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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에서 발장난치던 여승무원

 
 
예전에 혼자서 해외출장을 갈 때의 일이었습니다.
 
이제 갓 더위가 시작되려는 봄과 여름 사이의 환절기였죠,
피곤에 지친 사람의 몸을 은근히 노곤하게 만드는 따스한 햇살...
 
비행기는 순조롭게 잘 날아가고 있었고...승객이 별로 없었습니다.
모닝컴을 읽다가 문득 눈을 들어 비스듬히 맞은 편을 바라보니 여승무원이 승무원 좌석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럼데 잠시도 몸을 가만히 두질 못하더군요.
약간씩 몸을 좀 비비꼬기도 하고, 자꾸만 고개를 뒤로 돌리고선 갤리 쪽을 바라보기도 하고...
별로 뒤돌아 볼만한 일도 없는듯 한데  말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한순간...여승무원의 고개가 슬며시...아래로 숙여지기 시작합니다.
눈은 이미 감겨져 있더군요, 어지간히 피곤했나 봅니다.
이윽고 고개를 숙이고선 살며시 잠에 빠져있더군요.
은근히 "코~~!"하는 나직한 코고는 소리도 들리고...
승무원 바로 맞은 편의 남자승객분도 고개를 옆으로 제친 채 깊은 잠에 빠져있었고...
 
둘이서 마주 앉은 상태로 잠자는 모습이 대조적이면서도 재미있어서 저도 모르게 "킥!"하고 웃음이 나더군요.
여러분도 그 모습을 보셨다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을 겁니다.
 
그리고 잠시 후...여승무원 고개가 한번 가볍게 휘청거리더니...슬며시 눈을 뜨더군요.
그리고 2~3초가 흘렀나...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고개를 번쩍 치켜들더니 앞자리의 승객을 바라보고,
이내 눈을 돌리다가 제 눈과 마주쳤습니다.
 
전 눈을 피하지 않고 그냥 여승무원의 얼굴을 주시하고 있었죠.
순간 그녀가 볼을 붉히면서, 눈빛이 민망함으로 어쩔 줄 몰라합니다.
얼른 고개를 창 밖으로 돌리더군요, 그러다가 슬쩍 곁눈질로 제 쪽을 향해 눈치를 살핍니다.
 
다시 모닝컴을 좀 읽다가 잠시 후 그녀를 바라보니...또 몸을 가볍게 뒤척거리면서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정말 어지간히 피곤한가 보더군요, 웬만해선 그러질 않는데...
 
앞자리의 남자승객이 잠에 골아떨어졌기 때문인지,
자신도 등을 아예 좌석에 아예 파묻히듯이 기대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팔짱을 낀 채로 한쪽 다리를 꼬우고선
기내화를 벗어 발가락 끝에 걸치고선 까딱까딱 발장난을 하고 있더군요...
여자들 흔히 슬리퍼나 신발을 발가락 끝에 걸치고선 발장난 치곤 하지 않습니까.
 
기내의 여승무원들 가끔씩 갤리나 뒷쪽 화장실 옆에 서서는 기내화를 신은 상태에서
양쪽 발을 번갈아 들어올리면서 발의 피로를 풀어주는 모습은 가끔씩 봅니다만...
 
여승무원이 비행기 안에서 이런 발장난 하고 있는 경우는 썩 드문 광경이라서,
재미있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은근히 살펴보고 있었죠.
 
보아하니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등은 좌석에 기대고 가볍게 눈을 감고 있는데,
잠이 너무 오니까 무의식중에 자신도 모르게 기내화를 발가락 끝에 걸치고 그렇게 발장난 치는것 같더군요.
혹시라도 그 상태로 사무장한테라도 걸렸으면 아주 제대로 지적받았을 겁니다.
 
뭐 눈도 감고 있고 그러니깐 전 그 상태로 그냥 유니폼을 입은 그녀의 모습,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며...
종아리, 발목, 발, 발가락, 그 발가락 끝에 걸친 기내화의 까딱거림하며...제대로 감상하고 있었죠 ㅡㅡ;;;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녀가 눈을 뜨고선 발장난을 멈추고, 기내화를 바로 신고서는...
희미해지는 정신을 가다듬으려는 듯이 눈을 창 밖으로 돌립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고개가 뒤로 살짝 젖혀지더니...흰자위를 드러내면서 눈이 까뒤집히더군요...하하^^
그리고 고개가 점점 숙여지더니...어느 새 또다시 조금전보다 더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듭니다.
 
안쓰럽더군요, 얼마나 피곤했으면...정신이 피곤에 지친 육체를 전혀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인듯 했습니다.
 
또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그녀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는 듯 하다가...뭔가 생각이 났는지 번쩍 고개를 치켜들고 저를 쳐다보더군요.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제 눈빛을 마주 대하고선 이번엔 정말로 어쩔 줄 몰라합니다.
무안함과 부끄러움이 가득했을 겁니다.
얼른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선...또다시 귀여운 눈망울로 흘끔 저를 곁눈질하더군요.
 
제가 얼굴에 약간 근심스런 빛을 띄우고선...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만 물었습니다.
 
"피.곤.하.구.나...??"
 
그녀가 제 입모양을 보고 정확하게 내용을 캐치했는지,
순간적으로 얼굴과 눈빛에 처량한 빛을 가득 띄고는 고개를 끄덕끄덕합니다.
마치 어리광을 부리는 듯이...투정하는 듯한 그 표정이 안쓰러우면서도 귀엽더군요.
 
저도 모르게 얼굴에 근심 띈 빛을 띄우며 이해한다는 듯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여 줬습니다.
그래요...세상 살이 누구나 다 피곤한 거죠 뭐...하는 듯이요.
 
그리고 잠시 후부터 그녀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죠.
뉴욕에서 돌아오자 마자 바로 퀵턴으로 또 비행에 나서게 된거라서 몹시 피곤하다고 하더군요.
비행한지는 4년 째에 접어들었고...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살짝살짝 위로해 줬습니다.
 
대화가 끝나고 나중에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그녀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더군요.
푹 가라앉아서는...정말 그날 비행은 정신력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래도 잠시동안이나마 대화를 나누면서 약간의 정은 들었던지 출장 조심해서 잘 다녀오시라고
애써 웃으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는 건네주는 예의를 잃지 않더군요.
 
피곤에 절어 흰 자위를 드러내며 까뒤집히던 그녀의 눈,
피곤에 절어 파김치가 되어 골아떨어졌던 그 모습,
기내화를 발가락 끝에 걸치고선 까딱까딱 발장난을 치던 그녀의 모습 등이
지금도 눈에 선해서 가끔씩 웃음짓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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