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피-9(완결)
황제의 피-9(완결)
의원과 그의 음란한 처
“의원님? 안에 계십니까?”
젊은 어부가 생선이 가득 담긴 망태를 들고 울타리 근처에서 의원을 불렀다.
그러나 아무리 불러도 의원은 대답이 없다.
“출타 하셨나?”
이 젊은 어부는 몇 달 전에 아이를 얻었다.
그의 아내가 출산한 것이다.
이 젊은 어부가 이곳에 사는 의원에게 죽을 때까지 갚아도 다 갚지 못한 빚이 생긴 것은 난산으로 죽을 뻔한 그의 아내와 아이의 목숨을 의원이 살려냈기 때문이다.
사람을 찾으러 간다며 길을 떠났던 의원은 도중에, 그러니까 이 어부의 아내의 해산일에 딱 맞춰서 돌아왔다.
하필이면 조산기가 있는 바람에 의원이 도착하기 반나절 전부터 난산을 시작했던 어부의 아내는 거의 초죽음이 되어 있었지만 의원은 그런 어부의 아내를 살려냈을뿐더러 아이까지 무사히 받아냈다.
그래서 그때부터 이 어부는 의원을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고 있다.
다시 길을 떠났던 의원은 얼마 전에 아름다운 처녀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단출하게 혼례를 올리고 부부가 되었다.
이 어부는 두 사람을 위해 혼인 선물로 말린 생선을 잔뜩 선물했다.
줄 것이 그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의원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두고 가야겠다.”
생선이 든 망태 째 마당에 내려놓은 어부가 사립문을 닫고 나갔다.
‘언제쯤 돌아오시려나.’
요즘 아내가 도통 입맛이 없어 해서 입맛이 돌게 하는 약이라도 짓고 싶은데 의원이 없으니 상의할 길이 없다.
‘내일 다시 와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어부가 발길을 돌렸다.
그러면 정말 집안에 의원이 없었을까?
아니, 있었다. 있으면서 없는 척 했을 뿐이다.
사실은 집안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집 뒤에 작게 만들어둔 목간장 안에 있었다.
의원은 얼마 전에 집 뒤에 목간장을 만들었다.
나무로 벽과 지붕을 세우고 그 안에 볏짚을 깔고 또 커다란 솥을 들여놓고 나무로 잘 다듬어 만들고 아교로 물이 새어나오지 않게 마무리한 나무 목욕통까지 갖다 놓았다.
해원을 위해 사내가 만든 것이다.
솥에서 뜨거운 물을 잔뜩 데워 그것을 목욕통에 담고 해원이 매일 목욕할 수 있게 하는 수고를 사내는 마다하지 않았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소금기 묻은 바람을 맞은 채로 해원이 하루를 마치지 않게 사내는 세심하게 배려를 했다.
“들어오셔도 되어요.”
딱 좋은 따뜻함을 품은 물 속에 몸을 담근 채로 해원이 사내를 불렀다.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솥에서 물을 길어 목욕통에 조금 더 채운 사내가 물통을 내려놓고 옷을 벗었다.
목욕통은 조금 넉넉하게 만들어서 두 사람이 들어가도 모자람이 없다.
사내가 목욕통 안으로 들어서자 해원의 목까지 차올랐던 물이 목욕통 밖으로 넘쳤다.
“돌아 앉으면 내가 등을 밀어주마.”
사내의 말에 해원이 사내를 등지고 돌아앉았다. 그러자 이내 사내의 손이 그녀의 몸을 문질러왔다.
처음에는 등을 문지르고 그 다음에는 옆구리를 문지르던 손이 겨드랑이 아래로 들어가 그녀의 젖가슴을 감싸쥐었다.
목욕물에는 약재를 띄웠다.
해원의 살결을 곱게 지켜주기 위해 사내가 직접 말린 약초를 항상 목욕물에 띄워주는 것이다.
물이 출렁일 때마다 해원의 코에 약재의 향이 스며들어왔다.
그 향은 사내의 향기이기도 했다.
항상 약재를 만지는 사내의 손과 몸에서는 약재의 냄새가 난다.
해원은 그 냄새가 좋다.
예전에 제 몸에서는 단내가 났지만 이제는 단내 대신 사내의 몸에서 나는 약재의 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
사내의 체취와 자신의 체취가 비슷해진 것이다.
“으응...”
목욕통에 매달린 채로 해원이 작게 신음했다.
젖가슴을 주무르는 손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물 속에 잠긴 제 엉덩이를 단단한 것이 찌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젖은 등에 사내의 젖은 가슴이 닿아왔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젖은 목덜미에 사내의 숨결이 닿았다.
숨결이 젖은 살결에 닿자 등줄기가 저릿하게 울렸다.
누가 보면 자신들을 짐승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다.
이곳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리고 돌아오고 나서도 자신들은 지난 몇 달간 하지 못한 것을 전부 하기라도 할 것처럼 눈만 마주치면 서로를 끌어안고 뒹굴었다.
그만큼 뒹굴었으면 질릴만도 한데 멈추지 않았다.
질리는 것이 웬 말인가.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주량이 늘고 고기는 먹을수록 먹는 법을 안다더니, 몸을 섞으면 섞을수록 더 원하게 되고 더 능숙하게 되고 더 느끼게 되니 이제는 손만 닿아도 발정을 할 지경이다.
가끔 해원은 자신의 병이 아직 다 낫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뿐만 아니라 사내에게도 그 병이 옮아가서 자신들이 매일 함께 발정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쉬지도 않고 해댈 리가 없다.
아무리 해도 그만두고 싶지가 않다.
잠을 자다가도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 눈이 마주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뒤엉켜서 곧 뜨겁게 변하고 마니 참, 이 발정을 뭐라고 설명하겠는가.
“하응...앗, 아앗...”
뒤에서 끌어안은 사내의 손이 젖가슴을 놓아주고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음부를 애무하기 시작하자 물이 목욕통 밖으로 출렁출렁 넘쳤다.
해원이 허리와 엉덩이를 흔들 때마다 넘쳐흐른 물이 목욕통 아래의 볏짚은 얼룩지게 만들었다.
“하응...!”
해원의 음부를 더듬으며 만지던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조금 더 엎드려보아라. 엉덩이를 들고.”
사내의 속삭임에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른 해원이 목욕통을 꽉 쥐고 엉덩이를 들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사내의 뜨거운 살덩어리가 그녀의 엉덩이 사이를 벌리고 밀고 들어왔다.
“아아아아!”
물속에서 제 몸 안으로 꿰뚫고 들어오는 사내의 남근에 해원이 자지러지게 소리를 질렀다.
“하아앙! 아! 아아아!”
목욕통을 꽉 잡고 신음하는 해원의 엉덩이를 잡고 사내가 그녀의 안을 격렬하게 찔러댔다.
그가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해원의 몸이 흔들리며 물결이 출렁거렸다.
목욕통 안의 물들이 파도처럼 세차게 흔들리며 거센 물방울을 밖으로 흘려댔다.
“아아앙! 아아아!”
목욕통에 매달린 채로 해원이 숨을 헐떡였다.
머릿속이 뿌옇게 달아올라 해원의 시야도 발갛고 뿌옇게 물들어갔다.
*
“하아앙!”
사내의 손이 제 음부의 점막을 젖히고 안쪽으로 찔러 들어오자 해원이 젖은 몸을 꿈틀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목간장에서 방으로 옮겨와서도 사내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목욕통 안에서 한 번 사정한 것으로도 모자라 사내는 그녀를 안고 방으로 들어와서 이불 위에 그녀를 내리고 다시 그녀의 음부를 손으로 벌렸다.
그녀의 전신은 아직 마르지 않은 물기로 축축했다.
그건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젖은 몸이라 이불이 젖는 것도 게의치 않았다.
“아아아!”
사내가 삽입한 손가락을 휘젓자 젖은 소리가 찰박찰박 울렸다.
“이, 이제 그, 그만 빠, 빨리...서방님, 빨리...!”
해원은 이 사내를 얼마 전부터 [서방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물 한 그릇을 떠놓고 올린 혼례지만 그건 엄연한 혼례고 자신들은 부부가 되었다.
그러니까 자신은 이 사내를 서방님이라고 부르고 이 사내는 자신을 [부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하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서방님이라는 호칭이 이제는 자연스럽다.
“왜? 넣어주길 바라느냐? 조금 전에 한 번 쌌는데도 또 싸달라는 것이냐?”
사내가 제법 짓궂게 말했다.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이런다.
“빨리...”
해원이 엉덩이를 흔들며 사내를 재촉했다. 그러자 사내가 그녀의 안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사내의 전신만큼이나 그의 손가락도 흥건히 젖었다.
“하응...”
사내의 손이 제 다리를 잡아 벌리자 기대감에 해원이 한껏 들떴다.
질척해진 음부에 사내의 남근이 문질러왔다.
그리고 뜨겁게 녹아내린 질구가 열리며 그녀의 주름이 쩍, 소리를 내며 벌어졌다.
몇 번을 받아들여도 지금의 이 느낌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로 황홀하다.
이런 것을 [속궁합]이 잘 맞는 것이라고 사내는 전에 말했었다.
“아아아아!”
깊숙한 곳까지 찔러 들어온 사내의 남근을 기어이 다 삼킨 해원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숨을 헐떡였다.
부푼 질량감이 안쪽의 배를 가득 채웠다.
“네게서 여전히 단내가 나는구나.”
사내가 저를 바라보는 해원을 향해 웃었다.
지금 사내는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해원에게서는 단내가 진동을 한다.
그건 예전에 대나무 숲에서 맡았던 단내와 똑같은 단내다.
그러나 그녀의 몸에서 나는 단내는 오직 이 사내만 맡을 수 있는 단내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단내 비슷한 것도 맡지 못하는데 오직 이 사내만 그녀의 단내를 맡는다.
그리고 그녀의 단내를 맡을 때마다 사내는 발정한다.
그건 해원도 마찬가지다.
사내가 제게 가까이 있으면 그녀는 어김없이 발정하고 만다.
결국 서로가 서로의 발정을 부추기고, 서로의 단내를 맡는 것이다.
서로에게 가장 음란하게 된다.
“하앙! 아! 아아아!”
사내가 허리를 흔들 때마다 해원의 젖가슴이 출렁거렸다.
단단하게 변한 유두가 출렁이는 젖가슴과 함께 흔들렸고 사내의 허리짓에 그들의 이어진 곳에서 젖은 소리가 찔꺽찔꺽 터져 나왔다.
해원을 탐하는 사내도, 그런 사내를 받아들이고 더 원하고 있는 해원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음란한 몸이다.
몸의 이 열기는 식을 줄도 모르고 만족도 모른다.
끝없이 취하게 되고 끝없이 원하게 되는 이런 것을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지금의 이 뜨거움을 식히게 위해 아마 이 행위가 끝나면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대나무 숲을 거닐 것이다.
대나무 숲을 거닐다가 그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를 보며 서로의 입술을 찾을 것이고, 그러면 그곳에서 또 다시 음란한 불이 붙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좋은 것을. 너무나도 좋은 것을.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또 한 사람의 식구가 늘어난 것은 그로부터 일년 후였다.
두 사람이 함께 도읍으로 가서 그곳에서 그때까지 해원을 기다리고 있던 유모를 데리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유모는 그녀가 해원을 받아 키운 것처럼 해원의 아이를 받아서 키우게 되었다.
할머니가 되는 것도 좋다며 유모는 웃었고, 그렇게 대나무 숲이 있는 그 바다 근처의 작은 집에서 그들은 가족이 되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대나무 숲이 흔들릴 때면 그 근처에 자리 잡은 그들의 집에서도 웃음소리가 바람처럼 새어나왔다.
사내의 웃음과 해원의 웃음과, 그리고 아이들과 유모의 웃음소리가 말이다.
-마침-