릭하고선 절로 한숨이 나오더군요.
뭔가 한시름….마음을 강하게 짓누르고 있던 짐을 훌훌 벗어던지고 난 후의 홀가분한 심정이 된 듯 했습니다.
그 다음 날이 되었지만, 오전과 오후가 모두 지나가 버렸지만....그녀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죠.
전 수신확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봤는지 안봤는지에 대해서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젠 어떻게 되든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저 자신을 맡길 뿐이었습니다.
그리고....그 이튿 날 오전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후에 시간이 되느냐는 것이었죠, 내일 떠나기 전에 한번 더 만나자고요.
그리고 그녀를 만났고…. 예전에 우리 둘이 만났을 때의 상황과 조금도 다름없이 무척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하지만 밝고 명랑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건넸습니다.
제가 보낸 메일을 읽은 건지, 안 읽은 건지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았습니다.
그 어떤 변화의 조짐도, 예전과는 다른 그 어떤 기류도.… 조금도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늘 그렇듯이....여전히 화기애애했죠.
"그래, 신경쓰지 말자...그냥 이 좋은 분위기….계속 이어나가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좋으니까….라고 생각하며 애써 제 마음을 달랬습니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흐르고 그녀의 집 앞까지 바래다 줬습니다.
그날 밤….그녀를 바래다 줬던 그 공간과 시간은 매우 조용하고 매우 한적했습니다.
그녀와 함께 거닐면서… 또 다시 헤어짐의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 전까지의 평온한듯 했던 마음가짐과는 또 다른, 강한 아쉬움이.…
결국은 그런 아쉬움이 느껴지더군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괜찮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결국 억지였다는 것만 다시 깨달았습니다.
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결국 어쩔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옵니다.
“이제 들어가세요, 오빠. 나 혼자 들어갈께요.”
환하게 미소짓는 그녀의 예쁜 얼굴이 제 눈에 들어옵니다.
그녀가 손을 내밀고, 제가 그녀의 손을 잡았죠.
가볍게.... 익숙한 악수 같은 것이 이어지고, 그녀가 또 한번 예쁘게 웃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녀의 표정 하나하나, 그 미소, 그 눈빛을 제 뇌리 속에 깊숙이 담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니? 널 좋아해.... 네가 좋아…. 좋아해.… 좋아한다….”
제 뇌리 속에선 그녀를 향한 고백의 외침이 가득 울려퍼지고 있었죠.
그녀가 돌아섭니다.
그 뒤돌아서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 속에서 또 한바탕 한가득 안타까운 울림들이 퍼지고 있었죠.
“.…뭘…. 더 생각하고 있는거야.…?”
“이렇게 또 떠나보내고 나서…이제 또 어떡하려구….??"
"또 마냥 가슴 졸이면서, 답답해 하면서 기약없이 견딜거야....???"
"붙잡아…. 이 바보 같은 자식아.…붙잡아야 해…. 붙잡으라구!!”
제 눈 앞에서… 그녀의 몸이 서서히 돌아서고 있었습니다.
마치 느린 흑백필름처럼, 제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고.…
제 어깨는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입 안이 바짝 말랐지만 침을 삼킬 수도 없었습니다.
그녀의 몸이 이제 완전히 저 앞쪽을 향해 돌려졌더군요….
그녀의 등만이…. 그 뒷모습이 제 눈 속으로 한가득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제 몸이.... 제 몸이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마치 물먹은 솜처럼 가라앉으려고만 했습니다.
손만... 손만 뻗으면 그녀를 붙잡을 수 있는데요….손만 뻗으면 되는건데요....
어째서…. 어째서 이 순간 그게 되지 않는 것인지요….왜 그리도 힘든건지요....
그녀의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젠 제게서 멀어져 가는 듯한 그녀의 발소리만이 들렸습니다.
그런데….그런데….말이죠….
약간 휘청이는 듯한 그녀의 발소리....
확실히 그렇게 느꼈고, 그 소리는 아직도 제 기억에 또렷합니다.
분명히 저는 그 순간 그녀의 발소리가 웬지 휘청거리는 듯 하다고 느꼈습니다.
뭘까요.... 도대체 뭘까요...그 알 수 없는 느낌은.... 어쩌면...어쩌면...!!!
바로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온몸에 남아있던 힘을 모조리 끌어모아,
저를 내리누르고 있던 힘을 튕겨내고서 가까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다리에 힘을 줄 수는 없었죠.
억지로, 억지로 한 발, 한 발 가까스로 움직여가며 저만치 보이는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가까스로 그녀에게 손을 뻗을 곳까지 다가 갔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습니다.
제 손이 닿는 순간, 흠칫 놀라는 그녀를 온 힘을 다해서 끌어안았습니다.
그녀의 어깨가 흠칫 하고 떨리며 비명을 지르는 듯 했지만, 놓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 그러기 싫었습니다. 그럴 수 없었습니다.
"가지마...."
제 목소리가 끝이 갈라진 채로 흘러 나온다고 느꼈습니다.
그녀에게 제 말이 들린 것인지 아닌지.... 그 순간엔 알 수 없었습니다.
"가지마...." 라고 제가 또 한번 중얼거렸습니다.
아주 잠시…. 정말로 아주 잠시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에게 붙잡힌 그녀의 어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움직임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군요.
또 잠시 후에는.… 그녀의 온몸이 조금씩 거세게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입에서 그 순간 의미를 알 수 없는 아주 얕은 신음이... 한숨이었을까요... 흘러나오더군요.
제 팔을 떼어내고 싶다는 듯이 그녀가 온몸을 뒤틀어댔습니다.
하지만 놓지 않았습니다.
만약, 지금 손을 놓게 된다면, 영원히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거든요....
뭔가 말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널.… 안고 싶어...."
거칠게 뒤틀리던 그녀의 움직임이 그 순간 갑자기 멈추었습니다.
마치 그 자리에 얼어버린 것처럼 그렇게요....
한동안 그녀와 저의 억누르고 있는 듯한….나지막한 호흡만이 공간을 채울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잠시 후에 그녀의 입에서 나즈막한 흐느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나즈막한…. 흐느낌이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흐느낌과 함께 흔들리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돌려세웠습니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그녀를 돌려세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고개를 들어올렸습니다.
물기가 그녀의 눈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물기가 가득한 그녀의 눈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가슴이 크게 움직이고 있었고,
그 숨을 감당하기 힘겨운듯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뜨거운 입김이 뿜어져 나오더군요.
그녀의 입술...
무엇인가에 이끌리듯이 그녀의 입술을 제 입술로 막았습니다.
그녀의 온몸은 바위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손아귀에 잡히는 어깨는 딱딱하게 굳은 채 조금의 미동도 느낄 수 없었고,
왼팔에 감겨있는 허리는 짧은 경련만이 간혹 있을 뿐이어서 차가운 기둥을 안고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맞대고있는 입술의 부드러움 보다는 얇은 입술 그 아래에 숨어있는
그녀의 치아를 느끼는게 먼저였습니다....
......
허리의 경련주기가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탓인지는 몰랐지만, 굳어있던 그녀의 몸이 조금씩 풀려가는것 같았죠.
피부 밑의 근육이 꿈틀대기 시작했고, 땀이 조금씩 차오르는것 같았습니다.
마치 얼음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처럼 그렇게요......
처음으로 반응다운 반응을 보인 것은 제 입술에 짓눌려있던 그녀의 입술이었습니다.
내리누르는 제 힘에 밀려 가벼이 뭉개져 있던 그녀의 입술이 조금 움직였고......
그 움직임은 이내 자신을 압박하고있는 제 입술을 가볍게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서히, 그녀의 입술 움직임은 제 입술모양을 탐색하는 듯이 미끌어졌습니다.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두 팔에서도 반응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씩 진동만 느껴졌기에 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이내 확실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살짝살짝...허리를 따라 쓰다듬듯이 내려가던 그녀의 손길이 다시 올라오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제 허리를 가볍게 감으며 자신쪽으로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명한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서 하는 행동이었습니다.
저 혼자서 억지로 그녀를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그녀 역시도 저를 안고있다는 생각.....
그 속에서 저도 모르게 점차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리고....그녀의 입술이 조금씩,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떤 열쇠로도 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단단히 맞물려있던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미지근한 뭔가가 흘러 들어왔습니다.
이게 뭘까…. 아마도 그녀의 타액이었겠지만,
마주한 두 입술 사이에는 공간의 여유가 없었기에 그대로 제 입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뭐라고 꼬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맛이 느껴졌죠, 달짝지근 하면서도 향긋한.....
그렇지만 싫지않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아니죠, 행복했습니다, 정말 달콤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굳어있던 그녀의 몸이 부드러워졌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거부도, 그렇다고 긍정의 몸짓도 아닌 채 그저 돌기둥마냥 서있던 그녀의 몸이
어느 사이엔가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채 제 팔 안에서 물결치고 있었습니다.
가늘게 솟아나는 샘물을 빨아 마시듯이,
그렇게 그녀의 타액을 맛보는 사이 제 타액도 그녀가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지는 않을까 걱정됐고.... 그녀의 얼굴을 확인했습니다.
약간 긴장한 듯 했지만 싫어하지는 않는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얼마간 입술만으로 서로를 확인하는 시간이 계속됐습니다.
처음엔 그냥 무작정 입술을 부비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그녀의 몸짓이 부드러워질수록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입 속 어딘가에 있을 혀를 맛보고 싶었고, 좀 더 힘차게 그녀를 껴안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내 이런 마음과는 달리 그녀의 반응은 저를 주춤거리게 만들었습니다.
분명히 처음의 경직은 많이 풀려있었지만,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저를 안고 있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맞닿은 입술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 하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아니, 그 이상의 움직임을 생각하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느끼면서 제 머리 속에 순간 한가지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첫 키스......!!!
그녀에게 지금까지 애인이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미팅이나 소개팅을 통해서 남자친구 한 둘은 충분히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저와 과는 달랐지만, 그녀는 학교를 다닐 때 친구도 많고 그 속에서 인기도 좋았습니다.
또 졸업을 하기 전에 외항사에 합격했는데,
승무원 생활을 하면서 제가 모르는 공간에서 어떤 남자친구를 사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 남자친구와의 키스도 이미 경험했으리라고 생각해 왔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 그 순간... 그녀의 반응은 지금까지의 그런 제 생각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있었던 겁니다.
어설프다고 말해야 할까요......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 갖게 된 장난감을 신기해 하면서
한가지 기능에만 관심을 쏟는 듯한 바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여자인 그녀에게 있어서 첫 경험의 기억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겐 첫 키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섣불리 제 기분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그렇게 가만히 있을 뿐이었죠......
그리고 잠시 후…. 우리 둘의 입술이 떼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끌어안았습니다.
어느 정도의 흥분을 느끼고, 당황함과 떨림 속에서 숨을 쉬기가 힘들었는지
그녀는 입술이 떨어지는 그 사이에 호흡을 정리하는데 열중할 뿐이었습니다.
".... 처음이니...?"
제가 내뱉고서도 제 자신이 놀라고 말았습니다.
물어볼 생각은 없었는데 얼떨결에 그런 말을 밖으로 쏟아내고 말았습니다.
실수했다 싶어서 당황할 수 밖에 없었죠.
"...... 응..."
속으로 참 어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있던 제 귓가에 그녀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대답을 하고서 제 품 안으로 더욱 파고들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제가 그걸 물어봐 주기를 기다렸다는 듯했고,
자신이 그런 대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있는 듯 했습니다.
말은 안해도 제 품에 안긴 채 콩닥콩닥 뛰고있는 그녀의 심장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순간 모르겠더군요.
첫키스에 대한 환상은 남자인 저보다는 여자인 그녀에게 있어서 더 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같은 날, 제대로 준비도 못한 사이에 갑작스럽게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기대를 하고있었더라도, 정작 자신의 입술에 와 닿는 제 입술을 느끼면서
상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느꼈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저는 어이없는 질문을 했고,
그녀는 힘들게 대답을 하면서도 내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가슴을 두근거리면서요......
".... 그렇구나..."
"............"
"나는...."
"괜찮아요.... "
나는 처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에게 나는 첫키스는 아니라고 솔직히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미처 말을 잇기도 전에 그녀의 두 팔이 제 허리를 강하게 조이면서 제 말을 막았습니다.
"그냥.... 오빠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싶었어..."
"........."
고마웠습니다. 기뻤습니다. 매우매우 행복했습니다.
갸냘픈 그녀의 허리를 느끼면서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내음을 맡고 있던 저는
차츰 차분해지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녀의 내음이 너무 향긋해서 계속 이렇게 있고 싶었지만 밤새도록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죠.
제 품에 안긴 채 겨우 서 있기는 했지만, 그녀는 내일을 위해서 쉬어둬야 하기에….
등 뒤로 돌려져 있는 그녀의 팔을 잡고서 앞으로 돌렸습니다.
그녀와 저 사이에 약간의 공간이 생겼고, 그 바람에 제 시야에서 벗어나 있던 그녀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밝으레한 볼, 약간 흐트러진 머리카락, 물기에 젖은 눈......
제 시선을 그녀는 피하지 않았습니다.
벅찬 행복감과 설레이던 가슴…. 그 때 그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