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시간-10
복수의 시간-10
그녀의 음부의 따스함을 느끼며 참을 수 없는 분출의 욕구를 느꼈다. 이로 모든 것을 잊고 그녀의 육체를 유린하고 싶었다.
그 역시 아직은 젊은 육체를 소유하고 있었기에 그 욕구는 당연한지도 몰랐다. 그건 아마도 모든 남자의 공통점인지도 모른다.
미경은 순간 망설였다. 이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고통에서 스스로 벗어나게 해줄지.
사내는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위에 놀라 커져 버린 두 눈은 튀어나올 듯했다.
탱탱해진 고환은 애액에 젖어 윤이 나고 있었다.
미경은 미친 듯 고개를 흔들며 사내의 물건을 자궁 속 깊이 넣었다.
그녀의 입은 꽉 다물어져 있었다. 아마도 고통이 심한 것 같았다.
사내는 갑작스레 닥쳐온 쾌감에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참기 힘든 분출 본능을 떨치려 침대 커버를 움켜쥐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이미 고환을 떠난 정액의 움직임은 귀두 끝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할당량이 주어진 인부처럼 똑같은 반복적인 행위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녀석의 물건으로 인해 얼얼해진 음부에 무언가 뜨거운 액체가 스미듯 들어온 걸 느낀 것은.
"아. 나옵니다. 아. 너, 너무 좋아요."
녀석의 눈동자가 풀려 있었다.
미경은 자기 음부에 박혀있던 물건이 부드러워짐을 느꼈다. 서서히 몸을 일으킨 그녀는 침대의 끝에 기댄 채 축 늘어져 있는 사내를 바라봤다.
그녀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사내는 담배 여기 때문인지, 누워있는 자기 행동이 어색해서인지,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일으켰다.
미경은 사내의 얼굴을 향해 길게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아팠니?
"네? 아뇨. 좋았습니다."
순간 녀석은 아차! 했다.
"아. 아팠습니다."
"넌 왜, 사내자식이 이랬다저랬다 하니. 난 즐거워야 해. 그리고 넌 아파야 하고. 알았니? 남자는 항상 즐겁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호호호."
사내는 미경의 광기 섞인 웃음소리와 변덕스러운 행동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가만히 앉아있었다.
다리 사이엔 조그맣게 줄어버린 성기가 어린아이의 고추처럼 표피에 싸여 한 방울의 애액을 매달고 있었다.
"네가 더럽게 만든 내 몸을 깨끗이 해줘. 어서!"
쩌렁쩌렁한 그녀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녀석은 무릎을 꿇은 그 자세 그대로 미경의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아랫도리에 시선을 주었다.
미경의 음모엔 자신이 분출해 논 정액이 하얗게 얼룩져 있었다. 아직 뜨거움이 가시지 않은 그녀의 음부에 입 맞추어갔다.
* * * * *
사라져 버린 은희.
민우의 품이 참 따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건 자신이 격은 당혹스러운 일을 마치, 자기 일처럼 분노했던 모습에서 어떤 동질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아저씨 인제 그만 내려 주세요."
"괜찮아. 집에까지 이렇게 가도."
"아니에요. 저 조금 걷고 싶어요."
민우는 미소를 띠며 한나를 내려줬지만 휘청이는 움직임에 서둘러 어깨를 감싸 안았다.
"괜찮겠니?"
"네, 잠깐 현기증이 났었나 봐요."
쓸쓸한 미소를 띠며 얘기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민우는 슬픔을 느꼈다.
어린 녀석이 감당하기에 너무도 큰 아픔이었을 거로 생각하자, 그녀를 대하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져 갔다.
"한나야. 우리 저기서 조금 쉬었다 갈까?"
느티나무 한 그루가 포근한 안식처처럼 벤치를 품에 안고 있었다.
둘은 회색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벤치에 걸터앉았다.
어색한 가운데에서도 민우는 한나에게 뭔가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마땅히 떠오르는 얘기가 없었다.
그때 한나가 먼저 침묵을 깨며 고개를 숙인 체 이야기했다.
"오늘 일, 엄마나 아빠한테 얘기할 거예요?"
말을 마친 후 고개를 든 한나의 눈망울이 맑고 깨끗하다고 생각됐다.
"오늘 무슨 일 있었니? 참! 한나야. 아저씨 배고픈데 우리 피자 먹으러 갈까?"
"어머! 식사 안 하셨어요? 근데 피자 가지고 되겠어요?"
"글쎄? 갑자기 피자를 먹고 싶네. 매콤한 거 뭐냐? 타바코슨가 뭔가 하는 소스를 듬뿍 바르고 말이야."
말없이 피자를 먹는 그들은 입 운동만 하며 서로 눈치를 살폈다.
"아저씨. 물어볼 말이 있어요."
"응? 뭔데?"
민우는 한나가 물어볼 말이 대충 짐작이 가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리 엄마를 사랑하시나요?"
"한나야. 사실 네가 모르는 문제가 있었다. 그건 네가 오해 한 거야."
"오해요? 둘이 벌거벗고? 그런 모습을 두 눈 똑똑히 뜨고 봤는데도요?"
이 어린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녀의 두 눈은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섣불리 말했다가는 오해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은 자명한 일.
"엄마는 아름답고 너무도 맑은 분이시란다 사실 하늘나라로 간 아내의 모습과 너무 닮은 너희 엄마에게 좋은 감정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건 정말 네가 오해한 거야."
"돌아가신 아저씨 부인하고 우리 엄마하고요?"
"그래, 너무도 닮았지. 하지만 네가 본 그 장면은 엄마가 먹어서는 안 될 약을 드셨기 때문에 잠시 이상한 행동을 하신 거야."
"아. 아니, 아저씨 그게 무슨 말 이에요? 약이라니요?"
민우는 한나에게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약간의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처절했던 과거며 어쩌면 위험에 처하게 될지도 모르는 광철의 가족 이야기까지.
"아!"
놀란 모습을 감추지 못하는 한나의 손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민우의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아니?"
"어머!"
어지러운 신발 자국이 현관 앞에서부터 사방에 찍혀 있었다.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이었다.
불길한 예감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 어디에서도 은희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민우는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버렸다. 그때였다.
"악!"
한나의 비명에 민우는 온몸이 쭈뼛해지며 고개를 돌렸다.
아~~ 검은색 옷차림의 건장한 사내들의 손에 들려진 한나가 버둥거리며 민우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뭐야! 너희들은 누군가?"
"네가 오민우인가?"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가 물어왔다.
"그래, 내가 오민우다. 어서 한나를 내려놔!"
"후후. 그럴 순 없지. 사장님이 곱게 모셔 오라고 하셨거든."
순간 민우는 녀석들이 김 사장의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다. 분노의 불길이 그의 두 눈에서 발산되고 있었다.
"너희들은 이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후후.후. 그럴까? 형님. 이 녀석 아주 미친놈인데요. 묻어 버릴까요?"
녀석이 고개를 돌리며 말하는 상대를 쳐다봤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였다. 음산하다고나 할까? 그의 감정 없는 무표정의 얼굴에서 쉽지 않
은 상대임을 느꼈다.
"인사나 할까? 나, 갈치라고 하네."
"알고 있었다. 한데 자넨 무척 겁이 많나 보군. 나 하나를 치기 위해 이렇게 많은 똘마니들을 데리고 오는 걸 보면 말야."
"뭐라고? 이 자식이 . . . ."
"가만!"
칼치는 꿈틀하는 부하를 저지시켰다. 아마도 자존심을 상했던 것 같았다.
그의 굵은 눈썹이 튀어나오듯 꿈틀거렸다.
서서히 자기 양복을 벗는 그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았다. 단련된 무술의 고단자임이 틀림없었다.
민우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키며 자세를 취해갔다.
"조심해야 할 거야 . . ."
칼치의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날카로운 앞발이 일직선으로 민우의 얼굴을 향해 곧바로 날라왔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
민우는 옆으로 슬쩍 몸을 비틀며 주먹을 턱을 향해 올려 쳤다. 휙~ 파공음이 들렸다.
뻗어오던 칼치의 몸은 민우의 주먹에 곧바로 몸을 비틀면서 민우의 복부로 주먹이 나왔다.
실전경험이 꽤 많은 친구라 생각하며 민우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한데. . . 그의 주먹은 그런 민우의 움직임을 예상이라도 한 듯 어느새 활짝 펴졌다 오므라지며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윽!"
"이. 이런. 내가 왜 칼치라는 소리를 듣는지 몰랐던 모양이군."
칼치의 주먹엔 뾰족한 송곳과 같은 쇠 촉이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그의 흉기엔 민우의 핏물이 칠해져 섬뜩함을 더해갔다.
"어때? 고통스러운가? 자네는 나를 너무 얕봤던 모양이군. 후후후"
칼치의 비열한 웃음소리와 함께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흉기에는 약품이 칠해져 있었던 것 같았다.
"무슨 짓을 한 건가?"
"뭐, 별거 아냐. 기분이 좋아질 거야."
칼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녀석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민우는 마지막 힘을 모아 주먹을 칼치의 얼굴에 꽂았다. 주먹으로부터 전달되는 묵직함에 정확한 가격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칼치의 발길이 상처를 입은 옆구리에 박혀왔다.
숨을 쉴 수가 없을 만큼 강한 통증이 왔다.
"이런. 제길. 빨리 여기를 뜨자."
어수선한 발걸음 소리가 고막을 울리고 있었다.
점점 멀어지는 소리에 한나가 떠올랐으나 눈이 감기고 있었다.
고통의 소리와 함께 한나를 불렀으나 입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죽음 같은 잠이 그를 덮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