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앓은 / 앓고 있는 썰.ssul
이 글을 쓰는 첫번째 목적은 혹시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우울감이 있는 게이들한테 도움이 될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고,
두번째 목적은 역시 나도 도움을 받을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글을 써본다.
우울증에 있어서 나이야 뭐 별 상관 없겠지만 나는 일단 20대 초반 일게이고
나름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은 평타 그 자체였다,
키는 큰편은 아니지만 죶 호빗은 아니니 나중에 척추피고 인대 늘리고 자세 교정하고 깔창끼고 살면 된다고 생각했고,
생긴것도 잘생기진 않았지만 눈코입 정상적으로 태어난게 어디냐면서 자위하고 살았지.
생각보다 긍정적으로, 그리고 뭐든 감사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살았던거 같다.
조금 후회되는 선택이나 잘못된 선택을 했을때, 그리고 나쁜 일이 일어났을때 좋은쪽을 보면서 기뻐했으니
성격 자체는 뭐 괜찮았던거 같다.
다만, 자존심이 세고 열등감은 좀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특히 내가 자신있는 분야거나 노력을 했을때 결과가 따라주지 않으면 내 자신에게 실망감을 많이 느끼고 자책을 많이 하는 편이지.
나름 주위에 기대에 부응해야한다는 심한 압박감 같은것도 가지고 살았고.
물론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치진 않았지만.
참고로 나는 굉장히 이상적인 가족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나 사랑해주는 부모님, 그리고 존결할수 있는 부모님을 둔것에 대해
정말 많은 감사를 표하며 살고 있다.
내가 태어날때 건강이 좀 안좋게 태어났는데, 이게 좀 특별한 병이라 사는데 지장이 상당히 많다.
아마 나한테 찾아온 우울증도 내가 가지고 태어난 병이 큰 이유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무슨 병인지는 자세히 설명하기는 좀 그렇고, 간단히 요약하자면 관리를 잘했을땐 정상인 마냥 멀쩡하게 돌아다닌다.
대신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부담이 많거나, 식단 조절 실패 혹은 주위 환경, 이것도 아니면 정말 알수 없는 이유로
몸이 많이 아프게 되고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심했을땐 걷지도 못했다)
업다운이 심한 병이고 딱히 의사들이 뭘 할수 있는게 없기때문에 병원에 간지도 오래됬다.
즉 건강때문에 제한은 제한대로 다 받고, 남들이 모르게 노력해서 정상인처럼 만들어두면
내가 아팠다는걸 믿지 않는 사람이 대다수다.
어차피 사회나가서 아픈게 도움이 되진 않으니 떠벌리고 다니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가끔 힘들었다는걸 알아주지 못하면
참 서글프긴 하더라...
건강이 좀 안좋으니 초등학교는 쉬었다 다녔다 했었지만 그래도 인간관계는 원만했고,
(그래도 약한 친구라는 인식은 좀 있었던거 같다)
건강생각해서 해외로 오고 나서는 처음에 적응이 좀 힘들었지만
적응하고 나선 환경 변화가 내 몸에 맞았는지 더이상 아프지도 않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그렇게 진짜 평타취는 인생을 살았지.
그무렵쯤 내가 아프다는걸 잊었던거 같다.
그리고 고등학교 올라와서 전교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해보고
꿈도 정말 많이 꾸기 시작했다.. 주위에 기대도 많이 받았던거 같고.
이때쯤 좋은 친구들도 정말 많이 만나고 좋은 추억도 많이 남기고..
죶같은 년 하나 만나서 짝사랑도 해보고 ㅎㅎ
행복한 시간이 계속 될줄 알았는데 고2~3때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건강을 생각 안하고 몸을 좀 엉망으로 관리해서 그런지
다시 앓아 누워버렸다.
그러니 당연히 이제까지 이뤄왔던 모든것들은 수포로 돌아가고 대학진학도 못했지.
그리고도 열심히 살았던거 같다.. 나름...
운동도 꾸준히 했고 주말엔 봉사활동도 다니고.
그리고 몇년이 지나서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나보다 못했던 사람들, 그리고 내 주위 사람들 모두 군대 전역할 나이가 되거나
대학에서 슬슬 나올 준비를 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되버렸더라.
나도 나름 열심히 산거 같은데 나는 이룬게 없으니 갑자기 가슴이 확 막히는게 너무 우울해지더라..
이게 시초였던거 같다..
그냥 앞으로 재밌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거 같았지.
나중에 대학 가더라도 졸업은 할수 있을까?
사회 나와서 스트레스 안받고 살수는 없는데 안아프고 평범하게 살수 있을까?
이렇게 살아서 뭐하지.. 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
스트레스랑 건강 사이에서 위험한 줄다리기를 하면서 내 할일을 하고..
더이상 재밌는게 없을거 같았지.
사람이 두어번 아프고 나니까 겁도 많이 나더라.
고등학교때 아팠던 결정적 이유가 내 몸 아픈걸 모르고, 신경을 쓰지 않고
"아프다고 내 인생에 투자를 안하는건 스트레스 받기 싫은 핑계일 뿐이다! 우주정복을 향해 달린다!"
이런 마인드로 살다가 몇번 아파서 시간을 훌쩍 날려버리니 현실에 눈뜨게 되고..
이러다 보니 내가 뛰고 있는 이유도 못찾겠고 앞으로 지겨운 일뿐이 안남은거 같더라.
물론 자살같은걸 생각하진 않았다,
모든 사람은 언젠가 다 죽는데 내려놓고 죽으면 편하겠다고 생각은 해봤는데
가족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너무 감사한게 많아서 갚아야하니 죽는다는 생각은 못하겠더라 ㅎㅎ
얼마전부터 가슴이 답답해지고 이런생각에 정말 많이 불안하고 우울증이 극해 달해있었는데,
최근엔 조금 나아진거 같다..
생각을 많이 고치려고 노력중이고,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ㅎㅎ
알량한 자존심을 버리고 실패하는것에 대해 조금 너그러워지고...
아직 완벽히 회복되진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 가지고 있는것에 대해 많이 감사하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중이다..
조언을 해줄수 있으면 참 고맙겠고,
물어볼게 있으면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대답해줄게.
그냥 답답해서 쓰는 글이니 일베를 줘도 좋고 민주화를 줘도 좋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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