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점심시간 때 날아든 문자 한통이 사람 마음을 어지럽혀 놓네요...
A모양이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과 후배였죠.
지난 토요일 오후에 A모양을 비롯한 그녀의 동기 세 사람과 모처럼 한자리에서 어울렸습니다.
그녀들의 모임에 초대되어 갔죠.
다들 안부인사도 묻고 즐거운 자리가 되었죠.
왁자지껄 즐겁고 떠들썩하면서도 화기애애한 자리.
미녀들의 모임...참 좋더군요.
그런데 척 둘러 보니깐...B모양이 보이질 않더군요.
둘도 없는 여우 다섯...그 애들이 함께 모이는 곳에서 없어서는 안될 감초인데...
지금은 단지 여우 넷만이 이 자리에 있고...
B모양 하나만 그 자리에 없으니 뭔가 예전과는 다른...허전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요 며칠 몸이 별로 안좋아서 못온다고 했다는군요.
전화해 보고 좀 괜찮아졌으면 오라고 했습니다.
A모양이 B모양에게 전화를 걸더군요.
잠깐 통화하더니 저한테 몸 상태가 안좋아서 못온다고 그런답니다.
제가 전화를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B모양과 통화했죠.
못 본지 꽤 됐는데 잘 지내느냐...몸은 좀 괜찮아? 왜 어디가 아픈거니..아, 그러면 안되는데...
그건 그렇고 목소리가 어떻게 이렇게 더 예뻐졌어? 너무 예쁘다...
네 목소리 들으니까 오빠 솔직히 황홀해진다...
안부인사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네 예쁜 목소리가 날 유혹하잖아...
내 탓이 아냐…네가 예쁜 목소리로 오빠를 유혹하고 있잖아...
얼굴까지 본다면 더 미쳐버릴 것 같다...오빠 한번 미치게 해줬으면 좋겠다...너무 보고 싶은데...
한번 무리해 줄 수 없겠니?
대충 이런 내용으로 통화했죠,
이윽고 잠시 후에 B모양이 밝은 목소리로...잠시만 기다려 달라고...오겠답니다...
통화를 하고 있는 도중에 제 곁에 앉아있는 A양이 생긋 웃으며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플레이보이...플레이보이 기질은 못 말려...!”
A양 곁에 앉은 동기 두어 명이 키득키득 거리며 환하게 웃습니다.
에휴...!!하고 속으로 탄식하고 말았죠 그저...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나고 B모양도 황급히 달려왔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분위기가 더욱 환해졌습니다.
그리고 모임은 2차로 이어졌고...다시 노래방으로...그리고 순조롭게 끝났습니다.
동기들 중에서 평소에는 비교적 침착하고 차분하지만...
그래도 노래방에선 가장 애교가 넘치고 뛰어난 가창력과 다양한 곡을 소화해 낼 뿐 아니라,
율동까지도 어울리는 섹시한 A양...
A양은 여성스럽지만 댄스를 무척 즐기고 율동에는 섹시미가 넘쳐 흐르죠...
예전에 나이트에서의 모습은...그런 일이 있었습니다...정말 섹시하고 멋있었습니다.
여장부같은 면과 여성미 넘치는 모습을 모두 갖고 있는 예쁜이입니다.
술을 마실 때면 티 나지 않게 은근히 술에 취하곤 합니다.
모임이 끝날 무렵에는 아니나 다를까...또 다시 은근히 술에 취해 있더군요.
애들 모두 하나씩 둘씩 바이바이...마지막으로 A양 곁엔 제가 남았죠.
약간 비틀비틀...
제가 곁에서 팔짱 끼고선 약간 부축하는 형태로 데려다 주려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죠...
커피 마시고 싶다길래 편의점에 들러서 캔 커피 카푸치노로 하나 골라 건네줬습니다.
택시를 잡아 태워서 보내기 전에 잠시 둘이 근처의 벤치에 앉았습니다.
커피를 한모금씩 들이키며 잠자코 있더니...A양이 제게 그럽니다.
“오빤...세컨드가 너무 많아...00도...00도...나도 세컨드잖아...”
세컨드...세컨드...세컨드...세컨드일까요...
“오, 나의 세컨드!”
그저 가볍게 웃으면서 농담처럼 한마디 대꾸만 하며 기분 풀어주려 했죠.
그녀가 말한 한 사람은 B모양이고, 또 한사람은 또 한사람의 동기인 C모양입니다...
둘 다 방금 전 모임에서 다같이 웃고 떠들고 있었죠...
잠시 제 어깨에 기대어 있던 그녀가 슬며시 고개를 들고 제 얼굴을 바라보더니...
입술이 다가와서는 제 입술에 닿았습니다.
방금 전까지 커피를 한모금씩 들이키고 있어서인지 입술이 촉촉하게 느껴집니다.
잠시 눈을 감고 그렇게 제 입술에 입맞추고 있더니...다시 고개를 슬며시 떼냅니다.
그리곤 그러더군요.
“같이 나누는 건 좋은거잖아...앞으로도 같이 나누자...뭐든지...
기쁨도...슬픔도...어떤 거라도...세컨드라도 좋으니까...같이 안 있어도 좋으니까...”
갑자기 그녀의 표정에 우울한 빛이 감돌면서 말을 잇습니다.
“나중에 오빠 꼭 잘돼서...오빠 꼭 잘돼서 돈 많이 벌고...
혹시라도 그 때 나 불쌍하게 살고 있으면 오빠가 좀 도와주기도 하고...”
그러면서 저한테 커피를 내밀더군요, 마치 둘이서 나누자는 말처럼...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려고 합니다...그녀의 눈에도...제 마음 속에서도...
나이도 아직 젊은 애가...왜 이런 소리를 할까요?
왜 뜬금없이 저런 말을 내뱉으며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할까요...
예전에 기분이 우울해질 때면 그녀에게 자주 전화하곤 했었죠.
"오빠 오늘 기분이 너무 우울해서 전화했네..."
그러면 그녀는 늘 이 한마디로 절 맞이해 줬습니다.
"잘하셨어요..."
그런데 지금 이 순간...이 아이가 우울해 하는데...무척 우울해 하는데...
전 별달리 어떻게 해줘야 할 지 생각나지 않더군요...무용지물...
그리고 그녀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던 제 머리 속에도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하더군요.
빌어먹을...사람의 인연이란게 뭔지...
일부러 그러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어느 샌가 또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인지...
세상 일이란게...남녀사이의 일이란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가끔씩 들곤 합니다....
웅얼웅얼...주절주절...그냥 제 넋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