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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로서 살아간다는 것...

나는 남자다.
 
남자로 태어나서 30년 넘게 살아왔고 살아온만큼은 또 앞으로도 살아가야겠지.
 
그러고보면 남자는 참 힘들고 슬픈 동물이다. 어려서부터 사내대장부는 이래야 할것이며, 또 저러지 말아야만 할 것이라고 들으면서 자란다. 남자는 일생동안 딱 세번만 울어야 한다지.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나라가 망했을 때라나. 공중화장실 소변기 앞에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죠라고 붙어있더라. 남자가 울면 꼴불견이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그런 조그만 스티커 한 장에도 참으로 공고히 스며들어있기도 하다.
 
남자라고 길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코가 깨지면 절로 눈물이 쏙 빠지지 않나? 산에 놀러갔다 벌에 쐬이면 눈물나게 아프긴 누구나 마찬가질걸.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만 눈물이 나는것도 아니지.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친구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져도 눈물은 쏟아지더라. 나라가 안 망해도, 젊은 시절 뼈빠지게 일한 회사에서 짤려도 3박4일은 베갯잇이 젖더라.
 
여학생이 공부를 더 잘 하는 이유가 뭐일것 같나. 남자는 좃대가리 주위에 털이 나기 시작하면서부터 24시간 조개만 봐도 뇌가 아니라 가운뎃 다리에 피가 몰린다. 지나가던 아가씨 안 덮치려고 애꿎은 스포츠에 열중하니 당연히 공부할 시간은 모자라고 몸에선 땀냄새가 가실 날이 없다. 기집애들은 그런 머스마들 보고 땀냄새 난다고 코를 움켜잡고. 애초에 인간의 진화가 동물에서 머물렀다면 신의 선물이었을 종족번식욕구를 억누르니라 소년들은 뽀송뽀송한 소녀들의 상대가 되질 못한다.
 
거기다 재수없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수컷들은 부모를 잘 만나 "서류상" 병신이 되지 못하는 이상 꼬박 2년을 두메산골에 처박혀 "치마만 두르면 할머니만 봐도 꼴리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지.
 
그렇게 참고 참고 또 참고 온갖 불리함을 딛고 회사에 취직하는 순간부터 그래도 승진이니 뭐니 수컷들의 기득권이라는 걸 누리게 된다...고는 하더만은, 이것 또한 함정이란 걸 한참 뒤에야 깨닫게 된다더라. 회사 들어가서 여자보다 더 잘 나간다는 착각속에서 뼈빠지게 일하는 수컷, 말로가 어떨거 같나. 착각을 심어주고 골수까지 뽑아먹은 부모 잘 만난 그 서류상 병신들은 뽑아먹을 게 없어진 수컷들을 가차없이 용도폐기한다네. 그렇다고 그동안 뼈빠지게 일해 먹여살린 사랑하는 아내, 목숨보다 소중한 자식들이 있는 홈,스위트 홈이 늙어버린 수컷을 반겨줄것 같나? 천만에. 내가 벌어다 준 돈으로 헬스하고 수영하고 피부미용받아 예뻐진 아내는 이제는 배나오고 머리벗겨진 남편을 떠나 더 어리고 강한 수컷한테로 가버리지나 않으면 다행일걸. 목숨보다 소중한 자식이란 것은 세탁기에서 내 속옷을 집개로 집어내면서 혐오스런 눈길로 아빠를 쳐다보고.
 
결국 수컷에게 사회가 요구했던 덕목은 사회질서유지를 위해 본능을 제거하기 위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 스스로 행복할수 있는 권리를 저당잡히고 평생을 가면을 덧쓰고 살아온 인생끝에 남은 건 황폐해진 마음과 지친 육신뿐, 더 이상 아름다운 여자를 봐도 서지도 않는 좃대가리만 쓸쓸하게 바라볼수밖에 없다는 비참한 현실. 이를 타파해볼라치면 또 비아그라 살 돈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런데다 쓸 돈이나 남아있으면 그나마 다행이게.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는것 그 자체가 목적이지만 -그것이 육체적이건 정신적인 것이던 말이다-, 여자에게 있어 사랑은 그 다음의 어떤 것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사랑이라는 피말리는 쟁탈전에서 남자는 결코 여자를 이길수 없다. 똑같은 것을 두고 이를 수단으로 보는 여자는 얼마든지 다른 각도로 시야를 넓힐수 있지만 쟁취해야할 목적으로만 보는 남자는 그 운신의 폭이 좁으니 기본적으로 불리할수 밖에. 그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결국 용기있는 자가 미녀를 차지한다는 허언에 빠져 만족해 있을 때즈음, 그 미녀에게 남은 생애를 바쳐 일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그 미녀만 알고 있다는게지. 하긴 애초에 소리지르면서 사냥나가 죽을둥 살둥 목숨걸고 싸우던 수컷이 동굴 안에서 하루종일 이런저런 궁리에 생각만 하던 여자를 머리싸움에서 무슨 수로 당해내겠나.
 
그래서 역사를 바꾸는 건 남자요, 그 남자를 바꾸는 건 여자라는 말도 나온 거겠지만은.
 
 
 
 
 
 
 
 
 
 
......비도 오고 기분도 꿀꿀해서 그래저래 심난하던 차에 새벽부터 오래된 친구 소식을 들었네요.
오래된 친구 소식이니 반가워야 마땅하겠지만은, 유감스럽게도 오랫만의 소식이 그 친구의 부고였군요.
군대시절 만난 고참이었지만 참 죽이 잘 맞아서 둘만 있을 때는 친구로 지내던 좋은 녀석이었답니다. 착실한 농사꾼 타입이라 닳고 닳은 도시 양아치인 저와는 참 겉보기로는 이질적이었지만 그 친구는 결혼하고 애도 하나 있는 유부남으로 입대했고, 저는 휴가나갔다가 사고치고 급유부남이 된 웃겨버리는 공통점으로 시작해 이런저런 우정이 싹텄던 그런 사이였다지요.
 
제대하고는 빨리 목돈 마련하겠다고 같이 외항선엘 탔었다죠. 어쨌던 처자식 먹여살려야겠는데 제대하고나니 아엠에푸라는 괴물이 돌아갈 곳을 싸그리 부셔놔버린 나머지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답니다. 외항선이냐 외인부대냐 두 외자돌림을 놓고 고민하던 웃기는 짜장들이었었지요 우리는.
 
1년도 못 채우고 아내가 유학간 프랑스에서 바람이 나 버리는 바람에 저는 더 이상 힘들게 배를 탈 이유가 없어져버렸지만 그 친구는 계속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리고는 저는 한국으로 돌아와 이런저런 일을 하며 하루하루 먹고 살았고 친구는 그래도 벌이는 좋은지라 가족들과 떨어져서 열심히 부양의무에 자신을 바쳤죠.
 
저야 뭐 누구도 책임질 일 없고 또 누구에게도 빚진 게 없으니 나름 자유로운 수컷으로 살아왔다지만 친구는 20대시절 전부를 처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바쳤습니다. 그런 친구가 일주일전에 선박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는군요. 다음주 수요일에야 시신이 인천공항으로 도착한답니다. 장례식은 그때가서야 할 수 있구요.
 
이정도만 해도 충분히 비극적이지만은 불행하게도 결정적인 한 방이 남아있답니다. 그 친구가 평생을 바친 그 처가 반년전부터 바람이 나서 이혼을 요구해 왔었다는 사실이 그거지요. 그래서 친구가 무지 괴로워했답니다. 그런데 떡하니 이 친구가 죽어버렸으니 그 여자(라 쓰고 년이라 읽고 싶답니다)는 친구의 사망보상금으로 바람난 남자와의 재혼에 지참금을 아주 빵빵하니 챙겨가게 생겼더란 말입니다. 죽쒀서 개준다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경우가 또 어디 있을까요.
 
여기에 보너스로 후속타까지 존재한답니다. 친구의 부모님이 도저히 그 여자에게 손주를 못 맡기겠다고 하신댑니다. 당연하시겠죠. 자식새끼 앞세웠는데 며느리란건 바람나서 아들을 그렇게 속썩이더니만 홀라당 아들 목숨값까지 챙겨 딴놈한테 가게 생겼으니. 그래서 손주는 당신들께서 키우겠다고 하시니까 그 여자가 그러면 손주앞으로 갈 보상금 포기하고 데려가랩니다. 그러니 그분들 맘이 어떠시겠습니까. 자식놓고 돈 흥정하는 그런 여자한테 손주를 맡길수도 없고, 데려오자니 물질적인 면을 생각 안할수도 없고.
 
...남의 일이니 제가 나설 여지도 없는 것이라지만, 그게 또 그렇다고 사람 마음이 신경이 안 쓰이지도 않고...비내려서 우울한 휴일에 심난함만 한가득인 하루군요. 애꿎은 담배만 뻑뻑이고 애꿎은 게시판만 이래 더럽히고 있습니다. 에궁.-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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